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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85화 (85/407)

〈 85화 〉 #41 네버랜드를 앞두고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Lv.19 → Lv.20]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쫓고 또 쫓은 끝에 늑대는 마침내 2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전부 죽일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뿌리 뽑으라는 조건은 달성됐다. 왜냐하면, 각 클랜에서 헌터들이 실종됐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탕아들, 놈들이 잠입시켰던 변절자들을 도로 거둬갔기 때문이었다. 위압이 있는 한,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계속 쫓아갈 수 있다. 놈들도 이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네버랜드를 앞두고 이어진 헌터들의 실종에 대하여…]

이어지는 속보. 여명과 같은 일부 클랜들은 자초지종을 알고 있겠지만, 아직 밝히지는 않은 모양. 물론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을 테고.

[일주일 전 강화도에 있었던 사건인데요. 여명의 홍유리 헌터와 정체불명의 늑대 몬스터가…]

[아직 홍유리 헌터가 깨어나지 못해 정확한 일의 경위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새벽의 여명은 사태를 파악하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얼마 전 뉴튜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컬 울프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내 존재가 결국 세간에 드러나고 말았다는 점. 홍유리의 대마법이 상공에 떠올랐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뉴스 속보의 작은 화면이 클로즈업되더니 CCTV에 어렴풋하게 내 모습이 찍힌 영상이 재생됐다.

'아쉬운데.'

가능하면 더 숨어있고 싶었지만, 이젠 불가능해졌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탕아들은 함정을 팠었다. 특정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내 존재를 느끼고 있었던 상황. 인제 와서 새삼 달라질 것도 없다. 일이 조금 더 귀찮아지겠지만, 일단 하나를 끝냈다는 느낌이었다.

'변절자.'

각 클랜의 변절자들을 모조리 뿌리 뽑았으니까. 탕아들이 주춤한 것은 물론이요, 이제 한국에서 놈들의 흔적을 찾는 건 어려울 것이다. 놈들이 아무리 대비하고 대책을 세워봤자 수가 줄어든 만큼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사실 이제는 꼬리가 아무리 들러붙어봤자 날 이길 수 없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꼬리도 꼬리 나름이기는 하겠지만, 간부가 아니라면 탕아들은 더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문제는 바로 그 간부지만.'

꺾인 손가락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놈이 거짓 불멸을 맘껏 사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면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건 지금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상황과 조건이 받쳐준다는 전제하에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 속 전개를 알고 있는 나는.

'놈들의 정체와 약점은 알고 있어.'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이젠 멸망을 막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거로 생각한다. 여태, 많이 성장했으니까.

아이러니한 것은 슬라임부터 지금까지 겨우 석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 머지않아 겨울이 찾아오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원작의 시점까지는 1년이 조금 더 남아있다. 하나씩 일을 처리하다 보면 분명 언젠가는 멸망을 막을 수 있으리라.

'지금 당장은.'

네버랜드. 머지않아 다가올 그 날을 대비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기 위해 환계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

여명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인 홍유리였지만, 정말 그녀를 질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홍유리에게는 자신의 안하무인 격 태도를 뒷받침할 만한 능력이 있었고, 헌터로서의 책임감도 있었으니까. 사람 자체는 싫을지 몰라도 헌터로서는 존중받을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스퀘어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람이었다.

―성격은 개차반이지만.

"뭘 야려?"

홍유리는 걱정하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이것만 빼면."

깁스한 손을 들어 올리는 홍유리. 아직 손목은 낫지 않았다. 아니, 없었다. 회복 스킬 보유자는 구했지만, 손목 자체가 남아있지 않아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네버랜드는 당장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 차라리 공략을 중단하면 중단했지. 스퀘어가 참여하지 않는 이 시점에서 홍유리가 빠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씨발."

공략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내세우던 강태호는 홍유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심정은 미뤄 짐작하고 있다. 결국 걸림돌이 되어버리고 말았단 사실에 머리가 복잡했다.

"손목만 있었어도…"

듣고 있던 이은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손목만이 아니라 전신이 타박상, 화상, 골절, 찰과상… 상처들은 하나하나 셀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옆구리는 가시에 박혀 수십 바늘을 꿰매는 수술이 필요했으며, 늑골은 여섯 대가 부러졌고 흉부는 움푹 들어가 폐 속에 피가 고여있었다고 한다. 그러고도 살아있는 게 기적이었다.

'알파.'

한술 더 떠, 알파는 잔인하게도 쓰러진 홍유리에게 바닷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치료에 차질이 생겼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분명 자신을 쫓지 말라는 경고였으리라. 한참을 바라보던 이은하는 작게 끄덕였다. 좋건 싫건 홍유리는 지금 자신의 스승이었으니까.

"혹시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부르세요. 네?"

"간호사도 있는데 네가 왜 설쳐? 아, 좀! 알았으니까 꺼져. 훈련이나 하러 가!"

홍유리의 호통에 이은하가 병실 밖으로 나가 멀어지자, 여태 가만히 앉아있던 구진하가 일어섰다. 그 시선에 홍유리는 퉁명스레 내뱉었다.

"뭐?"

"이번 공략. 포기하자고."

"미쳤어? 이거 때문에?"

홍유리는 손목 없는 팔을 빙빙 휘둘렀다.

"의수를 붙이건 마력으로 땜빵하건 알아서 할 테니까 괜한 신경 쓰지 말지?"

"……."

"왜? 못할 것 같아? 이깟 것, 지금 당장이라도…!"

선홍색 눈동자가 짙게 물들어가는 걸 보며 구진하는 한숨을 쉬었다. 일견 여전한 듯 보이는 홍유리지만, 띡- 리모컨을 조작해 TV채널을 애니멀 팜으로 돌린 순간.

"―――!"

아까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기겁한 홍유리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었다.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호흡이 빨라진다. 두려움으로 인한 과호흡 증세― 결국 눈꼬리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고 나서야 구진하는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휴. 그러게 왜 고집을 피워서는."

화면이 꺼지자 홍유리의 떨림이 서서히 멎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안색은 창백하고 식은땀으로 가득하다. 울먹이는 그녀를 보곤 구진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Cynophobia. 개 공포증. 알파에게 패한 그녀에게 찾아온 정신 질환의 명칭이었다. 그나마 알파에게만 겁을 먹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아까 본 대로 이젠 TV 화면 너머의 작은 강아지한테도 겁을 집어먹는 신세. 공황 상태에 빠진 홍유리가 부르르 떨며 입술을 달싹이는 데까지는 거의 1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구, 구진하 이 씨, 씨발 좆같은 새끼…!"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화인처럼 새겨진 공포. 이미 평소의 당찬 모습은 남아있지 않다. 손목은 잘렸지만, 그 외의 상처는 대부분 치료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병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이거였다. 홍유리를 배려해 숨기고 있지만, 공포증을 극복하기 전까지 헌터로서 일하기는커녕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소동물처럼 벌벌 떠는 홍유리를 보고 구진하는 감정이 담긴 긴 한숨을 뱉었다.

"홍유리. 지금 그 꼴로 네버랜드에 가겠다는 거야?"

"가, 간다고! 간다고 했잖아…!"

강아지가 아니라 만약 알파를 다시 마주친다면? 어쩌면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손목을 재생시키는 것보다 정신병을 고치는 데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멘탈이 무너지고, 완전히 굴복해버린 이상 더는 헌터라고 부를 수 없다. 구진하는 냉정한 시선으로 홍유리에게 선을 그었다.

"지금 네가 온다고 뭐가 달라져? 네버랜드는 포기해."

"그래도 내가 없으면…!"

"걸림돌이라는 걸 모르겠어? 홍유리. 이건 상사로서 하는 명령이야. 치료하는 데 집중해. 아니면 그 꼴을 애들한테 보이고 싶어서 그래?"

"……!"

구진하는 또 길게 숨을 뱉었다. 요 며칠, 한숨이 늘었다.

"…이만 가 볼 테니까 몸조리 잘 해."

구진하의 말에 현실을 자각한 홍유리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리라. 힐긋 돌아본 곳에, 여전히 홍유리는 떨고 있었다. 무너진 악우의 모습에 멍하니 병원 옥상까지 오른 구진하는 무심코 담배를 꺼냈다가 병원임을 떠올리고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망할…"

***

"상당히 커졌군."

백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자라기는 했지."

요 일주일간, 페리의 체중은 기어코 1kg을 넘겼다. 성장세가 멈추기는커녕 불어나는 듯한 기분. 덕분에 살덩이의 잔량이 얼마 없다. 앞으로 먹이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 말에 백록은 고개를 저었다.

"어린 용도 어린 용이지만, 자네를 말하는 걸세."

"……."

그에 자신을 내려다봤다. 백록의 말대로 성장한 건 페리뿐만이 아니었다.

[폭군(음영랑) Lv.20] [EXP 0 / 327658]

[업 7.24%] [영량(影量) 904.77cm³]

[체장 3.01m] [체고 1.25m] [체중 266.3kg]

[힘 254] [민첩 288] [체력 324] [마력 316] [극기 15]

[보유 스킬 목록]

탈식(C) Lv.5, 가시 촉수(D) Lv.2, 감지(D) Lv.9, 재생(D) Lv.6, 뛰어난 은신(C) Lv.6, 통찰(D) Lv.7, 뛰어난 청각(D) Lv.2, 약한 육감(E) Lv.5, 뛰어난 시각(D) Lv.2, 모든 피해 감소(D) Lv.9, 경화(D) Lv.8, 변화(E) Lv.9, 약한 독 내성(E) Lv.1, 위압(E) Lv.8, 만복(C) Lv.2, 수륙양용(D), 뛰어난 탄력(D) Lv.6, 뛰어난 간파(D) Lv.2, 돌풍(C) Lv.7, 뛰어난 후각(D) Lv.3, 뛰어난 직감(D) Lv.7, 투시(E) Lv.1, 마력재생(D) Lv.6, 귀화(C) Lv.5, 통각무효(D), 요정어(F), 수납(E) Lv.3, 그림자 지배(B), 대마력(B) Lv.1

[남은 스킬 포인트 14]

그동안 거둔 그림자들에 의해서 영량의 크기가 커졌고, 덩치는 이제 늑대가 아니라 호랑이를 넘어서는 수준이 됐다. 물론, 스테이터스 또한 큰 성장을 이뤘고.

'만복의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악식 덕분에 만복을 항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젠 B 클래스의 능력치라고 봐도 손색이 없게 됐다. 316. 처음 이은하의 존재를 느꼈을 때, 핵폭탄을 연상케 했던 마력인데 이제는 대마력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의 마력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감개가 무량하기는 한데…'

대마력은 그렇게 많이 사용한 것 같은데 여전히 1레벨. 새삼 B등급 스킬이 얼마나 상승하지 않는지 깨달았다. C등급은 그럭저럭 오르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하겠어.'

일단, 지금 당장은 네버랜드를 대비해 레벨을 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백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녀석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 중증이로군."

그렇게, 우리는 던전을 향해 발걸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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