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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2화 〉 3. 마법 대전 (8) (142/318)

〈 142화 〉 3. 마법 대전 (8)

* * *

­

지나는 얼음 가시로 가득 찬 공간을 보았다.

정확히는 가시들에 꿰뚫린 엘레나를.

탁.

가문의 비보 중 하나인 마성(??)의 힘이 담긴 스크롤.

허공에 자신의 마나를 뿌려 공간에 가득 채운 후, 마나를 통해 얼음 가시들을 소환한다.

고위 마법이 깃든 스크롤이기에 어지간한 마법사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상급 마법사 수준의 지나에게는 그 경우가 해당되지 않았다.

‘...무리는 하면 안 되겠어.’

엘레나 말고도 남은 상대가 많다.

고위 마법 스크롤은 써버렸지만 다른 스크롤이 많이 남았으니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멍청하게 당하다니. 그래서 네 가문이 몰락한 거야.”

“...”

가시에 잔뜩 꿰뚫린 엘레나는 답이 없었다. 저 정도면 곧바로 탈락할만 한데 뭐 때문에 저렇게 버티고 있는지.

지나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엘레나를 이해 할수 없었다.

그녀는 그런 엘레나를 좀 골려주기로 했다.

“왜 억울해? 억울하면 너도 니 아빠한테 뭐 좀 달라고 하지 그랬어.”

“...”

“뭐, 보나 마나 이런 저급한 장비만 주고 ‘에르다스 가문의 위상을 떨치거라~’ 라고 말했겠지만.”

움찔.

엘레나의 몸이 반응을 보였다. 히죽­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좀 더 골려 볼까?

“왜, 과거의 영광이 현재까지 이어질 것 같아? 아무리 너희가 잘났다고 해도 이제는 아니야.”

터벅.

“디틴베리가 왜 너희를 인정해 줬을 것 같아?”

터벅.

어느새 엘레나의 앞까지 도착한 지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올렸다.

가시에 찔렸지만 눈빛 하나만은 살아있었다.

“그냥 걔들은 명분이 필요했던 거야. ‘에르다스’ 라는 가문의 일화가. 친자식이 아님에도 손쉽게 왕위를 인정받기 위한 수단 인거지.”

사실이었다.

엘레나의 가문인 에르다스는 정당성만 인정받았을 뿐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했다.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

몰락한 가문은 한순간에 졸부 가문이 되었지만 가문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 가문’이라는 이름은 되찾지 못했다.

“...닥쳐.”

“흐흥~ 싫으면? 싫으면 어쩔 건데?”

“...닥치라고 했어…”

“싫은데? 싫다니깐?”

쓰기 싫다.

이걸 쓰면 아버지의 말을 따라야 하니깐.

에르다스 가문의 명예니... 최고의 마법 가문으로서의 위엄이니… 그딴 건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쓰지 않고선 저 입을 틀어막을 수 없다.

“싫다니─”

후욱.

어느새 지나의 앞으로 붉은색과 흰색이 교묘하게 섞인 지팡이가 보였다.

지팡이의 끝에는 부들부들 떨며 막대를 쥔 엘레나의 손이 보였다.

“고작 마지막 수가 이거…”

콰직─

지팡이에서 튀어난 마력은 그대로 지나를 집어삼켰다. 삼킨 지팡이는 더욱더 강력한 마력을 발하더니 무대 위에 모든 가시를 다 집어삼켰다.

「▼─ 」

마성의 힘이 담긴 마법이 퍼진 곳에서 절대로 불가능한 일.

하지만 지팡이의 능력이 그것을 가능케 ‘바꾸었다.’

“...죄송해요.”

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

‘...’

심판 겸, 사회자를 맡고 있던 교수는 이 상황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번 대회는 참 신기한 녀석들이 많네.

‘어떻게 할까 리엔 대표님.’

엘레나가 펼친 ‘이능’.

어찌 보면 앞서 경기를 펼친 채림, 미르 보다 더더욱 위험한 수준의 능력이다.

­...우선 경기를 마무리 지어요. 그리고 잠깐 시간을 가진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교수는 주변을 둘러봤다.

지나가 펼친 얼음 가시로 인해 그 안에서 일어난 상황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학생들이 파악할 수 있는 거라곤 사라져버린 지나와 무대에 새로운 지팡이를 쥔 채로 쓰러진 엘레나 뿐이다.

─자! 역전극이네?

그녀는 무대 위로 폴짝 뛰어가 엘레나의 지팡이를 회수했다.

─승자는 1학년 에르다스 엘레나!

잠깐의 환호성과 함께 3번째 경기가 종료됐다.

­

“...”

“...”

“으~ 보기만 해도 아찔아찔 하네~”

리엔의 집무실 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엘레나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리엔. 그리고 여전히 신나보이는 무기술 교수가 앉아있었다.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어요. 엘레나 학생. 애초에 ‘룰’을 세워둔 적이 없으니…’

명백한 실수.

마법 대전은 리진의 ‘조율’과 리엔의 마력으로 관리되는 경기다.

마성급이 무려 둘이나 관리하는 경기인 만큼 그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이제껏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변화가 있었던 건 채림의 소환수가 쏟아낸 브레스 정도.

그 때문에 보호막이 살짝 흔들렸지만 경기에 문제 생길 정도의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엘레나 펼친 ‘이능’은 달랐다.

그것은 리엔이 조절한 ‘생명 보호’를 뚫고 지나를 잡아먹어버렸다.

따라서 현재 지나는 완전히 죽은 상황.

절대 죽지 않는 경기장에서 죽은 사람이 나온 셈이다.

“에르다스 가문이 내려준 지팡이를 조사했습니다.”

“...네.”

“그렇게까지 큰 능력은 가지지 않아 보입니다만… 이 또한 제 영역을 넘어섰기에 확신할 순 없습니다.”

아무리 리엔이 마법적으로 뛰어난 능력과 지식을 지녔다 한들, ‘초월’의 영역에 들어선 능력들은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들 하나하나가 독자적이고 이질적인 결을 가지고 있기에.

엘레나의 고개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상대 가문에 보상을…”

“아뇨. 이건 아카데미의 실수니 우리가 책임지겠어요. 그러니 엘레나 학생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세요.”

“네?”

엘레나는 당황했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이 고의든 아니든.

한계 이상의 피해를 입혀 죽였으니 내가 죽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 이대로 부활하지 말고 죽어버렸으면 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것이 정녕 자신의 진심인지는 그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아무튼 가보세요. 별일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얼른.”

“네… 정말 죄송합니다….”

끼익.

쿵.

“부활… 내키지 않지만 그분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요.”

리엔은 서류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완전한 죽음을 맞이한 생명을 부활시키는 것은 아무리 신에 도달한 마법사라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직접 고위신을 만날 수도 없는 일.

만난다고 부활을 시켜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분? 누구? 김윤?”

“네.”

“왜? 그 김윤 교수 싫어해?”

“아뇨. 그분에게 빚을 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미 용사님께는 진 빚이 많다.

아카데미를 구축하기 위한 자금과 지식 등을 지원받고, 애초에 그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으니깐.

게다가 이미 이곳의 일을 부탁해 들어주시기까지 한 상황.

이 이상의 일을 맡기는 것은 무리였다.

“말하면 들어줄 거 같던데? 한번 밖에 안 만나서 잘은 모르겠지만 착해 보이던데.”

“그분은 용사니까요.”

“...엑? 진짜?!”

“네.”

용사.

세계를 구할 영웅.

이 세계에는 수많은 용사들이 있지만 그분만큼은 ‘진짜’ 용사라고 칭할만하다.

하지만 용사라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분은 손익계산이 확실하신 분입니다. 저희 쪽도 부활을 명목으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 드릴 겁니다.”

“...뭐 나쁘진 않네. ...근데 이거는 압수야?”

집무실 탁자 위.

그곳에는 엘레나가 놓고난 이질적인 지팡이가 놓여있었다.

이 사태의 주범이자 극히 위험한 물건.

“네. 적어도 결승전까지는 사용을 불가하게 할 겁니다.”

“결승은?”

“그때가 되면 사용을 해야겠죠.”

“야! 아니, 대표님. 그러면 또 사람이 죽어나가잖아!”

“교수님도 알지 않나요?”

리엔은 교수를 빤히 보았다.

알지 않나.

이것 외에도 수많은 이능을 보유한 학생들을.

그들 중 가장 높이 올라온 학생이라면 아무리 위험한 지팡이라도 충분히 받아낼 것이다.

“...허! 리엔이 많이 늘었네.”

“칭찬이라고 받아두죠.”

­

“엘레나~”

“응.”

“엘레나나아아아~”

“응.”

“엘레나!”

“응… 어, 어!”

채림은 영혼이 나간 듯 멍한 엘레나를 바라봤다.

경기는 이겼는데 왜 이런담.

“혹시 가시 많이 찔려서 아직도 아파?”

“아, 아냐. 멀쩡해.”

“그래? 그보다 지나 선배가 많이 다쳤나 봐. 안 보이네.”

흠칫!

“어, 어…”

“뭐 회복 중이겠지?”

“...으응.”

‘흐음…’

분명 뭔 일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우리는 남은 경기를 진행 중이다.

네 번째 경기는 루인과 A팀의 2학년 선배.

당연하게도 루인의 시그니처 마법인 창초 무구로 몇 번의 공방끝에 루인의 승리로 끝났다.

다섯 번째 경기는 부전승이 정해지는 경기였는데 가장 부러운 참여자들이었다.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와 또 다른 A팀 학생.

남자는 검을 가볍게 휘둘러 승리를 따냈다.

싸움이 길어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로써 모든 대진 결과가 나온 상황.

나와 미르, 그리고 엘레나와 루인.

각각 서로가 맞붙은 후 그 둘 중 승자끼리 한 번 더 경기, 부전승으로 올라온 남자와 최종 경기 후 승자가 가려진다.

─자~ 그럼 4강전을 시작할게!

­

경기장 관객 관람석.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은 조용한 곳에 그가 앉아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두 마리의 드래곤과 두 개의 무기가 서로 맞부딛쳤다.

“흐압!”

“포기하시죠!”

콰아아앙!!!

와아아아아!!!

관객들의 함성과 시선이 한곳으로 몰리는 사이, 자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왕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왕자님. 속히 귀환해야 할듯합니다.”

“......기다려라. 나의 경기가 남아있다.”

반드시 이곳에서 높은 수준의 마도구를 손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건방진 놈들을 제치고 왕위에 오를 수 있다.

“허나 이대로 귀환하지 않으시면 왕국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빈손으로 돌아가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왕위가 없는 나는 돌아가 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

아델리나 왕국을 위해.

나를 위해.

그는 푸른 불을 두른 여자를 바라보며 다가올 경기를 준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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