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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화 〉 7. 선택의 결과 (2) (161/318)

〈 161화 〉 7. 선택의 결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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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카린과 로즈는 제법 친분이 깊었다.

서로 세력이 다른 길드들의 수장이었지만 적은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각각의 길드들의 정예를 모아 레이드를 떠나기도 했고, 최종전이라고 불리는 마왕전에 같이 등을 맞대고 싸우기도 했다.

그랬기에 그 둘은 다시금 만났을 당시 굉장히 기뻐했었다.

다른 유저들보다 일찍이 통합 서버에 진출하였기에 같이 아카데미를 다니며 각자의 길드를 빠르게 발전시켰고.

그 결과 4대 길드라는 최고의 길드들의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하."

하지만 너무 급격히 성장한 탓일까?

급격히 몸집들 불린 이들은 무지막지하게 세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절대 도전할 수 없는 강자들을 제외한 영지들이 서서히 점령을 다하자, 결국 그들의 활동 영역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서로 양보해가며 자신의 영지를 지켰다.

하지만 충돌이 잦아질수록 길드 간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졌다.

과거에는 서로를 공격하며 영지를 빼앗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죽음.

예전처럼 무자비하게 능력을 쓰고 무기를 휘두르기엔 살인이라는 제약이 다가왔다.

‘NPC야 어차피 현실의 인물이 아니니까.’

...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을 수 있어도 같은 유저는 달랐다.

과거에는 서로 전쟁을 할 당시, 어떻게든 상대를 죽여 공성전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이지 않고’ 공성을 해야 했다.

따로 정해진 규칙이나 법 같은 건 없다.

단지 서로가 무의식중에 정해둔 ‘넘지 말아야 할 선’ 때문에.

그것이 대다수의 유저들이 공성을 망설이던 이유다.

그렇게 서로 신경전만 벌이다 사건이 터졌다.

‘암운의 등장.’

듣도 보도 못한 신흥 세력이 등장하자 기존의 파벌이 붕괴됐다.

4대 길드 중 하나인 리제르다는 그대로 암운에게 점령당해 그 크기가 중소형 길드로 축소되었고, 그 자리를 차지한 암운은 당당히 4대 길드 중 하나로 올라설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거대 세력의 등장에 다른 이들이 긴장을 갖추며 견제했지만.

‘우리는 위대한 신의 뜻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을 뿐. 정복 따위는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광신도 같은 그들의 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리제르다의 영지 외에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다른 길드들처럼 견제만 계속했다.

“왜…”

그때부터 였을까?

조금씩 전쟁의 불씨가 커져나게던 게.

말다툼으로 끝났을 영역 다툼이 가벼운 싸움으로 번졌고,

가벼운 싸움으로 끝났을 영역 다툼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한 전투로 변질됐다.

암운으로부터 시작된 전쟁의 불씨는 조금씩 그 기세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일이 발생했다.

마탑과 하늘의 경계 쪽에서 소규모의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서로의 경계선에 나타난 몬스터의 보상을 논하다 일어난 사고.

여태껏 반반으로 나눠가진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하늘 쪽의 주요 정예들이 잔뜩 있었기에 그들이 대부분의 몬스터를 잡아냈다.

그랬기에 보상을 하늘에서 대부분 가져가겠다 한 것.

당연히 반발이 일었고 과거 치열하게 싸움을 나눴던 이들은 죽는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싸움밖에 할 수 없었다.

다툼이 이어지다 결국 싸움다운 싸움을 하지 못한 이들이 결국 폭팔 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유지된 선이 한순간에 지워진 것이다.

“언니니까.”

“...”

“그날은 우리 쪽이 잘못한 거였어.”

“...개소리.”

정예들은 죽지 않았다.

애초에 여신으로부터 선택된 용사.

그중 정예들은 죽고 싶어도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이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다치고 팔 다리가 떨어져도 회복 포션과 치료 마법을 쓰면 금방 치료된다.

하지만 정예가 아닌 평범한 직업, 특성을 가진 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쓸려버렸다.

그 당시 점령지는 하늘 길드의 정예가 여럿 있었기에 전력이 부족했던 마탑의 하위 길드원들이 죽어나갔고.

“...내가 그때 앨리스를 보내면 안 됐어.”

소식을 듣고 분노한 앨리스가 그곳으로 텔레포트해 같은 수의 하늘 길드원을 똑같이 죽였다.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는데.”

“...됐어. 그때는 우리도 잘못한 거니까.”

하늘 길드와 마탑 길드원들이 각각 9명씩 죽은 상황.

그 외의 거기에 상주하던 NPC는 또 얼마나 죽었는가.

단순히 인과응보를 논하기에 사건이 커질 걸 우려한 길드장들은 결정했다.

지금 본인들이 다니는 아카데미 마법 대전을 통해 잘못을 결정하자고.

길드를 대표하는 인물이니 두 사람의 싸움으로 승패를 결정하자.

그게 합의점이었고…

“...하!.”

로즈는 처참히 패배했다.

그때 이후로 하늘은 마탑에 보상금과 그날 사고가 났던 영지를 내어주며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단지 그때 이후로 사이가 좀 극단적으로 틀어졌다.

그랬기에 ‘언니’라는 호칭은 다시 들어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런 티도 안 내고 친한척하는 앨리스가 이상한거지.’

아직도 앨리스라고 하면 치를 떠는 길드원들이 몇 있다.

잠시 시체를 앞에 두고 거리 벽면에 기대앉은 로즈는 담배를 꺼내들었다.

“...언니. 안 피기로 하지 않았어?”

“이 꼴을 보고 어떻게 안 피냐.”

기나긴 이야기를 나타내듯 어두운 거리에 기다랗게 피어난 회색의 연기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로즈가 탁한 눈동자로 카린을 본다.

카린 역시 기대앉은 로즈를 내려다보았다.

“그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낸 거야. 네가 수작을 부린게 아니라고?”

“수작…”

풀석.

카린도 벽에 기대앉았다.

그러나 아직 다가가기 꺼려지는 듯 자리를 띄어 앉았다.

“언니가 말하기엔 좀 웃기지 않아?”

“...그래. 그렇겠지.”

스읍…

카인의 계획을 따르기 위해 다른 이들을 떨궜으니까.

죽이지 않았지만 그만한 상처를 입으면 차라리 죽었음 싶겠지.

“나도… 참 병신 같은 년이긴 하네. 뭐가 다르다고...”

“...달라.”

“어?”

“다르다고.”

카린이 자신의 지팡이를 로즈의 가슴을 툭. 친다.

지팡이에서 뻗어 나온 마력이 로즈의 심장, 서클에 스며든다.

“정신 차려. 아직 안 끝났으니까.”

“무슨 소리야.”

“정신 차리라고. 다 살릴 수 있어.”

“무슨 소리를…”

아.

콱!

“아주 이제 잠을 자시네요! 다가올 축제를 즐겨야죠! 로즈님!”

눈을 뜨니 다시금 현실이 펼쳐진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지.

로즈는 자신의 심장에 깃든 마력을 감싸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

“로즈님! 어째서 자고 계십니까!”

“...”

‘미친놈들이 많아.’

카인은 생각에 잠겼다.

성녀야 애초에 유저가 아니니 그렇다고 쳐도 저놈은 유저인데 왜 저 지랄일까.

아니, 유저라서 오히려 더욱 저런 건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일이 다소 틀어지긴 했다만 문제는 없다.

로즈와 하늘 길드를 이용해 그 수상한 놈을 조사해보려 했지만 날이 밝도록 로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밝아 대전에 들어가면 물어볼 의미가 없다.

그때가 되면 다 죽을 테니까.

그래서 로즈가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유인해 붙잡고 그녀의 통신망을 이용해 다른 길드원들 모두 불러 죽였다.

나름 정예들이라 제법 저항이 거셌지만 우리 쪽에 성녀가 있는한 ‘죽음’에서부터 자유롭다.

한번 죽더라도 다시금 부활하면 될 일이다.

“6사도님은 고민이 많으시군요. 아직도 그자가 신경 쓰이시나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거대한 마기를 몸에 지닌 남자.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될게 너무나도 뻔했다.

오보로스님의 어둠이 이곳을 덮었을 때, 과연 그자의 어둠까지도 덮을 수 있을까?

그게 너무나도 의문이었다.

“저도 그분이 마음에 들어 찾아보려 했지만… 후후. 도저히 보이지 않더군요. 의도적으로 몸을 숨긴 것 같습니다.”

4사도는 백광을 내뿜음과 동시에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왼쪽 눈은 백(白)으로, 오른쪽 눈은 흑(?)으로 변했다.

오직 사도들 개개인이 부여받은 고유(??) 권능이다.

흑백분리(?白??).

오보로스님의 가호 아래 4 사도는 ‘신성’과 ‘어둠’을 완전에 가깝게 분리할 수 있다.

‘권능를 받아도 분리가 완벽히 안되는데 그 남자는 도대체 뭘까.’

1사도님이야 오보로스님의 첫 번째 사도니 이해야 가지만 그는 대체 무슨 수를 쓰는 건지.

“...흠.”

“뭐가 보이십니까?”

“여전히 없군요.”

후욱─

두 빛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호박색을 담은 빛이 그 자리를 메꿨다.

저렇게만 보면 참 멀쩡한 사람인데.

“때가 되면 만나게 될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겠지요. 4사도는 중얼거리며 웃었다.

“일어나셨나.”

“아! 6사도님! 마침 잘 됐습니다. 이 불신자가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으니 같이 다녔던 동료로서 한 말씀해주시죠!”

“...”

카인은 미친놈을 지나 의자 채로 쓰러져있는 로즈를 내려다봤다.

불규칙하게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

카인은 의자를 바로 세워 올려 시선을 맞췄다.

“누님.”

“...”

“누님.”

“...뭐. 개 같은 놈아.”

여전히 쌀쌀맞은 태도.

은연중에 저 표정을 망가트리고 싶었다는 생각이 잠깐 들긴했으나 꾹 참아냈다.

아직은 아니다.

“여기 있는 애들. 살리고 싶지 않아?”

수장인 로즈를 제외하면 정예 모두가 죽은 상황.

아무리 쌀쌀맞은 로즈라도 자신의 길드원들은 아꼈다.

특히 전 시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로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 눈동자 안에는 밝은 백광을 내뿜는 여인이 보인다.

“누님이 이것만 받아들이면 여기 있는 놈들 다 살려줄 수 있어.”

“...”

“물론 이들도 이것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카인의 손에 어두운 연기를 뿜어내는 구슬이 보였다.

믿음은 한순간에 생기지 않는다.

시작은 아주 작은 것부터.

마음속 균열을 통해 자리 잡는다.

“이대로 혼자 살아남아 최후를 볼 셈이야? 다른 이들은 새 시대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살려야지.”

“......”

그렇게 자리 잡은 믿음은 원래 그 자리였다는 듯이 빠르게 퍼져나가 마음과 정신을 잠식한다.

그래, 누님도 마찬가지겠지.

아무리 자존심 쌔고 고집이 강한 누님이어도 당연히─

팍!

툭툭…

“꺼져.”

“...그게 누님의 선택이구나.”

그는 허무하게 바닥을 구르는 구슬을 주워 품에 넣었다.

“역시 그게 누님이지.”

끼...익.

창고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사도에게서 내뿜어져 나오는 빛이 아니다.

바깥의 빛이.

“자, 신벌(??)의 시간이다.”

그러나 로즈의 눈에는 빛이 아닌 여전히 어둠이 드리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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