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5화 〉 20. 전쟁 (2) (245/318)

〈 245화 〉 20. 전쟁 (2)

* * *

***

네르토르.

물과 번개를 다루는 초월자로 일전에 만났던 초월자다.

거북이 형상의 거대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용의 날개를 달고 있는 녀석.

바다에서 살지만 물과 상반된 번개를 쓰는 녀석으로 어지간한 상성 공격도 무효로 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네르토르를 만난 건 나와 레빗이었다.

‘재미난 녀석이었지.’

한참 메인 퀘스트의 막바지에 달하고 있을 터라 분리 차원을 제외한 통합 서버의 어지간한 강자들은 죄다 만나봤다.

당시 다윤, 베린, 이랑, 콜트… 등등은 따로 떨어져 다른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의 놈은 우리를 보고 그리 말했다.

[용사와 그 소환수인가. 너희들이 그 말로만 듣던 ‘먼저’온 놈들이구나.]

자신의 거대한 체구와 힘을 믿는지 건방지게 나왔다.

놈은 퀘스트를 주었다.

[저 높은 ‘고원’에 가면 푸른색의 기다란 막대기가 있을 거다. 그것을 찾아 나에게 가져와라 그렇다면 내가 상을 주도록 하지.]

‘상이 뭔데?’

[그거야 가져와 보면 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렵지 않게 막대기를 구해갈 수 있었다.

참고로 그곳을 지키는 몬스터와 영물, 신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적당히 치우거나 이동을 피해 갔다.

이곳의 생명들은 NPC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

비록 관리자에 의해 저당잡혀 있지만 어찌 됐든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이다.

필요하다면 치우겠다만 굳이 학살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잘했다! 흐흐, 드디어 손에 넣었구나. 해주(??)의 나뭇가지를...]

‘해주? 바다의 주인이라는 뜻인가? 그게 뭐지?’

[알 거 없다. 보상은 저 위에 있는 자가 해주겠지.]

네르토르는 이제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바다로 들어갔다.

세계의 강자들의 일을 도와주라는 퀘스트가 내려준 보상은 고작 경험치와 돈.

이미 만렙과 수백억이 있는 나에게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레빗.’

‘냐, 죽일까냐?’

‘죽이진 말고.’

적당히 다져주자고

레빗은 주먹을 쥐고 하늘로 높이 뛰어오른다.

그리고 낙하한다.

묘권(?)

냥냥펀치.

바다를 닮은 푸르른 주먹이 같은 색을 강타하고 바다가 뒤집혔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해일이 일어난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네르토르가 보였다.

매우 놀란듯한 녀석.

하지만 놀랄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자그마한 고양이 수인이 달려들어 그의 수천, 수만 배에 달하는 거북이 등겁질을 마구 내리쳤다.

그때마다 단단한 표면이 우득 우득 부서지며 괴성을 질러댔다.

네르토르는 물과 번개를 이용해 자신의 등껍질을 파괴하면 고양이를 죽이려 들었지만.

‘냥.’

스르륵­ 하고 사라지는 레빗을 막을 수 없었다.

도주와 암행, 회피에 특화된 것이 레빗이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외부 차원의 힘까지 가지고 있는 그녀는 길드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1,2위는 나와 하페루아다.

결국 네르토르는 딱딱한 등껍질이 다 터진 파인애플처럼 변했고 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나에게 삼지창을 만들어주었다는…

“그래서 이게 있었군요…?”

장황한 이야기를 들은 채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삼지창을 만지작거렸다.

결국 초월자라고 으쓰대는 놈을 교육하고 아이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문제는 네르토르는 이미 참교육을 시켜놨는데 왜 다시 나오냐는 것이다.

이랑은 끄응 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르토르가 다른 초월자들과 합심했어. 셋 정도.”

“셋… 네가 상대할 수 있지 않나?”

이랑도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 NPC의 굴레를 벗어던지면서 반 초월자에 돌입했다.

셋 정도는 무리더라도 하나씩 상대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 텐데.

“그게 문제야. 초월자는 안 죽어.”

‘격’을 넘는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스트라와 여러 초월자를 보며 느낀 거지만 어지간한 공격을 해도 초월자는 죽지 않는다.

그들이 죽는 경우는 대충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제라드처럼 스스로 죽을만한 함정에 들어오는 경우.

그라티아나 아르테이라처럼 격과 영혼의 안배를 전부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경우.

혹은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영혼까지 파괴하는 경우.

이 세 가지를 제외하면 초월자는 무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연신이랑 비슷하지. 자연신도 자연이 파괴되기 전까지 죽지 않으니.”

결국 이 세계를 관통하는 법칙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는 거다.

***

우리는 티르빙의 일들을 정리한 뒤 밖으로 나섰다.

하페루아는 따로 할 일이 있다며 사라진지 오래였다.

특별한 말없이 사라진 그녀였지만 그런 적이 한 두번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현재 길드원 대부분이 싸움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격을 쌓아둔 상태.

하페루아와 초기에 계획했던 1단계는 완성한 상황이다.

이제 2단계.

‘마왕을 상대한다.’

***

“...마왕을 잡는다고요?”

다윤은 자신의 귀에 들린 말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나는 마왕의 탑인 하펠론에 자주 들렀지만 정작 싸울 생각으로 가지는 않았으니까.

딱히 그런 전조나 말을 하지도 않았고.

“아직은. 곧 한다고.”

물론 지금의 전력을 모두 투입하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곧.

‘이제는 정말 준비가 됐다.’

그게 정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사는 건 내 성격상 맞지 않는다.

“으, 음… 별일 없겠죠?”

“문제없어.”

우리는 이랑의 일을 돕기 위해 인원을 둘로 나눴다.

베린, 세피드, 레빗은 이린을 비롯한 고위신들의 보호를 위해 이동.

나, 다윤, 채림, 이랑은 우리는 용암이 펄펄 끓는 지대로 왔다.

거대한 화륜(火?)이 흘러가는 거대한 화산이자 대장간.

거대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드워프들은 난쟁이인데 어찌 ‘거대’란 말을 붙일 수 있냐 하겠지만 비율만 그럴 뿐이지 실제 크기는 5M가 훌쩍 넘는다.

때문에 이곳의 드워프들이 만드는 무구들은 전부 거대했다.

“뜨거워요. 엄청요…”

채림은 헥헥 거리자 바람의 정령이 그녀에게 바람을 불어주었다.

그런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이곳의 기운을 흡수한 모양이다.

물론 그 소환수인 레드 드래곤은 고향에라도 온 것처럼 즐기고 있었지만.

가장 선두에 서고 있던 이랑은 분홍빛의 여우불을 손에 깃들여 그대로 땅을 짚었다.

화륵.

붉은 불이 분홍의 불에 잠식당하며 서서히 그 영역을 넓혀나간다.

어느새 우리의 주위는 분홍의 불로 가득했다.

“후우… 이곳에 있어.”

그녀의 시선이 불그스름한 연기를 내뿜는 곳으로 향하고 우리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클클 웃는 검붉은 도깨비 같은 녀석.

[놈이야.]

***

어드벤처 행성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간다.

평범한 동식물부터 가지각색의 영물, 신. 몬스터, 악마…

수많은 종들이 살아가지만 그중의 ‘초월’에 가까운 이들은 스물을 체 넘지 않는다.

평범함을 넘고, 영물을 넘고, 신을 넘고… 마침내 초월에 이른 생명.

그들을 초월자라 부르며 무소불위의 권력과 힘을 손에 쥔…

것처럼 보인다.

[빨리빨리 일해! 그놈이랑 맞붙기로 했단 말이다!]

체구가 10M가 넘는 검붉은 도깨비가 그보다 반은 작은 드워프들을 향해 윽박질렀다.

드워프들은 암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펄펄 끓는 용암에 광물을 넣은 뒤 꺼내어 망치질을 시작했다.

깡~ 깡~ 깡~

묵빛의 망치가 붉은 색의 반고체를 계속해서 내려친다.

드워프들은 각자의 것을 한데 모아 합치고 다시 용암에 넣는다.

그리고 다시 꺼낸다.

[크흐흐… 기대되는구만.]

깡깡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검붉은 도깨비는 실실 웃으며 드워프들이 만든 거대한 의자에 몸을 뉘었다.

그 누구보다 평범했던 도깨비였던 그는 어느새 행성 내에서도 이름을 떨칠만한 강자가 되었다.

그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도깨비보다 오래 살고, 또 오래 살아남았다.

강한 힘을 자랑하던 도깨비도,

사악한 짓을 하던 도깨비도,

착한 일을 하던 도깨비도,

기나긴 수련을 거치던 도깨비도.

모두 죽었다.

그는 그저 가늘고 길게 살아남기만을 추구했고 그 햇수만 무려 수천 년을 거뜬히 넘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그는 우연히 자신을 초월자라 부르는 이를 마주했다.

한눈에 봐도 격이 다른 강자.

초월자는 자신을 보더니 그대 역시 초월자가 될 자격이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평소 같으면 위험해 보이니 당연히 도망쳐 살아남기를 추구했겠지만 묘하게 그 모습이 끌렸다.

마치 이 기회를 삼아 다시 태어날 것만 같은 느낌.

[크크... ]

그렇게 도깨비는 초월자가 되었다.

그에게는 이미 자격이 충분했다.

그저 ‘눈’을 뜨게 하는 법을 깨우친 것뿐.

[멍청한 고위신놈들. 아직까지도 과거에 빠져살다니.]

나름 수천 년에서 일만 년 가까이 살았다는 놈들이 정작 초월을 하지 못하고 아등바등 거린다.

그러고는 회의니 뭐니 자신들이 마치 세계의 대리인이라도 된 것처럼 나서는 꼴이 참으로 우스웠다.

한때 자신 역시도 그러한 위치에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십수 년 전을 기점으로 자신은 다시 태어났으니.

이제 남은 건 드워프들을 굴려 자신의 힘을 담아낼 만한 무기를 만든 뒤 자신과 같은 초월자들과 함께 사냥에 나서면 된다.

그러면 되는데…

­와, 이거 어떻게 만들었지?

­담금질을 몇 번을 한 거야? 완전 미쳤네.

­최소 2성급은 되겠는데요?

[...뭐야 저것들은?]

웬 인간 놈들이 자신의 무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아직 주인도 만져보지 못한 무기를!

[당장 나와! 어디 하찮은 놈들─]

“이렇게 쓰는 건가?”

화륵.

무리의 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자신의 수십 배의 달하는 무기를 쥐어들고는 ‘발사’했다.

발사된 화염은 그대로 도깨비를 강타하고 화산에 처박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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