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2화 (2/407)

〈 2화 〉 #1. 아마도 소설 속의 슬라임?

흔들리지 않는 시몬즈 침대일 텐데 유난히 흔들렸다. 아니, 누가 내 몸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여벌 열쇠를 가진 건 부모님밖에 없는데 오랜만에 오셨나?

'아 쫌만 잘게요.'

꿍얼거리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이 쉬었나 싶어 다시 말해봐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나긴커녕 눈도 떠지지 않았다. 입은 또 왜 안 벌려지지?

그제야 깨달았다.

팔도 다리도 입도 눈도 코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뭐야. 이게?'

설마 귀신 헬리곱터인지 뭔지 하는 그거?

영화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었겠지만, 실제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패닉 상태가 됐다.

당황하는 날 정신차리게 만든 건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곧 누군가가 흔드는 게 아니라 내가 멋대로 출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치 몸 전체가 액체가 된 듯한 감각.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자 꾸물거리며 뭔가가 만져졌다.

그러자 그것이 내 몸 안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설마 기생충인가?

[식포(食胞) 속 회목나무 잎 섭취 중… 19%]

'식포? 회목나무?'

생물 시간에 언뜻 배운 것도 같다.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이 가지고 있는 먹이를 집어삼켜 소화하는 기관.

아메바같은 생물로 전생한건가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아메바는 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조그마하니까. …그런데 나뭇잎을 삼킨다고? 그럼 변종? 아니면 뭐지?

'내가 생물학자도 아니고…'

답이 없는 문제는 고민해봤자 소용없다.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와중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목나무 잎 섭취 완료.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상승했다는 음성. 그러고 보니 게임 같다. 죽어서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걸까? 게임. 게임… 게임?

'게임?!'

그제야 내가 뭐가 되었는지 감이 잡혔다. 아마도 슬라임.

나뭇잎을 삼킬 수 있는 커다란 단세포 생물은 슬라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지금 내가 슬라임으로 전생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누가 나를 가지고 실험이라도 하고 있나?

판타지 속에서나 등장하는 슬라임. 그에 호기심이 두려움을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슬라임이 허기를 느낄 줄은 몰랐지만, 상상 이상으로 배가 고프다. 아무래도 뭐라도 먹어야 좀 살 것 같다.

이틀을 내리 굶은 듯한 이 허기는 도무지 참을 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

[깽깽이풀을 섭취했습니다.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아마 눈이 있었다면 붉게 충혈돼 있었으리라. 꽃과 풀을 먹는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마구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가시오갈피 열매를 섭취했습니다. 회복력이 상승합니다]

[회목나무 잎을 섭취했습니다.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최대치에 달했습니다]

[포식(F) Lv.1 스킬에 의해 포만감이 경험치로 치환됩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다시 굶주림이 찾아왔다.

위장에 차 있는 것들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상실감과 허탈감에 힘이 쭉 빠진다.

하지만, 경험치가 올랐다는 건 고무적인 소식에 분기했다.

경험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먹어치우다 보면 분명 레벨업도 할 수 있으리라.

어쩌면 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슬라임이 아니라 다른 생물… 어쩌면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돌아갈 수 없다면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어치워야 한다.

촉각 외에는 남은 감각이 없었기에 시간이 얼마나 흐른 지는 느낄 수 없지만, 슬슬 지루하다고 여길 즘 반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포만감이 최대치에 달했습니다]

[포식(F) Lv.1 스킬에 의해 포만감이 경험치로 치환됩니다]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Lv.1 → Lv.2]

[포식(F) Lv.1 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포식(F) Lv.1 → 포식(F) Lv.2]

공복감과 함께 찾아온 것은 기쁨. 레벨이 상승하자 부정형(不定形)의 몸이 더욱 늘어졌다. 점액이 풀어지고 늘어져 액체처럼 퍼졌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점액으로 돌아온다. 평생 살아오며 겪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기한 감각이었다.

눈이 있었다면 볼 수 있었을 텐데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볼 수조차 없다는 게 한탄스럽다. 레벨이나 스킬 같은 게 있는 이상 분명 상태창도 있을 텐데 나타나질 않는다.

'상태창. 스테이터스. 내 정보. 스킬창. 아이템창……'

소용없는 발악이었다.

발버둥 쳐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뭐라도 먹을 생각으로 나뭇잎을 찾아 더듬거리다가 스킬을 획득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촉수(F)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촉수? 실화냐?'

헛웃음이 나왔다. 팔을 생각하며 더듬거린 게 우연찮게 촉수를 만든 것 같다. 뇌가 히토비에 쩔어진 건지 촉수하면 안 좋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구상나무 잎을 섭취했습니다.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조록싸리를 섭취했습니다.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포식(F) Lv.2 스킬에 의해 포만감이 경험치로 치환됩니다]

집중할 게 없어서일 테지만, 이것도 나름 재밌다.

처음의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호기심이 커졌다. 느릿느릿 촉수로 회목나무 잎을 집어 들었다. 이제껏 나무의 보살핌 아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가던 나뭇잎을 희롱한다……? 이건 못 참지.

음탕하게 뻗어있는 잎맥을 천천히 쓸어주며 녀석을 식포 속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탐욕스러운 식포는 아무것도 모르는 회목나무 잎을 그대로 집어 삼키고야 말았다.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구렁텅이… 타락의 길로 빠져든 잎에게 남은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제법 저항하던 회목나무 잎은 결국 그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었다.

[회목나무 잎을 섭취했습니다.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

약속된 현자 타임에 자괴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식물갤 이상 성욕자들도 아니고 아무리 할 게 없기로서니 인간의 도리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

'…이상하네.'

분명 남은 감각은 촉각 뿐인데 알림만은 계속 들리니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 중독성과 약간의 절박함에 식물들을 마구 섭취했다.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Lv.2 → Lv.3]

[촉수(F) Lv.1 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촉수(F) Lv.1 → 촉수(F) Lv.2]

그렇게 얼마나 먹었을까? 끊임없이 먹고 또 먹자 마침내 3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식물의 종류가 다양한 걸로 보아 십중팔구 산이나 숲이리라. 단순 감각으로 느낄 뿐이지만 3레벨이 되면서 커진 내 몸은 처음 슬라임이 되었을 때보다 절반 가까이 커다래진 것 같다. 나뭇잎 하나가 대충 5cm 내외일 테니 얼추 가늠해보면 내 체장은 20cm에 가까운 것 같다.

[스킬 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정말 게임스러운 알림. 스킬 포인트를 사용할 방법을 몰라 멀뚱히 있자니 시스템이 눈치챈 것처럼 알림을 보내왔다.

[획득 가능 스킬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그럼.'

[획득 가능 스킬 목록]

1. 촉수(F)

2. 민감(F)

3. 기척 감지(F)

4. 열 감지(F)

5. 미약한 재생(F)

신기하게 음성도 아니고 시각도 아니었다. 마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 것 같았다.

신기한 것과 별개로 쓸모 있는 스킬인지는 의심이 된다. 심지어 촉수는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소유 스킬을 그대로 올려놓다니 무슨 짓거리냐? 순간, 마음을 읽힌 것처럼 [스킬 숙련도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게 친절히 답해주실 거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도 알려주시면 안 되나? 물론 그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와 떠오르는 거지만 아마 그 작가 놈이 앙심을 품고 슬라임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음성― 시스템이라는 것도 소설과는 조금 다르지만, 언뜻 비슷한 면이 있었고.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해놓고 사람을 슬라임으로 만들어? 맹세컨대, 돌아가면 진짜 뒤졌다.

'일단 그럼 여기가 소설 속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미친 과학자의 실험이라거나, 알고보니 슬라임이었다는 전개보다는 그나마 개연성 있지 않을까?

'……망했다.'

해피엔딩이었다면 애초에 욕도 안 했을 거다.

암담한 세계관과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는 게 엔딩인 갑분멸망세계. 지금 내 생각이 맞다면 나는 1분 1초도 허투루 낭비할 수 없는 시한부 세계에 혈혈단신 슬라임으로 냅다 던져졌다는 뜻. 망했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양심이 있으면 사람으로 전생시켜줘야 했을 텐데…… 그냥 한숨만 나왔다.

[현재 남은 스킬 포인트 2]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말 따위는 무시하고 시스템은 제 할 일만 할 뿐이다. 획득했던 스킬 포인트는 1이었는데 남은 스킬 포인트는 2.

레벨 업마다 얻는 거라면 분명 2레벨 때도 얻었을 터. 근데 그때는 못 들은 것 같은데?

[현재 남은 스킬 포인트 2]

'…선 넘네.'

가지고 있는 거라곤 직무유기 시스템 하나뿐. 벌써 앞날이 컴컴하다.

시스템이 보여준 목록을 살피며 스킬 포인트 사용을 고민하다가 감지 계열로 획득하기로 했다.

대부분 매체에서 슬라임은 최약체 몬스터. 그건 내가 읽고 있던 소설 속에서도 다르지 않았는데 특히 여기선 정도가 심했다. 고양이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사실 몬스터라고 부르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

'좀 더 커져야 해.'

그리고 안정적인 레벨업을 위해선 감지 계열 스킬이 필요하다. 가장 급한 건 살아남는 거였으니까.

기척 감지와 열 감지중에서 고민하긴 했지만 동물에 한해서 발동할 것 같은 기척 감지보다는 전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열 감지 쪽이 훨씬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그리하여,

[열 감지(F) Lv.1을 획득했습니다]

스킬을 획득한 후부터 전신으로 열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막연히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는데 내가 생각했던 열 감지는 야간투시경이나 적외선 센서쪽이었다.

그래서 시야가 트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모양. 다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온도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사물이나 물체의 체온을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뜨거운 열은 동물이라는 뜻이리라. 식물보다는 동물이 활동량도 많고 발열량도 높을 테니까.

그럼 내 밑에 이건 뭐지?

[한국홍가슴개미를 섭취했습니다. 포만감과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개미. 신기하게도 동물이라 그런지 나뭇잎과는 달리 경험치까지 함께 올랐다.

열 감지가 없었을 때는 개미와 흙을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열 감지를 획득하자 곤충까지 섭취할 수 있게 됐다.

[불개미를 섭취했습니다. 포만감과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지리산말매미충을 섭취했습니다. 포만감과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포식(F) Lv.2 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포식(F) Lv.2 → 포식(F) Lv.3]

곤충 혹은 벌레를 먹는다는 것엔 저항이 있지만 시각, 청각, 미각이 없었기에 참을만 했다.

'지리산말매미충……?'

지리산일까? 하지만 확신할 순 없다. 산 이름이 붙은 벌레라도 다른 곳에 사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니까. 무슨 결계라도 펼쳐진 게 아닌 이상에야… 그러다 갑자기 뜨거운 열을 느꼈다. 아까 먹었던 개미보다 더 뜨거운데 이 정도면 쥐나 토끼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 녀석이 나한테 오고 있었다.

도망칠까 아니면 기다려볼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럴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것이 나를 물어뜯었다.

'……!'

아프진 않다. 통각 세포조차 없는 모양. 그럼에도 물었다는 것 만큼은 생생하게 느껴져 반격할 셈으로 마구 촉수를 뻗었다. 무려 Lv.2 스킬에 달한 촉수가 놈을 더듬었지만, 전혀 데미지를 줄 수가 없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쓰다듬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앞니로 추정되는 무언가에 꿰뚫리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정말 최약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고작 조그마한 쥐 한 마리에 죽을 위기를 겪어야 하다니… 몬스터라는 이름이 아까웠다.

있는 힘을 다해 질퍽거리는 몸을 끌어올려 녀석을 덮쳤다. 쥐는 놀란 듯 도망치려 했지만 내 몸에 단단히 박힌 녀석의 주둥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몸을 마구 비틀어서 빼내지 못하게끔 만들고 통째로 덮어버렸다.

'아직 식포에 넣으면 안 돼. 터지고 말 거야.'

식물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지만, 몸속에서 쥐가 어떻게든 탈출하려 용을 쓰고 있었다. 놈이 발버둥 치며 갉아먹을 때마다 체면적이 줄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발악할 방법을 찾다가 획득 가능한 스킬 목록을 열었다.

[미약한 재생(F)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쥐의 탈출이 조금 지연됐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곧 탈출해버리고 말리라. 슬라임의 점액 같은 몸을 말아 있는 힘껏 구르기 시작했다.

데구루루― 그러자 멀미라도 느꼈는지 놈이 탈출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놈의 이빨이 몸 밖으로 삐져나오자 급한 대로 있는 몸 없는 몸을 다 끌어와 그 부분을 보강했고 놈은 괴로운 듯 꼬륵거렸다. 놈에게 틈을 줘서는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고작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제발 죽으라고 빌면서 발악을 계속했다.

그런 필사적인 사투 끝에 마침내 쥐의 움직임이 멎었다. 기만이 아닐까하는 마음에 확인사살을 위해 한참을 더 굴렀음에도 놈이 움직이지 않자 그제야 절명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싸워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정말이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싸움… 그런 걸 느낄 새도 없이 녀석을 얼른 식포 속으로 집어 넣었다.

[야생 들쥐를 섭취했습니다. 포만감과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Lv.3 → Lv.4]

무려 Lv.3에 인간의 지능을 가진 내가 이 정도. 다른 슬라임들이라면 쥐한테 이기는 건 꿈도 꾸지 못하리라.

역시 흑사병을 퍼트린 무시무시한 동물… 쥐, 결코 얕볼 수 없다. 놈을 먹어 치우고 Lv.4에 도달한 순간, 줄어들었던 체면적이 복구되고 더욱 커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복구는 되네.'

크기라는 것이 전투에 있어서 얼마나 유용한지 깨닫고 레벨을 올릴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번에야 쥐였으니 망정이지 싸운 게 토끼였다면 승산조차 없었으리라.

[현재 남은 스킬 포인트 1]

방금 레벨업 하면서 얻은 스킬포인트. 획득 가능한 스킬들을 확인해보니 종류가 늘어있었다.

[획득 가능 스킬 목록]

6. 미약한 경화(F)

7. 미약한 은신(F)

이름만 봐도 어떤 능력일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까 상태를 보건데 나에게 보다 절실한 스킬은 은신이리라.

당장 경화를 습득한다면 아주 조금 강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봤자 토끼도 못 이길 테니까. 그럴 바에야 아예 숨는 게 정답일 거다.

[미약한 은신(F)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사용해보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축 늘어지는게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레벨은 5. RPG건 소설이건 간에 보통 5나 10단위로 특별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하다못해 좀 더 쓸만한 스킬을 획득할 기회 정도는 될 터.

힘들긴 해도 일단 쥐까지는 상대할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레벨 4에 오르면서 체면적도 커졌으니 그만큼 사냥이 더 쉬워질 터…

좋던 싫던간에, 본격적으로 슬라임 라이프가 시작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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