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4화 〉 17. 설산의 사냥꾼 (3) (224/318)

〈 224화 〉 17. 설산의 사냥꾼 (3)

* * *

­

추적자, 지스리는 덫에 걸린 도망자 놈들을 보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인간족 둘과 악마 하나.

인간 하나가 더 있다는 것에 의외긴 했으나 하나둘 둘이든 상관없다.

오히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서큐버스 인가. 그런데 어디서 본거 같기도 하고…’

초월자인 그들에게 외형 따위는 언제든 변할 수 있기에 그다지 특별하진 않지만 저 악마는 예외라 불릴 정도로 특별했다.

‘어마 무시하게 예쁘군. 아무리 능력을 써도 저정도까지는 못 만들 거 같은데…’

저런 외모를 가지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차원 유랑자는 불법 체류자나 다름없다.

언제든 제약을 걸 수 있고 차원 관리국이 내세운 ‘차원 보호법’ 에도 해당되지 않는 자들.

그야말로 길다가가 초월자가 그들을 희롱하거나 죽여도 아무런 의견을 낼 수 없다.

그나마 녀석들에게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점은 차원 유랑자를 성적으로 보는 놈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초월자들은 하나의 행성, 차원에서 지배자 격으로 불리는 자들이고 그런 자들은 이미 수백, 수천 년을 살아가며 수많은 경험을 겪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초월자가 아닌, 이상 하찮은 개미 따위와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흐흐 잡았다. 이게 얼마 만에 도망자냐.”

“꼴에 여자는 데리고 다니네. 역시 차원 유랑자 놈들은 아주 활발하다니까. 도망치는 와중에도 할 생각을 하다니.”

“뭐… 좀 가지고 놀까?”

“벌레랑 하게?”

“가끔 불량식품도 먹고 싶은 법이야.”

“미친 새끼.”

물론 이런 놈들도 있지만.

지스리는 제 앞에 음흉한 생각을 가진 네 놈을 보았다.

하나의 행성을 쥐락펴락하는 초월자라기에는 상당히 경박한 놈들.

‘고향이었다면 이런 얼치기 따위들은 전부 갈아마셨을 텐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되었든 이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인력이었다.

여기서는 고향과 달리 압도적인 힘으로 누를 수 없으니까.

“쓸데없는 짓거리하지 말고 애들이나 확실히 잡아.”

“넵~”

“알겠슴다.”

네 놈은 설렁 설렁 덫을 밟은 놈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인간 두 명은 미동도 안한 채 눈밭에 누워있었고 서큐버스 악마는 자신들을 강하게 노려보고 있다.

저 여자는 알까?

저렇게 노려보는 게 오히려 저 얼치기 네놈을 더 흥분시킨다는걸.

‘대장이나 불러야겠다.’

녀석들이 가지고 놀아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죽지만 않는다면 대장은 신경도 안 쓸 거다.

격을 가지지 못한 유랑자를 혐오하는 대장이라면 오히려 분수에 맞는 모습이라 말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무전 아이템을 꺼내려던 찰나.

“흐흐… 우선 남자 놈은 팔다리를 없앤 뒤 눈만 뜨게 해서…”

“그건 안 되지.”

누워있던 남자의 말소리와 함께.

촤악!

쿵!

“...어?”

선두에 서던 사냥꾼의 목이 날아갔다.

­

[행동력 회복 포션을 5병 마셨습니다.]

[행동력이 5 상승합니다. 5분간 모든 스텟이 1씩 증가합니다.]

[최초! 사냥꾼을 잡았습니다!]

[42 Point + 200 Point(추가)를 얻었습니다.]

■ 반격! 괘씸한 사냥꾼들을 물리치자!

┏ 내용: 끊임없이 도망만 쳐야 하는 당신! 당신은 도망치기 보다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 목적: 사냥꾼 네 명 처치하세요.

┣ 보상: 500 Point, 설산의 영향력 3.5% (도망자 전용)

┗ 행동력: 하나를 잡을때마다 1 소모 / 남은 행동력 (4 / 5)

■ ※ 불펌 금지!

“흠. 생각보다 베는 게 어렵네.”

검에 있어서는 수도 없이 베어봤는데,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뭔가 막혀있는 벽을 뚫고 공격한 느낌?

후웅~ 후웅~

나는 일어서서 검을 가로로 그었다.

그러곤 다시 세로.

또다시 곡선.

내가 검에 익숙해지는 사이 동료를 잃은 세 명의 사냥꾼은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냥꾼이 죽었다.

도망자는 절대 잡을 수 없는 사냥꾼이.

그것도 초월자도 아닌 한낱 차원 유랑자 따위가.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일은 사실이고.

후웅─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이, 이! 거지 같은 새끼가 두라이드를!!”

왠 치킨 같은 이름을 울부짖으며 붉은색 장검을 손에 쥔 남자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초월자답게 굉장히 빠른 속도.

「▼▼쾌검 」

게다가 초월의 힘도 이속과 연관된 능력이었다.

나는 피할 겨를도 없이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콰앙!

“...너, 너… 무슨...”

“난 후라이드보다 양넘이 더 좋은데.”

당황하는 놈의 표정이 선명히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실망이다.

아무리 그래도.

■ 스텟 현황

┏ 공격: 8단계 (+1)

┣ 방어: 10단계 (+1)

┣ 이속: 0단계 (+1)

┗ 행동력: 남은 행동력 (4 / 5)

■ ※ 불펌 금지!

아무리 그래도.

촤악!

“두 명.”

““.....””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니.’

단단히 준비한 내가 우스워질 지경이었다.

어느새 둘밖에 남지 않은 사냥꾼들은 슬금슬금 발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사냥을 해야 할 사냥꾼들이 되려 도망을 가고 있다.

“이거 원, 누가 사냥꾼인지 모르겠네.”

나는 도망가는 사냥꾼에게 백색의 검기를 날렸다.

히아트의 ‘빛’이나 메티아스의 ‘성신’ 같은 효과는 쓸 수 없지만 옅은 검기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이윽고 스가각!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둘의 몸이 두개로 나뉘어 새햐얀 눈밭을 더렵혔다.

싸늘하게 죽은 시신들.

이들의 육체는 죽었지만 정신은 죽지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들과 연결된 ‘격’에 타격을 입할 만한 능력이 없었기에.

‘아쉽네.’

개소리를 지껄인 대가를 치뤄주려 했는데.

[112 Point + 500 Point(추가)를 얻었습니다.]

[설산의 영향력을 3.5% 얻었습니다.]

[설산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꺼번에 들어온 보상.

나는 보상을 대충 훓은 뒤 하페루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그걸 왜 네가 말하는지 모르겠네. 나야 괜찮지.”

하페루아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괜한 생각이 다 드는 표정.

그녀의 힘이 약해진 탓에 맹약과 연결된 감각이 흐려지긴 했으나 오히려 그 때문에 하페루아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그녀 역시 내 감정을 읽었는지 저 먼 산을 바라보던 눈이 이제는 나를 노려봤다.

“뭘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저런 놈들이 많이 마주한 건 맞지만 한 번도 당한 적 없거든? 그러니 동정하는 표정 짓지 마라.”

“...”

“그리고 굳이 네가 나서지 않더라도 네가 준 아이템만 충분히 활용하면 나도 잡을 수…”

푸욱.

“그래, 그렇겠지.”

“손 놔.”

“싫은데?”

나는 검 보랏빛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페루아는 질색하는 듯 발광을 떨더니 이내 포기했다.

평소와는 달리 지금의 나는 하페루아보다 훨씬 강하다.

하페루아도 그 사실을 아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냥꾼이 하나 남았어. 아마 동료를 더 부르려 하겠지.

“...음.”

나는 저 멀리 자리 잡은 남자를 보았다.

앞에 죽은 네 놈보다는 강해 보이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내 행동력이다.

[남은 행동력 (1 / 5)]

[행동력 회복 포션은 재사용 대기시간 중입니다. (5시간 43분...)]

최대 5번까지 먹을 수 있는 포션은 현재 문구대로 쿨타임이 걸려있다.

저놈을 잡아도 지금의 나로서는 행동력이 0 이되면 걸리는 ‘절대 구속’을 풀 방법이 없다.

“튀자.”

“잘 생각했어.”

나는 도망자 전용 ‘스킬 방어막’이 걸려있는 다윤이를 안아들었다.

다행히 멀쩡한 모습.

하페루아 역시 내 남는 손을 잡았다.

그대로 단거리 공간이동을…

“멈춰라.”

[도망자 전용 / 단거리 공간이동권이 실패했습니다!]

[사냥꾼, ‘지스리 오코아’가 당신에게 ‘표식’ 효과를 부여합니다.]

[표식이 유지되는 60분 동안 이동 관련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몸을 감싸던 청색의 빛이 사라졌다.

검은 두건을 쓴 연녹색의 피부의 남자는 팔에 두른 로프를 풀어내며 서서히 다가왔다.

“요즘 러너들은 함정도 심나 보네.”

“미끼?”

“시치미 떼지 않아도 돼.”

너 같은 놈들은 제법 많이 상대해 봤거든.

지스리라는 사냥꾼은 로프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채찍의 궤적 사이로 붉은 마력이 터져 나왔다. 지면과 맞닿은 새햐얀 눈이 시야를 가렸다.

─왼쪽.

“알고 있어.”

나는 화살처럼 쏘아진 채찍을 잡았다.

패앵!

꾸드득...

생각보다 더 거친 채찍.

무려 ‘방어’가 10에 달한 나조차 살짝 쓰려올 정도였다.

지스리의 눈은 더욱 커졌다.

“...아크릴의 철채찍도 막다니. 대체 너 뭐하는 놈이냐. 러너의 부단장이라도 되는 거냐?”

“러너가 도대체 뭔데 그래.”

꾸드드득…!

채찍에 들어간 힘이 점점 더 거세진다.

한눈에 봐도 알겠다.

‘이건 굉장한 값어치를 하는 아이템이다.’

상점을 둘러볼 때 한주에 하나씩만 나오는 ‘특수’ 아이템이 있었다.

내가 볼 때는 이미 팔려 무슨 아이템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가격은 무려 천 단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채찍은 지금의 나로서는 벗어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

‘하페루아.’

─살짝 불안한데…

‘지금 망설이면 어차피 죽어.’

나는 하페루아의 한숨을 뒤로한 채 미리 사둔 포션 하나를 마셨다.

[능력 개방 포션을 마셨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을 전부 개방합니다.]

[?? = 10,000 Point를 얻었습니다.]

[이속 스텟을 구매합니다.]

[이속 스텟을 구매합니다.]

[이속 스텟을 구매합니다.]

[이속 스텟을…

■ 스텟 현황

┏ 공격: 8단계 (+1)

┣ 방어: 10단계 (+1)

┣ 이속: 30단계 (+1)

┗ 행동력: 남은 행동력 (1 / 5)

■ ※ 불펌 금지!

[아크릴의 철채찍을 회피를 시도합니다!]

[아크릴의 철채찍이 고유 특성 ‘회피 저항’을 발동합니다.]

[회피 저항 파훼! 아크릴의 철채찍을 회피를 했습니다.]

[관리자가 당신을 보고 의문을 갖습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