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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4화 〉 [시즌2 본편 엔딩] 즐거운 날 (314/318)

〈 314화 〉 [시즌2 본편 엔딩] 즐거운 날

* * *

***

관리자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미 자신의 최대의 적수인 김윤은 배신을 당해 모든 힘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멍청한 하페루아는 까다롭긴 하나 자신을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최고의 순간이 다가온다.

정수를 담은 손이 천천히 움직인다.

『▲맹약 』

저 아래, 하페의 이마가 밝게 빛난다.

잠깐.

아주 잠깐이었다.

1초도 안되었을 것이다.

인간의 숫자로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

이변을 감지한 관리자가 자신의 영혼과 확률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반응하려 들었다.

그 반응은 실제로 성공했다.

정수를 담은 손이 힘의 발산을 멈추고 영혼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으며 모든 힘을 방어에 쏟아 넣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됐다.

오히려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수를 행성에 내리꽂아야 했다.

“...거지 같네.”

어느새 관리자의 영혼의 뒤로 나타난 ‘나’의 검이 영혼의 중앙을 꿰뚫었다.

동시에 하페루아의 무형의 창이 같이 그곳을 뚫는다.

두 가지의 무구는 영혼의 수복을 억제하고 소멸을 가속시킨다.

“죽다 살아나는 거. 다신 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 윤아. 이 방법뿐이었어.”

“...이! 개자식들이!!!!”

영혼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이제 진짜 끝이다.

“지겨웠다.”

검과 창이 영혼을 완전히 찢었다.

***

오래된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관리자를 엿 먹이는 것을 넘어 ‘다음’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상한 계획과 힘의 크기. 동반자만 있다면 관리자는 무조건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드벤처 행성을 잃고 자신과 동반자를 제외한 모두가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하페루아는 그것을 거부했다.

“도서관.”

특이점을 어드벤처 행성에 흩뿌린 건 기적이었다.

추방당하기 직전의 우연한 각성.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만일 추방당하고 최초로 도착한 곳이 만상의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앞선 일과 미래. 모두 의미 없는 일이 됐을 것이다.

하페루아는 도서관의 사서의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서 힘을 얻고 자신과 비슷할법한 사례를 무수히 많이 읽었다.

그리고 계획했다.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

그리고 그 자신이 이곳에 들어옴으로써 언젠가 자신의 책을 볼 관리자에 대한 대비.

아직까지는 관리자가 도서관에 도착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계획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관리자가 도서관에 들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리자는 필시 자신의 책을 읽을 것이고 그에 코웃음치며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 방법을 구색할 거다.

하페루아는 자신도 모르는 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수백, 수천 개의 트리거 사이. 그 트리거가 발동하면 자신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물론 그 트리거 역시 관리자가 알아차렸다.

그러니 관리자가 웃으며 마치 치기 어린 장난을 보듯 놔두었던 것.

그랬기에 하페루아의 배신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책에서 본 하페루아의 수많은 루트의 계획 중 하나가 배신이었고, 그 외의 모든 루트는 이미 관리자가 꿰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처음부터 트리거 사이에 자신의 ‘진짜’ 계획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등위가 높지 않은 자신이 세울 수 있는 계획.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으며, 심지어 만상의 도서관마저 속일 수 있는 이야기의 저장고.

“이레귤러.”

특이점을 가진 두 존재는 무수히 많은 시간대와 감정.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

하페루아는 그 무수히 많은 시간대 중 하나의 공간을 마련했다.

김윤이 하페루아와의 과거의 관계를 깨우치고,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 한순간.

우리가 처음 만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의 승리는 예견된 결과였다.

***

6개월 후.

행성이 돌아왔다.

행성과 밀접한 관계와 중앙 차원의 지식이 많았던 하페루아는 어렵지 않게 관리자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관리자의 힘은 하나의 법칙과도 같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지만 무형의 힘은 초월자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푸르른 바다가 드리우고 바닷속에는 해양 생물들이 돌아다닌다.

드높은 산에는 푸른 용이 날아다니고 그 주위로 작은 헤츨링의 붉고 푸른 용이 같이 날았다.

분홍빛 산에는 여우가 살았는데 큰 여우와 작은 여우들은 서로 재미난 이야기를 하며 꺄르륵 거린다.

행성의 신들은 자연과 질서에 대해 논의하고 가끔은 영토 분쟁으로 싸우긴 한다만.

뭐, 이정도면 애교겠지.

아카데미의 두 대마법사는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친다.

최근에는 다른 차원과 관련된 연구도 시작했다는 데. 이제는 슬슬 이쪽이 더 무서워질 거 같다.

대체 뭘 준비하는 건지.

로루닌의 영물들 역시 잘 살고 있다.

예전 같은 재물 의식을 치르지 않고 수련과 고행만을 거듭하며 성장을 나아가고 있다.

중앙 차원이 열렸으니 아마 시간이 오래 지난다면 초월자도 될 수 있겠지.

이곳은 앞으로 초월자가 많이 나올 거다.

막히지 않고 뻥 뚫린 곳이니 제약 없이 각자의 고유성을 드러낸 이들이 많이 등장하겠지.

좋은 일이다.

아! 유저들은 모두 지구로 돌아갔다.

그들은 고향으로의 귀환에 기뻐하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듯 애꿎은 폰의 전송 버튼만을 계속 누르는 이들도 있었다.

아쉽지만 아직은 보내줄 생각이 없다.

하페가 뭘 준비하는 모양인데 아마 유저들이 생각하는 그런 방향은 잘 나오진 않을 거다.

너무 다른 사람들 얘기만 했나.

그럼 우리들 얘기도 좀 해보자.

콜트는 베타와 함께 새로운 방식의 이동구를 준비 중이다.

이름은 차원 이동기.

말 그대로 어떠한 제약이나 물리적 저항 없이 단숨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차원 이동 장치라는데…

테스트해 보다가 몇 번 이상한 곳으로 이동돼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후 제대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거 같은데. 저게 되려나 모르겠다.

채림은 지구로 돌아갔다.

채림의 능력은 대단하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사람들을 마구 공격한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해줬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도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도 괜찮다 하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랑은 이린과 함께 있는 중이고, 네츠리 루아는 여전히 하늘섬에 있다.

요즘은 새 말고 육지 동물을 기르는 중인데 지구의 코끼리 사진을 보더니 그것에 관심을 가져서 곤란하다.

코끼리를 옮겨올 수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콜트의 차원 이동기가 정상 작동하면 그때 가져다주겠다 말했다.

베린은… 오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건지.

살은 건지 죽은 건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하페루아의 말에 따르면 베린과 함께 간 세피드를 본 초월자가 몇 있다고 하니 살아는 있는 모양이다.

강해지는 것도 좋다만 얼굴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다윤이는…

“윤 씨?”

“그래. 가자.”

오늘 나와 결혼식이다.

***

“자! 그럼 신랑, 김윤 군과 신부, 김다윤 양의 결혼을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

검은 정장을 입은 나와 새햐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다윤이 나란히 선다.

주례는 콜트가 봤다.

몰랐는데 이런 결혼식에 경력이 제법 있었다더라.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다.

어드벤처의 결혼식장에는 그동안 보아왔던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다.

메인 퀘스트와 내가 활동하면서 본 인물들, 영물, 신, 악마… 등등.

힐끔 보니 생기의 악마, 리비엔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재는 왜 울고 있는 거야?

“신랑! 김윤 군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김다윤 양을 사랑하시겠습니까?”

“파뿌리 안되는데.”

우리는 초월자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는 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꽈아악!

“아, 아!”

“이 순간까지 장난쳐야겠어요?”

다윤이 얇은 손으로 내 옆구리를 꼬집는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귓속말로 미안이라는 말을 전했다.

“네!”

“신부! 김다윤 양은 서로 눈을 감는 그날까지 김윤 군을 아끼고 사랑하시겠습니까?”

“...지금보니 멘트가 조금 올드 하긴 하네요.”

“......”

자리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쯤에서 우리의 장난은 막을 내려야겠다.

다윤이 밝게 웃는다.

“네!”

“그럼 서로 키스!”

“갑자기?”

“올드하다면서요.”

콜트가 퉁명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그리 말한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윤과 입을 맞췄다.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예식장을 울렸다.

참고로 사진을 찍은 뒤 부케는 레빗이 가로챘다.

분명 능력을 쓰지 말라고 일렀는데 뭐가 그렇게 가지고 싶던 건지.

냐아아아! 거리며 해맑은 모습을 보니 차마 뭐라 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오늘은 즐거운 날이지 않은가.

***

“왜 불렀어?”

“꼭 불러야 와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 보고 싶어도 오는 거지.”

나는 하페의 부름에 한 걸음에 달려왔다.

다윤과의 결혼 생활도 즐겁지만 하페 역시도 약소하게 결혼을 치렀으니 나는 둘 모두를 챙겨야 할 의무가 있다.

“제대로 결혼식 하지 그랬어.”

“말했잖아. 리돈에서 하고 싶다고. 거기 놈들한테 잘생긴 자기 좀 보여주고! 응?”

“고맙긴 하네.”

모든 일이 끝난 지 3년.

평화롭기만 한 나날들이지만 아쉽게도 평화는 언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독촉장이 왔어.”

하페는 머리를 한차례 넘기며 문서를 건네준다.

푸른색의 보안 장치가 걸린 문서를 넘기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써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차원 관리국 소속, 엘리멘탈이라고 합니다!

차원 A22241의 행성 어드벤처. 게임은 ‘월드 어드벤처’의 관리 부실과 운영 중단이 연이어 발생되고 있습니다.

기한 376일 안에 7급 창조석 172개와 관리 현황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자 자격 박탈과 차원 행성이 압수될 수 있습니다!

(급수에 따라 창조석의 수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차원 관리국은 차원의 관리자들을 응원합니다!]

“전 관리자가 빛을 많이 졌더라고. 어쩐지 막 나가더라.”

“슬슬 다시 게임을 열어야 하나?”

“차원채로 박살 나고 싶지 않으면 그래야지.”

아아~~ 빚쟁이라니…

하페루아가 머리를 헝클었다.

이제 행복 라이프를 시작하나 싶더니만 빚쟁이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나는 하페의 손을 붙잡았다.

“뭘 어째. 다시 하면 되지.”

“...머리 아파 윤아.”

“그래도 관리자랑 수 싸움하는 것보단 덜 아플걸.”

“그렇긴 하지...”

나는 하펠론의 창문을 열었다.

여전히 평화로운 어드벤처.

‘이 평화가 계속해서 유지되길.’

나는 기도했다.

시즌 2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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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왜 도와준 거야.】

【도와주긴 내가 뭘 도와줘? 나는 처음 말고는 아무것도 한 거 없어.】

작은 티비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 아이.

남자아이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여자아이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 컨트롤러를 쥐어잡았다.

여전히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선.

여자아이는 오히려 그런 남자아이가 더 답답해 보였으나 남자아이는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참견하면 재미없어.】

【그래도 가만히 보는 것보다는 나은 걸. 너도 해봐!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됐고. 또 뭘 하려고.】

남자아이가 위에서 놀던 여자아이를 흘겨보자 쿡쿡 웃는다.

【궁금하지 않아?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그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

【확실히 말하는데 저렇게 된 건 오로지 저들만의 생각과 능력으로 이루어 낸 거야. 나는 코드만 건네줬을 뿐. 아무것도 건들지 않았어.】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문제지만.

남자아이는 여전히 티비를 바라본다.

그런 모습에 여자아이는 머리에서 턱을 때고는 일어났다.

‘이번에는 좀 더 재미난 일을 해볼까?’

모든 차원의 관찰자, 이아는 쿡쿡 웃으며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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