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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32화 (32/407)

〈 32화 〉 #19 늑대를 쫓는 이들

쿠과과광-!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매캐한 연기와 피어오른 먼지 속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 승리한 것은 누구인가― 우리는 살아남았는가?

"주, 죽었겠죠? 예?! 설마 살아있을 리가!"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왜, 왜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유일하게 쓰러지지 않은 타 클랜의 헌터에게 소리친 중년 헌터는 초조하게 입술을 씹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방안을 쩌렁쩌렁 울리던 추락음이 서서히 사라지고, 박무택은 두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E등급의 약한 청각. 소리에 집중하자― 무언가를 씹는 듯, "까드득! 콰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누구를 먹고 있단 말인가? 늑대가 거미를? 아니면 거미가 늑대를? 심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마침내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아, 아저씨! 아저씨!"

상기된 얼굴로 소리치는 헌터의 목소리에 중년 헌터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늑대가 이긴 모양이군."

끼리리리릭―

닫혔던 보스 방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숨을 가다듬은 중년 헌터는 타 클랜 헌터의 어깨를 붙잡았다.

"조용히 합시다. 정신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왜, 왜요?"

"착각하지 마시오. 지금까지는 서로가 필요했으니 함께 싸운 거요. 하지만 아라네아는 죽었단 말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정녕 모르겠소?"

아라네아라는 강적이 있었기에 헌터와 스컬 울프는 함께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강적이 죽었을 때, 적의 적은 어떻게 돌변할까? 심지어 그게 몬스터라면? 뒤늦게 안색이 창백해진 그를 보며 중년 헌터는 속삭이듯 말했다.

"잘 들으시오. 공동 전선은 끝났소. 우린 지금부터 여길 빠져나가야 하오. 다행히 놈은 먹는 데 정신이 팔려있으니 지금 나가야 합니다."

꿀꺽 침을 삼킨 헌터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중년 헌터는 아래에 쓰러진 셋 중, 자신의 클랜원인 둘을 업었다.

"그쪽 클랜원은 댁이 챙기시오. 나도 그럴 테니."

"알겠습니다."

"들키면 죽소."

중년 헌터의 진지한 눈빛에 헌터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열린 문 너머로 발소리도 내지 않게끔 조심조심 발끝을 세웠다…

***

"…그렇게 된 겁니다."

깨어난 유아현이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완전 새 된거잖아? 아무것도 못 챙긴 거야?"

"그다음 날 대표 클랜이 조사대를 꾸렸어요. 근데 아무것도 없었다던데요."

"야! 그게 말이 되냐? 그 새끼들 또 몰래 챙긴 거 아냐?"

던전에서 나온 건 당연 던전을 클리어한 헌터의 몫이었다. 클랜이나 세금으로 이래저래 떼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한 명당 몇천씩은 돌아올 금액인데.

"그거야 모르죠."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대체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한참 분기를 감추지 못하다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는 모습에 헌터, 주성인이 물 컵을 건넸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아라네아의 책정 등급은 B-.

그 거미줄만 해도 사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어디 거미줄 뿐이랴? 맹독중의 맹독이라는 아라네아의 독은 부르는 게 값. 없어서 못 구하는 물건이었다. 아라네아 한 마리가 보스 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데. 뭐? 아무것도 없어?

"아아아아아! 내 도오온! 내 돈!"

"누님. 이틀 만에 일어나신 거라고요. 진정 좀 하시고."

"진정하게 생겼냐?! 너 그게 다 얼만 줄 알아?!"

눈 뜨고 코 베이는 것도 유분수지. 습관처럼 품속을 뒤지던 여헌터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아~ 병원이지."

"끊으라니까요."

"아. 끊었다고. 그냥 습관이야. 그래서?"

"뭐가요?"

"아니이이! 악, 씨발 존나 쑤시네. 넌 괜찮아?"

"참 빨리도 걱정해주시네요. 전 F등급 재생 있잖아요."

"미약한 재생? 존나 부럽네."

고작 F등급이지만 회복계 스킬은 언제나 쓸모 있다. 납득한 유아현은 쑤시는 고통에 도로 누워야 했다.

"그래서 클랜장님은 뭐라디?"

"…조사대는 한 번 더 꾸리겠다던데요."

아주 멍청하지는 않구나. 하지만 유아현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하. 그거 말고. 그 양반을 내가 아는데. 나한테 한 말 있을 거 아냐?"

주성인이 우물쭈물 망설이자 보다 못한 그녀가 한 번 더 재촉했다.

"왜. 말해 보라니까?"

"그게."

"야. 클랜장님이 뭐라고 하셨냐니까? 어차피 나도 전화 한 통 하면 바로 알 수 있거든?"

"…강등이랍니다."

"강등?"

유아현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강등. 강등이라 이거지. 클랜에서 그녀가 맡은 직위는 팀장. 강등된다면…

"부팀장?"

"팀원으로요."

"이유는?"

"사전 조사 부족으로 역량이 의심된다고. 그리고 이번에 저쪽 클랜에서 항의가 들어와서요."

"항의? 하. 어이가 없네. 그래. 들어나 보자. 말해 봐."

"자기네 클랜원이 누님을 지키다가 죽었다고… 누님이 걸림돌이었다고."

지키다가 죽어? ―아아. 유아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진해졌다. 분명 그 전사를 말하는 거겠지.

'시발. 기분 좆같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전사는 자기 선택으로 목숨을 바친 것이었고, 그러지 않았더라면 높은 확률로 아무도 던전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터. 그 죽음은 의미 있는 것이었고, 여헌터는 그 죽음이 의미 있었다는 걸 증명했다.

그는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그런데 죽은 사람 생각을 멋대로 재단해?

유아현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이딴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사람이 쓰러진 동안 잘도.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얼추 짐작이 간다. 꼬리 자르기. 던전의 예상 등급에 비해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거기에 더해 클랜 내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자신을 견제하려는 수작이겠지. 양 클랜이 서로 입을 맞췄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즉, 더러운 정치질.

'아라네아가 나왔는데!'

던전에서 벌어질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추측할 뿐이지. 그래서 항상 철저히 준비하는 거였고.

유아현이 주먹을 쥐는 걸 보며, 주성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구겨진 침대 시트가 그녀의 기분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리고 그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작 C클래스 둘과 D클래스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아라네아를 만나고도 전멸하지 않았다. 그건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일. 만약 다른 클랜이었다면 강등이 아니라 상을 줘도 모자랄 일이었다.

―비록 어떤 늑대의 조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좆같네. 진짜."

담배가 없다는 게. 아니, 피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누님. 저흰 이제 어떡합니까?"

"……."

"지태. 지훈이. 전부 죽었다고요. 다… 다 죽었어요."

"성인아."

주성인은 한참 생각하는 듯하더니 길게 숨을 뱉었다.

"누님 일어나시자마자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요. 저 더는 못 해 먹겠습니다."

"너?"

"시발!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가 어떻게 싸웠는데요! 누님 없었으면 다 죽었을 거란 거 다들 알고 있는 거 아닙니까!"

말을 곱씹다가 감정이 격해진 걸까. 격분하는 그를 보며 유아현은 잠시 말을 잃었다.

"누님 없었으면 다 죽었을 텐데! 씨발. 항의? 항의요?!"

"성인아. 병원이야."

"어떻게 그 클랜에서 항의가 들어옵니까! 선점해놓고, 똥은 지들이 싸놓고! 마지막엔 다 함께!"

"주성인!"

아까와는 반대로 유아현이 그를 말렸다. 주성인은 끝내 분하다는 듯 주먹을 떨었지만, 유아현은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어리니만큼 이 바닥이 얼마나 더러운지 모를 테니.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전우라고 생각했어도 그 상황을 벗어나면 자기 살길을 찾아 떠나는 법이다.

그리고 유아현은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고작 그 차이였다.

"네가 생각하는 거. 나도 똑같아. 죽은 애들. 그리고 너까지 다 내 팀원이잖아."

"누님."

"때려친다고? 좋아. 때려쳐. 나도 이 개 같은 클랜에서 얼마나 더 썩어야할지 고민이었거든."

"……!"

"일단 유가족들은?"

"연락은 갔다고 들었어요. 보상도 아마…"

그렇단 말이지. 어차피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수작이었으니 책임은 나한테만 떠넘기겠다는 거구나. 그나마 최후의 선은 지켰다고 할 수 있겠다.

'좆같은 새끼.'

그렇다고 납득하는 건 아니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적해야 할 클랜. 앞으로 해야 할 일. 클랜장의 수작 질을 받아칠 방법.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 뿐이었다.

"에휴. 그냥 프리로 살아야 하나."

"그건 좀…"

말이 좋아 프리였지 그냥 무법자.

모든 던전의 토벌은 해당 지역의 대표 클랜이 결정하는 것이었으니. 프리가 던전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던전을 선점하거나―

'다 죽이는 거지만.'

그럴 실력도 안 되고 그러기도 싫었다.

"사실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들어요. 누님은 더 그렇겠지만요."

"응…."

무엇보다 팀원들이 죽었다는 게 와닿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매번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거지. 병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을 애도하는 것이었을까.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항상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정적을 깨듯 드르륵 문이 열렸다.

"누구세요? 병실 잘못 찾으신 거면…"

"오랜만이오."

"아저씨? 지금 무슨 낯짝으로!"

어이없다는 듯, 성을 내려는 주성인을 손을 들어 말린 유아현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그가 자신들을 찾아올 이유, 아니 경우는 하나밖에 없었으니.

"아. 그런 거였네."

누군가를 향해 조소하는 유아현. 중년 헌터는 씁쓸한 자조를 보이며 끄덕였다.

"이해가 빠르구려. 언제나 잘려 나가는 건 꼬리라는 거요."

몬스터를 막아야 하는 헌터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 그런 만큼 우상으로 남아야 한다. 그리고 우상은 어떤 경우에도 실패해선 안 된다. 실패의 책임을 클랜에서 떠안을 바에야 개인에게…

"윗대가리들 생각은 어쩜 이렇게 똑같담."

"…뭐, 나도 내가 꼬리일 줄 몰랐소만."

"그거 우연이네요. 나도 그런데."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주성인이 멋쩍은 표정을 짓자 중년 헌터는 됐다는 듯 손을 저었다.

"본의 아니게 밖에서 이야기는 얼추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같이 갈 생각 있소?"

"뭐 알아둔 곳이라도 있나 봐요?"

고개를 삐딱하게 중년 헌터, 박무택은 코 밑을 쓸었다.

"아. 그렇지. 순서가 틀렸구려. 당신네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소."

대체 누가? 의아해하며 시선을 교차한 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뒤이어 병실로 들어온 사람이 너무나 유명한 이였기 때문이다. 헌터로 살다보면 모를 수가 없는 이. 코트 자락을 휘날리는 그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설마 여명의…"

"맞습니다. 새벽의 여명 3팀장이오. 그가 도와줄 수 있겠다더군."

갑자기 하늘에서 동아줄이, 아니 아라네아의 거미줄보다도 훨씬 튼튼한 줄이 내려왔다―!

만약 그가 도와준다면 앞으로의 일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클랜장? 고작 지방에. 그것도 약소 클랜의 클랜장이 여명의 3팀장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빼앗긴 돈은 물론이요, 잘하면 여명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미친 듯 끄덕이는 둘을 보며 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그날 있었던 일부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흠흠. 그럼요. 얼마든지요~."

"와… 누님 지금."

"닥쳐. 에고. 말이 헛나왔네요. 자. 뭐가 궁금하신 거죠?"

"당신들이 봤다던 그 늑대. 늑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군요."

의아해하며 서로 시선을 마주치는 둘. 늑대? 스컬 울프를 말한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명의 3팀장이나 되는 인물이 뭐하러 스컬 울프 따위를 쫓는단 말인가? 둘이 이해하지 못한 건 바로 그 점이었다.

"알파(Alpha). 우리가 쫓고 있는 진화했을 거라 추정 중인 워그의 이름입니다. 부끄럽게도 지리산에서부터 쫓고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놓치고 말았죠."

팀장, 구진하는 피곤한 듯 눈두덩이를 비볐다.

"놈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겠죠. 한시라도 빨리 놈을 잡아야 합니다."

"어쩜~ 생각도 참 깊으셔라~."

"누님…'

"그러니."

잠시 뜸을 들인 구진하가 말을 이었다.

"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봤다던 그 늑대에 대해서."

***

"그르릉?"

귀 간지러워라. 누가 내 얘기라도 하나?

"꾸히이이익!? 꾸헤꾸에엑!"

…이 녀석이 시끄러워서 착각했나보다. 발톱을 세워서 목을 꾹 눌러주자 숨이 끊어졌다. 미각이 생긴 이후, 생으로 먹는 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든다.

[멧돼지를 섭취했습니다.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악식(D) Lv.6 스킬에 의해 포만감이 경험치로 치환됩니다]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Lv.6 -> Lv.7]

아라네아는 멍청하게 참고 먹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잘만 사용했던 악식을 왜 떠올리지 못했나… 나는 대체 왜 그 역한 고기를 꾸역꾸역 먹은 건가? 그것 때문에 헌터들도 허겁지겁 도망간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있냐.'

사실, 도망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끔찍한 미각 테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까. 그 맛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뭐. 몬스터라서 도망갔겠지.'

조금 아쉬웠지만, 그네들이랑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기도 좀 그랬고. 차라리 잘 된 것 같다.

'사실 거미줄이라도 먹으면 비슷한 스킬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정말 깔끔하게 포만감만 올랐고, 악식으로 전부 경험치로 만들었다.

'일단 7레벨이 됐으니.'

다시 한 번 점검해볼까?

[던전의 공포(스컬 울프) Lv.7] [EXP 709 / 57128]

[업 0.06%]

[체장 1.87m] [체고 88.9cm] [체중 97.8kg]

먼저 0.1%에 잠깐 도달 했던 업이 0.06%가 됐다. 0.1%를 사용하고 던전을 클리어해 0.06%가 오른 것이다.

'칭호도 바뀌었고.'

하수도의 재앙을 처리했을 때는 그대로였던 칭호가 '던전의 공포'로 변했다. 산의 폭군보다 더 좋은 칭호인 모양이었다.

[던전의 공포 : 던전의 보스를 겁먹게 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던전 내의 모든 이들이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이건 괜찮을 것 같은데?'

다른 던전에서도 적용되는 거라면 상당히 좋은 게 아닐까? 전투에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어서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진화 전 [힘 123] [민첩 140] [체력 210] [마력 94] [극기 1]

진화 후 [힘 159] [민첩 177] [체력 231] [마력 140] [극기 4]

또 전체적인 스테이터스가 급상승. 진화 전 19레벨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고의 성장을 이룬 건 두말할 것 없이 마력이었는데, 그 이유는 스컬 울프라는 종족과 관련이 있었다.

[스컬 울프 : 마랑의 초입. 오랜 시간 마력에 노출된 워그가 진화한 형태. 마력에 높은 친화도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마력이 상승하는 속도가 비상식적이었는데 무려 1 레벨당 4. 워그일 때와 비교하자면 무려 2배였다.

'…경험치는 그 이상이지만.'

이제 동물로는 아예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게 됐다. 거기에 더해 충격적인 건 요구 경험치량. 아라네아라는 터무니없이 강한 몬스터에 더해 거미줄까지 남기지 않고 섭취했음에도 레벨이 6까지밖에 오르지 않았을 정도.

'어떻게 시작부터 3만이냐고!'

3만으로 시작해 57000까지. 따지고 보면 아라네아 한 마리로 20만이 넘는 경험치를 획득했단 소리였다.

앞으로 레벨을 어떻게 올리나. 대한민국의 던전이라는 던전은 깡그리 쓸어야 하나? 이제 스테이터스만 보자면 어지간한 헌터들 수준이었다. 그래도 아직 미궁에서 본 가장 뛰어났던 두 사람― 중년 헌터와 여헌터에게는 안 되겠지만.

'싸우는 건 별개지만.'

스테이터스가 딸린다고 이길 수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터.

그 이유는 당연.

[보유 스킬 목록]

악식(D) Lv.6, 촉수 다발(E) Lv.5, 감지(D) Lv.4, 재생(D) Lv.1, 은신(D) Lv.6, 염탐(E) Lv.7, 약한 청각(E) Lv.5, 약한 육감(E) Lv.1, 약한 시각(E) Lv.7, 모든 피해 감소(D) Lv.4, 경화(D) Lv.5, 변화(E) Lv.4, 미약한 독 내성(F) Lv.8, 위협(F) Lv.7, 식탐(D) Lv.3, 수영(F) Lv.7, 잠수(F) Lv.7, 뛰어난 탄력(D) Lv.1, 간파(E) Lv.5, 돌진(E) Lv.5, 질풍(D) Lv.3, 약한 후각(E) Lv.6, 뛰어난 직감(D) Lv.2, 암시(F) Lv.5, 마력재생(D) Lv.2, 잿불(D) Lv.2, 통각무효(D)

[남은 스킬 포인트 6]

저도 모르게 헤벌쭉해지려는 입을 다물었다. 총 보유 스킬 27개. 스킬 하나하나가 전투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어우야.'

아직은 무리겠지만, 머지않아 아라네아와 1:1로 싸워도 지지 않을 만큼 성장할 것 같다. 괴물 늑대는 이미 넘어선 것 같고.

'…진화해서 강해진 건 확실하네.'

사실 부정형의 특성을 모두 버렸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까지 내 전투 방식은 부정형의 몸에 많이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편리한 점이 많았고.

'그래도 변화가 있으니까.'

슬라임이던 시절처럼 쉽게 변형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모습을 바꾸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물론 겉모습만이었고 성질까지 변화시키려면 마력을 사용해야 했지만.

'털이 촉수가 된다고.'

촉수 다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털이 합쳐져 촉수처럼 변해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털이 없는 머리에서는 쓸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고무적인 소식은.'

C등급 스킬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아직 보유하고 있는 C등급 스킬은 없지만. 참고로 획득하는 데 필요한 스킬 포인트는 8이었는데 F가 1. E가 2. D가 4. 예상했던 대로 스킬 포인트가 배수로 필요했다.

'…뼈 아프긴 하네.'

레벨 업 8번마다 C등급 스킬 하나. 물론 C등급 스킬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만.

'당장 잿불이나 질풍만 해도.'

D등급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아라네아에게 충분한 고통을 준다. 거기에 직감을 비롯한 몇 가지 스킬들을 더한다면 나보다 힘과 민첩이 높은 상대를 정면에서 압도할 수 있기도 하고.

'이제 충분히 강해졌어.'

도시에서 버젓이 돌아다니지는 못하겠지만 홍유리나 전우택 같은 괴물만 아니라면 상대할 자신이 있다.

그러니까 이제 움직여보자.

'구마준.'

지금도 대구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탕아들의 꼬리로 이어지는 구마준이라는 남자를 찾으러 가 볼 생각이었다.

―전쟁의 신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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