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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화 〉[시즌 1 END] 119화 더 나아가다 (119/318)



〈 119화 〉[시즌 1 END] 119화 더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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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뒤로는 차원을 부유하며 열심히 살아갔지.”

하페루아는 담담히 얘기했다.
관리자의 밸런스 조절로 인해 하페루아는 없는 존재가 되었고, 그렇게 시초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여신의 이름하에 최강자나 다른 행성의 사람들을 소환해서 마왕을 처치하는 1세대 게임.

“그래. 너도 한번 봤었지?’
“보긴 봤지.”

나와 똑같은 이름인 김윤, 최강자의 과거를 들여다  적이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마왕과 하페루아 때문에 개판이 됐지만.

“...그러고 보니 너는 거기  있었어? 추방당했다며.”
“그때의 나는 없었어. 내가 이곳으로 돌아온 건 너가 알고있는 두번째 시즌때야. 내가 뿌려둔 잔재가 너를 마주한 것뿐이지.”
“잔재?”
“추방당하기 전에 관리자 몰래 이곳저곳에  일부를 뿌려놨거든. 다행히 들키지 않았지.”


하페루아는 와인잔을 집어 들었다.


“...들키지 않았는지, 않은 척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추방당하고 게임이 점차 변화했다.
최강자가 마왕을 처치하고 이야기가 정립되자 정식적인 월드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고 무명이 마왕을 처치한  특이점이 모두 발견되며 게임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시즌 2.
새로운 시즌을 맞아 강한 적이 필요했다. 개연성이나 강함에 있어 하페루아는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날 멋대로 쫓아내곤,  멋대로 불러네.”

하페루아의 와인잔이 뿌득 박살 났다.
이러 저리 튀긴 와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사라졌다.


“흐, 흠. 그래.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알다시피. 최강자는 껍대기인 우리 아빠를 처치하고 세계 밖으로 나갔어. 참고로 마왕성에 있는 아빠는 ‘진짜’가 아니야. 진짜는 차원 너머에 있지.”
“그럼 마왕이 초월자라는 소리야?”
“응. 하지만 모든 초월자가  같은 수준인  아니야. 아빠는 따지자면 평균보다 훨씬 아래. 애초에 본인의 힘으로 차원을 넘은 것도 아니고.”
“나는 어느 정도인데?”


초월자.

세계를 넘나드는 강자.
그리고 차원 세계의 힘을 사용한다.

「▲차원 

나 역시 환각을 통해 힘의 원천을 깨달았다. 허나 이것이 얼마나 되는 수준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페루아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까딱였다.

“흐응… 2, 아니 3?”
“2,3? 그게 뭔데?”


숫자가 높으면 쌘 건가?


“창조세계 ‘로돈’에는 거대한 탑이 하나 있어. 거기서 이름의 강함을 측정하지. 뭐 그게 정당한지는 차원 관리국이 알아서 측정하긴 하는데 대부분 맞다고 보면 돼.”
“.......”
“10개의 등위가 있는데  정도면 3등위. 물론 ‘진짜’ 초월자가 돼서 그곳에 간다면 측정 불가가 나오겠지만 그러려면 상당히 오래─”
“어지럽네.”
“?”

내 생각보다 우주는 훨씬 넓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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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 이야기는 이게 다야.”
“그래!”

나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하페루아의 얘기를 들었다.
차원 너머로 추방당해서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죽을뻔한 사연들, 복수하기 위해 힘을 길러 초월자가  사연까지.

워낙 장황에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본론이 뭐야?”

이렇게 장황한 빌드업을 깐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 혼자 못하는 무언가.

“나를 도와줘, 김윤.”


하페루아는 내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어버버 거리면서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을 텐데 지금은 예쁘다는 감정 외에는 별다른 게  느껴졌다.
살짝 아쉬워하는 하페루아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관리자를 끌어내릴 생각이야. 나를 추방시키고 이곳을 놀이터를 삼은 관리자를.”
“어떻게?  엄청 세다며.”

월드 어드벤처의 관리자는 6등위.
어지간한 행성 단위가 합쳐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게임의 관리자를 게임 내에서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내 생각을 읽은 하페루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겪어본  있잖아.”
“응?”
“로드리아.”
“아.”


순간 내 머릿속에 무언가 스쳤다.
환각 속의 운영자나 다름없던 로드리아와 싸웠던 순간.
당시 특이점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 나에겐 특이점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계획이 있어. 그리고 네가 반드시 필요해.”

하페루아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이전에 흐응~ 거리며 장난스럽던 표정과는 다르다.


“...내가 얻는 건 뭔데.”

관리자라는 게 나쁜 놈인건 잘 알겠다만 나에게 하페루아는 그다지 신뢰가 있는 인물이 아니다.
아직도 그녀와의 과거의 만남이나, 어째서 특성이 오류가 아닌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기에.


그런  떠나서 애초에 나와 그녀의 신분은 용사와 악마다.


“뭐든 간에.”
“뭐든 간에?”


나의 의문에 그녀의 태도는 결연했다.

“나에겐 이곳보다 더 중요한  없어. 이곳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 네가 원하는 모든  들어줄게.”
“......”


나쁘지 않다.
어차피 초월자가 돼볼 생각이었고 관리자를 적으로 두는 건 위험할 수 있다만… 그래도 시도해 볼 만하니까.


‘이 편이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게임의 최고의 권력자인 운영자에게 대항이라, 생각만 해도 짜릿하잖아?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마를 짚었다.

“나에게 걸은 이거. 너한테도 걸 수 있나?”
“당연히.”
“좋아.”

하페루아는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약속을 걸었다. 나와 그녀의 약속이라 그런가 그녀의 기술의 원천을  수 있었다.


「▲맹약 

맹약.
대가를 치르고 대상과 절대적인 약속의 제약을 맺는다.


하페루아가 이전에 건 약속은 나의 페널티를 대신 받는 것이었다.
왜 안 받나 했더니 예상대로 다 치러주는 사람이 있었다.


판타지 판 우렁각시가 따로 있었네.

“흐읏… 내 능력은 처음 걸어보는데…”
“된 건가?”

나는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계약이 쌍방으로 이뤄진 상태라 나와 그녀의 이마에는 보랏빛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와 내가  약속은 배신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서로에게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후우… 주의해야 할 걸 말해줄게.”
“그래.”
“통합 서버에서는 관리자가 대대적으로 나설 거야. 그러니 마구잡이 특이점을 사용하면  돼. 이미 한번 들키기도 했지?”
“어.”


이전에 미친듯이 사용하다가 제제를 받긴 했다.
하페루아는 이마가 익숙하지 않은 듯 자꾸 손을 올렸다.

“넘어가면 ‘세계의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10년 정도 기존의 서버와 동기화가 이뤄질 거야. 물론 너희는 영향을 안 받겠지만.”
“동기화?”
“대충 세계가 겹쳐지면 10년 정도 흐른 후다. 그렇게 생각하면 돼.”

통합 서버는 기존의 서버와 새로운 지역이 합쳐진 곳이다. 뭐 NPC… 아니 사람들도 정착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페루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응?”
“아냐, 계속 설명할게. 알다시피 서버는 엄청 많아. 대충 30만  정도는 된다 보면 돼.”
“생각보다 적네.”

  백만 개쯤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일정 수준 이하 혹은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은 이곳에 오지 않았나 보다.

“물론 이 중에서 이곳을 통과한 사람은 너희와 무명밖에 없지만.”


최강자와 랭킹 1등의 특성, 그리고 특이점.
온갖 사기적인 능력으로 무장한 나를 압도하는  이상하다.
게다가 최상위 악마를 상대해보니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다시 생각해도 무명은 진짜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맞아. 너희가 특별한 거고 아직 망령 지대 까지  용사가 한명도 없어. 내 계산상으로는 아마 100년이 지나도 내 앞까지 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
“근데 그럴 리 없겠지.”


통합 서버가 열리면 하위 유저와 상위 유저와 간극을 줄이기 위해 기존 서버의 난이도를 낮춘다.
그리고 그 밸런스 패치는 과할 정도로 심했다.
고작 150레벨로 최상위 악마를 뚫을 정도였으니깐.


‘템도 경험치도 안주는 열화판이긴 했지만.’

하페루아는 왼손의 검지를 치켜올렸다.


“1년. 너희를 배려한 어드벤티지의 시간이야.”
“1년 동안 앞서 나가라?”
“응. 그사이 너희는 최대한 성장해 주면 돼. 이미  동료들은 이미 넘어가 있어.”
“다윤이는?”
“...잘 넘어갔어.”

하페루아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지만 이내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김윤, 아직 할 얘기가 많지만 우선 보내줄게. 너무 오래 끌면 눈치챌 수도 있으니깐.”

하페루아는 포탈을 열었다. 푸른빛의 포탈.
 너머에는 기회의 땅, 엔도라시가 보였다.

나는 포탈로 향하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내가 진짜 참다 참다 궁금해서 묻는 건데.”
“뭔데?”
“너 그때 키스는 왜 한거냐.”
“.......”
“처음에는 서큐버스의 조상이니 뭐니 그런  때문인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며. 관리자가 제멋대로 집어넣은 설정이라며.”

하페루아는 서큐버스와 같은 마왕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조금의 연관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내면은 순백(純白)에 가까웠다.

애초부터 그녀는  제국의 공주였고, 수백 년을 살았지만 서큐버스같은 특유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
단지 그런 지식들만 가지고 있을뿐.


하페루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본래라면 흐응~ 거리면서 ‘왜, 한 번 더 하고싶어?’라며 놀리듯 말했을 것이다.

「▲맹약 」

하지만 망할 제약이 몇백 년간 만들어 놓은 거짓된 가면을 벗겨버렸다.
가면이 벗겨진 하페루아는 그대로 민낯을 드러냈다.

“말 안 할거야?”
“꺼, 꺼져!”


얼굴이 붉어진 하페루아를 뒤로하고 내 몸은 그대로 포탈로 내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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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어질어질하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아무도 없는 도시. 엔도라시.

─참고로 무명을 조심해. 언질은 해두긴 했지만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녀석이니깐.

던져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한 메시지다.
멸망이라…


본인 행성의 멸망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이곳을?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지.”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김윤!”


앞으로 해야할 것도 많겠지. 어쩌면 지금까지의 여정은 그냥 장난 수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또 다른 김윤처럼 후회할지도 모른다.

“주인님~”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윤 씨! 여기에요!”


그래도.
그래도 지금 당장은 더 나아가기로 하자.

시즌 1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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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볼일이 있어서 말이죠.]

광대 차림의 인물은 백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를 마주했다.
아니, 언뜻 보기에는 붉은색도 섞여있었으나 그 색은 이미 흐려진지 오래였다.

디틴베리의 왕이자, 몬스터였던 베리.

최상위 악마와도 비견될 정도로 강력해진 베리였지만 그는 걸레짝처럼 바닥에 내 동그라져 있었다.

“나, 날  왜… 그때  놔준 거 아니었나.”
[이름.]


흠칫.


베리의 손발이 덜덜 떨렸다.
과거의 수많은 루프의 고통이 세어 나온다. 눈앞의 인물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성격과 모습을 띄고 있지만 알  있다.

‘눈앞의 이자는 그때의 여자가 맞다.’


[잘 기억하고 있네요. 마음에 들 정도로.]
“왜… 왜…”
[계속 기억해요.]

광대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래야 저들의 기대가 더더욱 커질 테니깐.]


광소하듯 웃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공허한 주위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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