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3. 마법 대전 (5)
* * *
“용을 소환하자.”
우리의 전략은 용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교수의 마력을 줄이고 물약으로 강해진다 한들 여전히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에게 걸어둔 표식으로 조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제약을 몸에 걸어둔 상태라는 것을.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확실한 전략을 선택했다.
주변의 마력을 극한까지 빨아들였고, 정신이 나가고 나서야 간신히 용용이를 소환할 수 있었다.
「▼─ 」
[이전과 다르군. 뭔가 변화가 있었던 건가?]
“마셔떠!”
[마셔?]
용용이의 물음에 채림 응응 거리며 밑바닥만을 간신히 채우고 있는 호리병을 흔들었다.
호리병을 본 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창조세계의 힘을...]
“용용이 할 수 이찌?”
[해보겠다.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가능...]
…
가능했을 텐데.
“어디서 온 초월자냐.”
놈은 생각보다도 더 강했다. 동시에 두려웠다.
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함은 온몸을 떨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 소환수의 위치를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
하지만 안된다.
「▲공유 」
아직 전달하지 못한 것이 있다.
용(?)은 자신의 거체를 최대한 줄이며 강도를 높였다. 이대로 더 짓눌리다간 육체가 터져나갈 것이다.
꽈아아악.
허나 그는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다.
“말하는 게 좋을…”
콰앙!!
“...”
“괴롭히지 마!”
“참.”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채림의 머리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설마… 죽이려고?
막아야 한다. 술사가 죽으면 자동으로 돌아가게 된다. 돌아가면 임무를 할 수 없으니.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쿠구구구궁!!!
“...?”
[악감정은 없다.]
콰가가가!!!
거체로 다시금 변한 용이 브레스를 날렸다. 힘 조절을 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외부의 힘까지 사용한 브레스였다.
“주제를 모르네.”
눈앞의 남자는 검을 꺼내들었다.
창백하리만큼 백색의 빛을 내는 검은 거체를 준동하게 만들었다.
빛은 쇄도한다.
촤악!
빛은 브레스를 두 갈래로 양단하고 허공을 휘젓던 두 날개를 잘라냈다.
[크아아아악!!!]
“넌 좀 이따 얘기하고.”
따악.
“엣.”
“넌 좀 자고 있어라.”
‘...딱밤?’
딱밤을 맞은 채림은 그대로 넘어져 헤롱헤롱 거리며 기절했다.
쿵!
쿵!!!
용 역시 날개를 잃어 아래로 추락했다.
김윤이 용에게 다가가자 리엔이 기겁하며 말을 걸었다.
용, 용사님!
“왜.”
제정신이에요?! 능력을 쓰시면 어떡해요?
“먼저 쓰면 안 되는 걸 사용한 건 저쪽이야.”
초월자를 불러온 것. 그것만으로 문제가 된다.
초월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하페루아의 계획이 점점 틀어지기에.
“죽일 생각은 없어. 힘만 회수하면 될 일이야.”
어차피 초월자를 쉽게 죽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차리리 여기서는 절대 힘을 쓰지 못하도록 힘만 회수하면…
“흐엣! 몸통 박치기!”
벌떡 일어난 채림이 몸을 던져 내 몸을 강하게 밀쳤다.
쿠당탕!
한순간에 둘은 넘어져 바닥에 끌리듯 미끄러졌다.
“뭔…”
“다중 마법!”
즈앙!
수십 개의 푸른색의 마법진들이 나를 향한다.
마치 과거에 베리가 사용했던 다중마진(???)과 유사한 기술.
채림의 눈이 푸르게 타올랐다. 푸른 불은 채림의 눈을 넘어 온몸을 휘감았다.
뻗은 손에는 푸른색의 지팡이가 화려하게 타올랐고, 그녀는 종말을 고하듯 선언했다.
[청화신술(火??).]
‘이젠 아예 말도…’
들은 대로 전혀 익히지도, 배우지도 못한 능력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위험한 능력. 제거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탐나는 능력인 것도 사실이다.
[ 스킬 검술 강기진 (?????) LV.10+2을 사용합니다. ]
[ 강함 스텟이 400%로 적용됩니다. ]
[ 강함 스텟 6016 ]
나는 검을 거두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파앙!
모든 마법은 꺼졌다.
“어…”
정신이 나간 채림 역시 멀쩡히.
“어떻게… 된 거…”
채림은 정신을 차렸다.
분명 정신을 잃고 나면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분명 나는 술래잡기를 하던 중이었고 교수를 상대하기 위해 용용이를 부른 후에…
“용용아!”
“안 죽었다.”
휙. 고개를 돌리니 두 날개가 잘린 용 위에 남자가 앉아있었다.
마법 교수이자 A팀의 술래,
아이스크림 나눠준 사람.
“...아, 다 탈락을…”
“아냐, 너흰 합격이야.”
“네?”
채림은 교수가 던지는 무언가를 받았다. 손에는 우리와 비슷한 대미지 측정기기가 들려있었다.
위에는 작게 교수용이라고 적혀 있었고 8개의 네모난 칸들은 모두 붉은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고 한계 이상의 무력을 사용했으니 너희가 이긴 거야.”
“아… 감사합니다.”
“감사할 건 없고.”
이 사람도 되게 착하네.
무기술 교수도 그렇고 다들 본인만의 기준이 확고한가 보다.
자신이 더 강한데도 당연히 졌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래서 말인데 제안할게 하나 있어.”
“제… 안이요?”
제안이라.
이렇게 강한 사람이 무슨 제안을 하려는 걸까?
교수니깐 조교수라도 시킬려는 건가?
아니면 사적인 제안?
채림은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남자의 제안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아카데미가 끝나면 우리 길드로 와라.”
“채림~”
“...”
“채림!”
“어, 엉! 왜 엘레나?”
“뭘 그리 멍 때려. 이겼는데.”
“아… 어.”
승자 대기실.
그곳에 A팀의 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우리 쪽만 술래를 잡았으니 이쪽에서 점수를 가려 상위 점수 10명만이 본선 2라운드에 올라갈 것이다.
당연히 그것에 기뻐하고 있어야 하지만 채림은 그 기쁨에 취해 있을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가 끝나면 우리 길드로 와라.’
처음이었다.
나의 능력을 알고도, 나의 부작용을 알고도 나를 팀으로 넣으려는 사람을.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세계의 손꼽히는 정도의 유저가.
“...하핫.”
“울어 채림?”
“으, 응? 아냐.”
“그 괴물 같은 교수를 잡았으니 기쁠만하지. 오늘은 내가 저녁 쏠게~”
채림은 일렁이는 눈을 닦아냈다.
그동안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많은 질책을 받았다.
정신이 가끔씩 나갈 때마다 사고를 쳤으니깐.
다행히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고 뒷수습도 대부분은 스스로 처리했지만 시선이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엘레나나 미르, 덴 같은 친구들은 그것을 이해해 줬지만 그 외의 인물은 이해를 해주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겠지.
나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해를 못 했을 것이다.
괜히 억지 부리지 말고, 민폐 끼치지 말고 혼자 조용히 살지 왜 아카데미에 다니느냐고.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미 과거에도 그런 적이 많았고 그때마다 같은 무리나 팀에게 질책을 받고 퇴출당하거나 스스로 나갔으니깐.
그랬기에 밝은척하며 살아갔지만 여전히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응... 고마워.”
그녀는 진심을 다해 밝게 웃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요.”
“뭐가.”
“용사님이요.”
리엔은 화면에 둔 시선을 돌려 나를 보았다.
화면에는 합격자 명단에 기뻐하는 채림과 아이들이 보였다.
“용사님 주변으로 사람이 잘 모이는 것 같아서요.”
“원래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법이야.”
“...그, 그렇죠.”
“나 속으로 욕했지.”
“설마요.”
뭐… 생각보다 너무 쉽게 수락해서 살짝 당황하긴 했다.
가진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정신이 나갈수록 강해지는 능력은 평범한 무리로선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근데 채림 양. 대체 뭐죠?”
“응?”
“그 능력과 마법. 처음 보는 거였어요.”
채림이 사용한 청화식(火?).
분명 이곳의 능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용사의 세계의 능력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 것들은 리엔 스스로 셀 수 없이 많이 보았기에.
방금 전 채림이 쓴 마법은 다른 능력들과 궤를 달리했다.
“고차원의 능력.”
“고차원… 여신과 같은 존재인가요?”
“음… 너희의 관점으로 볼 땐 그게 맞아.”
여신.
창조신과 동일시 여겨지는 신(?)의 존재.
이 행성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기에 신에 대한 믿음이 옅지만, 여신 하나만큼은 대부분의 이들이 믿고 따른다.
여신은 유일하게 마왕(?王)과 맞먹을 정도의 존재니깐.
엄밀히 따지면 그 둘은 초월자다.
이 행성의 둘 밖에 없는 초월자.
‘이제는 바글바글하지만.’
“그렇다고 여신처럼 강한 건 아니야. 그들에게도 급이 있거든.”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나는 리엔의 감사의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한다고 해도 리엔이 뭘 할 수 있는 건 없다.
초월자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 오직 초월자밖에 없다.
리엔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몇백 년을 더 살아 스스로 초월한다면 모르겠다만.
“끝끝~! 어우 힘들어.”
“아, 오셨어요.”
집무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작은 키를 가진 여자.
무기술 교수라 했던가?
“오! 새로 오신 마법 교수님이시구나!”
“안녕. 난 김윤이야.”
“김윤? 반가워!”
여자는 맞잡은 내 손을 붕붕 흔들며 기분 좋게 인사했다.
“이번에 술래를 맡았다고 하던데.”
“그렇지. 그러고 보니 내가 졌네.”
“하핫! 처음엔 그럴 수 있어! 리엔이의 마법은 방심했다간 크게 당하거든.”
그녀는 리엔의 팔을 팡팡 치며 깔깔 웃었다.
아카데미의 수장 격인 리엔과 허울 없이 대하는 걸 보니 평범한 교수는 아닌 것 같다.
“이름이 뭐야.”
“비밀.”
“비밀? 숨겨야 될 이름인가?”
“그건 아닌데… 그건 맞을지도?”
“?”
이름을 숨긴다라…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인가?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필요 없어. 이건 내 생존에 관련된 문제거든.”
“...그렇게 말하니 더 의심스러운걸.”
“하핫! 그런가?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여전히 웃는 여자를 뒤로하고 신호를 받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시계요?”
“일이 좀 있어가지고. 결승할 때는 올게.”
밀린 일을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