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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2화 〉 14. 거짓된 존재 (7) (212/318)

〈 212화 〉 14. 거짓된 존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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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더럽게 힘드네….”

[칠 영웅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단검의 영웅, 크로아가 당신을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베린은 참아왔던 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쉽게 성공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난이도가 어려웠다.

자신보다 10배 강한 분신이라니.

‘스승님이랑 싸웠을 때 보다 더 빡센 거 같아.’

만일 소마의 수련이나 세피드의 조언이 없었다면 도전의 회수가 십 단위가 아닌 백 단위를 넘어도 통과하지 못했을 거다.

“내 덕분이지?”

“아… 응. 고마워.”

“흐흫, 귀여워라.”

팔뚝만한 크기의 세피드는 베린의 어깨에 앉아 볼따구를 마구 잡아당겼다.

베린은 자신을 귀엽게 생각하는 그녀가 싫었으나 도움은 받았기에 오늘은 맞춰주기로 했다.

[축하한다. 용사여.]

“고마워.”

정말 거지 같은 난이도긴 했으나 덕분에 부족했던게 뭔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베린은 크로아의 힘을 받고 시험을 빠져나왔다.

왠지 모르게 이상해 보이는 하늘.

“세피드. 하늘이 이상한데.”

“...흐음? 여기 초월자가 문제가 생겼나? 확인해볼까?”

“우선 그전에 김윤부터…”

하늘이 이상한 것보다 김윤에게 합류하는 게 우선이다.

베린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느낌의 여자가 서있었다.

“용케도 시험을 통과하셨군요.”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기다란 체형의 여자.

방금 전 만난 크로아와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이 사람이 그 집행관인가 뭔가 하는 사람인가?’

김윤에게 들은 바로는 집행관과 제사장. 이 둘은 과거 칠 영웅과 같은 영웅 출신이라고 했다.

성문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비슷하니 아마도 맞겠지.

“응. 난 용사야. 여긴 내 정령이고.”

“안녕.”

베린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세피드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웃어 보였다.

루소니아는 이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가운데 있던 김윤이라는 용사에 비하면 강하진 않네. 어둠을 주로 쓰지만 마기처럼 타락한 건 아니야. 크로아의 시험을 통과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크로아의 시험은 정말 어렵다.

처음 칠 영웅전을 살아있는 눈으로 보았던 루소니아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베덴디스를 제외한 모두가 죽고 정신을 차려보니 도시로 돌아와 있었으니까.

베덴디스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 묻자, 그는 이면의 보스의 약점을 파악해 가까스로 상해를 입히고 도망쳤다고 했다.

루소니아는 좌절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자신은 감히 그라티아님을 닮은 마수를 보는 것조차 힘들었으니까.

그때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렇다고 그라티아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건 아니다.

여전히 그분은 우리의 위대한 존재시고 그 사실은 변한 게 없다.

다만 위대함과 완벽함이 동일하다고 묻는다면 선뜻 답을 할 수 없지만.

아무튼, 루소니아는 영웅들의 시험을 하나하나 도전해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이미 통과해 빛을 잃은 에레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도전해 성공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단 하나 만큼은 성공은커녕 그 근처도 가지 못했다.

단검의 영웅, 크로아.

그녀의 시험은 자신보다 10배 강한 분신을 상대하라는 얼토당토않는 시험이었다.

당연하게도 루소니아는 통과하지 못했고 수십 차례를 반복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런데 그 이상한 남자도 아닌 용사가 통과했다라…’

대체 무슨 수를 부린 걸까.

“다른 용사들은 돌아오지 않은 겁니까?”

“나야 모르지. 방금까지 시험 치르고 있었는데. 네가 전처럼 들어오면 알 수 있는 거 아니야?”

“저는 대리자일 뿐입니다. 그때의 일은 말 그대로 대리의 역할을 했을 뿐이지요.”

약간의 신경전이 오갔다.

마치 크로아의 시험을 통과한 자신을 시험하는 느낌.

베린은 어느새 두 개의 단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루소니아는 허리춤에 찬 레이피어를 꺼내려다 말았다.

자신의 목적은 용사의 수준 파악 및 위험요소 확인.

굉장히 특이하고 강한 용사들이 들어왔기에 그것을 확인하러 왔을 뿐이다.

확인은 다 했으니 그라티아님을 만나러 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올리려던 찰나.

쩌엉!

“...!”

“...?!”

저 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백색의 빛기둥이 쏘아졌다.

...저쪽은 이그드라실 영역 일텐데.

베덴디스가 또 뭔가 주술이라도 만드나 싶었으나.

“...뭐야?”

기둥은 한 개가 아니었다.

수백, 수천개의 빛, 또는 어둠의 기둥들이 도시로 떨어졌다.

처음에는 이그드라실만을 중심으로 떨어졌으나 어느새 자신의 도시인 ‘판테움’에도 낙하하기 시작했다.

쩌엉!

쩌엉!

쩌엉!

“꺄악!”

“그라티아님, 대체...!”

“집행관님! 살려주세요!”

굉음을 내뿜으며 쏘아진 빛에 홀리에린의 주민들이 허무하게 당했다.

빛과 어둠은 그들의 육신에 닿자마자 마치 분해되듯이 그 존재를 잃고 흩어졌다.

흩어진 잔해들은 그대로 빛기둥에 흡수되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뭔 개 같은 짓을…! 용사! 당장 저를 도와서 이 사태를…”

급해져 말이 험해진 베덴디스는 용사의 도움을 빌리고자 고개를 돌렸다.

뭔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니까.

“어… 뭐야? 이거?”

그런데 용사의 상태가 이상했다.

빛과 어둠의 기둥들이 아래로 추락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잡아먹으려 드는데 오직 저 작은 용사는 피해서 공격하고 있다.

아니,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둠의 기둥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용사의 목걸이에 스며들고 있었다.

“설마 목걸이가...”

“당신인가?”

“뭐?”

전에는 의심만 들었다.

설마 저 목에 걸린 게 최악의 악마였던 ‘제라드’의 것이 아닐 거라고.

별로 티가 나지도 않거니와 설령 진짜 제라드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그 강한 악마를 죽이기라도 해서 그걸로 목걸이를 만들었다면.

물론 그런 사악한 악마의 무구를 빛을 상징하는 용사가 끼고 다닌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애초에 저자는 어둠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래, 그것까진 그렇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이상하다.

갑작스러운 빛과 어둠이 도시를 공격한다.

도시의 주민들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그 영혼과 육체는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그런데 하필. 이 타이밍에 제라드와 관련된 목걸이를 지닌 용사가 도시에 방문했다고?

그것도 그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는 목걸이를?

‘......’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과거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이건 지금 일어난 일이랑 상관없어!”

“그럼 어째서 그 목걸이를 가지고 계신 거죠?”

“나야 당연히 받았으니까.”

“누가요?”

“김윤. 그 너랑 말다툼했던 걔.”

“......”

역시 뭔가 사고를 칠 것 같더니만.

그때 가짜 그라티아님의 힘이 담긴 검 하나만을 보고 들여보낸 게 문제다.

차라리 외면하더라도 절대 들여보내면 안 됐다.

후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루소니아는 기다란 은빛의 머리카락을 묶었다.

그리곤 빛의 결정을 한데 모아 하나의 레이피어를 만들어내었다.

이제는 단둘뿐인 영웅에게 주어진 그라티아님의 무기.

「▼성역 」

공격에 의해 잔뜩 흔들리고 있는 판테움이 레이피어에 의해 조금 안정세를 되찾고 있었다.

그에 따라 쏘아지던 빛과 어둠의 기둥들 역시 힘을 서서히 잃어갔다.

‘이그드라실쪽은 영향을 줄 수 없는데… 설마 베덴디스가 당했나?’

루소니아는 호흡을 고르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베덴디스는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

항상 영웅 간의 대련을 하면 10번 중 9번은 항상 졌으니까.

자신조차 과거 아홉의 영웅 중에는 네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베덴디스는 두손가락, 아니 최고라도 무방할 정도로 강했으니까.

그런 베덴디스가 당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없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신은 집행관.

도시의 악한자를 처벌하는 유일한 집행관이다.

이번에도 그런 때가 온 것이다.

“잠깐! 오해라니까! 너, 도시 사람들 안 살릴 거야?”

“...당신을 잡으면 문제도 해결되겠죠. 가슴은 아프지만 어설프게 몇 명 구하는 것보다 문제 자체를 뽑아내는 게 훨씬 더 많은 수를 구하는 길입니다.”

“아니!”

미치겠네.

베린은 답답함에 미칠 것 같았다.

기껏 나와서 녀석 좀 찾아갈려 했더니만 갑자기 공격이라니.

아마도 이 목걸이가 문제인거 같은데…

‘김윤 자식. 이게 문제면 미리 빼두라고 하던가.’

괜히 꼈다가 시험만 어려워지고 정작 그 시험안에서는 쓰지도 못했다.

시험의 횟수를 5번가량 늘린 원인이 이 목걸이인데 이제는 이것 때문에 범인으로 몰리다니.

─나쁘지 않은걸?

‘뭐?’

세피드는 쿡쿡 웃으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루소니아를 보았다.

─좋은 대련 상대가 되어주겠다잖아. 강해진 네 힘을 시험해 보고 싶지 않아?

‘...!’

─게다가 만들어진 반 초월자 같은데… 지금의 너 정도면 2할 정도로 이길 지도.

“2할?”

“읏!”

카─앙!

흑화를 담은 단검과 성역의 레이피어가 충돌했다.

단검은 여전히 제 위치를 찾은 반면에 튕겨나간 레이피어는 웅웅거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후회할 겁니다!”

“아니라니깐…”

이렇게 된 이상 정말 싸울 수밖에 없다.

기왕이면 그림자를 통해 빠져나가고 싶지만 무슨 수를 부렸는지 왠지 이 도시를 빠져나가기가 힘들어 보인다.

─제대로 날뛰어봐. 베린.

「▲흑화 」

세피드의 어두운 기운이 단검으로 스며든다.

그래, 기왕 싸우기로 했으니.

“안 봐준다?]

“...!”

스가가각─ ! 소리와 함께 루소니아를 둘러싸고 있던 백색의 마력이 갈기 갈기 찢겨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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