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6화 〉 9. 6번째 정령왕 (4) (176/318)

〈 176화 〉 9. 6번째 정령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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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드로의 전쟁 2차 전투.

─청()팀의 3번 궁병(?兵)이 적(赤)팀의 4번 기병(?兵)을 잡았습니다!

─적팀의 4번 기병은 영구 추방됩니다. *

─청팀의 3번 궁병은 회생 1회가 부여됩니다. *

─단계차를 극복했습니다! 청팀의 3번 궁병의 능력치가 두 단계 강화됩니다. (2/5) *

─선공 보너스! 회생권 1회가 부여됩니다. (1/3) *

─약화, 지형 페널티의 보상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사유 / 전투 도중 어드벤티지 사용.)

─청팀의 선공 하에 기병과 궁병의 전투는 궁병의 무조건 승리로 판정됩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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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메린느는 다시 돌아온 체스판을 앞에 두고 멍하니 남자를 바라봤다.

아직도 방금 상황이 믿지지 않아 그녀는 심장이 훵하니 빈 기병의 기물을 만지작거렸다.

분명, 누가 봐도 이기는 판이었다.

가뜩이나 기동력과 화력에서 밀리는 궁병으로는 절대 기병을 이길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이자는 오히려 페널티를 걸어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켰다.

처음에는 이전 판을 이긴 것에 오만에 빠져 그러는 건가 싶었지만…

‘설마 페널티 보상으로 스킬을 사용할 줄이야.’

렌드로의 전쟁에는 각각의 기물이 업그레이드할때마다 특수한 스킬들이 하나씩 추가된다.

단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세기와 효율이 상승하기에, 어떤 기물이든 5단꼐까지 성장시키면 죽지도 않고 전장을 누빌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5단계 성장을 위해서는 보통적으로 5번의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체스’라는 게임의 특성상, 한 기물만 마구잡이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보통 5단계를 찍는 기물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여왕’이나,

상대를 잡으면 자신보다 같거나 낮은 등급의 기물에게 이동이 가능한 ‘마법사’ 정도가 전부다.

[완전 미쳤군.]

하지만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스킬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거 ‘궁신’(??) 루트로 가도 재밌겠네.”

─일점 저격술. (궁병 / 4단계)

활을 길게 늘어트려 강력한 한 발을 발사합니다.

*일부 조건을 통해 단계에 도달하지 않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사용조건 / 보상 포인트 5점, 두발 이상의 화살 적중. (기물당 1회 제한.)

─ 일점 저격술 (4단계)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해당 기술은 4단계에 도달할 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치?”

[...어떻게 한거 지?]

“뭘 어떻게 해? 다 아는 거 아니었어?”

[스킬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점 저격술은 어느 정도 보정이 적용되기에 충분히 맞출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처음의 그 두발은 결코 맞았으면 안됬다.

그때 당시의 네메린느는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워낙 약해서 그저 행운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지만...

[약화가 되면서 적중률도 자연스레 떨어졌을 텐데 어떻게 맞춘 거지?]

“내가 활을 좀 잘쏴.”

[...거짓말하지 마. 약화 페널티는 ‘원래 잘 쏜다’ 수준으로는 결코 맞추지 못해.]

마법의 신이라 불리는 마성으로 능력으로 만든 게임.

아무리 참여자들이 그보다 뛰어난 초월자라고 하더라도 ‘억지로’ 한계를 뚫지 않는 한, 룰이 정한 능력의 수치는 결코 넘을 수 없다.

만일 원래부터 활을 잘 쏜다고 이런 게 가능했으면 네메린느는 진작에 같은 전략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녀가 김윤을 노려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내가 한계를 벗어난 힘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지.]

“흠…”

확실히 틀린 말 하나 없는 논리적인 말이지만…

“아쉽게도 오답이네.”

[뭐?]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렌드로의 전쟁 내역를 공개했다.

─ 2차 전투 내역 Page (3/3)

─페널티의 보상 포인트 7점.

─사용 내역 / 일점 저격술 1회(5점), 적중률 증가 버프 (2점).

─남은 포인트 0점.

내역을 뚫어져라 쳐다본 네메린느가 기겁했다.

[미, 미친! 고작 버프에 2점을 태워?!]

“태워서 이득 본거지.”

오로지 약화, 지형 페널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보상 포인트.

보상 포인트로 제한이 없는 회생권이나, 단계 업그레이드권 등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강화가 안된 기물로는 페널티를 가지고 싸울정도로 상대가 약하지 않고, 꽤나 유용한 아이템들이 많기에 어지간하면 버프 따위에 포인트를 할애하지 않는다.

버프들은 유효한 강화라기보다는 그저 ‘가능성’을 만드는 정도니까.

쓰레기라고 치부할만 버프를 이 정도까지 유용하게 쓰는 건 나밖에 없을 거다.

[...진짜 대단한 놈이네.]

“칭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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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몇 번의 공방이 이어졌다.

무조건 승리가 확정된 나의 궁병이 먼 사거리를 이용해 기병들을 잡았고,

낭병 역시 훨씬 약한 궁병들과 싸우며 단계를 올렸다.

‘...뭐 하는 거지?’

어느새 기물은 14 대 9.

네메린느는 앞이 죽든 말든 후열, 맨 끝에 위치한 ‘방패병’을 이용해 후열의 기물들만을 지키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왕이면 바로 왕을 노리고 싶지만 왕은 어지간한 하위급 5단계랑 맞먹을 정도라 쉽사리 덤볐다가 회생권만 날아간다.

어느새 내 3번 궁병은 벌써 4단계.

4번 낭병은 3단계에 도달했다.

─레드로의 전쟁 10번째 전투를 종료…

“네 차례야. 네메린느.”

[흐음~]

어느새 모조리 죽음을 맞이한 기병과 적팀의 궁병.

네메린느는 즐거운 손으로 마법 모자를 쓴 기물을 짚었다.

[궁금하네?]

“...!”

[진짜 네 실력을 어떤지.]

타악.

어느새 마법사는 순간이동하듯 나의 마법사 앞으로 이동했다.

시야가 뒤틀리더니 굴곡이 높은 협곡에 마법사의 복장을 한 네메린느와 내가 서있었다.

─마법사들의 대전이 시작됩니다!

─해당 경기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마법사 능력을 통한 전투.

─2, 실제 능력을 통한 전투.

─적(赤)팀은 2번을 선택했습니다.

─2번을 선택할 시 마법 결계가 해제되고 생명 보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걸 노렸군.’

그녀가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이미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난 그녀는 이제 재미고 뭐고 그 무엇도 찾지 않을 것이다.

아마 철저히 나를 밟을 생각을 하겠지.

─청()팀은 2번을 선택했습니다.

─결계가 해제됩니다.

[의외네?]

어느새 마법사의 복장이 아닌 현실의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1번 택할 줄 알고 일부로 포인트도 모아놨는데 말이다.]

실제로 네메린느는 적지 않은 인원을 버리면서까지 포인트를 모았다.

아무리 무조건 패배가 있다지만 그것은 청팀의 선공 하에만 통하는 룰.

여러 기물들을 내주면 적팀의 ‘기병’이 청팀의 ‘궁병’을 잡을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렇게 페널티를 걸고 모은 포인트를 통해 ‘투표권’을 구매해, 한 표 더 많은 수 차이로 2번을 강제할 셈이었다.

“2번을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잖아?”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네.]

쿵!

네메린느의 연녹색이 담긴 지팡이가 소환된다.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공간.

창조세계의 열화판이라고 불릴 수 있는 마성의 가상공간 속에 두 명의 남녀가 무기를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래 정령이 이런 걸 준비할 리가 없다.]

히죽.

[너는 진짜 이곳을 칩입한 인간이야. 그치?]

“맞아.”

나는 찬란한 빛을 꺼내들었다. 맹렬한 빛을 내뿜는 검에 네메린느의 눈빛이 일순 찡그려졌다.

허나 별거 아니라는 듯 다시 나를 노려봤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거야?]

“궁금한 것도 있고, 받아야 할 것도 있고… 그리고.”

검은 연푸른 에테르로 휘감긴다.

“올려야 할 것도 있지.”

[올려야 할 것?]

투확!

거대한 강기가 공간을 찢어내듯 네메린느를 향해 달려든다.

그녀의 십수 배에 달하는 크기에 네메린느의 입꼬리가 찢어져라 올라갔다.

[좋아, 좋아!]

우웅─ 지팡이가 연녹색의 발광을 내고 거대한 돌풍이 몰아친다.

허리케인이 터져나가듯 몰아치는 돌풍은 향해오는 강기를 갈기갈기 찢어 무로 돌렸다.

[안녕?]

투─쾅!

바람처럼, 아니 진짜 바람이 되어 날라온 그녀는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나를 날려보냈다.

실제로 거대화가 된 그녀가 손을 뻗자 공간 자체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찢겨져 나간다.

‘역시 네메린느.’

괜히 ‘정령왕’이 아니다.

제힘을 쓰는 나를 그대로 날려보내다니.

심지어 나는 검술강기에 어지간한 고위신도 3초만에 제압할 수 있는 3번 정보 창을 키고 있는 상태다.

나는 반쯤 부서져 내리고 있는 가상 공간의 벽면의 낀 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네메린느의 육신은 바람 그자체가 되어 내게로 쇄도한다.

아마도 그녀는 전력까진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겠지.

“그럼 나도…]

티각.

[...너?!]

[나도 제대로 해도 되겠지?]

[ A ­1 코드 실행. ]

[설정된 3번 정보 창을 2번 정보 창으로 변경합니다.]

[이미 사용된 수치입니다.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2」 이름 : 김윤 / LV.349

특성 : 랭킹 1등의 금고(레전드리******)

직업 : 최강자(히든 / 레전드리******)

스텟 : 강함 2000, 만능 400 / 체력 200, 근력 200, 민첩 200

무기 연마 : 82.7% 재련 중... ]

[도합 스텟 3000 이상.]

[인간의 한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신격(??), 초인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초월 」「▼공유 」「▼저장 」「─」

무어라 지칭하기 힘든 백색의 빛이 바람을 가르고.

─렌드로의 전쟁ㅇㅣ 11ㅊ ㅏ ㅈ ㅓ…

─ㅇ ㄹ ㅠ...

공간이 박살 난다.

[...어라?]

네메린느는 눈을 떴다.

누워있는 자신. 아플 리가 없는 온몸이 욱신거린다.

왠지 모르게 푹신한 목뒤에 감각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분명 놈의 공격을 받아내다…

“잘 잤어?”

[...! 비, 비켜라!]

네메린느는 눈앞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파악 쳐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며 몸을 더듬더듬 만졌다.

“아무 짓도 안 했어.”

[...그, 그렇네. 아무 짓도 안 했구나.]

“...사람을 뭘로 보고.”

나의 반응에 네메린느는 흥! 콧방귀를 치며 자리에 풀석 앉았다.

[너는 한창때의 인간 남자 아니냐. 나처럼 아름다운 이가 쓰러지면 필시 취하려 들것이다.]

“거, 김칫국을 너무 마시는 거 아니야?”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네메린느를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획 돌렸다.

아마도 저 말투가 진짜 네메린느의 말투겠지.

게임 중에는 어려 보이는 말투를 쓸려고 노력했지만 어차피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뭐… 게임이 도중에 끝이 났지만 이 몸이 졌으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거라. 가능한 선에서 뭐든 들어주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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