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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화 〉1. 정신 나갈 것 같아 (2) (125/318)



〈 125화 〉1. 정신 나갈 것 같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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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흐에에엥…”

옆에 있던 예쁜 영애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런 거 몰라… 어지러…

한채림은 당황했다. 통합 서버에 들어오면서 레벨도 오르고 특성 자체의 레벨도 상승했다.
더 이상 어지간한 마나에 부작용을 느끼지 않았고, 마나와 마석으로 가득 찬 학교에 들어와도 어느 정도 조율이 가능했다.

만일 부작용이 있었다면 아무리 메인 퀘스트라도 입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방심할 수밖에 없었다.

“히힛! 재미따아아…”

눈앞에 여자가 상상이상의 마나를 가지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뭐야?
-미친 사람인가.
-저거 용사 아냐?

용사 출신의 여자.
그런 여자가 미친 사람처럼 히힛! 거리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영애도, 그녀를 쳐다보는 학생들도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

딱.

우웅─

붉은 머리의 여자의 두 손가락이 교차되자 이곳을 가득 메우던 마나가 가라앉았다.
갑작스러운 마나의 변화에 다들 웅성거렸지만, 이내 그 시선은 교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들었다.

…학기 첫날부터 미친 짓을 하다니.
죽고 싶다.

“반가워요. 나는 아카데미의 교수인 아미아 리엔이에요.”
“안녕하세요~”
“안녕!”
“...”

리엔이 인사를 건네자 A 반의 학생들 역시 리엔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큼은 고개를 숙일  밖에 없었다.

‘쪼, 쪽팔려…’

첫날부터 아주 거하게 난리를 쳐버렸다.
리엔은 그런 그녀를 보고 싱긋 웃어준 뒤 말을 이었다.

“오늘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반을 다시 나눌 겁니다.”
“네?”

반을 다시 나누다니.
이미 테스트를 통해 나눠 입학한 게 아닌가?

“너무 간단하니 걱정은  하셔도 됩니다. 그럼.”

딱.

리엔의 손가락이 한 번  튕겨지자 어느새 아까 본 영애와 같이 어디론가 이동됐다.
숲… 이라기엔 나무가 너무 없고 평지에 가깝다.

“흠흠…”
“괜찮아? 아까 좀 이상하던데.”
“아! 괜찮아. 진짜로…”

놀랐다.
이곳의 교수가 엄청 뛰어난 마법사라는 걸 입학 설명날 듣긴 했으나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그녀의 마나는 강대하고, 또 거대했다.

“그보다 이름이 뭐야?”
“난 에르다스 엘레나야. 너는?”
“난 한채림이야. 아깐 좀 정신이 없어서.”

나는 엘레나?의 손을 잡았다.
이름이 엘레나가 맞겠지? 이곳 사람들은 성과 이름이 반대니깐.

“저기…”

톡톡.

손가락이 우리의 어깨를 친다.
둘만 이동된 게 아니었다.

“바, 반가워. 난 덴이라고 해.”

짙은 청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학생.
유저는 아닌 것 같고 이곳 사람 같다. 마력량은… 아까 쓸쩍 본 학생들의 평균보다는 꽤나 높았다.

아까 만난 리엔 선생님에 비하면 훨씬 낮지만

“반가워. 덴.”
“안녕.”

엘레나와 내가 덴에게 인사를 건넸다.

“우, 우리 뭐 하는 걸까.”
“글쎄? 엘레나  아는  없어?”
“흠… 오빠한테 들은 말로는 보통 이런데 떨어트리면 괴수를 사냥─”

키에에에에엑!!!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저 너머에서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 진짜 괴수?”
“진짠가 보네.”

나는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구한 유니크 지팡이.
나는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고 앞으로 괴수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히익! 다크 베어야!”
“...엄청 크네.”

덴이 겁에 질린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확실히 강한 능력치긴 하다.

[ 다크 베어 LV.200
HP : 5,800,000
설명 - 짙은 마기에 의해 타락한 곰입니다.
강한 육체를 이용한 살상에 특화되어 있으니 극히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강한 마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습니다. ]

처음 보는 몬스터.
하지만 지금껏 만나온 어떤 몬스터보다도 강하다.

예외가 있다면 극단적으로 약화된 드레투라 인데…
그건 무한한 마력을 뿜어내는 드레투라 특성상 간신히 이길  있던 거니까.

키에에에!!

쿵쿵!

우리를 발견한 검은 곰이 전차같은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사이 나는 마법 시전을 준비했다.

“엘레나. 발  묶어줘.”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왼손을 조금 까닥였다.
그러자 지면에서 녹색빛의 사슬이 튀어나와 사슬이 곰의 발을 휘감았다.

‘오… 무영창.’

지팡이도, 영창도 없이 그저 손만 까닥이는 정도로 마법을 구현해냈다.
제법 이름있는 마법 가문 출신인가 보다.

키...엑!

투쾅!

엘레나의 사슬은 얼마 못 버티고 끊어졌다. 아직 시간이 부족한데…

“주, 중력 강화!”

우웅…

곰의 움직임이 ‘조금’ 느려졌다.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내, 내가 묶었어.”
“좋았어.”

특성 스킬 - 멀티 캐스팅을 사용합니다. ]

[ 현재 4개의 서클을 보유 중입니다. ]

[ 설정된 4개의 마법을 연계 시전합니다. ]

오른손에 쥔 지팡이가 빛을 발한다. 첫 번째는 중급 마법인 워터 에로우.
물의 화살이 곰의 피부에 박혔다. 능력치가 능력치답게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았다.
곧이어 두 번째 마법이 연계 된다.

키엑?

“걸렸어.”

중급 마법인 속박 마법에 의해 곰의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현재 내 수준으로는 저 무지막지한 곰을 완전히 멈출 수 없지만 체내의 박힌 화살이 있다면 가능하다.

세번째 마법은 증폭 마법.
쏴아아아!! 물의 폭포가 곰에게 쏟아졌다. 여전히 대미지는 없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의미 없는 짓 같지만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마법이다.

엘레나는 나의 기행을 눈치챈 듯 마법을 시전하던 손을 거둔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 번째 마법은…

“라이트닝 아레아(Lightning Area).”

콰아아아아!!!!

곰을 중심으로 번개의 구역이 생성된다. 키에엑!! 곰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머지않아 곰은 노릇노릇한 고기로 변했다.

여기까지가 한 템포.
보통의 마법은 시전할때 하나하나마다 어느 정도의 텀을 가지고 시전해야 하지만 한채림의 마법은 달랐다.

멀티 마법을 쓸 준비 시간만 갖춰진다면 어지간한 마법사보다도 훨씬 빠르게 마법을 시전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법은 하나하나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이 월등히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역시.

“후으에엥…. 안 돼 안 돼...”
“대단하네 채림. 웬만한 가문 사람들 보다 잘 쓰는  같아.”
“고마… 고마워..”

마나 과다증.

“흐에엥… 정신 차릴 거야.”
“...용사가 되게 이상하네. 용사들은 다 이런가.”
“아냐,  안 이상해…”

과도하게 소모된 마나를 채우기 위해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인다.
마나를 빨아들이면 정신이 나가니…

참 계륵인 능력이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채림을 잡고 있던 엘레나는 무언가를 보더니 사색이 되었다.

“...일어나야 할거 같은데.”
“으엥?”
“저길 봐.”
“...?”

나는 반쯤 고개를 돌려보니 지평선 너머로 수십 마리의 다크 베어가 몰려오고 있었다.

-


“흐음… 이번에도 별건 없네...”

리론 아카데미의 교수이자, 공동 대표인 아미아 리엔.
고작 21살에 나이지만 그녀는 아카데미의 손꼽히는 교직원이다.
그녀는 수없이 많은 화면을 돌아보며 학생들을 보았다.

오빠의 말대로  개월 전부터 용사가 나타났다.

용사, 세계를 구할 영웅.
그들의 수준은 처음 만났던 ‘그분’에 비하면 한참 약하지만 그중에서도 꽤나 쓸모 있는 인재가 가끔씩 나왔다.

‘괜히 여신의 선택을 받은  아니겠지.’

화면 속에 학생들은 곰의 방어능력을 뚫지 못하고 앞발에 맞아 순식간에 퇴장당한다.
당연한 결과.
저 곰은 웬만한 기사, 상급 마법사를 상회하는 괴수니깐.

이 테스트는 곰을 잡는 게 아닌 상황 판단과 변수를 대처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라이트닝 아레아.

“으흠?”

여러 개의 화면을 관찰하던 리엔의 적안(赤眼)이 한곳으로 향했다.
중간에 위치한 화면, 그곳에 노란빛의 번개가 요동쳤다.
리엔은 손가락을 까닥여 해당 화면의 시간을 되돌렸다.

“용사… 제법이네.”

다중 캐스팅에 뛰어난 마법 연계, 상상 이상의 화력까지.
확실히 평범한 수준의 마법사는 아니다.

“한채림... 아까 걔잖아?”

반에서 정신이 나간  헤헤거리던 학생.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마나선이 틀어져 있던 용사.

“흐음…”

재능을 맘껏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나선을 고쳐주고 싶다만 선뜻 나설 수 없다.
저 부작용은 여신님에게서 비롯된 능력의 결과다.
만약 결과를 멋대로 수정하면 그 능력 자체가 사라지거나 변질될  있다.

그런  한채림도 원하지 않겠지.

리엔은 한채림 외의 다른 학생들의 정보를 쓱 보다 이내 화면을 조작했다.


-

과거 수백 년 전. 에르다스는 마법사의 가문으로 가장 유명했었다.
가문이 몰락한 뒤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수많은 가문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에르다스 가문은 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르다스 엘레나.

“으읏…”

몰락한 가문의 이름만 계속 이어져 왔으나 12년 전, 디틴베리의 왕위 교체 이후 더 이상 그들은 몰락한 가문이 아니게 되었다.

 왕인 ‘베리’를 대신해 새롭게 부임한 ‘베론’이 자신이 수백 년 전 자취를 감춘 에르다스 핏줄이라며 정통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데에는 엘레나가 모르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가 섞인것 같긴 하지만 그녀에게는 호재였다.

단순히 몰락한 가문을 벗어나 왕실 가문의 영애가 된 거니깐.

‘너무 많아…’

다크 베어를 막기만 하고 굳이 상대를 안 한 이유는 엘레나가 약해서가 아니다.

용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의 능력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뿐.

뛰어난 마법 재능과 과할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자란 엘레나의 서클은 무려 4개에 달했다.
입학생의 수준이 2서클에서 많아야 3서클이 한계인 것에 비하면 꽤나 높은 수치.

그런 그녀에게 곰 한 마리 정도야 한채림처럼 지원을 받고 전력을 다한다면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선 것은 최소 20마리는 되어 보인다.

“어, 어떡하지 엘레나?”
“...우선.”

덴이 초조해며 우리의 뒤로 숨었다.

어떡할까.
분명  정도의 난이도를 요구하는 테스트는 아닐 거다.
먼저 아카데미를 재학 중인 오빠에 말에 따르면 이정도는 거의 졸업 시험 수준 이니깐.

아마도 오류거나 혹은 이것을 보고 어떻게 대처하려나 파악하는 심산이겠지.
그렇다면  개죽음이 확정된 상황에서 최선의 수는…

“흐핫! 광속 기상!”
“...채림?”
“다 죽여듀마!”

상당히 혀가 꼬인 채림의 지팡이가 거대한 기력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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