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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화 〉 13. 영웅 (4) (202/318)

〈 202화 〉 13. 영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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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영웅들의 이면행은 확정이 되었다.

얼마 안 남은 팔라딘들의 5할과 베딘디스, 에레에게 가르침을 부여받은 주술사 군단.

마지막으로 비슷한 숫자의 보조인력까지.

확실히 전쟁을 나선다는 게 실감이 난다.

“...하아.”

크렉은 착실히 준비되는 전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간 크리드아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어떡해서든 이면행을 막기 위해.

도시의 수호부터 악마의 위험성, 도시에서 크리드아를 기다리는 아내까지.

크렉이 생각해낸 모든 수를 말했으나 그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과거로 돌아온 자식이다. 라는걸 말하려 했으나…

‘읍…’

이상하게 과거와 관련된 내용을 꺼내기만 하면 입이 닫혔다.

마치 자신이 미래에서 온 사실을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듯이.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강하다. 게다가 우리가 가지 않으면 도시의 누군가가 죽는다. 그러니 가야 한다. 정 가는 것이 두렵다면 너를 도시의 수호 병력으로 빼줄 수…

‘젠장, 젠장, 젠장!’

크렉은 크리드아를 떠올리며 부여잡은 창을 마구 바닥에 쳤다.

분명 자신은 흔한 팔라딘 중 하나.

크리드아는 위대한 영웅중 하나다.

그런데 그는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며 오히려 자신을 배려해 주었다.

석상을 제외하곤 얼굴도 본 적없는 자신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인자하셨다.

‘...그러니 더 포기할 수 없어.’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나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 온 거야.”

크렉은 창을 쥔 손을 꽈악 쥐었다.

매우 튼튼하게 제작된 창의 손잡이가 불안한 소리를 내며 살짝 찌그러졌다.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힘.

게다가 일주일간 몸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지금의 자신은 속도, 체력, 강도 등등…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져 있었다.

지금 상태라면 십수 년을 실패한 크리드아의 시험을 단번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

아마도 과거로 보낸 누군가가 자신에게 힘을 준 것이리라.

‘헌데… 누굴까.’

자신을 과거로 보냈다면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과거로 가 미래를 바꾸기를 바라는 누군가가.

크렉은 머리를 최대한 굴려봤지만 떠오르는 자는 없었다.

굳이 고르자면 용사.

용사는 분명 자신과 미누아를 두고 따로 행동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이면을 처리하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

사실상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윤 용사는 그다지 활약하지 않았다.

뒤에서 지켜만 보거나 간간이 튀어나가는 마수를 몇 잡았을 뿐,

대부분의 마수는 다윤이라는 용사가 전부 처리했다.

김윤의 행동이 이상하긴 했으나 그 역할을 다른 이가 대신해 줬기에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정말 그 행동에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다.’

크렉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누가 보냈고 안 보냈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목적은 단 하나.

나의 아버지, 크리드아를 어떻게든 구하는 것.

우선 그것을 목표로 가보자.

크렉은 창을 쥐어든 체 다음날 열릴 이면의 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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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

홀리에린의 유일한 신이자 위대한 존재, 그라티아의 자식 히딘은 이그드라실의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백의 뿌리는 땅을 고르게 만들고 기둥이 하늘을 뚫을 듯이 높게 뻗어나간다.

가지는 하늘을 뒤덮고 넓게 퍼진 백색의 잎은 빛을 고르게 내려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생기를 북돋았다.

“마음에 드십니까?”

“응! 베데 짱이다!”

팔뚝만한 흰색 강아지를 끌어 안은 채 땅위로 올라온 뿌리 위에 걸터앉은 히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히딘은 항상 도시에 내려오면 집행관의 영역인 ‘판테움’보단 제사장의 영역인 ‘이그드라실’쪽에 자주 방문한다.

하지만 판테움쪽에는 칠 영웅전이나 각종 시설들이 즐비하지만, 이그드라실쪽은 별다른 시설도 없고 제사 지역 같은 아이들이 재미없어할 시설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히딘은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이유라 하면...

“여기는 너무 포근하다. 꼭 엄마 품 같아.”

“그러십니까.”

“그런데 이런 커다란 나무는 어떻게 만들었어? 무지무지 커서 못 심을 거 같은데.”

히딘은 강아지를 내려놓고 과장스럽게 양팔을 벌렸다.

소녀의 말대로 나무는 굉장히 거대하다.

그 크기가 무려 도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베덴디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의 노력이죠.”

“노력?”

“나무의 씨앗은 그라티아님이 내려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피워낸 건 저 혼자만이 아니죠.”

“으음… 누가 도와줬는데?”

“그야…”

그는 백색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저 머나먼 곳을 바라봤다.

판테움에 있을 칠영웅전을.

“옛 동료들이죠.”

“옛날? 얼마나 옛날?”

“히딘님이 태어나기 훨씬 전. 그러니까… 한 이백 년 전쯤으로 보면 되겠군요.”

“우웅… 얼마나 길어?”

“히딘님이 이제 100살이시니. 딱 두 배 되겠군요.”

베덴디스는 허허 웃으며 아이를 바라봤다.

자신과 루소니아를 제외하곤 도시의 모든 인간들보다 오래 산 존재.

하지만 신의 딸, 히딘은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무한과도 같은 긴 세월을 살아갈 그들에게 빠른 속도의 정신적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실제로 히딘은 인간으로 치면 아직 7살도 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별로 안 옛날인데?”

“...그렇긴 합니다만.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길다고 할 수 있죠.”

“흐음… 그렇구나.”

히딘은 음음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히딘은 자신이 걸터앉은 뿌리를 만지작거렸다.

백색의 빛을 더욱 강하게 뿜는 나무.

나무는 날이 지날수록 빛이 점차 강해지며 열흘 밤이 될 무렵이면 가장 활발하게 활성화가 된다.

그리고 곧, 열흘째 밤이 찾아온다.

히딘의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던 베덴디스는 쓴 웃음을 지으며 나무에 다가갔다.

‘슬슬 때가 오고 있나.’

이면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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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크로아는 단검을 빠르게 휘둘러 마수들을 베어냈다.

전보다 강해진 마수들이 때로 몰려들었으나 빛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그녀의 움직임을 하급 마수 따위가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주변에는 수 갈래로 갈라진 마수들이 즐비해 있었다.

“...내가 미쳤지.”

이면.

마수가 들끓는 차원이자 그 악마 놈이 나타난 곳.

절대 안 간다 안 간다 했지만 결국 와버렸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기왕 온 김에 제대로 끝내고 돌아가야지.”

“크리드아. 그리고…”

크로아는 어느새 자신이 맡은 구역을 정리한 크리드아와 뒤이어서 따라오는 누군가를 바라봤다.

달과 같은 기운을 내뿜는 영웅.

“무트라. 네가 가자고 할 줄이야…”

“어쩌겠어요. 영웅의 일인데.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야죠.”

그녀의 미소가 섞인 말에 크로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트라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악마에게 큰 피해를 입었던 영웅이었다.

그것도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던 녀석.

그렇기에 그녀마저 이면행을 찬성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네가 은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흐흥, 신님의 부탁인데 거절할 수 없죠.”

무트라는 씨익 웃었다.

“이 자리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래. 그게 맞지.”

영웅은 절대 가벼운 위치가 아니다.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영웅’.

모두에게 존경받고 인정받아야 마땅한 존재.

당연히 함부로 대체될 수도, 그래서도 안되는 존재다.

‘아즈라랑 다른 놈들이 이상한 거지. 다들 안 맞아봐서 그래.’

걔들이야 몇 대 안 맞고 황급히 도망쳤다지만 거의 반죽음 상태까지 갔던 우리는 그 악마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카아아악!!

푹!

갑작스레 달려온 마수의 미간을 관통시킨 무트라가 활을 거뒀다.

“뭐… 전과 달리 영웅이 아홉이니 한 번에 덤비면 또 모를 거예요.”

“난 안 그럴 거 같은데…”

“에이~ 그래도 해보기 전까지 모르죠. 그렇죠, 크리드아?”

“그럼.”

백금의 창을 치켜든 크리드아는 뒤쪽에 어정쩡이 있던 팔라딘 하나를 어깨동무하듯 끌어왔다.

“녀석처럼 우리를 따르는 이들이 있는데 당할 수 없지.”

“뭐야. 팔라딘? 너랑 비슷하게 생겼네. 혹시 숨겨둔 아들 같은 거 아니야?”

“나도 처음 볼 땐 놀랐다. 게다가 이놈 실력도 대단해.”

“호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쓸만한가 본데?”

“과찬이십니다!”

크렉은 헤드락 걸리듯 들려있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에 무트라는 미소 지었고 크로아는 빡빡하게 안 그래도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나같이 뛰어난 영웅들.

그리고 죽음이 확정되어 있는 이들.

‘...내가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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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즈라! 너 혼자 나서지 마!”

“한 번에 끝내는 게 편하다.”

“후훗, 악마도 별거 아니군요.”

“...멍청이 들.”

“이쪽이 아닌 것 같은데?”

크렉은 앞서나가는 아홉의 영웅을 보았다.

처음에는 크리드아만 어찌어찌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홉 모두를 구하는 건 아마도 무리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하지만 내가 부여받은 힘.

그리고 이들의 능력을 보니 어느 정도 생각이 바뀌었다.

할만하다고.

이들과 잘 협력하면 다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리 생각하니 오히려 다른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강한 이들인데 어찌 두 명 빼고 모두가 죽었지?’

영웅들은 벌써 6번째 이면을 돌파하고 있다.

그중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그 누구도 힘이 부족해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

6번째부터는 하급 악마도 나오는데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악마들을 베고, 찌르고, 부셔냈다.

크렉은 뒤를 돌아봤다.

팔라딘과 사제, 아니 주술사들도 힘이 밀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 싸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과거로 오기 전에 자신이 끌고 온 병력보다 훨씬 더 잘 싸웠다.

그렇다면 어째서.

“드디어 7번째 구만~”

“여기 그놈이 있으면 좋겠다.”

“벌써 그놈이 나오면 안 되지! 다 죽을일 있어?”

“아~ 크로아. 뭐가 문제…”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영웅들.

가장 맨 앞에 있는 베덴디스의 손에 검붉은 문이 서서히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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