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3. 마법 대전 (3)
* * *
“올해도 똑같겠지?”
“역시 멍청한 1,2학년은 B팀에 아무도 없구만.”
B팀 대기실.
푸른색의 팀 컬러로 꾸며져 있는 방 안에서 그들은 킥킥 웃으며 본선을 준비했다.
다음 게임은 술래잡기.
말 그대로 술래를 잡는 것으로 술래는 아카데미에서 좋은 실력을 가진 교수로 선정한다.
마법 대전은 외부로 정보 유출이 안되기에 공략집 같은 게 퍼지지 않지만, 일전에 참가한 전적이 있다면 경험을 통해 뭐가 더 좋은 선택인지 알 수 있다.
“이번에도 무기술은 A겠지?”
“그렇겠지. 설마 리엔, 리진 교수님이 나올 일은 없을 테니깐.”
항상 A 쪽은 조금 더 강한 술래, 그리고 B 팀은 그보다 약한 술래가 나온다.
3학년인 학생들이 이미 두 차례의 경험을 겪으며 알아낸 사실이었다.
문제는 무기술 교수와 다른 교수의 차이가 극심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불가능.
때문에 지금껏 B팀은 항상 A팀을 이겨왔다.
“설마 이번에 바뀌거나 하진 않겠지?”
“2년을 그렇게 해왔는데. 그러면 양심이 없는 거지.”
“그렇지.”
3학년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말이 안 되고 설령 무기술 교수가 오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만큼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흠.”
“...”
“...”
우리에게는 최강의 ‘용사’가 있으니깐.
“아이스크림?”
화면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나와 엘레나에게 나눠준 남자.
교수였었나?
“저거 그 남자 맞지?”
“맞는 거 같은데?”
엘레나는 보석 같은 자안(??)을 반짝이며 화면을 바라봤다.
...설마 아이스크림을 또 받아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 A팀의 술래는 마법 교수님. B팀의 술래는 무기술 교수님입니다.
“마법 교수?”
“저런 교수님이 있었나?”
“처음 들어보는데…”
A팀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채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개월 동안 마법 교수라곤 리엔과 그 외에 자신이 아는 1~2명 밖에 없었으니까
─술래잡기는 말 그대로 술래를 잡는 게임입니다.
지잉.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상대팀보다 먼저 술래를 잡으시면 됩니다.
어느새 화면 위에는 60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학생들에게는 보호 마법이 걸려있으며 일정 수준의 피해를 받으면 대기실로 이동됩니다.
손목을 보니 푸른색의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마안으로 보니 100이라는 숫자가 적혀져 있다. 아마도 이게 다 까이면 탈락이라는 소리겠지.
─만일 술래를 잡지 못할 시 술래에게 가장 많은 대미지를 축적시킨 팀이 승리합니다.
─경기장 곳곳에는 술래에게 유효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함정과 장비들이 존재합니다.
“오오…”
“재밌겠다!”
A팀의 학생들은 흥미를 보였다.
아무래도 높은 학년과 강자가 많은 B팀과 싸우는 것보단 동등한 적을 놓고 싸우는 것이 더 나으니깐.
게다가 술래잡기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졌다.
앞으로 10분 뒤에 술래잡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잠시 대기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작전 회의 시간인 것 같아 다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술래가 무기술 교수님이 아닌 게 다행이네요.”
“맞아, 아무래도 무기술 교수는 이기는 게 불가능하니깐.”
2학년과 3학년으로 보이는 남녀가 말을 꺼냈다. 친해 보이는 걸 보니 아는 사이 인가 보다.
저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당시 싸워본 바로는 아무리 모든 수단을 써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간신히 이긴 것도 교수가 봐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학년 여학생은 말했다.
“난 크리틴 지나야, 조장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의 경험이라도 있으니 리드는 할게. 다들 동의하지?”
“네~”
“...”
“하세요.”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이기에 우리도 동참했다.
의외로 루인이 나설 줄 알았는데 가만히 있네.
지나는 우리가 빙 둘러앉은 원의 중심에 마법의 선을 그려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의 구조가 드러났다.
하나의 거대한 메인 홀. 그리고 메인 홀과 연결된 여러 개의 방.
“우선 우리가 있는 곳이 이곳, 메인 홀이야. 아마도 술래는 저~기 방향으로 올 거야.”
지나의 손가락은 저 어두 컴컴한 곳을 향했다.
자세히 보니 문 형태의 네모난 칸이 보였다.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술래를 이기는 건 불가능해. 새로이 나온 남자도 아마 무기술 교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겠지.”
그 남자가 그렇게 강했던가?
채림은 문양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던 남자를 떠올렸다.
...별다른 기운은 안 느껴졌는데.
“우리가 해야할 건 함정 방을 이용하는 거야.”
“저희가 마법을 쓰는 건요?”
엘레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다 함께 마법을 쓰면 어느 정도 대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마법 제한도 없고요.”
“...이름이?”
“에르다스 엘레나입니다.”
“으음…”
지나는 엘레나를 빤히 바라보다 뭔가 떠오른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에르다스 가문의 영애구나?”
“...네.”
“에르다스 가문...이 마법적으로 뛰어난 건 알겠는데 교수는 상상이상이야. 너도 한번 겪어보지 않았니?”
“그래도 시도해 보기 전에는 모르죠.”
파직
약간의 신경전.
조별시험인 이상 순탄할 거라고는 생각은 안했지만, 그것이 엘레나를 통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싸움이라도 일어나려나 하던 순간, 지나는 두 손을 들며 고개를 돌렸다.
“됐다. 어차피 겪어보면 알겠지.”
“...”
“아무튼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함정 방과 특수 장비를 이용해야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어. 실제로 그렇게 충격을 준 사례가 있고.”
으짜.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가 마법으로 공격하고 싶으면 해도 돼. 다만 우리까지 피해는 안 줬으면 좋겠네.”
“그쪽한테 줄 피해는 없어.”
“...풋.”
지나가 몸을 옮기자 그 뒤로 같이 대화하던 남자, 그리고 8명 정도가 빠져나갔다.
어느새 이곳에는 5명만이 남아있었다.
“너흰 왜 안가?”
“저희 역시 마법으로 그분을 상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음.”
비쉘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루인은 음음 거리며 푸른색의 갑주를 둘렀다.
엘레나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지팡이를 꺼내며 툴툴거렸다.
“왜 그리고 화났어.”
“...아냐. 화 난거.”
“화났구만. 가서 뒤통수 한대 후려줄까?”
“채림.”
“히히 농담이야~”
나 역시 지팡이를 꺼냈다. 미르가 백색의 창을 꺼내니 전투 준비는 모두 완료되었다.
2분 정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공격할지 대충 짜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다.
─5
꿀꺽.
─4
“...”
─3
지잉!
─2
“준비해.”
─1!
─술래잡기를 시작합니다!
덜컹!
문이 열리고 우리가 준비한 모든 마법이 한곳으로 쏟아졌다.
대충 눈에 보이는것만 따져도 30개가 넘고, 그 위력은 5~6서클을 아득히 뛰어넘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대박.”
푸스스스...
“...사람 맞아?”
“위험하군요. 플랜을 바꿔야겠습니다.”
“...아빠. 대체 뭘...”
수십 개의 마법은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 안개 사이로 무형의 장막을 걷어낸 남자가 웃으며 걸어 나왔다.
“환영인사 치고는 너무 거친데.”
“환영인사 치고는 너무 거친데.”
리엔의 부탁대로 나오긴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쏟아진 마법에 반사적으로 막아버리고 말았다.
적당히 맞아줄 생각이었는데.
[ 이름 : 김윤 / LV.349
특성 : 랭킹 1등의 금고(레전드리******)
직업 : 최강자(히든 / 레전드리******)
스텟 : 강함 1000, 만능 200 / 체력 50, 근력 50, 민첩 50
무기 연마 : 82.7% 재련 중... ]
괴랄할 정도의 스텟이지만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
나의 강함은 단순히 어드벤처의 능력으로만 국한되어 있지 않으니깐.
그래도 나름 장비도 다 빼고 거의 맨몸 상태로 들어 온건데, 생각보다 학생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심지어 스텟도 많이 내린 상태다.
“교, 교수님?”
“응?”
“...혹시 리엔, 리진 교수님은 아니시죠?”
하얀 머리에 청안을 가진 여학생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얀 머리를 보니 이랑이 생각나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아니. 그 둘은 여기서 술래로 뛸 짬은 아니지.”
“...아 네…”
다들 마법 시전을 꺼려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강하게 나온 탓이겠지.
‘우선 대부분의 능력은 다 봉인하세요. 신체 강화도 낮추시고, 장비들도 다 봉인… 당연히 검술도 쓰시면 안 되고...’
‘그럼 난 뭘로 싸워?’
‘그야…’
드득!
“다들 피해!”
‘오호.’
마력을 감지한 듯 신속하게 대처하는 채림.
상황 판단이 나쁘지 않네.
콰가가가가!!!
모두가 피한 자리에 땅이 솟아오르듯 높게 튀어 폭팔 했다.
중하급 마법, 쇼크웨이브.
대지를 솟아오르게 하고 그 주위를 폭팔시키 듯 터트리는 마법이지만, 워낙 시전자가 강한 탓에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듯 퍼져나갔다.
쿠구구구!!!
“...너무 과했나.”
과했습니다.
리엔은 한숨을 내쉬며 화면을 쳐다봤다. 다행히 사상자는 생기지 않았지만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고 꽁무니를 빼버렸다.
학생들을 죽일 생각이에요?
“설마. 그냥 오랜만에 마법 쓰다 보니 실수한 것뿐이야.”
어차피 이기는 건 생각지 못했지만 그렇게 전의를 상실시켜 버리면…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야.”
“네?”
리엔은 의문을 가졌다. 방금 뭐가 있었나?
자신의 능력으로 보았을 때 학생들이 사용한 마법은 단순히 순간 이동 마법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상황에 이런 걸 걸 줄이야.”
리엔은 못 보지만 난 볼 수 있는 것. 나는 내 팔목에 걸린 반투명한 푸른색의 고리를 보았다.
「▼차원 」
“곧 올 거야.”
나에게 표식을 심어놨다.
“후하… 죽는 줄 알았네.”
“뭐 저리 쌔.”
우리는 간신히 다른 방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마법도 통하지 않고 고작 쇼크웨이브 정도가 그정도의 파괴력을 지녔다니.
적어도 평범한 교수 수준은 절대 아니다.
“용족인 제가 봐도 그 남자의 마법은 굉장했습니다. 그는 독자적인 술식을 이용했어요.”
미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창을 정비했다.
사실 그 상황에서 마법 방해를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족 특유의 술식으로 어느 정도 허공에 써 내려가는 마법식의 유지를 도왔다.
“이제 어떡하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