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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60화 (60/407)

〈 60화 〉 #30 용의 황무지

"네가 왜 여기 있어?"

"넌 왜 이리 늦어?"

물음의 물음으로 답하는 홍유리. 뻔뻔하게 자신의 의자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그녀를 본 구진하는 한숨이 나오는 걸 참아야 했다.

'피곤한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대전의 밤. 사건의 규모가 규모였던지라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클랜장은 알파를 쫓으라고 말했지만, 도무지 그럴 짬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얘도 이 모양이니.'

구진하는 슬쩍 홍유리를 살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저 후드티 아래에 아직 붕대가 감겨있을 터. 아직 알파를 쫓는 건 무리다. 시간이 갈수록 알파의 행방은 묘연해질 터. 그렇다고 다른 인원을 동원해봤자 알파를 쫓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증명된바.

'사람들은 고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홍유리가 무리라면 광휘가 나서면 된다. 그래. 그 말은 사실이었다. 광휘의 궁사라면 알파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능히 쫓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고원이 정말로 움직일까? 아니, 움직이는 척은 하겠지. 정말로 쫓을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비켜. 인마."

머리 아픈 생각은 그만하고 홍유리를 의자째로 옆으로 밀어냈다.

'이렇게 피곤한 것도 오랜만인데.'

나름 워크홀릭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문득 은자림을 떠올린 구진하가 진저리를 쳤다. 대전의 대표 클랜 로드. 종일 기자회견을 여는 데다가 그 외에도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알파의 영상까지 대중에 노출됐으니…

'한참 시달리겠군.'

"야."

구진하는 대답 대신 말하라는 듯 눈짓했다. 홍유리는 의자 위에서 턱을 괴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아 이 싸가지없는 자식."

투덜거림이라기엔 대놓고 들으라는 목소리에 "왜?"라고 답하자 홍유리가 물었다.

"내일 대전 갈 거야?"

"글쎄… 맘 같아선 쉬고 싶은데, 가야겠지."

"그럼 나도 데려가."

"안 돼."

"왜?"

"몰라서 물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도 알잖아. 쫓을 수 있는 거 나밖에 없다는 거."

구진하는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래도 안 돼."

"어쭈. 누가 보면 내가 움직이지도 못하는 등신인 줄 알겠네."

그럴 상황이냐고 따지는 홍유리에게 구진하는 담담히 답했다.

"그래. 네가 필요한 건 사실인데. 그래도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그 말에 홍유리의 고개가 모로 기울었다.

"방법? 무슨 방법?"

"영상."

"영상? 뉴튜브에 떠돌아다니는 그거?"

"그래. 그거 말이다."

짙은 다크서클 속에서도 구진하의 눈이 빛을 발했다.

"은신 스킬은 확정. 하지만 투명한 건 아니야. 도심 속 CCTV를 찾다보면 알파를 쫓을 수 있을 거다."

대신 발품은 팔아야겠지.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홍유리가 무릎을 끌어안았다.

"야. 구진하."

"왜?"

"내가 부산에서 봤던 개자식들이 탕아니 뭐니 하는 씹새들이겠지?"

"아마 틀림없을걸."

여명은 홍유리를 부산으로 파견한 바 있다. 계속되는 실종사건에 분명 인신매매 조직이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몇 달간 꼬리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하수도에서 싸우는 기척을 느끼고 하수도의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었고.

'…그것도 탕아들이겠지.'

지리산에서 경산으로 이동했던 알파의 동선. 어쩌면 그 전에 부산에 들렀을지도 모른다. 즉, 홍유리가 느꼈다는 기척도 알파일지 모른다는 뜻.

"……."

거기엔 홍유리도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는 모양이고.

'어차피 놈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사각지대와 동맹이었던 조직. 정체와 목적 무엇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것 없이 의문이었지만 실마리는 있다.

'대표 클랜.'

전쟁의 신전과 은자의 숲.

실질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클랜들이었다. 확증은 없지만, 정말 그런 식으로 간자를 심어둔 거라면.

'대표 클랜에 심어둔 끄나풀을 찾으면.'

탕아들을 쫓을 수 있을 터. 그러다 보면 알파를 만날 수 있을 테고, 놈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모든 의문이 풀릴 거다.'

***

"마지막이네. 곧 던전에 들어갈 시간이니."

"그래."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긴장의 끈을 놓아갈 무렵, 다소 지친 표정의 백록이 마력탄을 발출했다.

"허."

수많은 마력탄을 늑대는 백록이 놀랄 만큼 훌륭하게, 전부 피하고 있었다.

'결과는 같지만.'

이 사흘간 늑대는 달라졌다.

본래 백록이 가르치려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그가 가르치려던 것은, 아니 일깨워주려던 것은 본능이었다. 뜨거운 것에 닿았을 때 놀라는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물체에 놀라 눈을 감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반응. 그것을 백록은 직관이라 불렀다.

'어째서인지 그에겐 직관이 부족했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어서? 아니, 그게 아니었다.

'마치 다른 몸에 들어간 것처럼.'

심신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은 어색함. 진화 때문일까? 전투에 관한 센스가 아니라 생물로서의 본능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직관을, 본능을 일깨워주려 했건만.

'설마 다른 방식을 꾀할 줄이야.'

그래. 물론 결과는 같다.

직관적인 반응으로 공격을 피하는 것이나…

***

'온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다. 백록이 말했던 대로 느끼면 된다.

'할 수 있어.'

4개 전방. 5개 후방. 날아오는 마력탄을 피하고 7시 방향에서 밑에서 위로 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다음은.'

3개 좌방. 몸을 비틀어 피하고, 탄력을 발휘해 원상태로 돌아오며 아래에서 날아오던 마력탄 네 개를 피했다. 처음엔 불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백록의 말대로였다.

'가능해!'

백록이 고치라고 했던 버릇. 최소한의 움직임이 부족한 시간을 벌어준다. 반복되는 훈련은 그 차이를 몸으로 실감케했다.

피하고, 피하고, 또 피하고.

'좋아. 나머지는?'

앞으로 27. 간파로 7개를 피하고 그 다음으로 날아오는 것은 감지로 느낀다. 거기에.

'직감을 더하면.'

어렴풋이 느낀 마력탄의 위치가 더욱 선명해졌다. 간파가 읽은 것을 직감이 구체화했을 때처럼 감지를 직감이 구체화한 것이다.

'―여기야!'

8개의 마력탄. 나머지 12.

[뛰어난 직감(D) Lv.5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뛰어난 직감(D) Lv.5 → 뛰어난 직감(D) Lv.6]

아직 익숙지 않아 오래는 유지할 수 없다. 잠깐 집중이 흐트러진 순간, 두 스킬의 연계가 해제됐다.

'지금!'

고개를 비틀자 정면에서 2개의 마력탄이 두개골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빈 눈구멍 사이로 마력탄이 들어왔고― 탄력으로 비틀었던 고개를 되돌린 순간, 두개골 내부로 들어간 마력탄이 반대쪽 눈구멍으로 빠져나갔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다음 수를 준비했다.

'앞으로 9.'

보고 있는 방향에서는 하나도 날아오지 않는다. 그 말인 즉,

'뒤!'

몸을 돌려 2개를 피하고 비틀고 앞발을 들었다. 마력탄이 발 밑에 박히고, 몸을 비틀어 5개를 더 피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아."

아쉬움에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은 1발이 뒷발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261번째 실패."

아쉬웠다. 전부 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늦고 말았다. 어째서?

'탄력을 쓰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다면 피할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최적의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실패했어.'

어디서? 뭐가 부족했지? 다시 생각하는 사이, 훈련이 끝난 걸 알았는지 페어리 드래곤이 다가왔다.

"뀨루룩~."

녀석은 피곤한 모양인지 머리 위에서 똬리를 틀어 날개로 덮었고, 백록은 감탄했다.

"상상 이상이군."

"실패했는데."

불퉁한 늑대의 말에 백록은 픽 웃었다.

"실패라고 하기는 힘들지. 지금 자네 수준에서 마력탄을 전부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네."

"…불가능?"

불가능한 거라면 시키지도 않았을 거다. 그렇게 말한 게 누구인가? 빤한 시선에 백록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난 자네에게 전부 피하라고 한 적은 없네. 훈련의 목적을 떠올리라 하지 않았던가."

늑대는 어이없는 실소를 흘렸다. 말이야 그랬지만, 그 상황에선 누가 들어도 '다는 못 피해도 버릇 고치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가 아니라 '다 피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노력해라'로 들렸을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는 거지만 백록은 뻔뻔했다.

'낚였다 이거네.'

그 사이, 백록은 꿰뚫린 늑대의 발등을 쳐다봤다. 이미 재생이 상처를 메꿔가고 있었다.

'미리 읽어 다음 수를 준비한다라.'

직관이 아니라 예측. 환수의 방식이 아니라 인간들이나 쓸법한 잔재주였지만, 잔재주라고 부르기엔 수준이 높다.

'의도대로는 되지 않았어도…'

버릇은 고친 셈. 내심 반이나 피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예상했던 목표를 뛰어넘었다.

'이 정도로 따라올 줄은.'

이 사흘간 늑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움직임, 스타일을 새로 만들어냈다. 직관을 익히지 못했다고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슬슬 출발하도록 하지."

백록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다. 늑대는 새근새근 잠자는 페어리 드래곤을 깨우지 않기 위해 가능한 조심스레 걸었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라고?"

"그래."

아카데미가 있는 서울로 가야했는데 다시 경상남도로 내려오고 말았다. 어차피 맘만 먹으면 1,2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으니 의미는 없지만.

'오랜만인데. 여기.'

어렸을 적에 와봤던 곳인데. 설마하니 미래 시점인 지금도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그즈음, 페어리 드래곤이 하품 하며 잠에서 깼다.

"뀨룩?"

게슴츠레 뜬 눈으로 아치형 문을 올려다본 녀석이 눈을 빛냈다.

[고성공룡박물관]

아치를 넘어 길을 따라 올라가자 마침내 박물관의 정문이 보였다.

'어렸을 적에 와봤는데.'

2069년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백록이 박물관의 문을 연 순간, 페어리 드래곤이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한 발자국 내디디자, 박물관의 내부의 풍경이 변했다.

"…굉장한데."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보다 더한 장소였다. 만약 던전이 아니었다면 이런 곳에 생물이 살 수 있다곤 믿지 않았을 거다.

"용의 황무지. 환계에서도 상당히 오래된 곳이라네."

"용의 황무지?"

"그렇네. 이곳에 있는 괴물들의 대부분이 아룡종이며 새와 뱀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세."

새와 뱀. 조류와 파충류를 묶는 석형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던전의 수준이 높아 마력을 현계로 보내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

"그게 오늘이고?"

"그렇네."

마침 창공을 활보하는 새의 날개를 가진 기다란 뱀을 보고 통찰을 사용했다.

[코아틀]

[체장 7.64m] [체고 72.1cm] [체중 453kg]

[힘 324] [민첩 288] [체력 311] [마력 271]

날기 위해서인지 덩치에 비해 가벼워 보인다. 코아틀도 우릴 발견했는지 까아악 소리를 내며 위협했다.

"온다."

제자리에서 두 세바퀴 활강하던 녀석이 우릴 먹이로 여기고 고도를 낮춘다. 고도를 낮춘다고 말은 했지만 강하라기보다 추락에 가까울 정도로 빨랐다. 맞받아칠 생각으로 돌풍과 귀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끼이아아악!"

비명을 지른 코아틀의 목이 서서히 돌아가더니 이내 숨이 멎었다.

"……?!"

두 눈을 부릅떴다.

드래곤과 흡사하나 앞발이 퇴화한 용.

단숨에 코아틀을 낚아챈 그것이 뒷발로 코아틀의 숨통을 끊고 울부짖었다. 떠나가라 소리 지른 그것이 날갯짓해 이내 창공 너머로 사라졌다.

"와이번… 저게 보스가 아니라고?"

언뜻 통찰로 확인해본 놈의 스테이터스는 아라네아도 씹어먹을 정도였다. 차라리 늪의 용과 비견될 정도다. 와이번이라고 하면 이견의 여지없는 용의 아종. 하물며 공중을 비행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까다로운데 저게 보스가 아니라고?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네. 하지만 놈이 보스였다면 굳이 자넬 부를 필요는 없었을 걸세."

"……."

"말했지 않은가? 어스 서펜트라고. 저길 보게."

저 너머의 광경. 바위산을 휘감은 무언가가 몸부림치자 흙먼지가 마치 화산재처럼 피어올랐다.

"뀨루루룩!"

화들짝 놀란 페어리 드래곤이 눈구멍 안으로 숨어들었다.

"……."

제정신이냐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어올랐다. 막상 생각하던 것보다 암담했다. 큰 뱀. 예전에 봤던 아나콘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불로초를 찾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정작 그 불로초 때문에 거대해진 아나콘다에게 도망치는 내용의 영화.

'그것보다 훨씬 크잖아.'

그 가상의 아나콘다보다 몇 배는 크다. 심지어 바위를 떼서 붙여놓은 듯한 피부는 '어스'라는 단어가 왜 붙었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진심이야?"

"왜 안된다고 생각하나?"

갸웃거리는 백록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런 걸 무슨 수로 죽이겠냐는 눈빛이 담긴 시선에 백록이 끄덕였다.

"정면으로 싸우면 그렇겠지. 하지만 굳이 그래 줄 필요가 있나?"

"……?"

"내게는 화력이 부족하네. 큰 뱀을 죽일 수단은 없다네."

백록이 발굽으로 황무지 바닥을 쳤다.

"하지만 놈도 나를 잡을 수 없다는 게 중요하지."

그제야 백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자네의 불꽃이 계속해서 놈을 태우고 번져나가면?"

"네가 날 업고 도망치겠다고?"

"그래. 다른 환수를 부르지 않은 이유가 그거네.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걸리적거리면 걸리적거렸지. 환수들이 모두 백록처럼 빠른 게 아니라면. 그리고 어스 서펜트를 죽일 화력이 없다면 아무리 몰려와도 의미가 없다.

"내게 없는 화력이 자네에게 있고, 자네에게 부족한 다리가 내게 있네. 뭐가 문제인가?"

나는 곰곰이 백록이 말한 작전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봤다.

'…….'

나를 업은 백록이 어스 서펜트에게서 도망치고, 나는 귀화로 놈을 태워죽인다…?

'이건 완전 날먹이잖아?'

"마음은 정한 모양이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건 안 하는게 바보다. 우리는 천천히 용의 황무지를 가로질렀다.

***

'사흘 만에 끝났군.'

일곱 개나 되는 분필이 모두 으스러져 있다. 시험 삼아 여덟 개, 아홉 개를 던져도 마찬가지였다.

'숫자는 의미가 없어.'

작정하고 던지는 게 아니면 지금의 그녀에게 분필은 닿지 않는다. 아니, 분필이 아니라 뭘 던져도 마찬가지일 터. 재능 있는 자들이 가진 특유의 직감을 더욱 갈고닦아 이 짧은 시간 동안 요령을 터득한 것이다.

'하연 씨는 이틀이었지만.'

하지만 그건 그녀가 C클래스. 아니, B클래스를 준비하던 시절의 이야기. 은하는 헌터로 등록만 한 햇병아리. 둘을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 정도라면.'

꾸준한 훈련으로 체력만 붙어주면 C클래스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여전히 집중하는 은하를 보며 홍유리가 중얼거렸다.

"흥. 이제 걸음마는 뗐네."

"이게 걸음마입니까?"

"그럼? 쟤가 아직 C클래스도 못 딴 게 정상이야?"

"…은하는 아카데미 출신이 아닙니다."

"그래서? 몬스터가 그거 알아주디?"

적나라한 말이었지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조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택은 홍유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분이었군.'

원석을 깎아 보석으로 가공하는 것. 동시에 우택은 입술을 씹었다.

'만약 아카데미 출신이었다면?'

조금만 더 빨리 마력에 대해 알았다면. 사무부에 있었던 시간만큼 헌터로 갈고닦았다면?

'쓸데없는 생각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치웠다. 그래도 아쉬움을 금치 못하자 속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홍유리가 코웃음 쳤다.

"설레발 치지마. 이제 시작이니까."

"마법. 가르치실 겁니까?"

"왜? 스퀘어로 보내고 싶어?"

뒤늦게 그의 표정이 굳었다.

스퀘어 출신이 아닌 이에게 허용되는 건 2절 영창까지. 몇몇 이들에게 한정하여 3절까지 허가를 내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만큼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위험하니까.

'은하라면 분명 5절까지.'

시간은 걸릴 테지만, 익힐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퀘어 출신이 아니면 아무리 홍유리라도 4절 이상의 마법은 가르쳐줄 수 없다.

'…차라리 스퀘어로 보내는 건.'

다시 여명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상관없지 않을까. 분명 은하의 재능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텐데.

"꿈 깨. 보낼 생각 없으니까."

"그럼 설마 이대로 두실 생각입니까?"

"등신아. 내가 설레발 치지 말랬지?"

"……."

"알아서 할 테니 가서 일이나 해."

단호히 끊는 말에 수긍했다. 여명에서 그녀 이상가는 마법사는 아무도 없다. 허가를 받던 스퀘어로 보내던 전부 그녀가 알아서 할 터… 감히 참견할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혼잣말로 마법사는 아니라고 했던가? 대체 홍유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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