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1화 〉 3. 마법 대전 (7) (141/318)

〈 141화 〉 3. 마법 대전 (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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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

“수고했어요. 엄청 강하던데요?”

“고마워. 미르.”

다시금 선수 대기실로 돌아오니 미르가 싱긋 웃으며 나를 반겨줬다.

마력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지친 부분은 없었으나, 관객들 앞에서 싸우려니 그 시선 하나하나가 좀 부담됐다.

─자! 그럼 지체하지 않고! 바로 뽑아보자고~

어느새 정상적으로 돌아온 무대 위로 두 개의 바늘이 돌아간다.

힘차게 돌아간 바늘은 두 개의 칸을 가리켰다.

“...저군요.”

­

─선수 위치로!

미르와 같은 A팀이었던 2학년 남학생.

번이라고 했던가…?

서로가 서로의 무기를 들고 마주 본다.

­뀨르륵.

미르의 주변으로 에메랄드빛의 드래곤이 소환되고, 왼손에는 백색의 창이 들린다.

드래곤의 등장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드래곤은 절대 흔하지 않으니깐.

애초에 이렇게 매 경기마다 나올 수 있는 소환수가 아니다.

번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다. 붉은 천으로 칭칭 감긴 책.

뭔가 딱 봐도 엄청 좋은 마도서처럼 생겼다.

─3!

─2!!

─1!!!

지잉!

─시작?

미르의 청안(?)이 빛을 발하며 백색의 창을 들고 돌격한다.

그에 걸 맞춰 에메랄드빛의 드래곤이 창에 이능을 부여했고, 그녀의 몸은 바람과도 같이 빨라졌다.

후욱...콰아아아앙!!!

“...!”

“걸렸어.”

펄럭.

그의 손에 들린 마도서, 마도서를 감은 천이 풀리면서 검은색 에테르를 마구 뿜어내기 시작한다.

뿜어낸 에테르는 용격(??)을 막고 백색의 창을 오염시키려 들었고.

­뀨륵!

파랏!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뒤로 벗어났다.

허나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듯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거 흑마법 아니야?’

‘중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흑마법을…’

‘위험해 보이는데.’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흑마법은 마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불법이 아니다.

단순히 어둠을 통한 마법이고 그것은 악마의 힘이 아니지만…

어지간한 마법사가 아니라면 그 둘의 차이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때문인지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흑마법을 꺼려 하고 두려워했다.

번은 고개를 돌려 무기술 교수를 바라봤다.

그녀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고민하더니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계속하라는 의미.

“큭.”

콰르르륵!!!

마도서에서 뿜어져 나온 에테르는 수십 개의 무기로 변화했다.

검, 창, 도끼, 표창, 화살…

수많은 무기들은 일제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목표는 과도하게 짙은 마나에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미르.

“...어림없습니다!”

촤앙!

미르는 쓰러져있던 몸을 일으켜 창을 휘둘렀다.

궤적에 놓인 30개가 넘는 무기들은 빛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허나, 공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도서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 허공에서 수없이 많은 흑빛 사슬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용이 최대한 막고 미르가 최대한 방어하지만 무한할 정도의 사슬을 막아내리란 쉽지 않았다.

수세에 몰려 결국 끝에 도달하자 최대한 치열하게, 그리고 급박하게 움직이던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결승 때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군요.”

그녀의 손이 빛을 발한다.

­

미르는 용족 하프다.

용족 혼혈과 용족 하프는 다른 의미인데.

용족 혼혈은 부모인 용과 그렇지 않은 생물의 결합을 통해 생긴 생물을 뜻하고,

용족 하프는 그 핏줄을 이어받은 생물들의 결합을 통해 생긴 생물을 뜻한다.

즉, 미르의 부모님들은 용이 아니다.

용족 혼혈인 청린, 홍린 처럼 오래 살지도,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지 않고. 용으로 변신 또한 불가능하다.

─오?!

“무슨 헛짓을!”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능력이 있다.

용족의 핏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용마법(???).

“매직 아웃(Magic Out).”

콰앙!!!

모든 마법이 작동을 멈췄다.

­

“뭐야?”

채림은 앞에 벌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이길거 라고 예상했던 미르가 수세에 몰리면서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줄 알았다.

허나 미르가 반격을 시도했고 그것에 비웃듯 마도서의 어둠이 그녀를 덮치려 들었다.

그런데…

‘마법이 사라졌어.’

아니, 마력이 사라진 게 아니다.

단지 저 안에서의 모든 마법이 무효화됐다.

지금 저 안에서는 마법의 사용이 ‘절대’ 불가능하다.

─오! 용마법! 이건 좀 재밌겠는데?

교수님의 신난듯한 말이 들려온다.

...정상적인 사회자라면 ‘아! 이건 미르 선수의 용마법?! 몰아붙이던 번 선수의 능력을 무효화 시켰습니다!’ 라고 했을 테지만...

─하핫!

아쉽게도 교수님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마법이 어째서...”

“더 이상 당신의 마법은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어지던 말을 삼킨 채 번에게 달려들었다.

아까에 비해 현저히 느려진 속도와 줄어든 힘.

‘...본인도 무효화됐네.’

저 마법 EMP라고 볼 수도 있는 무효화 마법은 시선자도 무효화가 되나보다.

“크읏. 마법 따위 없어도!”

마도서를 허리춤에 찬 그가 등에서 검을 꺼내 맞대응한다. 허나 아무리 느려졌다고 해도 번의 육체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촤악!

용족 하프인 미르와 인간인 번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느새 무대 위에는 의기양양하게 창을 든 미르만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승자는! 1학년 무르 미르!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저 공간을 벗어나거나, 혹은 ‘발현’마법을 쓰거나.

그것을 해내야만 그녀를 이길 수 있다.

­

“다들 제법이네... 올해 1학년들은...”

크리틴 지나는 앞선 경기를 보며 흥미를 가졌다.

자신 역시 상급 마법사지만 경기들을 보다 보니 먼저 나온 그 둘을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

‘나에겐 그게 있으니깐…’

아무리 브레스를 쏘아내든 마법을 무효화시키든, 그게 있는 한 내 승리는 확정된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한 지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친구와 대화하는 엘레나를 바라봤다.

백금발의 머리카락과 보석 같은 자안(??)과 아름다운 미모.

확실히 나는 귀족 가문의 영애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음에 안 들어…’

몰락한 가문 주제에 줄 하나 잡았다고 으쓰대는 꼴 하고는.

거지처럼 살 때는 언제고 지금은 돈을 흥청망청 쓰며 마치 자기네들이 몇백 년을 호령한 가문처럼 군다.

꼭 한번 밟아주고 싶지만 순서가 안 맞으면 다른 녀석에게 탈락할 수가─

─다음 경기는? 1학년의 에르다스 엘레나와 3학년의 크리틴 지나!

“...!”

“...좋아.”

철처하게 밟아주지.

­

3번째 경기.

이전과 달리 경기장의 웅성거림이 더욱 심했다.

드래곤이나 마법 무효화 같은 능력 때문에 웅성 거리는 게 아니다.

─각자 가기 전에 한마디씩?

무대 위에 둘은 아카데미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이들이기에.

엘레나도 엘레나지만 저 지나 선배도 꽤나 이쁜 외모다.

저 얼굴은 지구의 연예인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애초에 판타지 세상 속의 ‘귀족적인’ 외모는 어지간해서는 비교할 수 가 없었다.

‘...미르한테 듣기로는 지나 선배도 귀족 가문 출신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꼴에 잔뜩 무장은 하고 왔나 봐. 마도 장비에 마력 증폭 팔찌, 마력 신발에… 지팡이는 왜 그런 거─”

“입 다물고 해, 못생긴 년아.”

오오오오오!!!

신경전에 관객이 환호성을 지른다.

교수님을 보니 아예 웃다 못해 끅끅거리며 넘어질 듯이 웃고 있었다.

지나 선배가 예쁘긴 하지만 엘레나에 비할 바는 절대 아니다.

엘레나는 얼굴이 붉어진 지나를 뒤로하고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지나 역시 그녀를 한번 씹은 뒤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끄끄… 자… 큼큼!

─준비하시고!

꽈득.

─321 시작!

“...?”

급발진한 교수님을 뒤로하고 그 둘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을 시전했다.

시작은 엘레나.

엘레나는 자신의 손에 들린 평범한 지팡이를 내다 던진 체 손을 조금 까닥였다.

드득!

‘무영창.’

에르다스 가문의 특기이자, 비기.

대지에서 솟아난 녹색의 사슬이 지나를 묶었다. 묶은 사슬은 그대로 마력을 억제했고 엘레나는 다른 손을 까닥여 거대한 망치를 소환해 그대로 내리쳤다.

“흥!”

콰자자작!!

휘두른 망치는 그대로 박살 났다. 박살 난 파편 속, 사슬을 모두 뿌리친 지나가 지팡이를 쥐어들며 도약했다.

“블리자드(Blizzard)”

무대의 바닥이 얼음판으로 서서히 변하더니 지나의 주위로 수십 개의 얼음송곳들이 날아든다.

이윽고 엘레나의 주위로 강렬히 타오르는 불꽃이 회전한다. 불꽃은 그대로 얼음송곳을 녹여버리고 그 마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불의창으로 변환해 던졌다.

덥석!

쏟아진 불의 창은 바닥에서 튀어나온 얼음의 손에 잡혀 그대로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그사이 지나는 미리 만들어둔 스크롤을 마구잡이로 찢어 마법을 시전했다.

“걸렸어.”

찢어진 스크롤을 중심으로 얼음 가시가 반 구를 가득 매웠다.

­

“와아아아…”

채림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경기장을 바라봤다.

상급 마법사들의 어마어마한 마법의 수.

서로의 마법을 파훼한것도 모자라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어 사용하기까지!

고작 아카데미 학생들의 수준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났다.

와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채림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3경기만에 ‘진짜’ 마법 대전 다운 경기를 감상한 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레스니 마법 무효화니 하는 것들 때문에 마법과 마법의 결투를 제대로 보지 못 했으니깐.

“걸렸어.”

파자자자자자─작!!!

“엘레나!”

무대를 중심으로 보호막 안에 있던 모든 공간이 얼음 가시로 물들었다.

베이기만 해도 상처가 날 정도로 예리한 얼음 가시를 보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엘레나…’

리엔 교수님의 능력으로 죽진 않지만 고통은 어쩔 수 없다.

최대한 고통받지 않고 나와줬으면…

“...어?”

빽빽하게 물든 얼음 가시속, 흰색과 붉은색의 마력이 가시를 집어삼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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