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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화 〉 16. 얼음 굴 (2) (221/318)

〈 221화 〉 16. 얼음 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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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굴.

티르빙의 지배자인 ‘킹 화이트 예티’의 서식지로 악마를 제외한 최고 레벨의 월드 보스가 살고 있는 곳이다.

당연히 그 수준과 힘은 어지간한 고위신조차 능가할 정도로 강했고, 그가 한번 입김을 내뱉으면 도시 전체가 얼어버릴 정도로 ‘혹한’에 한해서는 행성에서 견줄 자가 없었다.

[그만… 그만둬라...]

“좀 더 싸워주면 안 돼요?”

[이, 이 악마 같은 놈들!]

그런 킹 화이트 예티, ‘아스트라’는 계속되는 염화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눈보라를 몰아치고 거대한 산사태를 일으켜 상대를 아예 덮어버리는 등 과격한 태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윤의 팔목에 착용된 ‘비상하는 화련’이 티르빙의 혹한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심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아스트라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 정령왕의 화염을 당장 멈춰라.]

“멈춰라?”

[...멈춰 주시오.]

“흐흥.”

다윤은 싱거운 듯 팔찌의 불꽃을 꺼버렸다.

초월자이자 시간마저 얼려버리는 아스트라가 약한 건 아니지만 다윤이 밀릴 정도는 아니다.

하물며 같은 수준의 초월자인 불의 정령왕과 치명적인 상성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다윤이 싸움을 끝내자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일련의 무리가 얼음 굴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본 얼음 굴은 말 그대로 동굴처럼 보였으나 그 안은 확연히 달랐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연푸른 얼음 기둥들이 쭉쭉 뻗어 거대한 성처럼 올라와 있었다.

그 안에는 자그마한 하얀 예티들이 뽈뽈 움직이며 성을 배회했다.

밖에서 본 몬스터 예티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

“귀여워!”

베린의 어깨에 앉아있던 세피드는 몸을 키워 예티를 와락! 안았다.

마치 흰색의 강아지 마냥 품 안에 쏙 들어온 예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털에 얼굴을 마구 비볐다.

[...초월자군. 행성에 초월자가 많아진 게 문제야. 나갈 수도 없는 고착된 땅인데 정작 강자는 늘어나고...]

아스트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불에 타고 있는 그였지만 금세 설산의 냉기를 흡수해 몸을 수복했다.

몬스터였지만 스스로 초월해 그 굴레를 끊어낸 존재.

그것이 설산의 지배자, 아스트라다.

[크흠.]

그는 불편한 듯 얼음 굴의 광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아기 화이트 예티들은 둥근 몸을 통통 구르듯 다가와 그의 몸에 다닥 다닥 달라붙었다.

가뜩이나 큰 그의 거체가 더더욱 커 보였다.

“아이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나보네.”

[흠, 왕이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더라고.”

내가 그리 말하자 아스트라는 피식 웃었다.

[그런 놈들은 제 능력도 힘도 없는 버러지들이지. 진정한 왕은 모든 백성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녀석이 고작 얼음 굴 안에 박혀 있어?”

[너는...]

말소리와 함께 허공에 어둠이 드리우더니 작은 인영 하나를 내뱉었다.

흰색 풍성한 털 목걸이를 두르고 나타난 검보랏 빛 머리의 미녀.

그녀의 머리 위로 쫑긋 올라온 작은 뿔은 얼음 굴의 안을 붉은빛으로 채워나갔다.

아스트리는 잠시 침묵하다 껄껄 웃었다.

[악마랑 용사가 함께 다니다니. 이제는 규율도 지키지 않는 겐가.]

“그 규율을 지키라는 년은 이 자리에 없는데 뭘.”

[그래, 그러니 네가 당당히 나타날 수 있는 게지. 네 옆에 있는 자가 네가 말한 구세주인가?]

구세주?

아스트리의 말에 나는 하페루아를 보았다.

그녀는 뭘 보냐는 듯이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눈웃음 짓고 다시 아스트리를 보았다.

“구세주 까진 아니고… 동업자라고 해야 하나? 아니, 동반자에 더 가깝겠네.”

[그런가.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군. 이곳에 있는 일도 영 지겨워서 말일세.]

“알면 문이나 잘 열어줘.”

[원한다면.]

통통 튀는 예티들을 물린 아스트리는 천천히 일어나 나를 내려다보았다.

[인간이여. 초월의 시간을 겪을 준비가 되었는가?]

그는 위엄있게 말했지만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이미 ‘최강’이라는 시간과 기억을 겪은 뒤로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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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굴의 ‘시간 결계’는 로드리아의 ‘환각’이나 레빗의 ‘환묘세계’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환각은 현실과의 시간차를 늘려 상대를 반영구적인 시간 속에 가둬두지만.

[시간 결계는 시간이 흐르지 않지. 이 몸의 혹한이 시간을 놓아주지 않는 한, 시간은 영원히 멈춰있을 거다.]

아스트라의 시간 결계는 그 안의 시간을 완전히 동결시킨다.

이렇게만 말하면 아스트라가 꽤나 강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초월의 힘의 법칙은 같은 수준, 혹은 그보다 아래 존재에게만 적용된다.

즉, 1등위인 아스트라가 아무리 시간을 동결 시킬려해도 2등위의 초월자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대단한 법칙도 큰 힘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할 뿐이다.

“꼭 그런 것 까진 아니야. 낮은 격의 법칙도 그보다 높은 존재에게 영향을 주긴 해. 다만 그 영향력이 낮아질 뿐이야.”

하페루아는 내 생각을 읽고 그리 말했다.

뭐가 됐든 우리는 아스트라의 도움을 받아 수련을 하기 위해 왔다.

“그래서 들어가면 된다고?”

[그래. 너와 그 초월자는 흑문(?門)으로 들어가라. 가면 안내인이 너희를 안내해 줄 거다.]

세피드를 어깨에 태운 베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흑문으로 들어갔다.

검은 한기를 내뿜고 있던 문은 그 둘이 들어가자마자 부르르 떨며 그대로 사라졌다.

“어디로 간거예요?”

[다른 차원으로 갔다네.]

“...네?”

또 다른 문을 만들기 시작한 아스트라의 손에 시릴듯한 한기가 느껴졌다.

싸울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한기.

다윤은 무의식적으로 비상하는 화련을 최대로 활성화했다.

화악! 불꽃이 솟아올랐지만 저 모든 걸 얼려버리는 한기에 불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을 잃고 사그라 들었다.

어느새 팔찌는 쩍쩍 얼어붙고 다윤의 몸의 기온이 뚝뚝 내려갔다.

“허… 허억… 유, 윤 씨!”

“괜찮아.”

나는 다윤의 어깨를 붙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잠시 그를 노려보자 아스트라는 끌끌 웃으며 손을 마저 그어 보랏빛의 문을 만들어냈다.

“장난이 심하네.”

[미안하네. 어린 초월자들을 보면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만.]

“이런 힘이 있으면 진작에 쓰지 그랬어.”

[그녀의 손님인 걸 아는데 어찌 그러겠나.]

“난 왜 끼워? 내가 온건 나중에 알았으면서.”

[시간마저 얼리는 혹한은 가끔씩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네. 비록 완전한 결과를 보진 못하지만 대충 들어맞는 예상은 할 수 있지.]

“말은 참 잘해.”

하페루아 역시 기분은 좋지 않은 듯 아스트라를 노려보았다.

다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오히려 통쾌하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너 그거 굉장히 무례한 생각인 거 알지?”

“생각을 읽는 네가 무례한 거야.”

“으으… 윤씨이…”

급 해동된 다윤이 흐물흐물 거렸다.

아마도 동결된 시간의 흐름이 풀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정신적 착란 효과일 것이다.

나는 다윤을 공주님 안듯이 안았다.

“그래서 다른 차원이라는 건 뭔 소리야. 네 아공간중 하나로 가는 거 아니었나?”

[맞다. 내 아공간중 하나지. 다만.]

“다만?”

[내 아공간만 있는 게 아니지.]

츠즈즉…!

눈 폭풍이 몰아치고 얼음 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변을 느낀 나는 그 즉시 찬란한 빛을 꺼내 그대로 내질렀지만.

[제법 즐거웠네. 다시 오면 자네도 한 가락 하는 녀석이 되어 있겠지.]

어느새 새햐얀 눈으로 시야가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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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입에 들어온 눈을 마구 뱉어냈다.

초인적인 육체 능력과 수많은 기술,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나지만 어째서인지 눈을 쉽사리 뱉어내기가 어려웠다.

“야.”

“...”

“야!”

“어, 어?”

그런 내 옆에 하페루아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푸욱. 눈밭에 엉덩방아를 찍은 하페루아.

설산에 서있을 만한 복장은 아니지만 그녀는 전혀 추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뭔 상황이야 이게?”

“...아스트라가 고얀 수를 부린 거 같은데.”

“배신인가?”

만난 지 하루도 안돼 녀석을 죽도록 팬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아스트라는 하페루아와 안면이 튼 사이였고 그녀의 계획도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존재였다.

그런 녀석이 배신을 했다면 앞으로의 계획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그… 건 아닐 거야. 아스트라가 날 배신하려면 한번 죽어야 해.]

“맹약?”

“응. 맹약.”

푸른색으로 물든 그녀의 눈 위로 수많은 창들이 흘러갔다.

이마의 보랏빛 문양을 번뜩여 진위 여부까지 확인한 하페루아는 눈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되었든 녀석이 우리를 죽일 생각으로 넣은 건 아닐 꺼야. 아마…”

“아마?”

=아마?!

““?””

불쑥!

눈 위로 자그마한 눈덩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자세히 보니 얼음 굴에서 봤던 아기 예티였다.

=뭐가 아마야?

“네가 안내자야?”

=안내자?

예티는 고개를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자그마한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건 모르겠고 난 사냥꾼님한테 부탁을 받아 왔어. 너희 길을 잃은 거지?

녹색의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들을 바라보는 예티.

‘어떻게 할까?’

나는 하페루아에게 속으로 물었다.

만일 이곳이 함정이라면 차원 공간 자체를 찢고 나가면 된다.

비록 눈에 띄긴 하겠지만 지금은 관리자의 분신밖에 없고 설령 ‘진짜’에게 들키더라도 이제는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하페루아는 아스트라가 배신을 하지 않았다 했다.

─일단 가보자.

‘의외네. 너라면 바로 나갈 줄 알았는데.’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아. 차원이 비틀린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이것도 좋은 수련이 될 수 있다.

나와 쓰러진 다윤, 하페루아는 예티를 따라나섰다.

■조우!아기 예티를 마주했다!

┏내용: 설산에서 길을 잃은 당신! 당신과 그 일행은 우리의 귀여운 아기 예티와 조우했습니다.

┣목적: 예티의 도움을 받아 사냥꾼 ‘드레드’의 집으로 향하세요.

┣보상: 5 Point

┗행동력: 1 소모 / 남은 행동력 (4 / 5)

■ ※불펌 금지!개발 관련 문의는 ‘디드락’의 벤시에게 연락 주세요 >< (투명 모드가 적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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