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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화 〉 31. 광대의 귀환 (3) (311/318)

〈 311화 〉 31. 광대의 귀환 (3)

* * *

***

이레귤러를 찾았다.

그것도 아직 피조물에 불과한 상태의 작은 악마를.

자신의 힘은커녕 특이점이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고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불안정했다.

광대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취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놓인 결과는 실패뿐.

특이점은 그 어떠한 힘에도 변질되지 않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그 힘은 고유하고 거대해 그것을 함부로 해체하려 했다가 큰 화를 입었다.

‘두 번째 실패.’

초월자를 만나 첫 번째 패배를 겪은 후 두 번째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달랐다.

그때는 자신은 상대보다 약했고, 목숨을 구걸해야 할 정도로 격차가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눈앞의 악마는 손만 구부리면 그대로 찌그러질 피조물이다.

죽이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며 그 어떤 내기를 해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죽이면 사라질 거야.’

오랫동안 저 고유한 성질을 따로 빼낼 방법을 모색했다.

악마의 고향인 어드벤처 행성을 게임화 시키고 시스템의 힘을 부여했다.

그 과정에서 위대한 중앙 차원, 차원 관리국의 여덟 간부 중 하나인 에르다스 베리의 힘을 이용했다.

비록 여덟 좌에 속하는 최하위 간부지만 지금의 광대가 이용할 수 있는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행성의 문화와 문명을 기묘하게 ‘조작’했다. 어렵진 않았다.

그저 문화가 변할 ‘확률’을 바꾸고, 그 외에의 것들은 전혀 건들지 않아 차원 세계의 눈을 기묘하게 피할 수 있었다.

쓸만한 장기말을 구한 광대는 악마, 하페루아의 특이점 분리를 위해 노력했다.

시간 축을 비틀고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린 끝에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다.

‘우선 내보낸다.’

지금 하페루아와 특이점은 너무 하나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페루아에 특이점이 붙어있는 게 아닌, 특이점에 하페루아가 딸려있는 수준.

이 괴리를 떼어내려면 하페루아 자체가 주체성을 가져야 했다.

계획을 세웠다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우연의 수확도 있었다.

하페루아가 추방의 위기와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스스로 특이점을 각성해 행성 이곳저곳에 뿌려둔 것이다.

이건 시뮬레이션에도 없던 상황이다.

광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따로 건들지 않았다.

‘파편은 파편일 뿐. 전부만 못하지.’

고작 파편 몇 개 얻자고 이 일을 벌인 게 아니다.

나는 전부를 얻을 것이다.

모든 특이점을 얻어서 중앙 차원으로 진출한다.

오래된 꿈이자 즐거움을 위해.

그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당신은 변수군요.]

의외의 인물을 맞이했다.

***

김윤.

익히 알고 있는 이름.

중앙 차원을 뒤흔든 최강의 힘을 가진 검사.

특이점 없이 차원의 규격을 무너트리는 이레귤러와 같은 초월자.

한때 이 최강자라는 놈 때문에 중앙 차원에 시달려야 했다.

최강자의 시작지가 어드벤처 행성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이 만든 게임에서 나온 변칙자.

최강자는 차원 관리국이 지정한 규격을 무시하며 중앙 차원을 돌아다녔다.

당연히 그 피해는 해당 차원의 관리자인 광대에게 향했다.

광대는 최대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일이었다.

그와중에 화가 나 간부의 밑에 있는 놈들의 자식을 사고사 내기는 했다만.

증거는 없고 전부 우연이었기에 그냥 넘어갔지만 머지않아 들키겠지.

짜증 난다.

왜 일이 자꾸 틀어질까.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일이 바빠진다.

이쪽에 시간을 쓸 여유도 없이 중앙 차원에서의 호출이 잦아진다.

광대는 하는 수없이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어드벤처에 두었다.

그런 뒤 광대는 일을 정리하러 중앙으로 떠났다.

***

중앙에 있던 도중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김윤이 이레귤러란다.

최강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피조물이.

이레귤러?

이레귤러가 하나도 아닌 둘이 같은 행성 안에 있다고?

따로 뒷배가 있어 건들지 못하는 무명을 제하더라도 두 명의 이레귤러는 광대에게 있어 굉장한 이득이었다.

저들을 어떻게 잘만 이용한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한 힘을 얻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제제가 심하다.

더 이상은 끌지 못하겠지.

이대로 가다간 암계행이나 소멸은 확정이다.

‘어쩔 수 없지.’

광대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계획을 실행시키기로 했다.

하페루아를 다시금 불러들이고 준비해두었던 말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말은 하페루아와 김윤의 안으로 녹아들어 치명적인 독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틈에.

그 둘의 힘을 모두 앗아간다.

***

다시 현재.

관리자는 자신의 분신의 시야를 통해 건방진 녀석들을 보았다.

김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피조물에 불과했던 녀석이 최강자의 힘을 얻어내고 6등위 이상의 초월자가 되었다.

하페루아는 어떠한가.

비록 자신이 자라도록 놔두긴 했지만 차원 유랑자로서의 위험한 생을 딛고 김윤과 거의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왔지 않았는가.

관리자는 이를 인정했다.

‘놈들은 자신이 없었어도 저만큼 성장했을 거라고.’

그저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시간이 다를 뿐.

“하지만 늦었습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분신이 관리자의 말을 전한다.

분신의 뒤로 수많은 주사위들이 떨어지고 김윤은 하나의 검을 들고 달려든다.

좋은 선택이다.

뒤에 불확실한 주사위들보다 본체를 치는 게 더 낫지.

하지만 그래봤자 최강자의 힘을 따라 한 애송이.

특이점이라는 좋은 무기가 있다 한들 그것을 맘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저 반푼이 일뿐이다.

일격이던가. 놈의 최강의 기술이 분신을 해집어놓는다.

확실히 압도적인 화력.

그러나 분신을 쳐 죽인 순간부터 놈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주사위가 굴러떨어진다.

6

6

6

6

6

.

.

.

6

‘확률’에 의해 오직 6만이 나오는 주사위들.

정해진 숫자는 모두 한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

“윤아!”

[멍청하군요. 설마 그게 다라고 생각한 건가요?]

무너진 변혁의 잔해 속. 붉은빛 두 갈래가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솟아오른 빛은 오로지 하나의 존재만을 비추었고, 그것은 세 번째 서클을 열었다.

『▲변혁 』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붉은 사슬이 모두를 집어삼킨다.

그것은 F 구역의 막을 넘어 행성 전체로 퍼져나갔다. 저 우주 상공의 위성마저 꿰뚫어 아래로 추락시킨다.

하늘섬은 진작에 격추당해 대지에 충돌했다.

거센 여파가 터져 나온다.

“하페!”

“알았어!”

하페루아는 급히 날아 자신의 힘으로 세계를 안정화 시킨다.

하지만 늦었다.

차원 관리국의 여덟 좌. 에르다스 베리의 능력의 진가는 행성을 작은 달걀로 만들 정도로 빠른 변화를 일으킨다.

당연한 결과.

초월자로서의 최대치는 사실상 7등위.

8등위부터는 초월자 위에 초월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강함을 지닌다.

즉, 8등위의 이상의 초월자 앞에서는 그 아래의 등위는 결코 이길 수 없다.

예외가 있다면…

[코드를 그렇게 사용해도 되겠어요? 그러다 추방 안 당하나 몰라.]

“...웃기는 소리를.”

세상을 가득 매운 사슬을 뚫고 도달한 김윤의 검이 새롭게 만들어진 분신 하나를 꿰뚫었다.

수복도 없이 터져나가는 영혼의 일부.

저건 에타였나?

너무 많이 흡수해서 잘 모르겠다.

[방금 죽인 아이는 불쌍한 아이입니다. 수천 년의 고난 끝에 신의 자리에 올라 영혼을 굳건히 했지만 결국 죽임 당한─]

하나가 더 터진다.

저건 차원 하나를 응축시켜 만든 영혼이었는데. 아깝군.

김윤은 힘을 갈무리하며 검을 치켜세운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태도.

놈은 확실히 용사다.

자신과 주변이 우선순위에 있지만 그래도 대의를 위해 움직인다.

죽지만 않는다면 몸을 바쳐서라도 다른 이들을 구한다.

일이 터진다면 어떻게든 수습하려 든다.

자신과 그 주변을 끔찍이 아낀다.

그리고.

[전 그런 놈들을 하나하나 무너트리는 걸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카드가 떨어졌다.

관리자를 상징하는 삐에로의 문양이 가득한 뒷면에는 오로지 조커 카드만이 존재했다.

이 카드들이 모두 떨어지면 변혁의 베리는 네 번째 서클을 연다.

그러면 행성 내의 모두는 일단 죽는다.

예외는 없다.

그 후에 명계로 가든 아니면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소멸하든 우선은 죽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베리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혼이 찢어지고 있겠지.

‘뭐, 어쩌라고.’

원래 말을 그렇게 쓰는 거다.

한계까지 쓰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고.

벌써 일곱의 영혼을 가른 김윤이 정확히 관리자가 있는 곳을 노려 보았다.

“두렵나?”

[...네?]

“싸울 녀석도 만들어 보내고. 대화할 놈도 분신을 보내고. 뭐가 그렇게 쫄아서 나오질 않는 거야.”

이격이 생성되려던 분신을 절단한다.

다시 생성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나와. 병신같이 쫄아있지 말고.”

[우습군요. 아직 인간의 생에 더 가까운 탓인가요? 전쟁은 그리하는 게 아닙니다.]

“하페가 네 이야기를 읽었다.”

투두둑. 카드가 떨어진다.

“어리석게도 차원 관리국에게 반감을 산 모양이야. 그래서 이리도 급하게 나오는 모양인데.”

조커의 문양이 드러난다.

베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점점 더 고통받고 있다.

“만약 이 사실을 관리국이 알게 된다면 그냥 넘어갈까?”

[......하! 웃긴 얘기군요! 너희 같은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는 놈들이 무슨 수로 관리국에게 전한단 말입니까?]

조커 카드의 절반이 드러난다.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네 번째 서클.

마침내 그 힘이 폭주하기 직전.

“무명.”

모든 것이 멈추었다.

나와 하페, 그리고 분신이 아닌 진짜를 제외한 모두가.

걸려들었다.

나는 관리자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절대 잊을 수가 없을텐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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