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9화 〉 11. 계약 (3) (189/318)

〈 189화 〉 11. 계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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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파손율 78%...

─광자 에너지 소실 가속화 (100 / 33,130%)!

─대피 권고. 해당 개체 분류 불가.

─마스터. 어서 명령을.

[아직도 멀쩡하네.]

콰득!

베타의 복부에서 창을 뽑아낸 세피드는 훙훙 휘두르다 베타의 양팔을 잘라냈다.

─기체 파손율 87%.

─광자 에너지 저장률 (100 / 17,980%).

허무하게 잘려나가는 팔.

양팔과 연결된 기계 파편들은 허공을 날다 어둠의 마력에 의해 금세 바스러졌다.

베타의 모습을 본 세피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 뭐야. 너 왜 이리 약해졌어.]

─저장률 손실… 위급 상황…

[고작 그것 때문에?]

세피드가 아는 전투 병기는 팔다리가 날아가고 기체의 대부분이 파손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하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안드로이드는 달랐다.

고작 파손 좀 시켰다고 상위 ‘디타아’급의 위력을 발휘하던 개체는 어디 가고, 이제는 ‘브리아’급도 안돼 보인다.

─광자 에너지 저장률 (100 / 8,712%).

[뭐가 됐든… 나한테 감히 입을 놀린 대가를 치러야지.]

세피드의 창이 베타를 두 동강 내고 어느 한 대상을 겨눴다.

[그 주인까지 말이야.]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 곳을 향해 창을 던지려던 순간이었다.

“멈춰!”

[베린? 뭐 하는 거야.]

“...저건 내 동료야 그러니까 공격하지 마.”

「▲흑화 」

어느새 강화된 자신의 기운까지 발휘하는 베린을 보고 세피드는 감탄했다.

계약 좀 했다고 이정도 까지 능력을 사용하다니.

‘역시 마음에 들어.’

세피드는 어떤 식으로든 베린을 곁에 두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자신을 막아선 베린에게서 창을 거뒀다.

[네 동료가 날 공격했어. 근데 나는 하면 안 돼?]

“네, 네가 먼저 날 안 놔줬잖아!”

[계약만 하면 끝이야? 좀 더 긴밀한 관계가 돼야지 내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투욱.

창은 어느새 베린의 어깨를 살포시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어둠의 격에 베린의 시야가 뒤집히고 의식을 잃었다.

포옥.

[헤헤… 좀만 있어. 그러면 네 바람대로 엄청 강해 질거야.]

베린을 품에 안은 그녀는 허공을 날아 저 멀리에 산처럼 쌓인 기계로봇을 보았다.

‘반격인가? 도망치지 않은 건 용하네.’

그러고 보니 굳이 전투 병기를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할 이유가 없었는데, 어쩌면 저 남자의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투콰가가가광!!!

수많은 포화가 세피드를 향해 쏟아진다. 하나하나의 화력은 약하지만 수백, 수천 개가 모이니 꽤나 거대한 융단 폭격이었다.

쿠웅!

세피드의 창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에 따라 주위의 어둠이 스며들고 창의 기력이 점차 거세졌다.

쏘아진 창은 융단 폭격을 모두 찢어발기며 거대한 기계로봇을 그대로 폭발시켰다.

기계를 다루던 남자의 허망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무슨.”

[풋.]

역시, 제아무리 강한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반 초월자들.

진짜를 이길 수는 없다.

그건 아마도 저자도 마찬가지 일 거다.

“...흠.”

[어서 와. 김윤… 이라고 했던가?]

이들의 대장이자 6번째 정령왕을 만들려 하는자.

세피드는 그를 살펴봤다.

검은색의 머리와 검은눈.

옷은 평범한 복장이지만 세피드의 눈에는 그가 수십개가 넘는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보이는 것은 허리춤에 찬 백색의 검과 육신에 담긴 수없이 다양한 마력들.

세피드의 창이 옅게 떨렸다.

하지만 이내 바로잡아 땅에 쿡, 내려놓았다.

땅에서 솟아난 어둠이 김윤을 덮쳤다.

제대로 된 공격이 아닌 실력을 보기 위한 탐색.

김윤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검을 곡선을 그리듯 휘둘러 어둠을 파훼했다.

[호오...]

“동의를 받으러 왔다. 세피드.”

[날 이겨야 해주는데?]

“그럼 이기면 되겠네.”

당연한 듯 말하는 김윤의 반응에 세피드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이윽고 퍼져나가는 어둠.

「▲흑화 」

「▲흑화 」

공간 자체가 어둠으로 물들고 김윤의 오감이 서서히 옅어진다.

세피드가 리벤디아 내부에 덫 씌운 공간.

리벤디아는 기존의 존재하는 차원보다 상당히 불안정하기에, 힘만 있다면 상대가 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세피드가 밟고 있는 공간 안에서는 그 누구도 나, 세피드를 이길 수 없을 거다.

설령 이곳의 초월자인 마왕이나, 여신이더라도!

“...5초?”

“가능이야 하겠다만... “

“알았어.”

김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 내에서 외부의 존재와 대화를 나눴다.

‘누구지?’

자신의 어둠 공간을 뚫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려 2중첩이나 진행된 어둠 공간을 뚫는 건 자신과 같은 수준의 실력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김윤과 대화를 나누는 의문의 존재는 너무나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인 김윤이 검을 치켜들자 리벤디아 전체에 거대한 장막이 씌워진다.

[뭘하는…]

[5초면 충분하지.]

1초.

그의 검신의 창백한 빛이 담기고 주위의 어둠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뒤틀린 공간 속, 어둠과 어둠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고 그 공간에 빛이 가득 찬다.

2초.

위기를 느낀 세피드가 베린을 공간 밖으로 내보낸다.

곧바로 어둠 공간의 크기를 줄이고 회수한 힘만큼 창의 위력을 늘려 내지른다.

허나 사라지듯 힘을 잃은 창은 김윤의 보이지 않는 갑옷에 막혀 튕겨져 나간다.

3초.

당황한 세피드가 능력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대항한다.

만일 외부로부터 눈을 가리지 않았다면 세피드의 위치를 파악한 추격자들이 찾아올 정도의 위력.

하지만 다행히 눈은 가려진 상태였다.

4초.

대항한 힘을 모두 무(無)로 돌린 백색의 검이 두 개의 선을 그어내듯 공간을 절단한다.

이격(二?).

5초.

세피드가 쓰러지고, 어둠 공간은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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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과했어.

5초가 지난 후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간만에 쓰다 보니 생각보다 반동이 심했다.

인간의 한계치를 뛰어넘은 ‘초인의 권능’ 상태에서도 검을 잡은 손이 떨릴 정도니.

“언제 나아지는 거야. 이건.”

─최강자의 힘은 어쩔 수 없어. 네가 초월한 순간부터 예고된 일이었으니까.

초월하기 이전에 습득한 최강자의 힘과 기술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기술은 모두 최강자가 초월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기술이었고,

진짜 최강자의 기술은 과거의 쓰던 것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하고, 또 위험했다.

“안 들켰지?”

─들킬 뻔했지.

나는 하페루아의 시야를 공유해 리벤디아를 내려다보았다.

차원은 네 갈래로 쪼개져 너덜너덜해졌고, 세피드의 거처는 이미 회생 불가.

이곳의 마력 역시 거대한 힘에 심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눈을 안 가렸다면 100% 눈치챘을 거야.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창이 내려찍은 걸 보자마자 바로 온 건데 피해를 전부 막을 순 없었다.

부서진 베타는 싸움이 끝나자마자 콜트가 급히 데려갔다.

녀석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제 연인을 살리는데 우선시기에 그냥 뒀다.

결과적으로 일을 맡긴 게 화근이 된 거니까.

─기왕이면 나서지 말았어야 했어. 콜트와 베타를 보내지 않았어도 베린 혼자서 설득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럼 베린이 필요 이상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 있었겠지.”

초월자의 시간은 수백, 수천 년을 우습게 보기에 비정상적인 흐름 속에 가둬둘 확률이 높았다.

과거의 환각 속 로드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하페루아는 잠시 멈칫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불필요한 걱정이야. 더이상 네 동료들은 애가 아니야. 김윤. 다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굳이 당하는 것보단 낫지.”

─그렇긴 하다만 어차피 격류에 휘말린 이상 반드시 겪어야…

“그럼 우리 악마 공주님께서 도와주지 그랬어.”

네가 직접 왔으면 이런 위험요소가 안 벌어졌을 텐데.

내가 문양 너머의 하페루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침묵했다.

애초에 원래의 정령도시, 리벤디아의 계획 안에는 하페루아의 참전도 포함돼 있었으니까.

그녀가 왔다면 채림이 폭주할 일도, 이그네아가 아리아를 얻기 위해 난동 부릴 일도, 세피드가 과한 힘을 사용할 일도 없었을거다.

그녀는 관리자를 제외한 이 행성 그 누구보다 강하니까.

잠시 입을 달싹거리던 그녀는 시간을 꽤나 보낸 뒤 입을 열었다.

─...난 만능이 아니야. 나 역시 제약을 받고 있어.

“그래. 그렇겠지.”

항상 그녀는 바쁘고 비밀이 많다.

과거의 뛰어난 유저가 아니었던 나는 그다지 많은 정보가 없다.

특히 새롭게 알게 된 초월과 차원 세계에 대한 정보도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이런 상태로 통합서버에 들어오게 된다면 더 이상 관리자의 눈을 더 피할 수 없게 될 거고, 페널티 같은 것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랬기에 하페루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의 지식과 보조가 필요했고,

그녀는 관리자라는 대적을 물리칠 나라는 장기 말이 필요했다.

서로에게 동등히 맹약이라는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인 우위는 그녀에게 있다.

그 증거로 그녀는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 나는 그녀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

그녀는 세피드이상의 내로라하는 초월자지만.

나는 아직 차원도 못넘는 반 초월자니까.

‘물론 더 이상 반(半)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차원만 못 넘을 뿐, 내 힘은 3~4등위의 초월자와 맞먹는다.

─난 널 배신하지 않아 김윤. 이건 관리자를 끌어내려도 유효할 거야.

“그래야지. 당연히.”

─...푸훗.

그녀가 갑자기 깔깔 웃는다.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하페루아쪽을 보자 끅끅 웃는 하페루아의 얼굴이 보였다.

─...흐... 김윤 왜 이리 귀여워?

“그건 뭔 세피드 같은 말이래.”

─너무 진지한 거 같아서. 긴장 풀라고~

웃음보가 터졌나 보다.

가끔씩 저러는 걸 보긴 했지만.

나는 그녀를 무시한 체 쓰러져 있는 베린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

대신 녀석의 곁에는 손바닥만큼 작아진 세피드가 숨을 색색 고르고 있었다.

상태를 본 하페루아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흐응~? 정령 상태로 돌아갔네.

“정령?”

─힘을 잃은 육체가 너무 오랜만에 힘을 되찾아서 무리가 온 거야. 지금 그녀는 계약자인 베린보다도 약해져 있어.

“힘은 회수 한 건가?”

─응. 이제 동의만 받으면 돼.

언제 회수했데.

역시 하페루아는 성격은 이상해도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내 생각을 읽은 하페루아의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무시한 체 세피드에게 찬란한 빛을 대었다.

「▲정령왕 」

[ 6번째 정령왕이 탄생합니다! ]

[ 빛의 탄생 ­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 위대한 여섯 ­ 월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 빛의 정령왕, 히아트와의 계약이 성사됩니다. ]

[ 전용 무기 ­ 찬란한 빛이 강화됩니다. ]

[ 칭호 ­ 여섯 번째 존재를 획득했습니다. ]

[ 칭호 / 여섯 번째 존재(레전드리******)

­ 여섯 번째 정령왕을 탄생시킨 단 한 명만이 얻는 칭호입니다.

6번째 타격 시 66%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6번째 피격 시 모든 대미지를 66% 감소시킵니다.

추가적으로 정령 친화력이 66% 상승하고, 빛의 정령과의 친화력은 666%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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