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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화 〉 3. 마법 대전 (9) (143/318)

〈 143화 〉 3. 마법 대전 (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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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지쳐 지쳐…”

타오르는 무대 위.

간신히 붙들어 맨 정신과 바닥난 마력.

“후후… 채림님은 못 이기겠군요.”

지친 님님이와 용용이, 그리고 반쯤 부서진 건틀릿까지.

미르는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아니, 강하다기보다는 저 ‘마법 무효화’가 너무나도 거슬렸다.

“제가 졌습니다.”

미르는 지친 몸을 이끌어 일어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눈에 봐도 여기저기 상흔이 가득한 모습.

채림은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처음으로 탈락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한 경기. 많은 관객들이 꽤나 높은 수준의 경기에 만족하며 박수를 보냈다.

─승자는~ 1학년 한채림!

앞으로 두 번…!

­

“엥? 왜 그 무기는 없어?”

“안 쓸 거니깐요.”

4강전 두 번째 경기.

루인과 엘레나.

그 둘은 각자의 무기를 든 체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한 명은 그냥 막대기였지만.

─시작!

시작 멘트를 끝으로 루인의 청색의 대검이 엘레나를 노렸다.

엘레나는 늘 하던 대로 사슬로 묶고, 그 후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촤악!

허무하게 막히는 마법.

그 뒤로 몇 차례의 공방이 이어지지만 여전히 루인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루인은 들고 있는 창을 변환해 갑주로 두른 뒤 엘레나를 보았다.

상흔이 가득하고 마법은 수없이 실패했지만, 싸울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력차가 나서 포기를?

아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 싸움을 원치 않는다는듯한 태도.

“제대로 안 싸울 거야? 재미없게 시리.”

“...”

“...에휴.”

‘나중에 보여주려 했는데’ 작게 중얼거린 루인이 허공에서 푸른빛의 검을 꺼냈다.

대충 봐도 상당히 강력해 보이는 검.

“못 막으면 아까처럼 진짜 죽어. 그러니 잘 막는 게 좋을 거야.”

“...!”

“간다.”

그극!

마치 무대가 뒤틀리듯 검이 목표를 향한다. 목표는 압도적인 검격에 손이 움찔거렸지만 그대로 눈을 감았다.

검은 목표를 가르지 못했다.

─그만. 네가 이겼다. 루인 로니움.

“...흥.”

어느새 엘레나 앞에는 한 손으로 가볍게 검을 막아낸 교수가 서있었다.

루인은 검을 거둔 체 그대로 무대 밖으로 나갔다.

“...”

─승자는 1학년 루인…

­

“여기가 확실해?”

“아 그렇다니깐!”

아델리나 왕국.

고원의 설산의 뒤쪽에 위치한 새로이 떠오르는 왕국이자 요즘 가장 핫하다고 알려진 곳.

소문에 의하면 이름난 거대 길드들이 이곳을 눈 독 들인다고 얘기가 떠돌 정도다.

그중 가장 핫한 이야기가 뭐냐면…

“...진짜 공주가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랑 결혼하겠다고 했다고?”

“어, 근데 엄청 강하데. 소문으로는...”

아델리나 왕의 2남 2녀 중 장녀.

아데르 리나.

뛰어난 미모는 괜히 말해 입이 아프고 그녀의 무위는 어떤 기사와 마법사도 능가할 수 없다.

그녀는 차기 왕위의 1순위 후보이며, 왕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하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

사실상 리나를 이기는 것은 리나를 얻을 뿐만이 아니라, 나라를 얻는 셈이 된다.

이 소문을 들은 행성의 강자, 용사, 그 외의 심심한 영물 등등… 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

이러한 전적 때문에 그녀는 신과 악마, 그리고 용사를 제외하면 이 행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다들 평가한다.

“근데 왜 안 나와. 얼굴 영접 한번 해야 하는데...”

“어차피 봐봤자 너는 못 얻어. 특성도 쓰레기면서 뭘…”

“아씨! 누가 한데? 어차피 우리 같은 하급 용사들은 콩코물이나 받아먹는 거지.”

어차피 이기는 건 꿈도 안 꾼다.

그저 상위 랭커들이 많이 몰리면 거래가 많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 뒤에 뭔가 있지 않았냐?”

“응? 뭐가 있었냐?”

“아니 분명…”

쓰레기 특성이지만 탐지 계열인 만큼 분명 뭔가 있었는데…

하급 용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동료와 왕국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말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과 결혼이라.”

어쩌면 결승이 시작하기 전에 못 갈 수도 있겠네.

그 역시 자신의 기운을 감춘 체 왕국 내부로 향했다.

­

앞으로 한 걸음.

─자 선수 위치로!

채림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용용이와 님님이도 잘 준비되어 있고, 마력 제어기도 문제없다.

그 외의 장비들도 이상 무.

준비는 완벽하다.

─3!!!

루인은 익숙한 갑주를 장착하며 말했다.

“한 가지 경고, 아니 부탁할게.”

─2!!!

“응?”

“기왕이면 포기하지 마라.”

─1!!!

“그래!”

─시작!

파직.

루인의 검격과 용용이의 브레스가 서로 마주했다. 꽈가가강!! 굉음과 함께 둘 모두 소멸했다.

“와”

“...오.”

짧은 감탄사가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소음처럼 울려퍼졌다.

‘다중 마법.’

즈앙!

채림을 중심으로 옅은 청색의 불이 회전했다. 그에 걸 맞춰 님프의 축복이 걸렸고, 채림의 등으로는 붉은 마력의 날개가 씌워졌다.

화륵!

시작은 헬파이어.

상위 마법인 헬파이어가 루인을 강타했다.

붉은색이던 불은 푸른색이 점칠 되어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다중으로 캐스팅되는 ‘윈드 서핑’에 의해 더욱더 강하게 타올랐다.

철커덕─ 루인의 어깨 위로 대포처럼 생긴 두 개의 원기둥이 생성됐다.

생성된 원기둥은 타오르는 불을 빨아들이고 마력으로 정제 후, 마탄을 발사했다.

빠앙! ­카득.

허무하게 막히는 마탄.

채림의 주위로는 님프의 보호막이 걸려있다.

원래대로라면 어지간한 마력 수준으로는 막지 못할 탄환이었지만 용용이의 변화 이후 님님이 역시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입니닷…!”

후웅─ 어느새 건틀릿을 쥐고 ‘날아간’ 채림이 루인의 후위를 노렸다.

마법사 답지는 않은 전투 방식.

허나 채림은 근접전에 익숙했다.

과도한 마력에 정신이 나갈 무렵 차라리 마법을 쓰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1년이 넘도록 근접 격투를 수련해 왔기에.

“...!”

꽈아아아앙!!!

다중 마법의 세 번째 마법인 육체, 마나 강화가 접목된 펀치가 작렬했다.

다중 마법의 진짜 능력은 단순히 캐스팅 속도를 넘어 뒤로 갈수록 위력이 증폭되는 효과를 얻는다.

“후우…”

이것이 용사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

흐르는 땀을 닦아낸 채림이 쓰러진 루인과 관객들을 둘러봤다.

쿨럭거리며 비틀거리는 루인과 환호하는 관객들.

“왜 그건 안 써?”

“...큭큭. 아, 이래서 안 보여 주려 한 건데.”

루인은 갑자기 중2병처럼 큭큭 웃으며 일어났다.

모습이 조금 추하긴 했지만 느껴지는 위력은 결코 추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신 나간 나를 보는 감상이 이랬을까?

“이러면 멋이 안 살잖아. 모를 때 빵! 하고 나타나야 반응이 재밌는 건데.”

“...어, 어…”

“좀 더 재밌게 해보자고.”

루인의 손이 허공을 뻗는다. 이윽고 손에 청색의 검이 들린다.

처음 용용이의 브레스를 막을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검.

역시 다시 봐도 위협적이다.

“그럼…”

“...!”

촤아아악!!!

“읏!”

날개를 간신히 뒤로 빼어 피해냈다. 이전의 게임처럼 무덤덤했던 공격들과 달리 검기 하나하나가 굉장히 섬뜩했다.

자칫하면 위험…

“끝이다.”

수십 개의 검기가 나와 그 주변을 갈라냈다.

“...흐엣!”

­

“후으으으으으아아앙…”

정신이 나가지 않으려 했다.

“흐헤헤헤헤… 헤!”

적어도 나간다면 결승 때.

그래, 어지간하면 쓰지 말자.

“덤…”

이건 리스크를 넘어서 쪽팔리니까.

제발, 제발 쓰지 말자고.

“덤벼…”

하지만.

“덤벼라아아아아!!!”

이젠 그런거 몰라.

그냥 써버릴 꺼야.

채림의 기력이 폭주했다.

­

─끅끅…

경기장에 교수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 증폭을 꺼놓지 않아 생기는 일이었지만 워낙 웃기다 보니 그것을 끌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만큼 눈앞에 상황은 너무나도 웃겼다.

“흐엣!”

꽈앙!

“흐잇!”

꽈앙!!!

“좀… 마짜!!!”

꽈아아아아아앙!!!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마구잡이로 내리치는 모습.

그렇다고 상황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위험한 상황. 자칫 잘못하다간 지나처럼 사고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때문에 리엔이 직접 경기장 내부로 들어와 보호막과 생명 보호를 조절했다.

콰륵!

채림을 중심으로 무형의 그림자가 들이닥친다. 그림자는 검격을 일으키던 청색의 검을 막아내고 보호막 안을 메우기 시작한다.

[흑암신창(????).]

채림의 눈동자가 검게 물든다. 그녀의 손끝에 무형의 그림자가 어둡게 물들고 그것은 곳 흑색의 창으로 변했다.

“...미친.”

창의 비가 쏟아진다.

“주꺼!!!”

보호막 안은 밖에서 관람하기 힘들 정도로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창을 받아내는 루인은 그에 밀리지 않고 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고, 채림 역시 더욱더 짙고 많은 창을 쏟아낸다.

─다들 힘이 넘치네.

콰앙! 쿠궁… 콰직!

“크윽!”

“흐아아앗!!!”

쩌적.

“...대표님 저건 좀 위험한데.”

보호막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

“하아… 하아…”

루인은 청색의 검을 뒤로 뺀 체 최대한 물러났다.

아무리 용사라도, 아무리 이능을 가지고 있어도.

이건 말도 안 된다.

‘...놈은 괴물이다. 놈은 지금껏 만나온 어떠한 용사보다 뛰어나다. 만난다면 반드시 내가 준 검으로 상대해라.’

아빠… 이 검도 안 통해…

심지어 얘는 그 남자도 아니다.

단지 그 남자에 비하면 한없이 약할 정도의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 」

쿠우우웅….

어느새 쓰러진 루인 위로 채림이 창을 겨누고 있었다.

“...졌다.”

“헤에…”

“졌다고!”

“우웅?”

“졌다니… 아, 얘.”

정신 나갔지.

“자, 잠깐! 살려...”

쿵!

“...어?”

질끈 눈을 감은 루인의 머리 옆으로 창끝이 바닥에 꽂혔다.

채림은 매우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뽀끼해라.”

전혀 근엄하지 않은 말투와 함께.

“...이미 했어, 이자식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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