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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0화 〉 31. 광대의 귀환 (2) (310/318)

〈 310화 〉 31. 광대의 귀환 (2)

* * *

***

“...! 뭐가 어떻게 된 것이냐!”

행성신은 눈을 부릅떴다.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노인의 공격이 중년 부부를 공격하는 것을 넘어 막심한 피해를 주었다.

아니, 이걸 공격으로 봐야 할까?

쏘아진 몽둥이에 돌이 맞고, 그 돌이 또 수도관에 맞으며, 수도관에서 터져 나온 물이 우산에 튕겨 하필이면 부실한 천장 사이를 가격하다니.

그 어느 하나라도 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을 법한 천운이었다.

그렇다. 천운이다.

“제가 이겼군요.”

에타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언뜻 보면 신나하는 표정 같기도 했으나 그 마음을 최대한 숨기는 것처럼 보였다.

기쁘겠지. 너의 목적이 이루어졌으니.

행성신은 그것까지 나무라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내기’에서 이긴 것 아닌가.

“...그렇구나. 네가 이겼다.”

“감사합니다.”

“헌데… 다 알고 이런 제안을 건 것이냐?”

행성신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고 에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는 그저 믿었을 뿐입니다. 저에게는 그런 예지 같은 능력이 없으니까요.”

“그래. 그런 능력은 없지.”

예지는 행성신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이다.

행성신이 예지하는 모든 것은 그저 오래된 경험에서 기반된 추론일 뿐.

눈앞의 에타라는 신은 빛과 관련된 능력으로 예지나 특수한 상황을 만드는 능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일 천운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거라 생각하나.”

“어찌 되다뇨. 당연히 노인은 개죽음을 당하고 저는 어리석음을 깨달았겠죠.”

“...그걸 알고서도 제안을 걸었다고?”

“예.”

행성신님.

나는 나를 믿습니다.

씨익 웃는 에타의 모습에 행성신은 오싹함을 느꼈다.

마치 오래된 악귀를 보는 것과 같은 불안함이 들었지만 약속을 어길 순 없었다.

“그, 그래. 주도록 하마.”

우웅…

행성신의 푸르른 힘이 에타에게로 스며든다.

행성신이 내어주고자 하는 힘은 자신의 전체의 3할.

그 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이들은 전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래야 했다.

우우웅…!

“무슨!”

“조금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에타! 나는 조금만 힘을 내어주기로 했다!”

“그랬죠.”

콰득.

에타. 아니, 광대의 새햐얗고 붉은 손이 행성신의 모가지를 틀어 쥔다.

더욱더 힘이 빨려 들어간다.

“근데. ‘내기’는 힘의 일부를 가져가죠.”

그 일부는 내가 정해.

“너… 에타가 아니구나.”

“그걸 이제야 알다니. 멍청하긴.”

“사악한 악귀가!”

행성신은 힘을 폭발시켰다.

한순간에 행성신의 거처를 파괴하는 푸른빛의 강대한 힘.

비록 초월자가 없다 한들 행성 내 최고 존재의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문제는.

“크으으윽…!”

“잘 가요. 나의 신. 조금은 즐거웠다고.”

내기에 의거. 행성신의 99%의 힘을 앗아간 광대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도리어 제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나간 행성신의 사체가 바닥을 굴렀다.

“오오…”

이제 광대는 행성의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모든 만물이 그녀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고 모든 신들은 그녀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다.

행성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그녀는 터져나간 행성신의 거처를 한 손으로 수복한 뒤 신좌에 앉았다.

전능함이 저절로 차오른다.

“...재미없군.”

최고의 신좌에 앉은지 불과 10초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지 않다.

분명 힘을 모조리 앗아갈 때만 해도 재밌었는데 말이지.

정점에 올랐기 때문일까. 이제는 조금 지겨웠다.

그렇다고 또 인간 세상에 살아가기에는 재미가 없는데.

광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의 모래알처럼 퍼진 푸른 별.

순간 광대의 머릿속에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간다.”

저 우주너머로.

***

행성신이 되고 난 뒤 우주에서의 운신이 자유로워졌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을 탐사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다.

행성마다 생김새나 가진 능력도 전부 다르고 문화나 문명의 발전 역시 달랐다.

눈여겨볼 수 있는 점은 자신을 완전히 뛰어넘을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는 몇 없었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내기 몇 번을 하면 금세 자신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광대는 무려 12개의 행성을 집어삼켰다.

어렵지 않았다.

그저 행성의 문화와 습성을 대충 파악한 뒤 선동한 후, 최고 권력자와의 연결만 되면 게임은 끝이 난다.

그 뒤로는 누워서 면을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당신은 누구야.”

그렇게 슬슬 행성 정복도 지켜워질때쯤.

[우물 안 개구리가가 날뛰는구나. 역겹게.]

진짜를 만났다.

***

“어…?”

[한심하긴. 초월의 경지도 올라서지 않은 차원에서 왕 노릇이라니. 역시 이래서 피조물 따위는 안된다니까.]

최초의 패배.

전략적 후퇴는 있을지언정 자신이 승부라 생각했던 내기에서 절대 패배하지 않았던 광대는 처음으로 패배를 맞이했다.

그것도 자신의 능력이 모두 통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검푸른 롱 코트와 마법사 모자를 낀 남성은 벌레 따위를 보듯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여기 차원도 별거 없네. 누님한테는 뭐라 말해야 하나…]

“...어, 어떻게 내 능력이.”

[뭐야. 아직도 안 죽었었나? 흠… 지금 보니 돌연변이군.]

이건 좀 쓸만하겠는데.

그렇게 광대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차원을 넘었다.

모든 차원이 거미줄처럼 엮이있는 하나의 통합 차원.

그곳을 처음 넘는 순간 광대는 미칠듯한 감각을 느꼈다.

‘하나가 아니야.’

무수히 많다.

단순히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우주의 별처럼 널려있다.

그중에는 지금의 자신은 그저 먼지 한 톨보다 못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존재도 있었다.

광대는 생각을 바로잡았다.

다시 자신은 약자가 되었다.

그것도 하나의 벌레 같은 존재.

‘그러니 다시 올라간다.’

[흐음… 야. 똑바로 따라와라. 어쭙잖게 난리 치다가 소멸되지 말고.]

“헤헤… 여부가 있겠습니까.”

[...? 원래 그런 성격이었냐?]

“전 언제나 이런 성격입니다.”

***

광대는 강해졌다.

초월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깨우쳤고 초월의 경지에도 오를 수 있었다.

「▲확률 」

어렵지는 않았다.

이미 살아온 시간과 주체성은 충분했고 그것을 점화시켜 줄만한 계기만을 필요로 했으니까.

초월자와 마주한 순간부터 이미 초월자로서의 삶은 예정된 일이었다.

“확실히 우물 안 개구리가 맞군요.”

그리고 초월자가 된 광대는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했다.

고작 행성 몇 개 집어삼켰다는 이유로 최고처럼 굴었던 자신이 쪽팔릴 지경이었다.

“그러니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눈을 떴군요.”

[미친… 년…]

초월자가 됐다.

확률 조작이 통한다.

더 이상 눈앞의 남자에게 얽매일 이유가 없다.

초월자 하나를 집어삼킨 광대는 미소를 지으며 우주 전경을 바라보았다.

아직 많이 남았다.

얼마나 많은 이들을 집어삼켜야 할까.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하지 못한다면 끝난다는 의식조차 없이 세계에서 사라지리라.

그녀는 초월자의 앞으로 온 문서 하나를 읽었다.

‘당신을 관리자로 임명합니다. 아래 문서는 읽은 뒤 반드시 파쇄하시고 차원 관리국의 법률을 ‘반드시’ 엄수하시길…’

“관리자라… 이건 좀 재미있겠는데요.”

***

“확률이라고? 쓸만한 놈이긴 하네.”

“조작하면 죽여버린다.”

“왜? 꼬와? 내 친형이 차원 관리국 간부야. 뒤지기 싫으면 눈 깔아라.”

관리자로서의 삶은 마냥 즐겁진 않았다.

뭐만 하면 제제가 들어오고 늘 다른 관리자의 게임과 비교 대상이 된다.

화가 나 따로 손이라도 봐주려고 한다면 차원 관리국이라는 뒷배를 업은 무지렁이들이 날뛰었다.

물론 차원 관리국은 비리를 극히 싫어해 함부로 따로 이득을 취한다면 바로 소멸행이나 ‘암계’에 투옥되지만 인간관계까지는 별계의 영역이었다.

몇 번 손을 봐주다 소멸 직전까지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만일 ‘어떻게든 살아날 확률’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이미 소멸당해 도서관의 한 권의 책으로만 남았을 거다.

‘외곽 차원을 좀 돌아야겠어. 중앙은 답이 없구나.’

중앙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러니 외곽을 돌며 천천히 힘을 길렀다.

추가적으로 관리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틈틈이 게임을 만들만한 차원을 훑어 다녔다.

차원을 돌며 무지한 초월자의 힘을 흡수하고, 때로는 그들을 농락하며 유희를 즐기곤 했다.

그저 행성 하나를 돌던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즐거움.

그렇게 어느새 7등위 이상까지 오른 그녀는 나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물론 ‘중앙’에서의 입지는 여전히 소박했지만 대충 초월의 힘과 이름 정도를 말하면 3할 정도는 알 정도.

그 와중에 놀라운 정보도 알아냈다.

차원 세계를 관통하는 힘.

특이점, 코드, 이레귤러.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제법 놀랐다.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자신보다 월등히 상위에 있는 능력이다.

그런 힘은 상상이상으로 거대해 등위가 높은 이레귤러들은 중앙 차원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자에 속했다.

광대는 생각했다.

‘저 힘만 흡수한다면.’

그렇다면 나 역시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때.

“여기가 좋겠네.”

게임을 만들 차원을 찾아냈고.

“...누구세요?”

이레귤러 역시 찾아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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