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2. 익숙한 힘 (3)
* * *
“이제 ‘발현’만 넣으면 되는 거지?”
“네. ”
해츨링 스폰의 마지막 단계.
바로 발현 마법을 넣는 것이다.
물론 이건 반드시 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마법 개발 시험이고 리엔 교수님이 말한 발현 마법은 나중에 보여줘도 되니깐.
하지만 지금 개발한 마법과 함께 보여주면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감도 잡았으니깐.’
몇 번을 정신이 나가면서 사용하다 보니 아주 조금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
여전히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미르는 지팡이를 쥐어들며 말했다.
“솔직히 아버지께 여러 마법을 배운 저로서 이해가 안 가는 마법이지만, 가능만 하다면 넣는 게 좋습니다. 배열 고정 마법도 섞었으니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으음…”
“비켜드릴까요?”
“응.”
“후아… 살짝만 살짝만…”
나는 마법진이 그려진 연구실 바닥에 서있다.
중요한 물건이나 팀원들은 이미 나가있는 상황.
여기서 뭘 하든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나는 침착하게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빨아들인다.
쭈욱─
“흐에에…”
조금만…
“후아아앙…”
절반 정도만 이성을 유지할 정도로…
“되, 된당?”
파앗!
“소, 소니 이사해!”
손이 파랗게 변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우선 반쯤 혀가 잘린 말투로 중얼거리며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후으에에… 여기서 배여르 바꺼!”
티각.
바닥에 크게 그려진 마법진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용의 문양을 나타내던 배열은 어느새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변했고, 그 주위에는 작은 날개 문양이 생겨났다.
“대따!”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분명 성공했다.
이상해… 몸… 왠지 뭐가 보일 것 같은…
[안녕.]
“...히에에엑!!!”
내 앞에 어마 무시하게 큰 드래곤이 나타났다.
그, 그 자그마한 용이 저렇게 커진 건가?
채림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자 거대한 몸체가 움직였다.
[내가 무서워?]
“으… 아…”
“그만하는 겁니닷…!!!”
“에?”
“용 씨! 술자가 놀라 하지 않습니까…! 거체를 줄이는 겁니닷…!”
자세히 보니 용의 머리 위에 성인 남성의 팔뚝 만한 요정이 앉아있었다.
...님프?
[알았다고. 하여간 말투는 이상해 가지고.]
“반갑습니닷…! 당신이 우리의 소환술자인 것입니다…! 잘 부탁드리는 것입니닷…!”
“에, 예?”
이상한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래서… 마법 개발을 하다 이들이 나타났다는 건가요?”
“네.”
예상치 못한 소환에 리엔을 불러왔다.
늦은 밤인데도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이곳으로 왔다.
“우리는 착한 생물인 것입니닷…! 절대 이 행성에 악강점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겁니닷…!!!”
...말투가 어디서 들어본 말투네. 정신이 반쯤 나갔 을때는 몰랐는데.
에메랄드빛의 머리카락과 긴 귀를 가진 님프는 같은 색의 날개를 펄럭거렸다.
그런 님프 아래로는 붉은색의 거대한 면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들은 외부 행성에서 온 건가요?”
[그렇다. 우리는 이곳으로 소환됐다. 소환체가 된 이상 소환술자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의 ‘룰’이니깐.]
“룰…?”
엘레나가 의문을 가지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님프는 당당히 말했다.
“룰은 중요한 것입니닷…! 우리의 존재 이유이자 힘의 원천인 것입니닷…! 그러니 우리를 적대하지 않으시는 겁니닷…!”
“...어, 어쩔까요? 교수님?”
“흐음…”
리엔은 둘을 앞에 두고 고민에 잠긴듯했다.
거대한 용과 님프가 얼마나 강한진 모르겠으나 리엔은 이세계의 몇 없는 마법의 별이니깐.
게다가 저들의 말대로라면 술자를 절대 적대할 수 없느니 마음만 먹으면 리엔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잠시 그들을 지켜보던 리엔은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요, 이걸로 마법 시험을 인정해드리죠.”
“정말요?”
“대신, 발현 마법은 무효입니다. 제정신일 때만 인정해드리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니깐.
채림은 기분 좋게 수긍했다.
원래의 마법 시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전하고 그 결과를 리엔이 측정해야 하지만 우리는 하지 않았다.
이미 이상한 생물들이 튀어나온 상황에서 더 시전한다면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상한 생물이 아닌 겁니닷…! 님프 혐오를 멈추는 것입니닷…!!!”
사유를 들은 님프는 크게 분노하며 방방 뛰었다.
그에 반해 아래에 있던 작은 용은 별 반응이 없었지만.
“근데 나만 시전한 게 아닌데 왜 내가 술자야?”
이 마법진은 나만 구상한 게 아니다.
미르와 덴이 마법진을 그려냈고 엘레나가 여러 재료들을 배열에 넣었으며, 나를 포함한 모두의 마나가 들어갔다.
그런데 이 둘은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술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를 소환한 건 너다. 한번 정해진 이상 그것은 바뀌지 않는다.]
“으음…”
[그러니 빨리 그 부작용이라는 걸 고치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소환할 수 없다.]
거대했던 붉은 용은 이전과 달리 몸의 체격과 마력량이 굉장히 줄어들었다.
거의 처음에 봤던 헤츨링과 비슷한 수준.
이들의 설명의 따르면 소환수는 술자의 마력에 따라 그 능력이 달라진다고 한다.
마나를 흡수하지 않은 나는 그다지 강하지 않으니깐.
아무튼 우리는 다른 조들의 개발한 마법들을 보 고있다.
조는 총 7조. 그중 5개의 조를 봤고 이제 우리 조를 제외하면 하나의 조만이 남았다.
다른 조들의 마법은 꽤나 훌륭했다.
역시 다들 마법 재능과 지식이 출중하다 보니 마나 드래곤을 만들어낸 우리조차 박수를 칠 정도의 놀라온 마법도 볼 수 있었다.
5번 조가 마법 시현을 마치고 교탁에 내려왔다. 그리고 마법 방벽이 다시금 쳐졌다.
아무래도 처음 선보이는 마법이니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다.
방벽이 모두 쳐지자 남녀 두 명이 올라왔다.
“저거 걔들 아니야?”
“그러네?”
엘레나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분명 몇 주 전에 우리를 영입하려던 애들이다.
이름이… 비쉘이랑 누구였더라.
“안녕하세요. 저는 6조의 조장이자 용사의 후예인 루인 로니움입니다. 오늘 제가 선보일 마법은 창조무구(????)입니다.”
딱.
루인의 손가락이 가볍게 튕기자 그의 주위로 푸른색의 자그마한 공이 떠다녔다.
공을 쥐어들자 날이 잔뜩 선 칼로 변했다.
“이 마법은 어떤 무기나 장비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검은 잠시 빛이 나더니 창으로 변했다. 창은 다시 손잡이가 달린 양손 검으로 변했고, 그 검은 또다시 새로운 무기로 변화했다.
나는 그 무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눈 속임 같은 게 아니다. 실제로 무기가 초단위로 변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손실이나 성능의 하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발현 마법처럼.’
“신기…”
[뻔한 능력이군.]
“네?”
[창조의 힘을 사용했다는 소리다. 본인이 스스로 깨달은 능력은 아니라 효율은 떨어지지만 모르는 이들에게는 기적처럼 보이긴 하겠지.]
용은 심드렁하게 몸을 뒹굴거리며 말했다.
위에 타고있던 님프도 ‘맞는 말인 것입니닷…!’ 이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으음…”
“이 마법은 처음의 소모 값만 지불한다면 추가적인 마나 손실 없이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루인은 마법의 활을 부러트렸다.
그러자 어떠한 마나의 사용도 없이 새로운 구가 떠올랐다.
흩어진 활의 파편들이 다시금 구로 모인 것이다.
“...생각 보다 좋은데요? 마나 소모도 없고. 한번 소환만 하면 영구히 지속─“
“그렇습니다! 이건 반영구적인 마법입니다. 한번 소환되기만 한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도가 되는 것이죠.”
작게 말했는데 어떻게 들었데.
루인은 봤지? 란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왜 저래.’
채림은 부담스러운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건 마나로 이루어진 드래곤으로…”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이대로 공개 안 하기는 좀 아쉬웠다고 생각했는지 미르가 발표에 나섰다.
기존의 마법식은 뒤바뀐지 오래지만 미르의 능력이 주가 된 마법이기에 가능 했던 일이었다.
애초에 마나 드래곤이 사라지지 않기도 했고.
“귀여워.”
“완전 귀여워!”
‘예쁘다.”
뀨르륵.
교탁에 놓인 마나 드래곤을 본 학생들이 반응이 쏟아졌다.
마치 일전에 정령과도 비슷한 반응이 오버랩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정령은 모습을 감췄네.’
물어볼게 많았는데 마법에 대한 질문만 받고 그 외에 것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것도 내가 받은게 아닌 엘레나와 다른 조원들이 질문을 대신 전달해 준거다.
“으음…”
“끝난 것입니닷…! 빨리 가서 쉬고 싶은 것입니닷…!”
님프는 기지개를 쭉 펴며 파르르 떨듯이 공중을 날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환된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한숨도 안 잤으니깐.
“그보다 이름이 뭐야? 여태껏 안 말했는데.”
“이름은 없는 것 입니닷…! 그런 건 술자가 정해줘야 하는 것입니닷…!”
“이름이 없다고?”
“그런 것입니닷…!”
아무리 그래도 다른 곳에서 왔다던데 그곳에서는 이름이 없던 걸까?
의문을 가졌지만 일단 이름은 지어주기로 했다.
“으음... “
“...”
“으음… 엘레나, 마음에 드는 이름있어?”
“붉은 용과 요정이니…”
조별 연구실로 돌아가던 엘레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을 꺼냈다.
“리아자카와 에리디?”
“...그거 동화 속 이름이지?”
“응. 괜찮지 않아?”
리아자카와 에리디.
이곳의 전래동화 중 하나다.
용과 요정이 세계의 선택을 받은 용사를 도와 악을 물리친다는 이야기.
실제로 용사인 채림과 꽤나 잘 어울렸다.
엘레나의 말을 들은 용과 님프는 놀란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음… 아냐. 난 용용이랑 님님이로 할래.”
“...진짜?”
“그게 더 친숙하잖아. 어때 님님아?”
“..마, 만족하는 것입니닷…!”
“별로인 거 같은데.”
“지, 진짜 만족합니닷…!”
다소 불만족스러운 거 같지만 이편이 더 재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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