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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114화 다시 마주하다 (114/318)



〈 114화 〉114화 다시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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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야를 메운 것은 푸른색의 전격이었다.
전격은 시야를 넘어 온몸에 잠식했고 강렬한 기세로 몸을 태우려 들었다.


파드득─!


레빗은 우리를 중심으로 대지의 결계를 세워 저항하려 했지만, 근원이 되어버린 인드라의 번개는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계는 세워진  10초도 안되어 파괴되었고, 마침내 전격이 우리를 집어삼키려던 순간.

초록빛의 장막이 우리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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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살았다아…”


다윤과 베린이 지친  몸을 비틀거렸다. 이랑과 소마는 우리를 덮은 장막을 만지작거렸고, 레빗은 과도한 능력을 사용한 듯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갔다.

“냐아…”
“비슈누…”

초록빛의 장막은 비슈누의 능력이다.
비슈누가 예정대로 우리를 돕는 건가.

하지만 이상하다.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


장막 너머로 보이는 푸른빛의 전류.
현재 우주의 절반은 번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인드라의 격이 올라간 걸까.


‘원작에서도 올라가지 못했어.’

원작에서의 인드라는 최후. 그러니깐 거의 개화를  발자국 앞에 두고 주인공과 마주했다. 작가의 부연 설명에 의하면 그 한 발자국 역시 꽤나 오래 시간이 요구됐을 거라고 한다.

개화를 하려면 인드라의 수련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야 하고, 우주의 무게도 줄여야 하며, 천뢰의 숲의 에너지를…


“...에너지?”
“네?”

설마.
얽혀져 있던 퍼즐이 맞춰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만약 그 녀석이 정말로 이곳에 있는 거라면.

“여기서 제대로 끝을 봐야겠네.”

나는 그라티아 장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장막 너머의 인드라를 바라보았다.
청색의 번개의 휘감겨 있는 인드라.
나의 시선을 눈치챈 듯 강렬한 번개가 이곳을 향해 쇄도했다.

콰자자자자자작!!

허무하게 파괴되는 비슈누의 장막.
나는 급하게 화염 동화를 일으켜 새로운 장막을 세웠다. 속성을 위해서라면 레빗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고 할 수 있지만, 근원이 된 인드라의 번개는 속성이 무의미하다.

“저도 도울게요!”


「▼초월 」

“나도!”


일렁─


다윤과 베린의 힘이 장막의 견고함을 좀 더 높혔다. 하지만 이걸로 부족하다.
소마와 이랑까지 장막에 힘을 보탠다. 여전히 부족해.


차라리 도망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   있겠다만, 이미 우주는 인드라의 손아귀에 있다.
지금의 번개도 인드라가 공격했다기보다는 ‘우주 자체’가 의사를 가지고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바에 차라리 이곳에서 맞서 싸우는  낫다.

콰릉─!

장막이 서서히 무너진다.
우리는 갈수록 힘이 빠지는데 저놈의 번개는 점점 그 세기가 거세진다.
앞으로 10...아니 8초?


급하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고 콜트라도 부를까 잠깐 생각했지만 콜트는 나서면 안 된다.
녀석은 이곳의 환각의 주체다.
아무리 ‘그 녀석’이 개입했든, 인드라가 근원이 됐든 간에 기본적인 환각의 주체가 죽으면 이곳이 리셋된다.

5초.

나는 특이점을 사용했다..
이곳까지 애들을 데리고 오느라 너무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큰 무리는 없느니─

「▲맹약 」

“큽!”

꽈드드득!

이전과는 다른 커다란 고통과 함께 눈 위로 생겨난 보랏빛의 문양이 내 행동을 억제했다. 강렬한 무언가.
...언제부터 이런 게 생긴 거지?


3초.


장막이 거의 다 파괴되었다.
번개는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더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다시금 전격이 솟구치고 일행들에 몸으로 전격이 닿으려던 그때.


1초.

툭.


누군가는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전격은 사라졌다.


-



소마는 허망하게 우주를 보았다.
전격으로 물든 우주. 청빛으로 물든 우주는 마치 우주가 아닌 것 같았다.


비슈누님의 장막으로 한번 공격을 막아냈을 때는 역시 비슈누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된 공격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인드라님의 섬뢰(剡雷)는 장막을 너무 쉽게 꿰뚫었고 우리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김윤이 괴물 같은 능력으로 한차례 막아내긴 했으나 역부족 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힘을 보탰고 다른 녀석들의 힘을 보탰지만…

‘안돼…’


이대로 가면 개죽음이다.
이 장막이 사라지면 그대로 우주의 먼지처럼 변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을 구색해야 한다.


도망?
이미 우주는 인드라님의 영역 안이다.  어디로 도망 간단 말인가.

반격?
막아내기도 급급한데 섬뢰를 뚫고 인드라님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있을까?


소마는 막아내는 와중 여러 방법을 구색하다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았다.
인간 치고는 꽤나 오래 살아왔으나 소마에게 있어선 아주 어린 갓난아기였다.

아둥바둥하며 어떻게든 일행들에게 도움이 되려하는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녀석을 제자를 들인 것이고 자신의 계약자로 삼았다.


“위대한 브라흐마님이시여…”


소마는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쓰러져있던 김윤과 이랑이 자신을 쳐다보았지만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걸음은 베린에게 닿았다.
그녀는 두 손 두발 다 써가며 열심히 공격을 막아내는 베린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스, 승?”
“고마웠어.”
‘스승님!”

파직─!

장막이 파괴되고 가장 앞에선 그녀는 다가오는 섬뢰 대신, 당황한 표정의 베린을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그러했듯, 나도 그러했던 것처럼.

“하겠습니다.”

섬뢰는 그녀를 코앞에 두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 역시 사라졌다.



-

“...스승님…”


사라진 번개.

“어, 어째서…”

나를 억압하던 제약이 사라지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거래를 사용했나.’

거래.
융합 기술과 마찬가지로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들어낸 기술 중 하나.
우주에게 대가를 내어주고 동등한 무게의 가치를 이루어준다.


소마가 원한 것은 인드라의 ‘한번’의 공격을 막는 것.
그리고 대가는…


나는 우주 너머를 바라봤다.
사라진 별자리.

‘당연하겠지만.’

소마는 자신의 별자리를 걸었다.
우주는 고작 인드라의 공격  번이 로카팔라의 별자리와 동등한 무게를 가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 스승님…”
“정신 차려.”
“어째서…”


베린은 덜덜 떨며 소마가 있던 자리를 마구잡이로 해집었다.
자신의 환각 때보다도 더욱더 심각해진 모양이다.

파직─!

저 아래 너머로 전격이 한  더 일어난다.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윤아.”
“네.”
“애들 데리고 돌아가 줘.”
“...진심이에요?”
“응.”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애들을 휘말리게 할 수도 없으니.
이 방법뿐이다.

파드득─!

“어차피 이대로 가면 다 죽고 환각이 다시 시작 될 거야. 근데 그러면 안 돼.”

나는 검을 꽈악 쥐었다.


“나는 여기서 끝낼  없어.”
“...돌아오는 거예요.”
“그럼.”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는 다윤에게 반지를 건네주려다 말았다.
반지까지 건네주면 너무 사망플레그 같잖아.

번개가 우리를 다시금 쇄도하기 직전.

츠츳!

나는 다른 일행들에게 걸어둔 특이점을 전부 회수했다.
이 환각은 특이점을 통해 강제로 들어온 상태. 그러므로 내가 그것을 거둔다면 그들은 이 환각 내에 있을 수 없다.


검신에 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격(二擊).”

검은 전격을 갈라냈다.

-


“어떤가.”
[...최고야.]

인드라는 자신의 힘을 갈무리했다.
번개로 차오르는 숲. 그리고 그 위의 본신(本身).


우주가 멸망할 거라는 예측과 달리,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누가  일인데 당연히 그러지 않겠는가.”

생명의 신, 비슈누는 껄껄 웃으며 새로운 우주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뒤로 과거 ‘로카팔라 였던 것’이 번개 가닥에 묶여 있었다.

“과거 동료였던 자들에게 조금의 연민은 없는가?”
[동료?]


인드라는 고개를 꺾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우주의 주인이 된 인드라는 굳이 고개까지 꺽어 볼 필요는 없었으나, 그 정도의 ‘사치’는 충분히 부리고 남았다.


그의 시야에 들어선 것은 바유와 반쯤 죽어있던 바루나였다.
그들은 번개 가닥을 통해 신격과 생명력이 빨리고 있었다.


[쟤들이?]
“...역시 자네는 마음에 드는군.”
[그보다 다른 녀석들은 못 구해? 죽은 놈들이 많잖아.]
“이미 신격과 영혼을 잃은 이들을 끌어와봤자 의미가 없다네. 저들이야 그것이 조금이나마 남아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흠~ 그런가?]


인드라는 웃었다.
과거의 본인과 달리 성격이 좀 더 경박해진 것 같다만 아무렴 어떤가.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숲에는 두 명의 로카팔라 외에도 수십, 수백의 신격을 가진 생물들의 에너지를 전부 빨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전부 그 숲의 주인에게 흘러들어갔다.

[역시 쿠베라 놈을 못 구한게 아쉽네.. 사사건건  일을 방해해서 말이지...]
“흠… 그를 계승한 아이가 하나 있을텐데.”
[그래? 슬슬 정리됐을 테니 슬쩍 가져와 볼─]


인드라의 말문이 멈추었다.
저 너머의 우주 상공에서 날라오는 거대한 검격 때문에.
살아있는 것도 용한데 도망을 안 가고 공격을 한다?
근원이 된 나에게?

[감히!]

콰직!

인드라는 하늘을 박차고 올라 단숨에 검격을 찢어발겼다.
신(神) 답지 않게 육탄적을 통해 상대하는 것에 비슈누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지금은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는걸.


“조심하게.”
[뭘 조심해. 이딴 공격 백날 공격해……]


콰아아아!


다시금 검격이 날아온다. 그런데 한두 개가 아니다.
수십, 수백 개. 아니,  정도가 아니다.
이건...

검격의 비(雨).


[어, 어?]


자신만만해 하던 인드라는 급하게 방어태세를 펼쳤으나, 쏟아내리는 검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했다.

-

“멍청하긴.”


비슈누는 혀를 찼다. 인드라가 우주의 새로운 주인이 된 것 까지는 좋았으나 급작스러운 변화에 지능이 퇴화한  문제였다.


과거의 지능적이게 로카팔라들을 이끌 적은 전부 잊어버린 듯, 힘만 쌘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다 그대로 당해버리다니.

“이래서는 열심히 준비한 의미가 없지 않나.”

탁.

“안 그런가.”
“...오랜만이네.”
“그렇지.”
“나를 기억해?”
“물론. 자네는 내가 기억하는 가장 까다로운 궁수였으니까.”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비슈누의 탈을 뒤집어쓴 ‘악마’를.


“초월의 악마, 제라드.”


마왕을 배제한 최악의 악마이자, 최강의 악마.
그를 다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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