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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화 〉115화 전투 (115/318)



〈 115화 〉115화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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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을 전부 회수한 다음, 가장 먼저 벌인 일은 월드 어드벤처의 모든 능력을 끌어오는 것이었다.

억지로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끌어오는  압도적으로 소모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원 」

나는 그대로 이격을 담아 전격을 갈라냈다.
첫 번째 검격은 번개를 갈라냈고, 두 번째 검격은 인드라를 향해 날아갔다.

콰직!


역시 우주의 근원답게 기본 상태의 나의 공격도 가볍게 막아내는 모습.


‘그러면 기본 상태를 벗어나야겠지.’

나는 과거, 최강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기술의 쿨타임 같은 것 없이 전장을 휘저으며 검기를 난사하던 모습.
그의 힘 자체는 약했지만  기술 자체는 절대 약하지 않았다.


 수 있다.

[ 해당 코드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제한됩니다. ]

‘약속’이 억제한 최대치. 그것의 한계에 맞춰 최강자의 움직임을 잠깐이나마 따라 한다.
검은 단순히 베어내는 것을 넘어선다.

‘사용한다기보단 현상을 발현하듯이.’


검을 그리 쥐고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그래, 마치 신의 언어처럼.


검격을 ‘발현’시킨다.

콰아아아!

나는 무아지경의 상태로 검격을 쏟아내렸다.
이건 일격도, 이격도 아니다.
그저 비가 내리듯이, 자연스러운 현상.


끝없이 내리는 검격의 비는 인드라를 집어삼켰고 우주의 주인은 사라졌다.


-

“허억… 후…”

머리가 어지럽다. 당장에라도 주저앉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주저앉으면  된다.
나는 몸을 최대한 회복시킨  거의 흔적만 남은 인드라의 거처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는 와중에는 나를 바라보는 비슈누가 보인다.
굉장히 안타까운 얼굴이 눈에 선명히 보였지만 나는 그를 안다.

‘저건 웃고 있는 얼굴이다.’


탁.

“오랜만이네.”

비슈누.
정확히는 그의 탈을 뒤집어쓴 악마.
머지않아 만날 운명이었으나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다.

“그렇지.”
“나를 기억해?”
“물론, 자네는 내가 기억하는 가장 까다로운 궁수였으니깐.”

나는 검을 그리 쥐었다.
악마를 비롯한 몬스터, NPC들은 전부 이전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의 악마는 나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이유는 ‘초월’이라는 이명에 있겠지.

“초월의 악마, 제라드.”


당시 마왕이 등장하기 이전 최악이자 최강이라고 불리던 악마들의 군단장.
그의 행적과 강함은 모든 유저들이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최초로 제라드를 마주한 명월 길드는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그의   한번에 길드원의 절반이 쓸려나갔고 그의 안개가 그곳을 뒤덮자 모든 이들이 정신을 잃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강함은 ‘최강’이라 불리기 충분했고, 홀리 에린의 팔라딘들을 안개를 통해 다크 팔라딘으로 타락시켜 수없이 많은 인간들을 학살한 그의 악행은 ‘최악’이라 불리기 마땅했다.

그 뒤로도 수많은 길드들이 도전했으나 다른 악마들과 격이 다른 제라드를 이길 수 없었다.


그래, 마왕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이번에는 활이 아니라 검이라.”
“자네는 활이 더 어울렸는데 말이지.”
“‘리미트’는?”
“...”


리미트.
초월의 악마가 가진 수많은 제약.

그 당시 제라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마였지만 마왕이 등장하고  뒤로 수많은 제약이 제라드에게 씌워졌다.

‘마치 밸런스를 맞추듯이.’

그때는 그게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지금도 걸려있나?”
“직접 확인해 보시게.”

제라드의 주위로 검푸른 안개가 솟구친다. 반파된 숲은 안개로 뒤덮이고 공간은 불안정하게 진동했다.

“하페루아는.”
“그분은  찾지.”

제라드의 표정이 찢뿌려졌다.
역린(逆鱗)이라도 건든듯한 표정.


“너의 피로 만든 목걸이를 하페루아가 만들었다며? 난 친분이라도 있는  알았지.”
“......”
“아님 말고.”


제라드의 기운이 더 흉폭 해진다.
흠, 둘이 사이가 안 좋은가 보네.


‘리비엔. 전투다.’
‘네.’

리비엔 - 스킬, 붉은 나락 LV.10을 사용합니다. ]


나의 검신에 붉은 기운이 스며든다. 그것을 알아챈듯 제라드의 미간이 좁혀졌다.

“리비엔을 잡아넣었군.”
“알고 있는 거 아니─”

카륵!


검푸른 안개 사이로 수백 갈래의 가시가 솟구친다. 나는 그것을 모두 박살낸 뒤 검을 휘둘렀다.
스킬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대로 연푸른 에테르가 제라드를 강타했다.

파직─ 에테르는 제라드 앞에 소환된 무형의 장막에 막혔다.

‘아마도 비슈누의 힘이겠지.’


나는 하늘로 높히 뛰어 안개의 영역밖으로 벗어났다. 안개는 나를 집어삼키려는 듯이 주위를 먹어치우며 나를 쫒아왔다.
그라티아 장검을 집어넣고 곧바로 다른 검을 꺼낸다.

찬란한 빛.
악에 치명적인 능력을 가진 검. 그것을 내지른다.

[ 무기 - 스킬, 창대하여라를 사용합니다. ]


쩌─엉!

저 너머 우주 상공에서 쏟아진 백색의 빛기둥이 제라드의 본신(本身)을 강타했다.
단순히 환각 내에 있기에 빙의체라 할 수 있지만 제라드와 수없이 싸워온 나는 안다.

‘지금의 제라드는 본신으로 이곳에  있다.’


아무리 이곳에 빛의 신, 히아트가 없더라도 상대는 악마다.
빛에 취약한 악마라면 어느정도 대미지를…

쿠득─ 끝없이 쏟아질  같은 빛기둥의 균열이 일어난다.  균열의 틈으로 검푸른 안개가 폭주하듯 솟구쳐 나오고 곧 빛기둥은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후두둑…


빛기둥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는 더이상 비슈누의 모습이 아니었다.

“재미는 보았는가.”

검푸른 머리색과 모든걸 집어삼킬 정도로 어두운 흑안(黑眼), 귀족과도 같은 악마의 복장까지.
그는 과거 내가 보았던 악마들의 군단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를 맴도는 검푸른 안개는 그의 기력을 받아들이듯 더욱더 거칠어졌다.


“...제약이 없네.”
“새로운 강함을 얻는 대신 나를 억압하던 제약을 해제했네. 나에겐 그편이 좀더 나으니.”


제라드는 그리 말하며 웃었다.
제약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제라드라…


이길 수 있을까.

“그럼.”
“...!”

콰득!


나는 공격을 감지하고 곧바로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내가 사라진 공간은 공간 자체가 찌그러지듯 너덜너덜해졌다.

“...오우.”
“어딜 보는 거지.”


콰앙!


순식간에 내 앞까지 다가온 제라드의 안개의 검이 나를 꿰뚫었다.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나.
제라드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다 티가 난다네.”
“...그래? 완벽했는데.”


나름 완벽히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성흔을 통해 만들어낸 분신을 해제한  그대로 제라드의 후위에 이격을 날렸다.
제라드는 안개를 휘감으며 팽이 돌듯이 회전했다. 제라드를 중심으로 안개의 칼날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파바바박!

그나마 형태만 갖추고 있던 거처가 무너져내린다.
우주공간 속 두 개의 별을 충돌했다. 강대한 에테르의 충돌.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는 싸움.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승자가 가려졌다.


-





“...여긴.”

다윤은 눈을 떴다. 검붉은 카펫이 기다랗게 깔린 곳. 마치 어전 같기도 하다.
분명 로드리아의  앞에서 깨어났어야 했는데…

[어서와.]
“누구…?!”


다윤은 벌떡 일어나 검을 꺼내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선 것은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악마였다.

[김윤의 동료.]
“...! 윤 씨를 어떻게 한 건가요!”

다윤의 검에 월광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악마는 쿡쿡 웃으며 손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아무 짓도  했어. 그러니 진정해.]
“...정말인가요.”
[응.]
“.......”


다윤은 입술을 짓씹었다.
정말 괜찮을까? 저 말을 믿고 싶지만 상대는 악마였다.
용사의 적.
다윤은 주변을 살펴봤다. 분명 다들 같이 돌아왔는데  나밖에 없을까.

“다들 어디 있죠.”
[나를 만나고 있지.]
“...네?”

악마는 싱긋 웃으며 왕좌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모습에 다윤은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윤 씨가…

[이곳에서의 이야기를 마치고 새로운 곳으로 넘어가려는 거잖아?]
“아?”


다윤은 그렇게 말하는 악마의 뒤편을 바라봤다. 푸른색의 포탈.
분명 저건 통합 서버의 포탈이다.


[축하해. 용케도 이곳의 전부를 클리어했네.]
“...”
[이제 시작 일테지만 말이야.]
“윤 씨는요.”
[응?]

다윤은 검을 콰득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 아래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분명 우리는 아직 하나의 악마를 처치하지 못했어요. 그건 분명 제라드였을 거고요.”

우리가 지금껏 상대한 것은 로드리아일뿐. 진정한 보스인 최상위 악마인 제라드가 남아있다.
그런데 환각을 끝내자마자 마지막이라니.


‘분명 제라드를 상대하시던 게 분명해.’

“윤 씨는 이곳에  있나요?”
[그을쎄?]
“네?”
[네가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뭐라고요?”
[김윤이 너희를 보낸 이유를 모르겠어?]
“...”
[특이점을 회수해야만이 인드라와 제라드를 상대할  있어서? 아니야.]

악마는 어느새 다윤의 앞에 와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방해돼서라고. 너희가 있어봐야 지켜줘야 하니깐, 그걸 변명 삼아 보낸 거야.]
“...함부로 말─”
[김윤, 좋아하지?]
“...!”

다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 확실하진 않은 감정.
하지만 분명 환각 속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만약 다른 이가 말했다면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허나 눈앞에 이 악마에게는 그렇게 말하기 싫었다.

마치 ‘너 주제에?’ 라고 비웃는 것 같아서.

“그…”
[응?]
“그래요! 그게  어쨌다고요!  씨에게 도움이 안되서?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다들 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당신이 아무리 강하고 악마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말할 자격이 없단 말입니다!”
[흐응~]
“그리고 좋아해서 신경 쓰는 게 뭐가 문제─”
[자격 없는 헌신은 죄악이야.]


악마, 하페루아는 손을 휘저었다.
어느새 다윤의 몸은 포탈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저 짐만 씌울 뿐이지.]
“당신…!”
[김윤은 내가 잘 인도해서 보내줄게.  그 사이에 어떻게 변할지는 나야 모르는...]
“죽여버릴─”


파앗.


적막만이 맴도는 자리.
하페루아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몸을 기댔다.

“너는 나를 미워할까? 아니면 좋아해 줄까.”


그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쉽사리 답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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