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1화 (1/407)

〈 1화 〉 #0. 소설 속으로

나는 죽었고, 세계는 종말을 맞이했다. (完)

"이게 뭔···"

방금 불을 붙인 담배를 비벼껐다. 어지간히 쓰레기 같은 내용이었다. 참고 끝까지 읽었는데 망했다고 내용이 끝나있었다. 400회가 넘게 연재된 소설이었고 어두운 분위기에 자세한 묘사가 좋아 계속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완결이라고 공지가 띄워졌다.

조금 급한 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요즘 외전이라고 위장한 에필로그를 쓰는 게 유행 아닌 유행이었던지라 그런가 보다 하고 결제했더니 오늘 내용이 저게 전부였다.

"최종 보스 잡고 해피엔딩 가는 건 어디 가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더니 열린 결말보다 못한 배드 엔딩을 휘갈겨놨다. 어디 쓰레기 게임에서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나올 것 같은 짤막한 문구에 가출한 어이를 수소문하며, 댓글 창을 꾹 눌렀다.

[결말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분은 댓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넌 뒤졌다. 진짜."

오히려 보란 듯이 써 놓은 댓글에 눈이 벌게져 자판을 두드리며 씩씩거렸다. 한참이나 두드린 끝에 무려 5700자나 되는 장황한 댓글이 달리고 말았다.

"미친 새끼가 따로 없네. 이거 환불되나?"

이 정도면 솔직히 환불해줘야지. 사이트를 들어가 한참 뒤적거리다 고작 200원에 무슨 뻘짓이냐 한숨만 푹푹 쉬고 랭겜을 돌렸다. 황금 같은 주말 토요일부터 기분이 더러워졌다.

'잠깐. 이 새끼 합의금 타 먹으려고 수 쓴 거 아냐?'

온갖 욕을 다 써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소감이었다. 충분히 욕할 만 했지만 조금. 아주 쪼금 과한 욕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등줄기가 싸늘해졌다.

[귤껍질도먹는사람(뉴뉴와월람쓰) : 죄송한데 저 택배 와서 잠깐만요]

[KST P1 Carry(마오까이) : 백정이 겜하다가 어딜가냐? 협곡 존나 편해졌네ㅋㅋ 10초 안에 갱 안 오면 던짐]

[이타치를보면짖는개(트위찌) : 왈왈! 왈왈왈!]

팀원들의 비방을 무시하고 급하게 댓글을 삭제하러 갔더니 종 모양에 1이라고 알림이 떠 있다.

"설마."

알림창을 눌렀더니 작가가 내 댓글에 답글을 달아놓았다.

쪽지가 온 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잠깐 생각하고 있을 때 컴퓨터 화면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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