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7. 선택의 결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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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님!”
“?”
리나는 헐레벌떡 김윤의 앞으로 달려갔다.
눈에 눈물자국까지 보인 것을 보아 아주 조금의 긴장도 하지 않은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리나는 기이함을 느꼈다.
“지금 상황이 어떤데 왜 아직도 이러고 계셔요!”
“...상황?”
“네! 지금 왕국이 불타고 수많은 주민들이 죽어나가고 신이 강림해 이곳을 공격해 위험…”
리나는 말을 하면서 뭔가 맞지 않음을 느꼈다.
왕국의 불타고,
수많은 주민들이 죽어나가고,
이 사태의 원흉이라고 불리는 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도 김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이상했다.
아무리 그가 허구한 날 공주인 자신의 방에 불쑥불쑥 찾아와 멋대로 음식을 먹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는 용사였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인정하고 믿을 수 있는 용사.
그런데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일인가?
김윤은 여전히 하품을 내쉬며 말했다.
“~ 위험?”
그는 되묻듯이 물었다.
“저게?”
“...”
그런 그의 말에 리나는 다시금 거대한 두 눈을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지고 용찰검이 든 손이 벌벌 떨린다.
조금만 저항해도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위세.
그런데 저게 위험하지 않다고?
김윤 역시 두 눈을 보며 생각했다.
‘저걸 무서워하면 난 레빗하고 못 다니지.’
무려 고위신을 펫으로 달고 다니는 내가 무서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상황을 두려워할 이유는 더더욱 없고.
게다가 저건 진짜 고위신도 아니다.
오보로스의 일부를 때어 만들어낸 ‘모조품’.
아마도 적당한 힘의 발현과 ‘강림’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 같다.
‘...베린 정도면 5분이면 잡겠네.’
딱 그 정도의 수준.
물론 모조품이라고 해도 제법 쓸만한 물건이긴 하다.
그러니깐 저 싸움광인 리나가 겁을 집어먹었지.
풀썩. 소리가 들려오더니 리나가 무릎을 꿇었다.
“도, 도와주세요. 왕국이 위험해요…”
“...”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후우…”
따악.
두 손가락이 교차하고.
“어…?”
리나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돌아온다.
고위신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최상위 악마와도 맞붙을 수 있는 강함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고위신도 자연신이기에 자연의 크기에 따라 힘이 변해 그 크기가 들쑥날쑥 하지만, 어둠의 신인 오보로스는 그 예외의 선상에 있다.
‘어둠의 신은 어둠이 자연이니까.’
행성에 퍼진 어둠이 크면 클수록 오보로스의 힘은 더욱더 강해진다.
그가 온전히 가진 영역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지금은 밤이고 장막 안에 있으니 능력이 강하게 보일만도 하다.
“...후아.”
“...”
“후아…”
리나가 숨을 고른다.
어둠의 신인 오보로스의 공포에서 벗어난 리나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능력을 수복한다.
“진정됐어?”
“네.”
“할 말이 더 있어?”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나요?”
그녀가 나를 본다.
분명 진정을 시켜 줬음에도 용찰검을 든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무고한 자들이 죽어나가고 있어요. 당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희생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요.”
“...”
“당신은 힘이 있잖아요. 당신이 죽일 수 있잖아... 그래서 내 힘을 가져간 거잖아!”
검을 든 손이 더욱더 떨린다.
그녀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저걸 그대로 두는 거야. 이럴 거면 가져가지 말지. 당신이 할 수 없으면 나라도─”
“네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도 막을 수 있었을까?”
“...”
떨림이 멈춘다.
“뭐, 막을 수 있을 거야. 용찰검의 능력을 이끌어내고 검술까지 최대로 발휘하면 어찌어찌 저 눈깔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특이점과 초월자의 힘까지 보유한 그녀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봤자 분할된 세계의 인간.
만일 그녀가 스스로 초월을 깨달았다면,
아니, 하다못해 어드벤처의 주민이 아닌 유저였다면.
나는 그녀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만한 힘을 내주었을 것이다.
“아델리나 왕국의 공주, 아데르 리나.”
“...”
“내가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몇번이나 마주했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당신이…!”
“난 안 해. 아니 못한다고 봐야겠네.”
난 할 수 없다.
내가 나서면 필시 관리자가 눈치챌 거다.
뭐, 사실 눈치챈다고 그녀가 나를 위협하거나 제제하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내가 어드벤처 내에서 합법적으로 얻은 힘이고 이걸 사용한다고 문제가 될 건 아니니까.
다만 하페루아의 계획이 안정권에 들어올 때까지는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드러내면 안된다.
그래야 훗날 알아차리더라도 계획이 틀어지지 않는다.
“이 사태를 해결할 건 너도, 나도 아니야. 이미 적임자는 따로 맡겨놨어.”
“...?”
내 시선은 반파된 트리비아 호텔을 향했다. 수많은 창 사이로 화염을 맹금은 거대한 기운이 발했다.
“이 사태를 종막 시킬 영웅 배역.”
이야기의 피날레를 장식할 영웅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가라앉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가.
“...멀티 비전.”
[고위 마법, 멀티 비전의 사용이 실패되었습니다.]
[사유: 상반신을 관통한 마력의 창의 침식.]
“끅… 하아…”
카린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입과 피가 터져 나오는 배를 누르며 아래로 추락한다.
그 위로는 어둠으로 가득 찬 두 개의 눈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두 눈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빨아들이듯 반파된 호텔 위의 남자가 양 손을 뻗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좋아 죽네.”
저런 게 뭐가 좋다고 난리 치는 걸까.
카린은 어둠에 감싸진 그를 이해하는 대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붉은 카드를 꺼냈다.
김윤이 건네준 카드.
마성인 자신조차 모르는 힘이 담겨있는 아이템.
아마도 지금 쓰라고 전해준 거겠지.
카린은 김윤이 알려준 대로 마법에 그나마 운용이 가능한 마력을 아주 조금 흘려 넣었다.
「▼─ 」
띠릭.
「▼공유 」
“...!”
처음 보는 글자 형태에 당황한 그녀지만 침착하게 다른 손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화륵.
마치 드래곤이라도 뒤에 있는 것 마냥 숨이 답답할 정도의 화염이 그녀에게 깃든다.
보랏빛 머리카락은 색이 밝아져 염홍(??)의 색에 가까워지고, 주위를 감싸던 번개는 화염으로 변해 상대를 태울 듯이 퍼져나간다.
어느새 그녀의 복부를 가로지르던 창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화염을 담은 번개는 심장을 회전하다 그대로 지팡이를 타고 위로 향했다.
“아…”
번개는 카인을 관통하고 그대로 뻗어나가 시초의 두 눈을 강하게 꿰뚫었다.
“끄아아아아악!!!”
카인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의 육체가 산산조각 나듯 후두둑 떨어진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전율.
방금 쏘아진 공격은 마성인 그녀조차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경지에 있었다.
‘...아름답다.’
대체 무슨 경지에 올라야 저 정도의 능력을 쓸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방금 전 공격의 1%도 이해할 수 없었다.
─키으으으으아아아아아악…
두눈을 굴리던 ‘시초’역시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다.
세계를 가리던 어둠도 서서히 사라진다.
스륵…
“아.”
카린의 비정상적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가자 허공을 부유하는 그녀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마력도 이미 바닥.
자격에 맞지 않은 강한 힘을 시전했기에 육체는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다.
이대로 떨어진다면 죽지는 않더라도 온몸이 박살 나 몇 달은 누워있을지도 모른다.
회복 마법은 흑마법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할 테니.
“...뭐 그래도 나쁘지 않네.”
어차피 할 건 다 했다.
이대로 떨어진다 해도 후회는 없다.
얘기했던 대로 그 남자가 어떻게든 수습해 주겠지.
그거면 된거다.
투욱.
“어?”
콰앙! 하고 떨어졌여야 할 카린의 육체가 살포시 내려와 누군가의 품에 들어왔다.
고개를 슥 올려보니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보였다.
“...카린.”
“로즈 언니. 살아있었네.”
“이 멍청아…”
“왜 울어.”
항상 내려다 보았던 로즈를 자신보다 높은 키로 마주한 카린은 그녀의 눈을 닦아주었다.
그런 로즈의 심장은 보랏빛 마력이 발하고 있었다.
“내가 준 마력은 유용하게 썼네.”
“...응. 도저히 그 새끼한테 못쓰겠더라.”
“흐흥. 그래도 이겼잖아. 이겼으면 됐지.”
카린은 로즈에게 바닥에 눕혀 달라고 부탁해 바닥에 누웠다.
그녀는 맑은 하늘에 손을 쭉 뻗었다.
이질적인 힘을 감당한 서클이 죄다 망가져 운용 가능한 서클은 두 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나 이 정도면 잘 막았다고 할 수 있다.
눈 괴물도 잘 막았고 카인도 저지했으니.
그 성녀가 거슬리긴 해도 그 열쇠라는 건 이미 파괴했으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어?”
“...뭐...”
맑은 하늘이 어두워진다.
아까와 같은 어둠… 이 아니다.
“...그를 찾아야 해 언니.”
방금까지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삽시간에 사라진 두 사람이 어둠을 바라본다. 어둠은 아까까지와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하늘을 장악한다.
“진짜가 왔어.”
상공에는 수백 개의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
“...제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거 아니죠?”
“음… 아니면 좋긴 하겠다만.”
나와 리나는 허공을 바라봤다.
수백 개의 어두운 눈이 아델리나 전체를 덮었다.
카인과의 계승 작업을 하던 ‘시초’가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마력은 일전에 흡수한 레드 드래곤의 ‘공유’에 의해 소멸했다.
카린은 강대한 힘을 쓴 대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했지만 그런 카린을 로즈가 받아주며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가 되는 엔딩.
이였지만...
“엔딩이 변해버렸네.”
최종 보스 전에서 등장해야 할 보스가 고작 1편에서 나와버렸다.
‘...저 정도면 반신(半?) 강림 수준이군.’
장막내에서의 오보로스는 로루닌의 비호나, 영역이 절반 적어진 이린과도 맞먹을 정도의 강자.
아무리 반신이라고 해도 저걸 잡으려면 하위급의 최상급 악마와 1대1로 이길 수 있는 수준 정도는 돼야 한다.
당연히 유저 중에 그 정도가 가능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어, 어떻게…”
“어떡하긴 잡아야지.”
“...당신이요?”
“아니.”
이미 말했지만 나는 나설 수 없다.
무슨 수를 썼는지 변수를 내서 나를 아주 조금 당황하게 한건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흐에에에에…”
변수는 우리쪽에도 있다.
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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