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5화 〉 3. 마법 대전 (2) (135/318)

〈 135화 〉 3. 마법 대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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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단검 쥐어들고 달려들었다.

목표는 구면이다.

초록머리를 가진 여성.

루인 로니움의 비서 오드 비쉘.

딱히 원한은 없다. 오히려 그의 주인인 루인과 무기술 교수를 같이 이겨내지 않았는가.

‘암행 마법에 궤적 조정 마법을 걸고…’

하지만 지금은 경쟁이다.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포인트와 다수의 참가자를 탈락시켜야 하니깐.

“...!”

이제야 내 모습을 본 모양이지만 이미 늦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

팅­

비쉘의 목을 노리던 단검은 허무하게 튕겨져나가 바닥에 꽂혔다.

“이야. 이거 우연이네.”

“...그렇군요.”

루인 로니움.

없을 때 처치하려 했는데. 일이 꼬여버렸다.

“한채림은?”

“그녀는 왜 찾죠?”

“그야…”

그의 중심으로 푸른색의 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걔가 없으면 넌 날 절대 못 이기니깐.”

“...”

구는 하나의 대검으로 변해 엘레나를 향해 휘둘렀다. 드득! 검은 강하게 전방을 베어낸다.

[점수가 12점 차감됩니다.]

[남은 점수 172점.]

나름 중급 베리어를 걸어 둔 건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파괴됐다.

베리어를 한 번 더 걸어둔다. 다시 파괴된다. 그렇게 얼마나 막았을까.

어느새 점수는 100점 아래로 떨어졌다.

“윽!”

“검은 잘 막아내네. 가문의 영애답지 않게 말이야.”

“...난 이곳에서 영애가 아니라 마법사에요. 그러니.”

엘레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이 솟구친다.

[남은 점수 12점.]

“이거나 먹고 떨어져!”

그그그극… 쿵!!!

자색의 메테오가 떨어진다.

에르다스 가문의 비기 중 하나. 뛰어난 천재이자 마력 재능이 뛰어났던 엘레나는 가문의 자제들보다도 더욱더 파괴적인 마법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마력도 바닥. 점수도 이미 한계까지 사용했다.

제아무리 용사의 후예니, 본인만의 시그니처 마법이 있느니 어쩌니 해도 이건 못 살아남겠지.

빨리 점수를 얻고 다른 학생들을 잡으러 가...

“오… 이게 에르다스 가문의 힘인가?”

“...어떻게.”

“날 뭘로 보는 거야. 엘레나.”

메테오의 뭉게구름 여파를 뚫고 나온 루인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루인은 피식 웃으며 청색의 방패를 회수했다.

“말했잖아.”

「▼▼─ 」

“넌 날 절대 못 이긴다니깐.”

“크윽…”

“남은 점수가 얼마 없어서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비쉘의 복수를…”

“...?”

루인은 말을 하다 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찌나 충격적인지 입까지 벌린 모습.

엘레나 역시 하늘을 봤다.

“뭐야…?”

하늘은 지옥의 하늘과도 같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

리엔의 집무실.

평소에는 평범한 집무실이지만 리엔의 마법과 리진의 조율이 거쳐진 이곳은 뛰어난 마법 체계가 갖추어진 곳이기도 하다.

마음만 먹으면 행성 반대편의 도시를 무너트릴 수도 있고, 자신의 영역 안에 놓인 사람을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집무실에는 모든 학생들을 관찰하는 리엔과 그런 리엔을 관찰하는 남자가 있었다.

“...저거 위험한거 아니야?”

“문제없을 겁니다.”

“좀 위험할 텐데…”

그렇게 말한 남자의 시선에는 보랏빛 하늘로 물든 숲과 어마어마한 마력을 빨아들이는 채림이 보였다.

“리진 오빠의 마도(??)는 조율이니깐요.”

리엔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모든 마나와 마법을 조율하는 마성(??). 그리고 그 공간의 안정성과 지배력을 높이는 제가 있으니, 용사님이 직접 저 공간을 베어내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건 아니지.”

나는 단호히 말했다.

“아무리 너희 남매가 열심히 만들었다고 해도 내가 진심을 다해 베어내면 저 정도쯤─”

“용사님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욕하는 거 아니지?”

“설마요.”

말은 그렇게 해놓고 정작 리엔은 헤실헤실 웃으며 화면을 꾹꾹 눌렀다.

이곳의 학생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표정.

리엔의 어리고 귀여운 과거를 기억하는 나한테만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그보다 왜 채림 양을 필요로 하는 거예요?”

“말할 수 없는 이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면 너머에는 채림이 보인다.

“뭔지 알지?”

“네.”

특이점과 관련된 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때 나는 항상 그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이유는 하페루아와의 계약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밀 유지에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관리자에게 들키면 안 되니깐.

리엔과도 같은 친분을 쌓아둔 이들을 못 믿는 게 아닌, 그들이 관리자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만일 관리자가 일을 눈치채고 이들의 기억을 엿보면 굉장히 곤란해진다.

“흠… 채림 양을 데리고 가실거면… 대전을 좀 도와주시는 건 어때요?”

“응?”

“그러니깐…”

­

“후흐흐흐…”

기분이 좋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더더욱 좋다.

그래, 이게 마법이지!

「▼─ 」

쿠구궁…!

거대한 마법진이 숲의 하늘을 가득 메우고 마법진을 구성할 숲의 마력이 한곳으로 쏠렸다.

청아한 숲의 하늘은 어느새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머, 멈추는 것입니닷..!”

“왜?”

“이, 이건 기운이 너무 사악합니닷…! 자칫 위험할 수...”

“괜차나. 할 쑤이써!”

채림은 님님이의 말을 무시한 체 더욱더 마법을 일으켰다.

드레투라가 최종전에서 사용했던 악마의 마법, 바이올렛 라이프(Violet Life).

하늘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그 안의 모든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마법이다.

당시 극한까지 약해진 드레투라의 마법은 생명을 지배하기는커녕, 많은 데미지를 입히지도 못했다.

그래서 채림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마법은 크게 문제없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그그극─!

“히이이익!!!”

새로운 세계의 드레투라의 마법은 끔찍할 정도로 위압적인 마법이다.

과거의 최강자도 꽤나 고전했을 정도의 위협.

드레투라 역시 제라드와 마찬가지로 제약들로 인해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였으나, 새로운 세계의 드레투라는 그 어떠한 제약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 중지하는 것입니닷…!”

하늘이 준동하고 세상이 뒤틀릴 듯 요동친다.

[점수가 2점 차감됩니다.]

[남은 점수 413점.]

이 정도의 마법을 구사하려면 몇천 점이 있어도 부족할 수준이지만 채림의 ‘발현’을 통한 마법은 그 어떠한 점수도 요구하지 않았다.

점수가 조금 까이는 것도 채림이 처음 걸어둔 마나 강화의 여파일 뿐이었다.

“중지를…!

[멈춰라.]

파앙!

“에?”

[술자는 지나칠 정도로 과하군. 내 성체를 소환시킬 줄이야...]

어느새 정상적으로 돌아온 하늘에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드래곤이 지상에 착지하자 숲의 1/5이 와르르 무너졌다.

[50포인트를 강탈합니다.]

[72포인트를 강탈합니다.]

[234포인트를 강탈합니다.]

[11포인트를 강탈합니다.]

.

.

.

[1000포인트를 모두 모았습니다.]

“에?”

[점수는 내가 다 모았다. 그러니 그 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용용이가 다 모아써?”

[...그래.]

그런 건가?

역시 용용이야~

[7번째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진형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진형?’

[본선 1라운드는 술래잡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

[1. A팀.(0/15) / 2. B팀(6/15).]

“호옹?”

채림은 고개를 까딱였다.

현재 진출한 사람이 자신을 포함해 7명이라고 했는데 왜 6명이 모두 B팀으로 간 걸까?

B 팀이 좋은 건가?

“으으음…”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님님이와 용용이가 내 근처로 다가왔다.

님님이는 빙빙 돌다 번뜩이듯 말했다.

“B팀이 좋을 거 같습니닷…!”

“왜에?”

“대세에 편승하는 것이 손해 보는 일이 줄어드는 것입니닷…!”

“흐응? 용용이는?”

[...마음대로 해라.]

어느새 용용이는 님님이 정도의 크기로 변해있었다.

정신도 돌아왔네.

이전보다 훨씬 정신적으로 맑아진 느낌이다.

“음! 난 A!”

[A팀을 선택했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

“왜 A팀을 선택한 것입니까…?!”

붉은색의 팀 색깔을 가진 방.

소파에 앉아 있던 채림은 미리 세팅되어 있던 과자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구냥.”

“네에?”

“원래 이길 확률이 적은 쪽이 더 재밌어 보여서.”

채림의 안 좋은 습관이자 취향 중 하나다.

굳이 힘든 길로 돌아가는 것.

남들이 닦아놓고 확실한 미래가 보이는 길보다, 불확실한 길이나 넘지 못할 적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껏 정신이 수십, 수백 번이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달려온 것이다.

만일 편한 길을 택했다면 통합 서버는 커녕, 적당한 도시에서 정신 나갈 일 없이 유유자적하게 살았을 테니깐.

“이해가 안 되는 것입니닷…”

님님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가 인원이 50명이 되었습니다.]

[모든 본선 진출자가 결정되었습니다.]

­

“오. 다들 진출했구나?”

채림은 A팀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1,2학년 학생들.

게다가 아는 얼굴들이 대다수다.

엘레나, 미르, 비쉘… 루인?

“...하하 안녕.”

“뭐야 너도 붙었네.”

“나, 나도 강하니깐.”

하하. 루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채림을 마주했다.

방금까지 오만한 태도의 루인과 싸우던 엘레나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건지.

“그나저나 3학년이 별로 없네?”

“그러게. 용사들도 안 보이고.”

높은 학년에는 평범한 교수들과 맞먹을 정도의 실력자가 제법 많다고 한다.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진출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는 건지 안 보이는 건지, A팀에는 한 둘을 제외하고 보이지 않았다.

─다들 본선에 진출한 걸 축하드립니다.

“리엔 교수님?”

─그럼 바로 다음 본선 1라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본선 1라운드는 술래잡기입니다.

리엔의 전음이 끝나기 무섭게 어느새 A팀의 모두가 거대한 공간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마법으로 살펴보니 여러 개의 구조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그럼 각 팀의 ‘술래’를 공개하겠습니다.

팟. 소리와 함께 우리 앞으로 거대한 화면이 떴다.

‘...이사람이 여기서 왜 나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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