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36 섬 정리
동굴 속에 꼭꼭 숨어있던 보스, 외눈박이를 찾아내자 녀석이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은신까지 사용했지만, 정작 그 등급이 낮아 의미가 없다. 보스가 도망친다니… 백록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날이 괴물이 되어가는군."
나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지라 실소하며 외눈박이를 쫓았다. 자기가 살던 동굴일 텐데 출구가 아니라 막다른 길로 온 건 무슨 생각일까? 그만큼 패닉에 빠졌다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 불쌍하기는 했지만, 녀석을 처치하지 않으면 던전은 붕괴하지 않는다. 머지않아 영량이 동굴을 완전히 뒤덮었고― 외눈박이는 최후의 단말마를 뱉었다.
"――!"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Lv.11 → Lv.12]
'아쉬운데.'
기껏 던전 하나를 클리어해도 수준 낮은 던전이라 남은 경험치를 채우는 게 고작이었다. 경산의 던전만도 못한― 여태 왔던 던전과 비교하는 게 무안한 정도. 더도 말고 용의 황무지 같은 던전이 딱 하나만 있으면 좋을 텐데. 곧 던전이 붕괴하고, 원래 있던 인천의 광명동굴로 되돌아오자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낸다.
[멸망 확률 96.08% → 96.06%]
[0.02%만큼의 업을 획득합니다]
[업(業) 2.84%]
"백록. 혹시…"
"지금은 없네. 다른 던전이 열리려면 앞으로 며칠은 더 걸릴 걸세."
그 단호박 같은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환계에 남은 던전도 없고, 그렇다고 주인공을 찾기도 힘들다. 그러니까―
'지금 해야겠네.'
이단의 탕아들. 놈들을 말살할 시간이 돌아왔다. 아카데미를 습격한 걸 갚아 줄 시간이었다.
'섬으로.'
바다에도 던전은 열린다. 그리고 바다에 열리는 대부분의 던전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지상과는 달리 해양 몬스터들은 물속에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무척 까다롭다. 그런 몬스터들의 존재 때문에 인류는 대부분의 섬을 버리고 사람들을 본토로 되돌려야 했다. 최소한 제주도만 한 면적과 인프라가 있다면 모를까, 굳이 고집 피우면서까지 섬을 지킬 필요가 없었으니까. 탕아들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하고 있다.
'섬에서 거주하는 것.'
그게 여태 놈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설령 섬까지 생각이 미치더라도 그걸 확인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놈들의 섬까지 버젓이 들어와서 살아나갈 수 있는 헌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탕아들이라고 좋아서 섬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다. 정체가 탄로 나지 않게 어쩔 수 없이 주의를 기하는 것일 뿐. 놈들이라고 바다를 자유자재로 다닐 수단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한테는 수륙양용이 있어.'
지상도 아니고 바닷속이라면 놈들이 날 잡는 건 불가능하다 단언할 수 있다.
'얼마 전 습격 사건은 놈들이 궁지에 몰렸다는 증거야.'
마녀의 재앙― 백소율을 납치하려 한 건 분명 놀랐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한 걸 보면 놈들도 급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심지어 그것도 실패했으니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지만, 결국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법이다.
'물론 쥐라고 표현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또 다른 목적은 바다에 있는 몬스터 그 자체였다. 해양 몬스터는 던전이 없는 동안, 쏠쏠한 경험치가 되어줄 테니까.
***
"어쭈. 꼬라지 봐라?"
뭘 해도 구박부터 하는 홍유리 몰래 이은하는 입술을 비죽였다. 그러자마자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양 볼을 죽 잡아당겨 비틀었다.
"개겨보시겠다? 그래. 그럼."
"으에 아이라!"
"아니긴 뭐가 아니… 아 맞다. 네 카드로 커피 심부름시켰거든?"
"그걸 왜 말씀도 안 해주시고…"
"그럼 쟤 카드로 쓸까?"
죽어도 자기가 사주겠다는 말은 안 하는구나. 한숨 쉰 이은하가 시선을 돌리자 거기엔 눈을 감고 명상에 집중하는 소녀가 있었다. 아카데미 출신의… 아직 학생. 아무리 감봉 중이라지만, 차마 코 묻은 돈을 쓰자는 말은 할 수 없다.
"그래.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탕아들의 타겟이었던 소녀, 백소율. 현재 잠정적으로 휴학 상태인 아카데미를 대신해 보호관찰의 명목으로 여명이 신변을 맡게 된 상태였다.
"…진짜 잘하네요."
"비교하지 마. 쟨 아카데미에서 이미 몇 년이나 한 거니까. 그리고 어차피 네가…"
홍유리는 말끝을 흐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 분명 뛰어나기는 하다. 재능도 있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게 탕아들이 아카데미를 습격하면서까지 노릴 정도냐고 묻는다면 고개가 저어진다.
'아넬라 정도.'
딱 그 정도의 재능. 스퀘어 마스터의 혈족인 아넬라가 만만한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홍유리가 보기에는 그랬다. 솔직히 탕아들이 노리고 있는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이은하와 함께 굴리고 있는 거였지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기는 하겠지만.'
놈들이 괜히 일을 벌였을 리는 없다. 눈살을 좁힌 홍유리가 백소율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여전히 백소율은 집중을 유지하느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
그래. 고작 이틀 만에 그 이유를 알려 하는 게 욕심일 터.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에 홍유리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부팀장님?"
"어. 놓고 가."
커피 심부름. 돌아보지도 않고 하는 말에 클랜원이 뒷머리를 긁었다.
"그게 아니라 팀장님 호출입니다."
"구진하가? 왜?"
"아뇨. 2팀장 님이요."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홍유리는 이내 와짝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벌써 열렸다고?"
"말고 있겠습니까?"
"아… 바빠 죽겠는데. 설마 나도 차출이야?"
"저야 모르죠."
내미는 커피를 짜증 섞인 표정으로 낚아채듯 받은 홍유리가 한숨 쉬었다.
"좆같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단숨에 커피를 들이키곤 발로 문을 차고 나가는 홍유리. 하루 이틀 겪은 성격도 아닌지라 납득한 클랜원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성격은 언제 고치겠어?"
"아하하…"
"아무튼 커피랑 카드는 두고 간다?"
"고맙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고."
클랜원이 방 밖으로 나가자, 둘만 남은 백소율과 이은하는 멋쩍은 분위기에 커피만 홀짝였다. 그 묘한 정적을 견디지 못한 이은하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백소율이 고개를 숙였다.
"저번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아~ 괜찮아요. 헌터가 하는 게 다 그런 건데요. 뭘."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알겠다고 답하자마자 다시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견디지 못한 이은하가, 궁금한 점을 물을 겸 말을 걸었다.
"알파. 봤다고 했지?"
"네… 봤어요."
"구해줬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
"네. 괜찮아요. 그 늑대가…"
구해줬으니까. 라고 이어진 말에 고개를 주억인 이은하는 남아있는 커피를 홀짝였다.
"어땠어? 무섭진 않았고?"
"무서웠어요."
확실한 즉답. 은하가 끄덕이자마자, 백소율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무서운 것보다…"
떠올리는 그녀의 표정이 어쩐지 아련하게 느껴져 이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를 만지듯 가슴께에 손을 올린 백소율이 감정을 음미하듯, 긴 숨을 뱉었다.
"엄청, 든든했어요."
"……."
"언니는 어때요? 가장 처음 만났던 사람이 언니라고 들었는데…"
"죽을 뻔했어."
"……."
언뜻 들었던 말. 누군가는 죽을 뻔했고, 누군가는 구해졌다. 서로 정반대인 처지에 이은하는 속으로 실소했다.
"두 번이나 웬 슬라임이 구해줬었는데… 나 대신 죽, 아니 잡아먹혔어."
멍청하게 산을 오르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터. 비록 이미 들을 순 없겠지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두 번이나 구해줘서 고맙다고. ―정작 그 슬라임은 다신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말았지만. 이은하는 저도 모르게 커피 캔을 찌그러뜨렸다.
"응. 어쩌면 소율이 네가 알파한테 느낀 감정이 내가 그 슬라임한테 느낀 거랑 비슷할지도 몰라."
"…괜찮으세요?"
"괜찮아. 시간도 꽤 지났으니까."
괜찮을 리가 없다. 남은 거라고는 복수하고 싶다는 일념. 그리고 독기뿐이었으니까. 그때, 확실히 죽였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겁먹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알파를 죽일 기회는 확실히 있었는데. 그런 뒤늦은 후회를 몇 번이나 한지 모르겠다.
지리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속을 털어놓은 이은하는 깊게 한숨 쉬었다.
"지금은 차이가 벌어졌지만…"
워그였던 알파는 스컬 울프를 넘어 그림자를 두르는 알 수 없는 몬스터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들은 것의 반만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의 알파는 감히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클랜에서도 생포하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쯤은 죽일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이은하는 묘한 눈으로 백소율을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알파를 죽이게 된다면 소율이한테 사과해야 할까? 미안하다고 미리 말해둬야 할까?
'…그래도 기회가 오면.'
절대 망설이지 않을 거라 이은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
"오. 이제 오냐?"
"오긴 왔는데. 설마 아니죠?"
질색이라는 표정의 홍유리를 보며 거한, 강태호는 엄지를 들어 올렸다.
"역시 우리 유리가 눈치도 빠르다니까? 네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시간이 돌아왔…"
"아니. 저번엔 제가 갔잖아요? 이번엔 하연이 그년이랑 가요. 좀."
"하연이도 가는데?"
"이 미친…"
"어허. 저번에 클랜장님께서 '반드시' 공략하라고 하신 말씀 못 들었어?"
강태호가 씩 웃으며 하는 말에 홍유리는 이마를 싸맸다.
"내가 진짜 스퀘어로 돌아가든가 해야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 남아서."
"너 말고도 진하. 하연이. 기준이. 3팀에 우택이까지. 어지간한 애들은 다 데리고 갈 거다. 네가 너무 질색해서 놔두고 갈랬는데 이번엔 고원이 없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어."
"거암은요?"
"용인시 대표 클랜이니까 무조건 참석하겠지. 안 그래도 조만간 만나러 갈 거다. 이번엔 네버랜드… 클리어해야지?"
네버랜드.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 2055년ㅡ 대략 14년 전, 네버랜드 전체가 던전화해 1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한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아카데미 습격과는 달리 변절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순 던전으로 인한 사고. 그리고 아직 클리어하지 못한 국내 유일의 던전.
"알겠는데 어차피 고원 없으면 다음에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아니, 이런 시국이니까 더 해야지."
"……?"
"고원 없이 네버랜드를 클리어하면 비난 여론도 줄어들 거 아냐. 혼란도 좀 잦아들 테고."
웬일로 생각이 깊대? 눈초리를 좁힌 홍유리가 빤하게 바라보자 강태호는 길게 한숨 쉬었다.
"네가 평소에 날 어떻게 보는지 알겠다."
"일단 제가 가면 클리어할 수는 있어요? 닫히면 어차피 끝일 텐데?"
"몇 년간 공략하면서 정보도 얻었잖아. 아마 5할 정도는 될 거라 본다."
"5할…"
"당장 재작년만 해도 매직 월드까지는 갔잖아?"
네버랜드는 무작위 주기로 개방ㆍ폐쇄를 반복하는 던전이고 그럴 때마다 매번 던전이 리셋된다. 강태호가 말한 매직 월드는 4번째 구획이며 네버랜드는 총 5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실, 구획마다 형태가 전혀 달라 5개의 개별 던전이라 인지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구획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던전은 명함도 못 내밀만큼 난도가 높다는 점.
"나머진 몸으로 때워야지."
"…어차피 빠질 수도 없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이미 명단 제출도 했거든."
"이 미친."
"이건 통보야. 유리야. 네버랜드. 이젠 정말 얼마 안 남았다. 한 달… 그 안에는 무조건 열릴 거다."
강태호의 진지한 말에 홍유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
환계에서 달려 서해까지 도착했다. 목적지는 덕적도. 지금 이 시점에도 침묵하는 입이 덕적도 일대를 다스리고 있을 테니까. 침묵하는 입과 싸우는 건 부담스럽지만, 굳이 놈과 싸우지 않더라도 탕아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어렵지 않다.
'그냥 닥치는 대로 들쑤시면 되는 거니까.'
"뀨우우우!"
바다로 들어가려 하자, 페리는 불안한 눈치를 감추지 못했다. 수륙양용 스킬이 있는 건 녀석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지금은 내 머리 위에 올라타 있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오면 알아서 환계로 돌아갈 거다.
'일단…'
수중에 발을 담그고 감지부터 사용했다. 느껴지는 기척의 대부분은 동물들이었지만, 종종 몬스터가 있기는 했다. 가능한 수면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촉수를 뻗어, 낚시하듯 유인해 처리했다.
[큰이빨 아귀상어를 섭취했습니다. 경험치와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동굴 사슬곰치를 섭취했습니다. 경험치와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호수 도마뱀까지 섭취했었는데, 근처 앞바다에 그것보다 더한 몬스터가 있을 리 없다. 달리 말하면 수준이 낮다는 거지만, 그래도 경험치는 경험치. 그렇게 머지않아 덕적도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왠지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설마 아직 덕적도에 자리 잡지 않은 건가?'
그럴 리가. 놈들은 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없을 리가 없을 텐데. 의아한 마음으로 섬 전체를 둘러보다가.
'미친.'
거대한 파괴의 흔적을 발견했다. 분명 건물의 터가 남아있던 흔적은 어렴풋이 보이는데, 건물들은 전부 잿더미로 변해있었다. 파괴의 흔적― 거기에 아직 남아있는 마력의 잔향에 눈살을 찌푸렸다.
'홍유리.'
태동하는 악을 불태웠던 진홍색 마력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직 남아있는 이 마력은 분명 그녀의 것. 설마하니 마법사 혼자 왔을 리는 없을 테고 여명이 왔었다는 뜻일 텐데.
'어떻게 된 거지?'
탕아의 존재를 알린 건 분명 내가 맞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덕적도에 놈들이 있단 걸 알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존재를 알고 있는 것과 놈들이 숨어있는 곳을 찾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
'…어쨌든 잘된 일이야.'
의문과는 달리 호재였다. 덕분에 일이 좋게 풀렸다. 시가지 전체가 잿더미가 될 만한 마법을 사용했다는 건 분명 침묵하는 입과 싸웠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리고 쓰러뜨렸다?'
아직 마력이 남아있는 거로 보아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길어봐야 사나흘. 그렇다면 아직 침묵하는 입은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저도 모르게 치켜 오르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침묵하는 입이 없다는 건.'
다시 말해, 이곳을 지키는 간부가 없다는 뜻. 즉, 주변 섬 전체를 쓸어버릴 절호의 기회― 빈집털이였다.
"뀨루루룩!"
동시에 페리가 귀를 잡아당겼다. 얼른 가라는 듯 이끄는 녀석을 따라가자, 웬 해변과 거리에 아직 꿈틀거리고 있는 살덩이가 남아 있었다. 그에 문득 떠오르는 백록의 말.
[그들은 부정한 것을 먹고 자란다네]
모조 엘릭서의 미완성품― 거기에 담긴 악의라면 부정한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뀨루루!"
페리가 만찬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분좋게 날고 있었으니까. 물론 나도 마찬가지인 기분이었다. 탕아들을 쓸어버릴 기회― 그와 동시에 페리가 성장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으니까. 그렇게, 페리는 남아있는 살덩이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