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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화 〉 7. 선택의 결과 (4) (163/318)

〈 163화 〉 7. 선택의 결과 (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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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어때?”

“...”

한창 7사도와 아데르 리나가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7사도의 수준으로 리나를 이기는 건 불가능.

그저 위압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역할은 충분하다.

“누님?”

“...닥쳐. 정신 사나우니까.”

온몸이 꽁꽁 묶인 채 카인의 옆에 앉아있는 로즈는 반쯤 열린 입으로 말을 내뱉었다.

피 칠갑을 하고 온몸이 너덜너덜한 그녀지만 대전장의 그 누구도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거 쌀쌀맞네. 이런 거 보면 누님이 참 대단해.”

“...”

“나 같으면 진작에 이쪽으로 넘어올 텐데. 이제는 죽어도 부활이 안되고 말이야.”

여전히 입을 다물고 한쪽 눈으로 대전을 보고있는 로즈.

그 아찔할 정도의 굳은 의지에 순간적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큿… 놔, 라.”

“...아! 미안. 누님. 내가 실수했네.”

“...”

카인은 컥컥거리는 로즈의 목에서 손을 놓은 체 생각했다.

나는 왜 로즈를 아직도 살려두고 있는가.

로즈는 그저 앞서 사용될 제물에 불과할 터인데.

어째서 일까.

“글쎄.”

스스로에게 반문했지만 카인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그 대신 다른 의문이 머리속을 맴돈다.

위대한 분의 위엄과 전능을 깨닫고 망설이지 않고 그분을 모시기 시작했다.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분이 곧 진리이자 법이니까.

그러나 나는 보게 되었다.

그분의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을.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분을 계속 따라야 하는가?

그는 알 수 없는 마음을 쉽사리 감추지 못하고 로즈와 같이 대전을 지켜보았다.

4사도의 능력에 의해 부활하는 7사도.

카인은 그녀의 정체를 안다.

과거의 성녀이자 현재의 사도인, 에드노스 피아 아스텔.

그녀의 ‘부활’은 이전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성과 그것을 감당할만한 짙은 어둠만 있다면 그 누구든 살려낼 수 있다.

“꽤나 재밌어 보이는군요.”

“4사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스텔은 어느새 카인의 옆으로 다가왔다.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은 순수한 선과 같았지만 그녀의 진실을 알고 있는 카인은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백색의 눈이 리나를 향한다.

“...역시 리나 공주는 힘이 약해졌군요.”

“예,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나가 약해졌다.

그렇다면 굳이 레진을 이용해 리나를 흔들 필요가 없는 상황.

따라서 레진의 의식을 굳이 유지할 이유조차 없다.

하지만 여전히 카인은 레진의 일부도, 로즈의 생사도 남겨둔 상황이다.

마치 보험이라도 들어두려는 것처럼.

“굳이 6사도님의 권능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나요? 차라리 다른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카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역시 이자는 불편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스텔은 웃음을 짓다 휘광과 어둠을 내뿜었다.

7사도인 에볼이 무자비하게 죽어나간다.

그리고 다시 살아난다.

저런 죽음과 부활을 좋아하는 에볼을 카인은 결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슬슬 끝내야겠군요.”

아스텔이 손을 든다. 과도한 부활에 끌끌 웃던 에볼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드러누워 항복을 선언했다.

“그럼 제 차례군요.”

“아뇨. 6사도.”

그녀가 카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인의 손에서 나온 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중압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큿…”

“제가 하겠습니다. 그대는 잠시 쉬고 계시죠.”

“자, 잠깐! 이러면 계획이…”

어느새 어둠 결계가 사라지고 분리된 공간이 돌아오자, 리나 앞에 선 아스텔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돌아본다.

그러나 눈 아래로는 표정이 싸늘했다.

‘그대의 마음이 혼탁하군요. 불신은 당신의 영혼을 좀 먹습니다.’

“...”

‘부디, 유의하시길.’

“하… 하하...”

미친 것들.

카인은 질린 표정을 지으며 아까부터 결계를 무시하는 남자를 노려봤다.

‘...확인해봐야겠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리라.

그는 전투에 들어간 아스텔의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정신을 나누었다.

­

“당신은…”

리나는 주위를 살폈다.

어둠이 사라지고 대전을 환호하는 소음이 들렸지만 어쩐지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멀쩡해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마치 영상이라도 틀어두듯 일정한 소음과 익숙한 패턴이 반복된다.

어느새 시작된 대전.

리나는 이전처럼 무작정 돌격하는 대신 정보를 얻기로 결정했다.

이 이상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당신이군요. 아까 그자를 살리던 사람이.”

“네. 그렇습니다.”

“...”

정적.

자애로운 표정을 짓는 여인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대답했다.

분명 아까와 같은 어둠이 느껴지지만 빛나는 휘광과 그녀를 두른 백의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스텔이라고 불리는 여인은 말했다.

“생명이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고, 그 누구나 생명을 다시 얻어낼 수 있죠.”

또각.

“...누구죠. 당신은.”

“신도.”

어느새 리나의 코앞까지 온 그녀는 하늘을 맞닿으려는 듯 손을 뻗는다.

“위대한 분을 모시는 신도들입니다. 그분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고, 또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

“당신도 신을 믿나요?”

“...신이라.”

어드벤처 행성에는 수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신을 믿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지만 눈앞의 여인이 말하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보통의 빛은 어둠을 밝힌다고 하죠. 허나 그건 틀린 말입니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신만을 따를 것을 말하고 있다.

아스텔의 눈동자가 상반된 색으로 변화한다.

“어둠은 인도하고, 빛은 가라앉으니. 그것이 곧 진리이자 법칙인 것입니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어느 종교나 신을 믿지 않는 아델리나 왕국.

그중 리나는 철저히 무교에 가깝다.

유일하게 존중하는 정도라면 용신(?) 정도.

그마저도 따르거나 숭배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친화에 대한 표시 정도였다.

파직.

리나의 주위로 청운의 번개가 깃든다.

상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광신도들.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死).

여전히 방심은 하지 않는다.

콰앙─!!

“!”

“하압!”

용검신술(???)

용격­탄(?­?)

총알처럼 쏘아진 리나는 기합을 내뱉으며 아스텔을 꿰뚫었다.

아니, 꿰뚫을뻔했다.

“...역시 용찰검. 굉장한 무구군요.”

“...!”

눈이 부실 정도의 강한 빛을 두른 아스텔의 왼손이 검을 막아냈다.

리나는 그 즉시 손목을 튕겨 그녀의 왼손에 상처를 입힌 뒤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잠깐 피를 보였던 상처는 역시 금세 재생되었다.

“...”

두 번째.

두 번째다.

‘나의 검을 저렇게 가볍게 막아낸건.’

용찰검의 항마(??) 덕분에 대부분의 마력을 무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저 짙은 어둠을 전부 막아낼 순 없다.

더군다나 아스텔이 가진 신성(??).

항마로는 신성을 막아낼 수 없으니 용찰검의 전력이 30%가량 떨어진 상태다.

그 뒤로 조금의 공방이 이어진다. 공격 없이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였던 에볼과 달리, 아스텔은 죽음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공격을 무로 돌리며 그녀의 손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빛이 리나를 강타하려 들었다.

어느새 리나의 몸에는 잔 상처가 가득했다.

그에 반해 아스텔은 멀쩡했다.

상처를 입지 않은 게 아니다.

그저 계속해서 회복해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

그 증거로 아스텔의 백의를 제외한 옷은 보기 남사스러울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처음과 같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근.

“후…”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친다.

그래, 이런 싸움을 원했다.

검 한번, 공격 한번 잘못 내지르면 위험에 처하는 이 상황.

짜릿하다.

용검신술(???)

용격─뢰(?─雪)

“...!”

대전장을 매우던 청운의 번개가 용의 형상을 띈 검들로 변화했다.

검뢰(?雪)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쏘아진다.

아스텔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성을 둘러 검뢰를 막는다.

파직. 깨진 번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태우려 들었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치 않던 그녀가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한다.

「▼▼─ 」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검과 번개의 움직임이 그녀를 압박했다.

그 힘은 전투의 양상을 깨버릴 정도로 강력하진 않았으나 길어진 전투의 ‘변칙성’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상처의 재생이 가속화되고 수세에 몰려 마침내 리나의 검이 아스텔의 목을 베어내려던 순간.

꾸웅…

리나의 시야가 암전했다.

­

“무슨 일이지?”

“...”

동양인의 남자.

기척을 감추고 몸을 전혀 상관없는 이로 바꿨음에도 자신을 바로 알아챘다.

그는 말은 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대전장의 두 사람에게 향해있었다.

휘광과 짙은 남색의 전격이 서로 맞붙는다.

공방은 리나 쪽이 우세했지만 상대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끝없이 생명력을 유지했다.

“한가지 묻고 싶은것이 있다.”

“...”

“당신은 지나칠 정도로 짙은 어둠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건 오보로스님의 힘이 아니야.”

남자는 여전히 무시한 대전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분명 옆에 있던 동료가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거지?’

카인은 수많은 의문을 눈앞의 남자에게서 느꼈으나 가장 중요한 의문부터 풀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정령의 마력에 신성까지… 당신 같은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어.”

“...”

“더군다나 완전한 분리─”

“뭘 묻고 싶은 거야.”

스윽.

남자가 드디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치 결계 위에 또 다른 결계가 덧씌워지듯 다른 이들의 시선을 가린다.

“진실을 알면 너의 신을 믿지 않을 건가? 아니면 너와 지금까지 함께 한 이들을 배신할 건가?”

“...그것이 옳다면.”

카인의 ‘옳다는’ 말은 선(?)이 아니다.

맞는 길.

위대한 분을 따르는 것이 과연 자신에게 득이 되고 존재를 인정받는 일이라면.

그 위대한 분이 다른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존재라면.

그는 언제든 섬기는 이를 바꿀 수 있었다.

“한마디로 박쥐라는 소리네.”

자신의 진의를 파악한 남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본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광신도 같은 사도들과 달리, 카인은 스스로 자신이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카인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남자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넌 또 다른 신과 같은 이를 만나면 돌아서겠군.”

“그렇다.”

“좋아.”

남자는 푸른색의 카드를 꺼내 건넸다.

“난 너 같은 놈들이 마음에 들어.”

‘쉽게 이용해 먹을 수 있거든.’

김윤은 다시금 대전으로 시선을 돌린다.

대전장 속 어둠 사이로 용이 현신하듯 울음이 터져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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