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1. 정신 나갈 것 같아 (3) (126/318)



〈 126화 〉1. 정신 나갈 것 같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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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다.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

우웅---

수많은 다크 베어들의 마기(魔氣)가 내 몸으로 흘러들어온다.
마기를 과남용하면 몸에 부작용이 오거나 타락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지만 아무 문제 없다.

용사인 그녀에게 마기는 그저 에너지원일 뿐이다.
부작용은 오직 하나.

“조아쓰… 다중 다중 마법!”

이런 것뿐.

특성 스킬 - 매직 캐스팅을 사용합니다. ]
[ 특성 스킬 - 매직 캐스팅을 사용합니다. ]
[ 특성 스킬 - 매직 캐스팅을 사용합니다. ]
[ 특성 스킬 - 매직 캐스팅을 사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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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앙! 즈앙! 즈앙! 즈앙!

하늘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과하고 거대한 마법들.
현재 채림이 시전 한 마법은 대마법사의 초입에 발을 내디딜 정도로 거대했다.

“빠빠빠! 퓨!”
“...채림.”
“엥? 우리 예쁜 엘레나아아 왜?”

키에에에!

다크 베어의 무리가 이쪽으로 달려든다.
그에 걸 맞춰 채림의 마법도 허공에서 강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상위 마법, 드레이크 브레스.

수십 개의 마법을 엮어 오래된 용의 마법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대마법사조차 함부로 사용하기를 꺼려 하는 기술이 고작 아카데미 입학생에게서 발현되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건 채림의 의지가 아니다.
과하게 빨아들인 다크 베어의 마나 자체가  마법을 쓰기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려 ‘용’을 흉내 낸 마법은 과할 정도의 마나를 필요로 했다.

“너 코피 엄청 나.”
“에?”

주륵─

순간 하늘에 붕 떠있을 것만 같던 채림의 육체가 연결이 끊기듯 아래로 꺼졌다.

“커, 커걱…”

마법 역시 회전을 멈추고 사라졌다.
너무 과한 마나를 쓴 탓에 마나 역류가  것이다.

키에에에!!

시야가 반쯤 암전 되고 다크 베어의 앞발이 나를 후려치려던 찰나.

“엥?”

깨어났다.


-


똑… 똑…

벌떡!

“아야.”

나는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져 있고…  침대에 흰 이불. 깔끔한 창문 너머로 비치는 노을빛.

병원인가? 아니면 학교 보건실?

“아카데미에요.”
“아.”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보건… 선생님?  나를 쳐다봤다.
표정을 보니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불만이 있는 눈치였다.

탁.

보건쌤은 읽던 책을 접었다.

“그렇게 무리하면 어떡해요. 마법은 그렇게 무지막지 하게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죄,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살짝 억울했지만 어찌 됐든 무리한 건 사실이니깐.

“...우선 치료는 모두 마쳤어요. 기본적으로 뒤틀린 마나선이 문제긴 한데… 리엔 교수님의 말이 있으니 안정화만 시켜둔 상태에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몸이 나아지는 대로 가보도록 해요. 다행히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치니깐.”

채림은 머리를 긁적였다.
과거에도 이런 적이 한두 번 있긴 했으나 그건 초보일 때의 얘기였다.
시스템에 의해 웬만한 사람보다 쉽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그녀는 아무리 정신이 나가더라도 마나 역류로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그녀에게 마나는 에너지원일 뿐이었고, 그 누구보다도 마나를 습득하고 안정화 시켰으니깐.

무려 최상위 악마인 드레투라의 마나도 잘만 받아 사용했는데…

‘왜 쓰러진 거지?’

아무리 드레투라가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마력량 만큼은 20마리의 다크 베어보다도 우위에 있다.
그런데 드레투라는 멀쩡하고 이번에는 왜 쓰러진 걸까.

“으음…”

적당히 많아서?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생각했다.

내가 시전하려던  용마법인 드레이크 브레스다.
많은량의 마나를 요구하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 공간에 퍼진 마나.
20마리의 다크 베어.
그리고 엘레나와 덴.

이들에게 빨아들인 마나의 량이 용마법을 시전하기에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주변에 퍼진 모든 마나를 빨아들이는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정신이 나간 상태라면 그 조절 자체도 어려움을 겪는다.

드레투라야 마력이 거의 무한하다시피 하니 마나가 부족할 리가 없고.

“음. 그런가?”
“뭐가?”
“아니야.”

엘레나가 보건실로 찾아와 같이 학교 밖으로 나섰다.
학교는 현대의 건물에 판타지의 느낌이 드는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이쁘네.

“근데 어떻게  마법을 쓸 수 있는 거야? 여신님이 내려준 거야?”
“아.”

채림은 엘레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까딱였다.

그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한번 정신이 나가면 익히거나 들어본 적도 없는 마법을 가끔씩 난사하긴 한다.
여러 마법사들을 만나본 결과 채림처럼 익힌 적 없는 마법을 사용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마법이란 공식을 갖고 그것을 현실에 현현(現現)시키는 것이기에.
그 공식을 모른다면 결코 사용할  없다.
다만 그들은 ‘용사니깐 가능하다.’라고 그나마 타협점을 가졌다.

그러지 않고서야  말도  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깐.

“나도 몰라. 그냥 가끔씩 이상해지면 나가더라고.”
“내가 가문 사람들한테 고쳐달라고 해볼까?”
“...고맙지만 안돼.”
“왜? 그런 부작용이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마나 과다증은  불편한 부작용이지만 고칠  없다.
언젠가 한번 고치기 위해 내로라하는 마법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다지 소용은 없었다.
오히려 마나가 역류해 죽을뻔했다.

마법사는 시작부터 뒤틀린 마나선은 어지간한 대마법사 이상의 수준이 아니라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그렇구나.”
“응.”

나의 설명을 들은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

“기숙사 좋네. 내 방보다 좋은 거 같아.”
“나쁘지 않네.”

우리는 아카데미에 위치한 기숙사에 왔다.
A반이었던 우리는 1인 1실을 배정받았다. 꽤나 깔끔하고 적당한 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엘레나는  침대에 풀석 앉았다.
옆방이라고 하니깐 자주 들락날락할 거 같다.

“가문의 영애가 보기에 어때?”
“음? 내 방이 더 좋긴 한데… 여긴 신기한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말한 엘레나는 마석이 달린 리모컨을 꾹 눌렀다.

우웅─

그러자 시원한 바람이 이곳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오… 에어컨.”

전기가 아닌 마법으로 작동하는 기기.
이런  있다는 걸 듣기는 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반가웠다.

“에어컨? 특이한 이름 이네. 너희 세계에서는 그렇게 부르나봐?”
“응.”

풀썩.

나도 앉았다.
폭신하니 좋네.

“그러고 보니 나 쓰러지고 어떻게 됐어? 듣기로는 반이 좀 나눴다고 들었는데.”
“28명.”
“28명?”
“A반에 최종적으로 들어온 사람들 수야. 원래 A반에 25명. 그리고 다른 반에서 월반한 3명. 그렇게 총 28명이야.”

엘레나는 손을 허공에서 휘저어 푸른색의 음료를 꺼냈다.
블루 에이드 비슷한 건가?

쪼옥-

“A반은 마법 재능이 뛰어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어. 다른 반들과 달리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쉽게 들어올 수 없지.”
“오호.”
“너는… 좀 특별한 거 같지만.”
“...뭐 특별하다만 특별하긴 하지만.”

마법을 과하게 쓸수록, 마나가 과해질수록 정신이 나가는 특성.
안 좋은 쪽으로 특별하긴 하다.

나는  뒤로 엘레나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다 하루를 보냈다.
다가올 수업을 기다리며.

-

용사들로 이루어진 길드, 에드락.
엔도라시와 홀리에린 사이에 위치한 이 길드는 몬스터의 침공을 막고 도시를 수호하는 길드로 알려져 있다.

펄럭─

하지만 그 진짜 정체는 엔도라시를 넘어가는 사람들의 물자를 뺏고 성주에게 보호비를 받는 PK 길드다.

“크읍!”
“웬 놈이냐!”
“길드장님을 불러!”

길드성을 지키던 수많은 용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얇은 무언가에 베여나갔다.
바닥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는 지상에 위치한 모든 것을 갈라내려 들었다.

그순간 그림자를 분쇄하듯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흡!”
“...”

쿠궁!

잘그락.
거대한 메이스를 든 남자. 마치 거인을 연상케 하는 몸과 갑주들은 웬만한 괴수도 기겁할 정도로 단단하고 강했다.

“건방지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오는거냐.”
“...당신이 길드장?”
“그래.”

그리고 그 앞에 선 것은 그보다 훨씬 작은 소년이었다.
소년은 검은 그림자를 두른  에드락을 올려다봤다.

“에드락 길드의 수장 에드락. 길드를 해체하면 목숨은 살려줄게.”
“헛소리하지 말고 죽어라! 꼬맹아!”

메이스를 쥐어든 체 달려드는 에드락.
꽤나 강한 힘을 지녔는지 그가 도약한 곳은 거대한 바위라도 떨어진 것 마냥 구덩이가 파졌다.

꿈틀.

“...역시 녀석 말대로 의미는 없네.”

미간이 좁혀진 소년은 단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말 그대로 허공을 가르는 단검.
당연히 공격은 맞지 않았다.

“크크 어디다가 검을 휘두르는…?”

푸확!
그리고 베였다.

“...어?”
“살아나면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겠지.”
“자, 잠깐!”

촤르르륵─ 푸콰카가가각!!!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검은 단검이 에드락을 수백 갈래로 베어냈다.
쇄도는 이윽고 길드 성과  일대를 전부 박살냈다. 아작난 성의 잔해들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쿠쿠구구궁… 쿵!

“크악…”
“사, 살려…”
“크으으윽…!”
“......”

소년은 살아남은 용사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등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


-

A반.

“오늘이 첫 수업.”

채림은 기대를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나 몇 명이 나를 바라보다 이내 관심 없는 듯 대화하던 다른 친구에게 고개를 돌렸다.

“안녕?”
“아, 안녕.”
“엘레나 안녕. 덴? 너도  떨어졌구나.”
“으, 응.”

푸른 머리의 남학생 덴.  역시 떨어지지 않았다.
활약이 적어 혹여나 떨어진 5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너, 용사라며?”
“응.”
“와… 역시 그래서 엄청 강했던 거구나. 대단하다.”
“아 뭐 이 정도야.”

하하.
나는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넘겼다.

사실 이렇게 칭찬 들으면 좀 부끄럽다.  강한 능력에는 수치스러운 부작용이 따르니까.
온전히 내 능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시 보니 반갑네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리엔 교수님이 와있었다.
리엔은 학생들의 인사를 받은 뒤 허공에서 책을 꺼냈다.
다른 학생들 역시 책을 꺼냈다.

‘책?’

그런 게 있었나?

“책은 아무 책이나 꺼내면 됩니다. 채림 학생.”
“네, 네!”

아무 책?
이거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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