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19 늑대를 쫓는 이들 (2)
구마준― 그는 C클래스 헌터로 알려진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헌터임에도 불구하고 클랜에 속해있지 않았는데, 그가 속한 곳은 클랜이 아니라 신전이었기 때문이다.
'신전이라고 해도 흔히 떠올리는 그 신전은 아니지만.'
전쟁의 신전.
엄밀히 말해 클랜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거였다. 그 정체는 로마 바티칸의 후신(後身)이었고. 이 세상은 모종의 이유로 유럽이 망해있는데, 그 때문에 아시아로 대피한 바티칸 시국은 크게 둘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종교적 의미를 유지하는 이들과 하나는 복수를 부르짖는 광신도들. 전쟁의 신전이란 후자의 사람들이 만든 조직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판타지 신전들처럼 힐 해주는 곳이라기보단.'
빡빡머리 몽크들과 팔라딘이 망치나 메이스를 들고 몬스터를 때려잡는다고 보면 된다. 사실 클랜이랑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봐도 된다. 아니, 그냥 다국적 클랜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입으로는 종교적 교리를 부르짖지만, 손으로는 살육을 행하는… 아무튼 그런 사람들이었다.
'경상도는 사실상 전쟁의 신전과 광명회가 지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경상도의 다른 지역들도 대표 클랜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어디까지나 소설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쌍두마차였다. 광명회가 무너지는 걸 막았다면 경상도가 완전히 무너질 리는 없을 터. 하지만 기왕이면.
'다른 꼬리도 쳐내는 게 좋겠지.'
구마준은 전직 헌터.
하지만 그가 어느 시점을 계기로 전쟁의 신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자세한 시기를 모른다. 왜냐고? 소설에 언급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거고.'
대구까지 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D등급 은신은 어지간해서는 발견할 수 없을 테니. 진짜 문제는.
'대구에도 헌터들이 있을 거 아냐.'
어지간한 헌터들이야 그렇다 치자. 그네들이 날 발견하는 건 힘들겠지. 하지만 전쟁의 신전은? 대표 클랜의 팀장급들은? 저번 홍유리가 그랬던 것처럼 누가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끝장이야.'
산이나 던전도 아니고 도심 속에서 한번 발각되면 도망치는 건 무리다. 전쟁의 신전 아저씨들이 해머와 메이스를 들고 성가를 부르짖을 테고, 헌터들은 좋다고 칼창을 잡을 터.
'진짜 은신을 올려야 하나?'
스킬 포인트가 6개니까 전부 은신에 사용하면 어떻게 C등급으로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확신할 수가 없네.'
매몰 비용이 너무 크다. 확신도 없는 일에 남은 스킬 포인트를 모두 투자할 순 없다.
'게다가 어차피 싸우고 튀어야 하니까.'
구마준한테 무언가를 물어보러 가는 게 아니다. 구마준을 죽이러 가는 것이다. 탕아들의 꼬리? 주인공이야 궁금했겠지만, 내가 궁금한 건 아니었다. 소설을 끝까지 읽은 나는 이미 꼬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으니. 물론 탕아들의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구마준에게 궁금한 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마준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이쯤에서 슬슬 경고해야 되니까.'
솔직히 말해서 전부 다 내가 하기는 귀찮아서… 라는 이유가 코딱지만큼은 있었지만, 슬슬 경각심을 안겨줄 필요가 있어서였다.
'사사건건 개짓거리를 하는 조직이 있다고.'
쉽게 믿지는 않겠지만 하나하나 처리해가다 보면.
'의구심을 품을 테고.'
그 의구심만으로도 탕아들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질 터. 그것만으로도 놈들을 견제할 수 있다. 어느새 대구 근처까지 왔지만, 도시 내부로 버젓이 들어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모습을 바꿀 수는 있어. 근데.'
어색하겠지. 제아무리 겉모습을 흉내 내 봤자였다.
'불쾌한 골짜기밖에 안 되는 건데.'
모습을 흉내낸다고 치자.
그럼 관절의 움직임은? 시선 처리는? 호흡은? 걸음걸이는? 차라리 판타지 세계였다면 로브라도 뒤집어쓸 텐데 여기서 그랬다가는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남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정말 들키지 않을까?
'변화를 써도 힘들 것 같은데.'
무엇보다 마력이 남아나질 않겠지. 그나마 코발트 광산은 지방인 경산에 있어 비교적 인적이 드물었지만, 신전은 도심 속에 있을 터… 라고 생각하다가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아하.'
왜 사람으로 변할 생각만 했을까. 고정관념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
"어머? 오빠. 저~기 저 강아지!"
"주인 잃어버렸나?"
"우리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우리가 데려다줄까?"
…다시 유기견이 되었습니다.
지금 모습은 검고 작은 강아지였다. 늑대와 개는 거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설마 개한테 감정을 사용할 미친놈이 있을 리는 없겠지.'
아무튼, 마음 놓고 대구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눈앞에서 뿅 사라지면 이상할 테니 골목까지 가서 은신을 사용했다.
'휴. 괜찮은 모양이네.'
약간 확신이 없어 모습을 보여봤는데 문제없는 모양. 설령 은신이 들키더라도 강아지인 양 행세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여기가 노변동이고.'
전쟁의 신전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대체 어떤 작가가 정확한 위치까지 써 놓겠는가? 대충 대구에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써놓지.
'그래도 코발트 광산보다는 나아.'
코발트 광산은 정말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일일이 다 찾아다닌 끝에야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좀 편하겠지?'
한국에 있는 지부도 딱 하나뿐이니까. 사실상 유명 클랜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심지어 신전이니까… 금방 찾겠지?
***
연무실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잘 들릴 만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정작 그녀는 "뭘 봐? 콱!" 뒤진다고 위협하자 시선이 흩어졌다.
"야. 밤에도 시끄럽게 하는 게 너라며?"
"네?"
뻣뻣하게 굳은 은하에게 대충 손을 휘저은 홍유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너 잡아먹냐? 쫄지 말고."
"아. 음. 그런 건 아닌데요."
워낙 안 좋은 얘기밖에 들어본 적 없는지라.
대화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의아해하는 은하에게 홍유리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너 잠깐 이리로 와."
"어, 네?"
"들었잖아. 오라고."
"…넵."
종종걸음으로 은하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홍유리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겉보기에는 150도 되지 않는 작고 어린 소녀처럼 보인다. 여동생보다 어린 것 같은데 이 외모로 실제론 팀장님이랑 동갑…
"너 지금 무슨 엉뚱한 생각 했지?"
"아뇨? 전혀요?"
발뺌하는 은하를 수상하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본 홍유리는 검지와 엄지로 턱을 받쳤다.
"뭐. 좋아. 넘어가 줄게."
그러더니 자신을 보며 끄덕이거나 고개를 젓거나. 마치 물건을 품평하는 듯 10초 정도 그러더니.
"―그래. 쓸만하겠네."
"저어.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의아해하는 은하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가까이 오라는 뜻은 아닐 테고, 무릎을 굽혀 높이를 맞추자 딱밤을 날렸다.
"악!"
갑자기 이마가 쪼개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농담이 아니라 딱밤 한 대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갑자기 왜 때리세요?"
"뭐야 이거. 완전히 글렀네."
아까부터 영문도 모를 소리. 차마 말로는 못 하고 불퉁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은하를 깔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이게 어디서 눈을 치켜떠?"
"네? 아, 그게."
"뭐?"
"…갑자기 때리시니까 그렇죠."
볼에 바람을 넣은 게 심통이 난 표정이다. 홍유리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딱밤을 때렸다.
"아아악! 진짜 왜 그러세요!"
"어쭈. 물렁물렁하네? 안 되겠다. 따라와."
"네? 저기요? 부팀장님? 부팀장님!!"
애절한 눈빛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던 은하는 결국 홍유리에게 목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부팀장의 횡포가 어디 하루 이틀이어야지. 불쌍하긴 하지만 괜히 나섰다가 뒷일이 두려웠다.
…설마 죽이지야 않겠지. 아마도.
그런데 그 와중에 의아한 듯 갸웃거리는 이가 있었다.
"이야. 확실히 은하가 재능이 있기는 한가 보네."
"뭔 소리에요?"
"모르냐? 우택이도 예전에 저렇게 부팀장한테 끌려갔었다."
"어허. 사회초출 아저씨가 어디서 아는 척이람?"
"너 그거 한 번만 더 하면."
"너무 오래 우려먹었나? 약발이 안 듣네. 암튼 우택이 형이 왜요?"
"흐허허. 짜식. 궁금하냐?"
젊은 헌터가 위아래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무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아닌 척하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 시선을 즐기던 헌터가 거들먹거렸다.
"예전에 우택이도 2팀에 있었을 때 부팀장한테 저렇게 딱밤을 맞았거든."
요렇게. 요렇게. 라면서 헌터의 딱밤이 바람을 갈랐다. 쇽쇽거리는 소리가 이미 딱밤에서 날 소리가 아니었다.
"왜 딱밤이에요?"
"몰라. 나중에 우택이도 물어봤다더라. 근데 자기는 때려보면 얼추 가늠이 간다던데?"
"그건 또 뭔 소리래요?"
"낸들 아냐. 아무튼 말 끊지 마라."
"…아. 예."
"흠흠. 그리고 아마 한 달쯤 지나서였지? C클래스였던 우택이가 B클래스로 치고 올라온 게."
"우와. 우택이 형 B클래스 된 지 그렇게 오래됐었어요?"
"어어. 걔도 원래 재능충이야. 근데 요령이 없었거든."
"요령이 없다뇨? 그 나이에 B클래스면 되게 빠른 거 아닌가?"
"…아 이 자식이. 또 말 끊을래?"
기분이 팍 상한 듯 인상을 찌푸리는 헌터의 말에 젊은 헌터가 찔끔거렸다.
"아. 죄송함다. 계속 말씀하십쇼!"
"뭐 우택이는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성실했다. 뺀질이같은 네놈이랑 다르게."
"아 제가 왜 뺀질이에요?"
"몰라서 물어? 암튼, 하루 죙~일 될 때까지 벽이랑 샌드백 두들기던 수련광이 우택이였다고. 그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눅눅해진 탕수육이지."
"비유가 그게 뭐예요?"
"이 자식아. 그게 중요하냐? 중요한 건 지금 부팀장이랑 은하지."
"그건 그렇죠. 계속 이야기해봐요."
"자. 그럼 부팀장이 끌고 간 사람이 누가 있느냐? 1팀에 하연이. 2팀에 기준이. 전부 다 부팀장이 키웠다 이 말이지."
"엥? 그 사람들을요? 근데 난 왜 안 데려가지?"
"널 왜 데려가냐? 재능 있는 놈들만 키운다니까. 덜떨어진 자식아?"
"저 정도면 재능 있는 거 아녜요?"
"웃기고 있네."
"와. 개 부럽다. 그럼 은하도 이제 나중에 엄청 세져서 오겠네요? 막 추월당하면 어쩌지?"
호들갑을 떠는 젊은 헌터와 반대로 찝찝한 얼굴을 감추지 못한 헌터는 훈련이나 하자면서 샌드백을 두들겼다. 곧 사람들도 본래대로 돌아가 각자의 훈련을 시작했다.
"…견디면 그렇겠지. 견디면."
***
'찾았다. 전~쟁의 신전~ 미로~같이 얽힌 골목들~'
빠르게 찾긴 개뿔. 또 해가 져 있었다. 신전이라 찾기도 쉬울 거라 여겼는데.
'설마 서구에 있을 줄이야.'
수성구에 있는 노변동과는 전혀 반대 방향. 같은 대구라도 극과 극이었다. 그나마도 안내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더 걸렸으리라.
'여기면 되겠지?'
신전 반대편 골목에 적당한 자리를 물색해 몸을 웅크렸다. 사실 변화를 사용해서 잠깐 들어가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만약 들키면 끔살이라는 생각에 그만뒀다.
'…….'
결국 안 왔네.
땅거미가 내려앉고 어두컴컴해 질 때까지 죽치고 기다리면서 들어오고 오가는 사람마다 염탐을 사용했지만, 구마준은 없었다.
[염탐(E) Lv.7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염탐(E) Lv.7 -> 염탐(E) Lv.8]
'여기 사람들도 어지간히 괴물들이네.'
아직 홍유리나 전우택 같은 괴물은 보지 못했지만, 헌터로 추정되는 이들 중 하나같이 만만한 사람이 없다.
'…하여간 신전 이름부터 정상이 아니라니까.'
전쟁의 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무리 못해도 던전에서 보았던 여헌터나 중년 헌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부분 그 이상이었고. 아무튼 그렇게 밤까지 기다리다 결국 마음을 정했다.
'시간 아까워.'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사람을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가볼까?'
나는 한참 웅크려있던 몸을 일으켰다. 감지로 느껴지는 신전 내의 기척은 모두 일곱. 이 정도라면 충분히 들어가 볼 만했다.
'구마준이 있는지 없는지. 명단만 확인하고 빠지는 거야.'
***
"그래서 애를 또 들들 볶았다고?"
"뭘 볶아. 도와줬는데 감사하다고 절은 못 할 망정."
"네가 하면 볶은 거지. 우택이."
잘 생각해보니 우택이는 좋아했었나? 좀 투덜거렸던 것 같긴 한데. 잠깐 멈칫한 팀장이 말을 바꿨다.
"…기준이는 싫어했잖아."
"그건 그 뺀질이 문제지. 내가 가르쳐준다고 하면 당연히 좋아해야지. 주제에 뭘 따지고 있어?"
"……."
코웃음 치며 자신만만해하는 모습. 틀린 말은 아니었다. 뛰어난 헌터가 가르쳐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가르치는 사람의 성격이 좀… 아니, 많이 개차반이더라도.
"그래서 은하는 어때?"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언짢다는 듯 팔짱을 끼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팀장은 그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독기도 있어. 하려고도 해. 노력도 해. 근데 뭔가 다르단 말이지."
"다르다고? 무슨 소리야?"
"걔 왜 그렇게 체력이 딸려?"
"그거야…"
아카데미 출신도 아니었고 헌터로 활동한 기간도 짧았다. 노력은 하지만 선천적으로 몸치… 기질이 있다고 언뜻 들은 것 같기는 하다.
"그냥 일반인이랑 다를 게 없잖아. 아니. 보통 사람만도 못해. 걔는 일단 무조건 굴려야 돼. 무조건."
"으음."
"걔는 송곳이야. 마력 원툴. 없으면? 그냥 아무나 하나 잡아서 시키는 게 더 나아."
그렇게 심각했었나. 바빠서 팀원들에게 도통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잠깐 반성하는 사이 홍유리는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끄고. 그래서. 너 갔던 일은 어떻게 됐는데?"
"잘 끝났어. 아마 워그가 스컬 울프로 진화한 것도 맞는 것 같고."
"아이고 화상아. 엄살은 있는 대로 다 떨더니. 고작 스컬 울프? 쪽팔린 줄을 알아야지."
"……."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
하지만 지리산에서 들었던 울음소리는 정말 이질적이었고 위협적이었다. 심지어 자신만이 아니라 팀원들 전부가 느꼈을 정도로. 다시 만난다 해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걸까.
'모습이 변했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워그의 모습이었다가, 스컬 울프가 되었단다. 포식 외에 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건 확정인 것 같다. 위장? 흉내? 아니면 또 다른 계열의 스킬일까? 아마 은신 계열의 스킬도 가지고 있을 텐데…
"무슨 생각해?"
"뭐, 잡으려면 골치 좀 썩겠다는 생각이지."
"그래도 아직 피해도 없다며?"
"그건 모르지."
아무도 오지 않는 곳까지 끌고 가서 처리했다면 무슨 수로 알 수 있겠는가. 던전도 아니고 고작 몬스터 한 마리한테 이렇게까지 골치를 썩어야 한다니.
"그래서. 내일?"
"그래. 이미 대표 클랜에 허가는 받았어. 2팀은 주변 수색으로 돌리기로 했고. 네 추적의 마안이면 아직 쫓을 수 있을 테니까."
"잘 생각했네. 근데 그 클랜도 어지간한가 보다?"
"……?"
"맞잖아. 우리가 경산에 있는 클랜도 아니고. 나 같음 허가 해주더라도 두세번 더 들여보고 단물 다 빨고 던져줄 것 같은데."
"그거야 뭐… 이래저래 있었어."
정확히는 어떤 여성 헌터와 중년 헌터가 내부 사정을 알려준 덕에 교섭하기 쉬웠던 거지만. 어지간히 곪아 있었는지 개입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쥐고 흔드는 게 간단했다.
"아무튼 그런 줄 알고 준비해. 당장 내일 아침에 출발할 테니까. 어차피 당분간 은하도 체력 단련만 시킬 거라면 문제없지?"
"어. 다른 놈한테 부탁하고 가면 되니까. 설마 그래도 못하는 등신 얼간이는 내 쪽에서 사양이지만."
"……."
"차출할 사람은?"
"우택이까지 포함해서 다섯. 더 있어봤자 필요 없어. 2팀도 올 테고."
진술에 따르면 아라네아와 맞섰다고 했다. 정말 1:1로 당당히 맞선 건 아니겠지만, 기왕이면 기준은 최대한 높게 잡는 게 낫다.
"딱 봐도 B클래스 이상만 다 모아놨네."
"그래. 이번엔 확실하게 해야지."
하나하나가 단독으로 아라네아를 토벌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알파를 놓칠 리는 없으리라.
'클랜장님 불편한 심기도 좀 나아지실 테고.'
―이제 늑대의 꼬리가 잡힌다.
늑대를 쫓는 이들은 내일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