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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화 〉 8. 귀환 (3) (170/318)

〈 170화 〉 8. 귀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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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도테르드

중상위권 길드이자 왕국 덴시아의 수호 길드이기도 한 이들은 나름 준수한 무력과 인원을 가진 집단이다.

비록 그들은 용사지만 마왕과 그 수하들에게 맞서 싸우기에는 부족한 자들이 대다수 였고, 그렇다고 평범한 일을 하기에는 강한 힘을 지닌 이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건 왕국의 방위군 역할이었다.

왕국에 주둔하며 마수의 침략을 막아주고 합당한 보상과 직위를 받는 것.

...라는게 길드 측에서 제시하는 훈훈한 결말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뭐 때문에 우리를 공격하는 거냐.”

사실상 길드란 집단은 왕국을 반강제적으로 지배해 자원을 얻어 가는 정복자나 다름없었다.

이미 4대길드를 포함한 대다수의 길드가 그러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고, 그 강도와 대우만 다를 뿐 그들이 왕국을 식민지화 시킨 것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정말로 서로 윈윈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뚜벅.

피를 쏟은 채 한쪽에 처박혀 있는 길드장에게 어린아이의 체구를 가진 남자가 그림자를 두르며 다가왔다.

뻗어 나온 그림자는 그와 그 일대를 억세게 짓눌렀다.

“도테르드의 수장, 도테 비시언.”

“다른 길드의 사주냐, 아니면…”

“넌 덴시아의 왕을 죽이고 왕국을 점령했지. 그의 딸과 강제로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게 했고.”

“쿨럭…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냐.”

왕을 죽이고 특성을 통해 왕 행세를 하던 길드장 도테는 괴물을 바라보듯 눈앞의 남자를 노려봤다.

“어차피 앤피시 놈들이잖아. 전에도 이런 식으로 점령했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뭐, 너도 그쪽이냐? 아니면 같잖은 영웅놀이라도 하려는 거냐?”

“영웅 놀이라…”

갈색의 머리를 긁적인 남자는 전보다는 어두워진 청안을 깜빡거렸다.

그의 목에 걸린 푸른색의 목걸이가 반짝이자 일대를 짓누르던 위압적인 분위기는 어느새 종적을 감추었다.

“나도 몰라.”

“뭐?”

“그냥 수련이거든. 그러니깐 악당으로 죽어줘.”

“미, 미친놈이!”

푸콱!

도테는 감추고 있던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 남자를 공격했으나 먼저 움직인 그림자가 그를 여러 갈래로 갈라냈다.

“...재미없어.”

사신(死?) 베린.

몇 개월 전부터 여러 길드들과 유저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암살자다.

그림자를 통해 악행을 저지르는 길드들을 처리한다고 유명해진 인물로 4대 길드장과 맞먹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알려진 건 그 정도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강했다.

베린은 환각을 통해 초월한 반(半)초월자였으니까.

“흐음… 역시 의미 없나.”

풀석.

베린은 피로 물든 왕좌에 앉아 짧은 다리를 이래저래 앞뒤로 움직였다.

확실히 환각에서 나온 이후로 능력은 이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해지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역시 달라졌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환각 속 신이었던 소마와 수련을 한 것이, 그리고 그런 소마가 눈앞에서 죽은 것이 베린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

사실 베린은 이런 권선징악 같은 행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베린은 어지간한 악마는 손쉽게 잡을 정도로 강해진 상황.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이들은 범접조차 할 수 없게 강해졌지만 여전히 콜트를 제외한 자신의 동료들을 넘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김윤의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은 다들 자신처럼 초월의 길에 들어서고 이전보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때문에 수련을 위해 길드를 나왔을 때 베린은 사냥 말고 다른 것을 해보기로 했다.

마물 사냥이 아닌 인간 사냥을.

“...”

베린의 직업인 쉐도우는 암살자 직업군의 히든 직업이기에 몬스터보다는 사람과의 전투에서 더욱더 강한 면모를 보인다.

그래서 그냥 악인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을 처리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강해질까 하고.

‘그런다고 눈의 띄는 변화가 있을 거 같진 않지만… 조심은 해. 세운 기준은 확실히 지키고.’

“...흥.”

김윤의 조언.

과거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긴 해도 살인에 무덤덤해진 건 아니다.

항상 수십 번씩 확인하고 기준에 맞는 녀석들만 처리했으니까.

베린은 블루밍의 도움을 받아 손을 보기로 한 해당 길드의 정보를 받고 그 외에 인물은 전부 경고만 하고 풀어준다.

문제는 없다.

푸─드득!

그때 파랑새 한 마리가 피로 점칠된 알현실의 창문사이로 날아왔다.

“블루밍?”

­꾸!

“편지……뭐야 소집?”

베린의 손에 들린 편지에는 다윤 길드를 상징하는 노랗게 물든 동그란 달과 그 주위를 맴도는 검은 안개. 그리고 달을 가르는 세 방향의 궤적이 보였다.

­

“소집…”

깔끔한 형태의 편지지를 받은 이랑은 여우불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아직 해야할 일이 좀 남아있긴 한데…

고위신 이린을 대행을 하고 있는 이랑은 최근 들어 부쩍 회의가 잦아진 고위신들의 모임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이유라 하면 당연히 세계의 변화다.

세계가 통합됨에 따라 기존의 신들 외에 새로운 신들이 출몰하고 이제껏 서로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던 신들 사이에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악마족의 영역 확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평화를 유지하자던 고위신들 조차 균형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힘을 좀 쓰면 더 강해질 수 있을 텐데.’

‘저기 영역의 고위신은 내가 능력을 좀 쓰면 이길 수…’

‘과거 이린 때를 생각하면 일을 저질러도 충분히…’

마치 바람 앞에 양초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평화조약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악마 공주 때문에 말이 아니네.’

악마족의 공주, 하페루아는 뭔 생각인지 용사인 김윤과 같이 다니며 마왕을 비롯한 악마족의 행동을 멈추다시피 하고 있다.

물론 공격 자체를 멈춘 건 아니라 여전히 적대 행위는 하고 있지만 영역에 대한 확장이 전무한 상태.

지금 이시간에도 고위신의 영역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김윤의 손에 의해 많은 수의 최상위 악마들이 죽거나 봉인당했고, 남은 악마들은 전부 하페루아의 명을 따르는 악마들만 남은 상황.

게다가 그 악마들의 수장인 마왕은 마왕성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김윤… 참 무서운 녀석이야.”

용사란 놈이 악마를 손에 부리다니.

예전 같으면 변절자가 아니냐며 의심부터 했을 테지만 이랑은 안다.

김윤은 착한 녀석이라고.

­이랑.

“뭔 일이야? 랍스타.”

­...랍스타가 아니라 라스티야.

잠시 폐관 수련에 들어가 있던 이랑에게 전음이 들려왔다.

전음의 주인은 아델리나와 연결된 바다를 영역으로 둔 거북신, 라스티.

나름 이름을 떨치는 고위신이자 행성의 바다를 무려 20%나 차지하고 있는 신이다.

“아, 미안. 예전에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서.”

콜트의 환각 속에서 먹었던 전갈 구이.

엄청 맛있었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먹어봐야겠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회의가 잡혔어. 장소는 ‘고원’이야.

“또 잡혀?”

한지 고작 2주도 안됐는데.

아무리 회의가 자주 잡히더라도 보통은 5년~10년 사이에 한번 잡힐까 말까 한다.

애초에 수천 년을 넘게 사는 고위신들이기에 그런 식의 텀을 가지지만, 최근에는 거의 두 달 단위로 회의를 가지고 있다.

이유라면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탓에 계속해서 회의를 여는 것이다.

“굳이 가봤자 어차피 결론 안 날 거 같은데 안 가면 안되나?”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이번 건 좀 다른 사안이야.”

“?”

전음으로 들려온 라스티의 목소리는 조금 떨림을 가지고 있었다.

­오보로스가 반죽음 상태라 그쪽 영역이 비기 시작했어. 어둠 계열이라 그대로 두면 가만히 있던 악마들이 먹을 거 같아.

“악마가 움직일 리가 없잖아.”

­또 모르지. 저렇게 먹기 쉬운 떡이 있는데 움직이지 않는 게 더 이상하잖아?

이랑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오보로스가 반죽음 상태라도 그를 이기려면 하위급의 최상위 악마 정도는 돼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런 악마들은 전부 하페루아의 통제하에 있다.

‘말하면 안 되지.’

신과 악마는 암묵적인 계약아래 적대적인 관계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그들과의 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자신이나 엄마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그래서 누가 먹을지 회의한다고?”

­응.

이랑은 생각에 잠겼다.

신들 사이에도 말다툼이 격해지면서 최근 들어 영역전이 한두번씩 일어나긴 했다.

물론 그들은 영역전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의 원천인 자연이 전투 도중 파괴된다면 얻어도 얻은 의미가 없으니까.

게다가 오보로스는 행성 내에서도 뛰어난 고위신이고 그의 영역은 어둠이니 쉽사리…

“잠깐! 왜 반죽음이 됐는데? 누가?”

­나도 몰라. 흔적이 안 남았거든.

“...그게 말이돼?”

감지 계열의 내로라하는 신들이 넘쳐나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 인가?

라스티가 말했다.

­네 눈으로도 파악이 불가능할 거야. 아마도 가상세계 속에서 당한 것 같거든.

“...가상세계?”

­어. 그것도 꽤나 높은 수준의 환각이야. 마치 ‘실제’ 했던 것처럼. 이런 종류의 신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

설마.

아니겠지?

아니라 생각하고 싶지만 뇌리에 박힐 정도로 너무나도 강한 의심,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이랑?

“...회의는 안가. 이린 쪽은 안 간다고 전해줘.”

­어? 가봤자 나쁠 건 없는데 굳이?

“상관없어. 나는...”

이랑은 손에 들린 편지를 꽈악 쥐었다.

“갈 곳이 있어서.”

이번에는 또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김윤.

­

“그래서 오래요!”

“...”

기계 도시 드리트리아의 주인, 콜트는 눈앞에 편지지를 든 꼬마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지의 내용은 이미 직업 스킬인 기계안(???)으로 확인했다.

가뜩이나 기기 수정으로 머리가 아픈데 또 불러서 뭘 시키려는 건지…

“시장님?”

“그래, 가야지. 베타.”

─부르셨습니까.

콜트의 손이 까닥이자 여성형 안드로이드의 모습을 띈 정장 차림의 로봇, 베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외형, 그리고 붉은 머리카락과 화염을 닮은듯한 붉은 눈.

딱 봐도 누구를 생각하고 만든 건지 눈에 훤히 보이는 로봇이었다.

‘아마 홍린님한테 걸리면 난 죽겠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과 인권(?)을 생각해 얼굴을 완전히 똑같이 하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안다면 충분히 심기를 거스르게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때문에 콜트는 항상 베타의 형체를 클로킹 상태로 만들고 다녔다.

“드리트리아의 보안레벨은 7단계로 격상하고.”

끼익.

“너랑 나는 천공의 섬으로 간다.”

모든 길드원이 소집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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