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2화 〉 2. 익숙한 힘 (4) (132/318)

〈 132화 〉 2. 익숙한 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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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행성에는 수많은 대륙과 숨겨진 도시들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지형과 위치의 법칙을 무시한 도시들도 존재하는데, 세계로부터 분리된 ’ 엘린시아’나, 현실계와 차원 세계에 걸쳐있는 ‘홀리 에린’이 그 예시다.

그리고 기계도시, 드리트리아도 그런 도시들 중 하나였다.

“시장님! 시장님!”

“뭔 일이냐.”

드리트리아의 최정상 층.

집무실에 기계 용품을 잔뜩 두른 꼬마가 들어왔다.

어찌나 급하게 들어왔는지 어깨까지 자라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땀에 치였다.

“스승님의, 스승님의, 스승님이 오셨어요!”

“...그냥 내 스승이라 말하면 되는걸.”

“아! 그러네요! 아무튼요!”

도시의 주인은 아이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이 오셨다는데 가봐야지.

‘왠지 그놈도 같이 올 거 같지만.’

불안하지만 스승님을 안 만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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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홍린님…?!”

“...오랜만이구나.”

도시의 주인, 콜트는 당황했다.

청린만 찾아올 줄 알았는데 그의 동생인 홍린까지 찾아오다니.

장미를 닮은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건 여전했다.

“나는 신경도 안 쓰는 거냐?”

“아, 아닙니다. 스승님!”

“이래서 따로 왔어야 됐는데. 너 때문이다 홍린.”

“왜 나 때문이에요? 지 멋대로, 실수. 자기 멋대로 날뛰는 건데요 뭐.”

“...”

홍린의 신랄한 평가에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했다.

강해져 도시의 주인이 되고 외모도 제법 꾸몄음에도 여전히 그녀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흐응~ 제가 굳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멀진 않지. 어차피 좌표로 이동해 온 거 아니냐.”

“...오라버니는 정신연령 좀 다시 낮춰요. 애처럼 굴 때가 좋았는데 애늙은이가 돼가지고.”

홍린은 신경질 내듯 청린을 쳐다봤다.

그러는 청린의 모습은 10대 남자아이의 모습이 아닌 30대 초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난 이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다만.”

“그러면 꼰대처럼 굴지 마요. 굴 거면 더 나이를 들게 하던가.”

“흠흠. 그래서 왜 찾아오신 겁니까.”

“이거.”

홍린은 둘 사이를 가로막은 콜트에게 작은 원형의 기기를 건넸다.

흰색에 푸른빛이 퍼져나오는 기기에는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졌다.

“이게 뭔지 알죠?”

“...이거. 용사 전용 기기 아닙니까?”

“맞다. 그리고 위치 추적이 되지.”

청린은 푸른색의 창을 허공에 띄웠다.

창 안에는 기기를 가진 수많은 용사들의 정보와 위치가 적혀 있었다.

수많은 정보를 본 콜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설마…”

“너도 알겠지. 이거 네가 만든거니깐.”

‘...심각하군요. 지금 당장 폐기를...”

“이미 늦었어.”

청린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출하된 물품은 몇 만개가 넘는다. 도시의 설립과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기기들을 세상에 팔았으니깐.

지금에서야 폐기를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대몰살… 막아야 하겠군요.”

“그래서 우리가 온 거잖아요?”

“그 놈… 아니, 김윤은 뭐 한답니까.”

그놈이라 말하려 했는데 홍린이 표정이 싸해지길래 급히 수정했다.

‘주위에 여자도 많은 놈을 홍린님까지 노리냐…’

물론 김윤은 홍린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까지 놈의 행적을 보면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분은 저희가 모르는 일을 하고 있죠. 워낙 생각하는 게 많은 분이라 저랑 오라버니 역시 제대로 파악이 안된답니다.”

“하여간─”

“...”

“...열심히 하네요. 보기 좋습니다.”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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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벌써 여름이다.

어느새 아카데미를 다닌 지 4개월이 넘었다는 소리다.

“안 덥네.”

“후으으으...”

여름의 아카데미지만 우리는 덥지 않았다.

4서클 이상의 마법사에게 기온 조절 정도야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보다 쉽다.

엘레나는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쉬운 듯 수저를 질겅질겅 거렸다.

한 달 내내 먹어도 가득 차있던 아이스크림이 드디어 바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문 안 열었데?”

“응. 돈을 많이 벌으셔서 당분간 할 생각이 없나 봐.”

아이스크림 가게가 문을 닫은지 한 달이 넘었다.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을 벌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아이스크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열화판을 많이 만들어냈지만, 역시 원조는 따라갈 수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채림은 빈 그릇을 마법으로 소각처리 시키며 물었다.

“다음 수업 뭐지?”

“무기술… 이었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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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게 비추는 운동장.

짧은 체형의 여자가 왼쪽 어깨에 걸친 검집을 건들거린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앞에선 학생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 시험이네! 다들 잘들 배웠으려나?”

그녀의 말에 10명 남짓한 인원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대답했다.

원래 이 정도로 적은 인원은 아니었다.

마법 아카데미인 만큼 마법과 관련되지 않은 수업은 대충대충 넘기는 게 관례로 통하지만 수업은 다들 참여하니깐.

하지만 무기술 수업은 달랐다.

여기서는 ‘대충’이라는 게 통하지 않았고 참여를 했다면 무조건 교수의 수업과정에 따라야만 했다.

그리하여 수업이 3번 진행될 때 동안 무려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불참을 한 것이다.

출석 점수가 염려되긴 해도 애초에 A반에 대부분은 있는 집 자식들이었고, 점수쯤이야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다들 내 스타일 알지? 이번에도 ‘무기술’로 나 이기면 전부다 A+에 무기술 수업은 여기서 끝.”

아카데미의 수많은 재학생들이 겪는 ‘무기술로 교수를 이겨라.’ 이벤트다.

리엔의 ‘발현’처럼 교수를 이기기만 하면 최고 점수와 모든 수업이 종료된다.

하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

마법사인 학생들이 마법을 쓸 수 없었고, 설령 무기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더라도 교수는 격이 다를 정도로 강했다.

애초에 그 많은 용사들도 교수를 이기지 못했으니.

우리 역시 첫날부터 쭉 교수에게 덤벼왔으나 생채기 한번 낸 적이 없었다.

“뭐해, 들어와.”

“하압!”

“한 번만 맞혀보자!”

대검을 든 남학생과 사슬을 붕붕 휘두르는 여학생이 달려든다. 꽤나 오래 합을 맞춘 듯 공격 연계가 꽤나 좋았다.

“흠…”

툭.

교수는 어깨에 걸친 검집을 땅으로 떨궜다.

그러자 어느새 대검과 사슬이 산산조각 나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

“또…”

“3점. 너희는 패턴이 너무 똑같아. 동작도 너무 정직하고, 저번에 말하지 않았니? 그리고...”

카각─

교수는 자신의 후위를 내려치는 검을 받아내면서도 우리를 평가했다.

“괴… 괴물 같은…!”

“1점. 너는 매번 기습을 노리는데 노릴 거면 기운을 감춰야지 다 드러내면 그게 기습이니?”

“켁!”

검이 잡힌 학생은 어느새 훙훙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다음?”

교수는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소악마처럼 보여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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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남은 인원은 네 명.

나, 엘레나, 미르, 루… 뭐였드라.

덴을 포함한 남은 인원들은 이미 전투에서 이탈됐다.

교수는 어깨에 걸친 겁집을 만지작거리며 우리를 쳐다봤다.

들어오라는 뜻.

그에 응하듯 미르의 백발이 환하게 빛을 내더니 거대한 기력이 솟구친다.

마나를 이용한 신체 강화 정도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저렇게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르는 달랐다.

미르의 강화는 마법이 아닌 용족 특유의 능력이다.

“용격(??).”

“오호?”

순백의 창이 교수를 꿰뚫으려 들었다. 그극─ 창의 궤도에 들어선 것을 모조리 분쇄하듯 강대한 기운이 대상을 섬멸했다.

아니, 섬멸할뻔했다.

“7점이지만…”

“읏!”

쿵!

어느새 미르의 몸 위에는 교수가 타있었다.

“자신의 몸은 생각해야지. 공격만 내지르면 몸은 누가 지켜.”

“지금…”

“아쉽지만 5점이야. 다음에는 좀 더 완성적인─”

“지금!”

꽈악.

“으잉?”

미르의 강화된 손이 교수의 짧은 팔과 다리를 붙잡고 강하게 끌어들인다.

그 사이 엘레나의 단검과 내 푸른 건틀릿이… 왜 푸른색이지.

옆을 보니 찡긋 거리며 푸른 양날 검을 들고 가는 남학생이 보였다.

‘으… 왜저래.’

아무튼 남은 인원의 연계가 이어진다. 이거면 어느 정도 승산이...

“연계. 좋네.”

쿠우우우웅!!!

“...!”

“으아아악!!!”

“켁!”

“큽!”

교수를 중심으로 거대한 파장이 들어선다.

마법은 아니다. 마법이라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고, 설령 ‘발현’이라고 해도 여러번 사용한 내가 알아차렸을 테니까.

구처럼 퍼지는 파장에 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어느새 우리의 시야에 들어선 것은 검집을 든 체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교수의 모습이었다.

“8점. 나쁘진 않았어. 다만…”

교수는 발밑에 놓인 미르를 검집으로 툭툭 건드렸다.

정신을 잃은 듯 해롱해롱 거리는 미르.

“여전히 몸이 약해. 마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육체는 어떻게 지키게?”

“““...”””

“뭐… 이쯤 하면 오늘 도전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들 휴식 후에 수업 시작─”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루인은 검을 고쳐 잡고 앞으로 나섰다.

갑자기?

교수는 호오~ 거리며 어깨에 걸친 검을 바닥에 떨궜다.

퍼걱!

언제 베어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검술이 양날 검을 양단했다.

쪼개진 검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새로운 검으로 변환되었다.

“...오! 그게 말로만 듣던 네 고유 마법이구나?”

“네.”

“근데 마법은 안되는데?”

“이건 무구니깐요.”

검은 어느새 여러 개의 화살로 변했다. 화살은 언제듯 교수를 노릴 듯이 핑그르르 돌고 있었다.

“우리가 마나로 육체를 강화하듯 제 무기도 마나로 조금의 변칙성을 준 것뿐입니다.”

“흐음… 궤변인데…”

교수는 여전히 해롱거리는 미르를 내려다봤다.

“뭐… 하프 용도 어 느정도 인정을 해줬으니. 그래! 들어와봐라.”

“그럼…”

화살을 발사하려던 루인이 돌아봐 나의 시선과 마주한다.

뭐, 어쩌라고.

“갑니다.”

“그…”

파박!

루인이 달려들자 그에 맞춰 화살이 발사된다. 검집으로 가볍게 튕겨내는 교수.

화살은 튕겨나기 무섭게 주인에게 돌아가 방패로 변해 앞으로 솟구치는 검을 막아낸다.

그에 맞춰 기회를 노리던 엘레나 역시 단검을 들고 달려든다.

그리고 나는…

‘남은 건 후방을 노리는 것입니닷…!!!’

“엥?”

어느새 채림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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