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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화 〉113화 개화 (113/318)



〈 113화 〉113화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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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누.

생명의 신이자 우주의 근원, 우주를 창조한 삼신  하나.
그 위명은 우주가 시작될 때부터 계속 이어졌으며 그것은 현재에도 널리 퍼져있다.


널리 퍼진 만큼 그들의 행적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삼신은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바유는 혼란스러운 머리속을 정리하다 문득 그가 했던말을 떠올렸다.

“...바루나? 바루나를 만났나?”
“만났지.”


비슈누는 바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까운 아이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다니.”
“...뭔소리지?”
“말 그대로. 그 아이는 되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역시 인과가 제대로 성립되기 전에 사라진게 문제였을 테지…”

그는 안타까운 듯 혀를 차며 그리 말했다.

죽음.


그들은 불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죽음을 기다린다.
삼신이 사라진 우주에서의 그들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지배자로 살아왔고, 이곳에서 누릴 모든 감정과 사건을 겪어왔다.

더 이상 그들에게 있어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명, 인드라만큼은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인드라를 따랐다.

인드라는 그들과 달리 닿지 못할 목표를 위해 달려나갔으니깐.
삶의 무의미 해진 그들에게 인드라는 마치 오래전 보아왔던 삼신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사실이네.”
“바루나가 제멋대로 이긴 해도 임무를 거절하고 죽음을─”
“이미 소멸 직전이었다네.”
“...뭐?”
“수르야와 바루나. 그 둘은 이미 거처가 산산조각 나고 영혼과 육신은 붕괴되었지. 바루나는 그나마 육신이 조금 남아있긴 했으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네.”
“...”
“거처가 파괴당한그 아이에게 더 이상의 삶은 무의미해졌겠지.그래도 살려보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었지.”

비슈누는 끌끌 웃으며 손을 건넸다.

“인드라는 개인의 욕심으로 우주를 파멸에 몰아넣고 있네. 그가 우주의 근원이 된다면 우주가 어그러진법칙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겠지.”
“당신이 도와주겠다 이건가.”
“그래. 삶의 의미를 찾는 너에게도 새로운 제안이 아니던가.”

사람 좋은 미소로 웃는 비슈누.
그런 비슈누를 바라보는 바유는 어쩐지밑바닥부터 올라오는 꺼림칙함을 느꼈다.


...하지만 방법은 없다.
삼신이 나타난 순간부터그들을 절대자의 자격을 잃었다.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호옹?”


레빗은 조용히 몸을 감춰 이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녹색머리의 남자와 하얀 머리의 남자.


우주의 내로라하는 신들을 앞에 두고 있었지만, 쿠베라에게 받은 성흔과 기존의 암행능력을 합친 레빗을 꿰뚫어보는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쿠베라의 거처.
이곳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 능력의 효율이 대폭 상승되었다.
한가지 문제점이라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직접 계약한 쿠베라는  수 있다는 건데…

“뭐 하고 있나.”
“히익!”


레빗은 깜짝 놀라 뒤를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 아!”
“...”
“밑이냥?”
“그렇다.”


육신이 아닌 거처자체가 말한 것. 레빗은 주위를 휙휙 돌았다.
여전히 바유와 비슈누는 이쪽을눈치재지 못했다.
레빗은 손을 입으로 가져다대어 속삭이듯 말했다.


“나 이를 거냥?”
“아니.”
“저 신이랑 같은 편 아니었냥?”
“...”


대지는 비슈누를 보았다.
그에 대해선 진작에 알고 있었다. 멸망을 막을 길을 알려준 것도 비슈누가 직접 언질을 해줬으니까.
허나 그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너의 목적은 뭐지?”
“냥? 이전에 말하지 않았냥?”

과거 수련 당시 항상 김윤과 같이 기절한 적은 없었다.
어떤 때는 김윤만,  어떤 때는 레빗만 기절했었다.
그럴 때마다 깨어있던 레빗은 쿠베라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주인님과 계속 여행을 떠나는 것! 그게 내 목표다냐!’

당시 레빗은 그렇게 말했다.
단순히 주인만을 위한 애완동물처럼.
그렇게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허나 그녀의 능력은 결코 애완동물에 불과하지 않는다

“그런목표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녀는 환각에서나 현실에서나 주인보다도 훨씬 강하다.
삼격을 쓰지 않는 한 김윤이 레빗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쿠베라는 오래전부터 이상함을 느껴왔다.
주종 관계가 불분명한관계. 아무리 계약자라지만 그녀의 속내를 읽는 것은 어려웠다.


“너의 ‘진짜’ 목표를 말이다.”
“...진짠데냥.”
“비슈누님에게서 너와 같은 이질감을 느꼈다.”
“냐?”
“너는 주인을,아니. 애초에 그를 가져 이용하려는 게 목적인가?”
“......”


레빗은 피식 웃었다.그러나 웃는 것은 입뿐, 그 위로는 표정이 싸늘했다.
그녀는 주변을 살펴 신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대지를 살며시 만졌다.

쩌적─!


푸른 기운이 대지에 퍼져나간다. 대지가 한순간에 힘을 잃고, 그 힘은 맞닿은 손으로 흘러들어간다.

“난 주인님을 따른다냐. 그러니.”


파삭─

“나와 주인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지 마.”


그날 대지의 주인은 바뀌었다.

-


“...비슈누가 개입했다고?”
─그렇다냐! 때문에 거처가 힘을 잃고 쓰러졌다냐!
“비슈누가 쿠베라를…”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우리에게 일을 맡긴 비슈누. 뭔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제 와서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으니깐.


‘근데 바유를 영입하고 뜬금없이 쿠베라를 죽인다고?’

“확실해?”
─그렇다냐!
“...우선 알겠어. 너도 천뢰의 숲으로 와.”
─냥!

뚝.

“흐음…”
“어때?”
“복잡해.”


나는 사무소에반쯤 누워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오래간만에 본듯한 이랑이 앉아있다.

“인드라전이 생각보다 복잡할 거 같아서.”
“언제는 별거 아니라며.”
“물론 별거 아니지.”


문제는 인드라전에 있고 난 이후의 상황이다.
분명히 ‘미지’의 적이 하나 더 남아있는 상황.


그것이 비슈누가 될지 누가 될지는 확신할  없지만 하나가 더 남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환각이 끝장날 수 있는 삼격은 보류.


삼격이 없이 인드라를 상대해야 한다.

“환각을 그냥 끝낼 수도 있지만 확인하고 싶은게있어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응. 아마도... “

나는 뒤쪽에 앉아있는 베린과 소마를 힐끔 보았다. 이쪽은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


“...이곳이 단순한 허상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실제로 있는 세계다?”
“아마도.”

이곳 자체가 또 다른 세계를 구현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마치 내가 최강자의 기억 속에 들어갔던 것처럼.


“그래서 확인을 해야겠어.”
“음… 그래. 도울 있으면 도와줄게.”
“그럼 우선 아까 말했던 데로 융합 기술을 쓸데…”

나는 성흔은 없지만 그래도 불 속성을 가진 이랑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 외에도여러 가지 능력을 증폭시켜서…

한참을 구상하다 보니 어느새밤이 되었다.
쉬러 간 이랑을 뒤로하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

깜깜한 도시의 밤하늘.
나는 시야를 넓게 펼쳐 별을 바라보았다.

세상을 유려하게 비추던 8개의 별은 이제 단 3개만이  자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마도 인드라, 바유, 소마뿐이겠지.


나머지는 전부 소멸했으니.

나는 마지막 결전을 위해 몸을 돌렸다.



-


-주군.
“그래 때가 됐다.


드디어 마지막이 온 것이다.
인드라를 죽이고 세계의 평화를 되찾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물론 요즘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같지만.’

콜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자기가 주인공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텐데 어디서 저런  기어들어왔는지.

“내일이야.”
“내일.”


눈앞의 남자는 순식간에 자신을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자신의 것을 훨씬 웃돌았다.

“...아직도 진실을 말해줄 생각이 없나.”
“흠. 말해봤자... 아니, 나도 궁금한게 있긴 한데.”
“...?”
“여기서 물어봤자 대답해 줄 수도 없을 테니깐.”
“무엇을? 원하는 것이 있다면대답해 주겠다. 물론 너 역시 그러해야겠지만.”
“이건 안돼.”

김윤은 의자의 손잡이를 탁탁 쳤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보았을 때 초록빛의 반지가눈에 띄었다.
알 수 없지만 익숙한 기운이느껴지는 반지.

“...그건.”
“최후의 보루.”

김윤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보루가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


[왔나 피조물들.]

천뢰의 숲.


인드라의 거처 속, 인드라는 자신의 거처로 오는 무리들을 노려다 보았다.
다른 신들이 모두 몰락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어차피버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죽어나갈지는 몰랐는데.

[건방지다.]


인드라는 허공의 번개를 끌어와 창의 형태로 만들어 집어던졌다.


콰릉─!

일순 솟구친 번개는 그들을 꿰뚫고 우주를 전뢰로 물들였다.

“...호. 위험할뻔했다냐!”

창은 막지 못했으나 허공으로 흩어진 전뢰는 막을 수 있었다.
대지의 신을 계승한 레빗은 쿠베라를 상회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대지는 번개의 유일한 우위 상성이다.

“창은 창으로!”

파악!

[...!]


숲의 하늘에 수만 개의 대지의 창이 비처럼 내렸다. 비처럼 내리던 창은 그대로 숲을 반파시키려던 순간, 바람 장막에 의해 모두 튕겨져 나갔다.

“...냐?”
“바람 속성 괴수가 있어.”


비슈누가 바유를 끌어들였기에 인드라를 도울 일이 없다.
그렇다면 로카팔라급의 바람 속성을 가진 생물이 있다는 소리.
아마 그 외에도 다른 생물들이 여러 마리  있겠지.


‘...전부 다 기억하진 못하는데.’

“시작이야?”
“아직.”

이랑의 물음을 뒤로하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았다.
원작에서  터지게 주인공과 싸웠던 모습과 달리 너무 소극적인 태도다.

마치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지만 현재의 인드라에게 그의 이상을 달성할 개화(開化)는 완성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빨리 사건이 진행된 탓에 아직은 한참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피조물들아. 그것을 아느냐.]
“? 뭘.”
[삼신이 우주를 지배하던 과거의 영광은 이미 사라졌다. 우주는 개변하고 역사는 새로이 쓰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늘이, 아니 전 우주가 전류로 물든다. 우주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듯 세상의 모든힘이 인드라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완성했다고?!’


어떻게?


[우주는 변화한다.]

파직─!

우주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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