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1화 〉 5. 각자의 계획 (3) (151/318)

〈 151화 〉 5. 각자의 계획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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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푸른색의 창공이 시야을 가득 메우고 거대한 새들이 창공을 자유로이 활공한다.

깔끔하지만 꽤나 독특한 형태의 건물들이 적재적소로 배치되어 있었고, 그곳에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오아아아아와…”

하늘에 닿을듯한 거대한 산에는 기다린 빛을 닮은 물줄기가 내려오고 그 아래로는 넓은 크기의 호수가 자연을 이룬다.

그곳에 살아가는 익숙하지만 신비한 생명체들.

마치 신선들이 살아가는 무릉도원처럼 느껴진다.

“마음에 드냥?”

“아, 네! 완전 예뻐요!”

“주인님이 열심히 꾸민 곳이라냐.”

“네에…?”

주인님?

길드장님이 아니고?

그 외에도 여러 곳을 안내받았다. 뱀과 거북이를 닮은 신수(??)가 사는 동굴, 산해진미를 다 먹어볼 수 있는 뷔페와 호텔.

가장 놀란건 장비 창고였다.

척 봐도 수백, 수천만 골드는 할 것 같은 장비들이 산처럼 널려있었다.

그중에는 수억짜리도 심심치 않게 호가할만한 장비도 여럿 있었다.

“와아…”

진짜 상위 길드는 다르구나.

그래도 나름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꽤나 잘나가는 이들을 많이 봤는데 이곳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턱.

장비들을 둘러보던 중 무언가에 홀리듯 제멋대로 장비를 쥐어버렸다.

[ 네르토르의 삼지창 (레전드리****)

설명 ­

물과 벼락의 신, 네르토르의 힘이 담긴 삼지창입니다.

상반된 속성을 가진 무구는 어떠한 상성도 무로 돌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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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330

공격력 : 1990

물 : 100

번개 : 100

요구 스텟 : 네르토르의 인정 혹은 모든 스텟 합계 3000 이상.

특수 효과 : 타격 시 물, 번개 속성의 특수효과 발동, 발동시 모든 스텟 70상승(최대 7번, 20초 유지.).

패시브 : 모든 상성 무시, 신격(??) ‘발하는 권능’ 발동.

액티브 ­ 쏟아지는 뇌창 : 전방의 모든적에게 100%의 피해를 20번 입히고 대상을 마비 상태로 만듭니다 (쿨타임 24시간.)

*마비 상태의 적을 공격 시 300%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물속에서 이동속도가 200% 상승합니다.]

“와.”

딱 봐도 어마어마한 장비.

대체 이건 얼마나 할까.

“그게 마음에 드냥?”

정신없이 무기의 설명을 읽고 있던 그때, 채림의 옆으로 다가온 레빗이 삼지창을 바라봤다.

“아! 죄, 죄송해요! 제가 멋대로…”

또 실수를!

채림은 얼른 무기를 원래 자리에 걸어놨다.

과거에도 멋대로 좋은 장비를 만졌다가 정신이 나가서 깽판을 부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장비가 망가져서 수중에 든 모든 돈과 재산을 전부 내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정신이 나가지 않았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좋은 장비니 언제 나가도 이상할게 없다.

레빗은 히죽 웃더니 벽에 걸린 삼지창을 다시 내어주었다.

“현재 주인님밖에 못쓰는 물건이라냐. 채림도 한번 도전해 보겠냥?”

“네?”

“받으라냐.”

삼지창을 잡자마자 목재인형만 딸랑 있는 모래사장으로 이동했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연무장인 모양이다.

“그 무기로 저 목재 인형을 부수면 그 무기를 가질수 있다냐.”

“저, 정말요?”

“그렇다냐. 지금껏 주인님 말고 아무도 사용을 못 했지만 채림이라면...”

가능할지도?

레빗은 쿡쿡 웃으며 생각했다.

만일 진짜로 성공한다면 삼지창을 노리고 있던 다윤님이 상당히 화가 나시겠지만.

히죽.

‘그것도 재밌겠다냐.’

어찌 됐건 이 ‘삼지창 챌린지’는 굳이 레빗의 기행이 아니더라도 다윤 길드 길드원이라면 항상 하고 가는 이벤트였다.

채림은 삼지창을 꽉 쥔 체 목재인형을 바라봤다.

“근데 방금 들어왔는데 제가 멋대로 가져도 되나요…?”

“채림이 성공한다면 당연히 그 자격이 있다냐. 주인님도 인정한 이벤트고.”

“으음…”

그렇다면…

우웅.

채림은 삼지창을 투척 자세로 든 체 목재 인형을 노려봤다.

무기의 사용조건은 네르토르의 인정, 혹은 총 스텟 합계 3000.

스텟 3000은 아무리 봐도 불가능한 수치다.

결국 남은 방법은 인정뿐인데.

‘엑스칼리버도 아니고 인정을 어떻게 받지?’

채림은 무기를 들고 간절히 빌었으나 물이나 번개의 힘이 깃들진 않았다.

한참을 끙끙대던 채림은 결정을 내리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도 스텟도 채우지 않고 무기를 쓸 수 있는 방법.

“흐읍!”

흡수.

콰르륵!

무기에 깃든 마력이 채림의 신체로 서서히 흡수된다. 파삭! 채림에 손끝에 미새한 물기가 스며들고 물을 주위로 자그마한 벼락이 깃들기 시작한다.

“호오?”

레빗은 흥미롭게 이 상황을 보았다.

분명 조건을 채우지 않고도 무기의 힘을 끌어내고 있다.

시스템을 거스르는 ‘불가능’ 한 일.

「▼─ 」

하지만 무언가가 그것을 가능케 바꾸었다.

“으으읏…!!!”

파드드득!!

채림은 덜덜 떨리는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붙잡았다. 이곳의 무언가가 완전히 정신을 놓지 못하게 해 조금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정신이 나갔다면 고통이 없었을 텐데.

“으랴랴럇!!!”

콰훙─

번개처럼 쏘아진 삼지창은 시원하게 목재인형을 개박살 냈다.

“...허억 ...허억. ...어라?”

부, 부쉈어?!

레빗은 산산조각 난 목재 인형을 뒤로하고 삼지창을 회수해 채림에게 내어줬다.

“축하한다냐. 저걸 부순 건 채림. 네가 세 번째라냐.”

“세 번째…?”

“첫 번째는 주인님, 두 번째는 나, 세 번째는 채림이다냐.”

“아…”

채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해서 부수기 힘든 모양인가 보다.

실제로 저 삼지창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부수는 건 절대 불가능했을 것 같았다.

“근데 왜 주인님이라고…”

순간 채림의 머릿속에는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사자에게 답을 듣기로 했다.

레빗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님은 주인님이다. 다른 이유가 필요하냥?”

“아, 아니요.”

역시 어른들의 세계.

채림은 괜히 부끄러운 표정을 감추며 레빗의 안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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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나는 회계 및 잡다한 일 담당 네츠리 루아야.”

“아, 안녕하세요. 저는 한채림이에요.”

채림은 오두막이라기엔 꽤나 화려한 집 안에서 루아와 악수했다.

이 사람은 유저가 아니네.

“흐음… 스승님은 맨날 여자를…”

“네?”

“아냐, 아냐. 그보다 목재 인형을 부셨다며?”

“아, 네!.”

한방에 부숴지길래 의문을 가졌지만 오면서 듣기로는 김윤 교수… 아니 길드장님의 힘으로 만들어진 목재 인형은 특별히 설정해둔 힘이 아니면 부수지 못한다고 한다.

현재 ‘네르토르의 삼지창’으로만 부술 수 있게 설정되었기에 목재 인형을 부수려면 삼지창을 반드시 쓸 수 있어야 한다.

“대단하네. 스승님이 데려온 이유가 있는걸.”

“그냥 특성 때문인걸요.”

“특성도 본인 실력이지.”

루아는 손을 올려 머리에 이고 있는 파랑새에게 먹을 걸 주었다.

파랑새는 맛있다는 듯 음식을 먹었다.

“밥은 먹었어?”

“아뇨. 둘러보기만...”

“레빗! 데리고 가서 식사하고 와.”

“알았다냐.”

채림은 눈 한번 깜짝하자 전에 봤던 뷔페로 와있었다.

여러 번 느끼고 있는 거지만 이 순간이동은 정말 알수없다.

‘마법도 아닌 거 같은데… 대체 무슨 수로 이동하는 거지?’

커다란 접시에 신나게 당근과 관련된 음식을 담고 있는 레빗에게 물었다.

“응? 그냥 빨리 뛰는 거다냐.”

“......”

이 길드는 신기한 게 너무 많았다.

­

“엔더. 여기 있었네요.”

대전식이 펼쳐지기 3일 전.

로즈는 트라비아 앞 디저트 카페에 앉아있는 김윤을 찾았다.

현실의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유저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로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싼 가격대의 가게였다.

풀석.

그의 앞에 앉았지만 엔더는 여전히 커피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돈도 많으면서 왜 이런 데 있어요? 트라비아 호텔의 디저트들이 더 괜찮을 텐데.”

“여기 있으면 지구가 생각나거든요.”

탁.

커피를 내려놓은 엔더는 자신의 청안을 반짝이며 로즈를 내려봤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뭐 그렇긴 한데.”

어차피 현실의 잔재들은 이미 이곳에 널리 퍼진지 오래다.

이곳의 시간이 10년 넘게 지나는 동안 다른 세계에서 온 용사들이 이곳의 많은 부분을 바꿔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현대화’.

이젠 대도시 어디든 늘 보던 카페나 음식점, 의류점 같은 현대 문물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너무 많이 봐서 말이죠.”

“지구가 그립네요. 이제는 못 가니 유독.”

그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그 모습에 같이 하늘을 바라보던 로즈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꺼냈다.

“그보다 들었죠? 3일 후에 열리는 대전식의 룰이 좀 바뀐 거.”

“아, 네.”

“직접 공주랑 맞 붙는건 20명. 인원수가 줄어든 만큼 그 안에 들기 더욱더 힘들 거예요.”

로즈는 여러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이전까지의 대전식의 정보와 하늘 길드에서 쓸 수 있는 특성들이 적혀있었다.

‘...레전더리 급 능력은 없군.’

당연한 결과다.

고작 호텔로 맺어진 앤더의 뭐를 믿어서 숨겨진 정보를 내준단 말인가.

뒤통수나 찌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우리 쪽이 쓸 수 있는건 그 정도예요. 아마도 이번에는 리나 공주가 반드시 패배하겠죠.”

로즈는 작은 손으로 탁자를 탁탁 치며 나를 올려다봤다.

“...흠. 저는 우선─”

“정보창 공개.”

“...”

“는 당연히 안 해주시겠죠. 믿는 구석이 있을 테니 보안 스킬을 가지고 있으신 거겠고.”

“그렇죠.”

“그럼?”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줬다.

“특성은 정령 친화, 직업은 정령사입니다.“

엔더는 자신의 눈을 닮은 물의 고리를 만들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고리들은 스프링처럼 탁자위를 통통 튀었다.

로즈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다 탁자에 손을 기댔다.

“당신 동료는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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