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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198화 (198/407)

〈 198화 〉 #82.5 홍유리

그림자가 겹쳤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에 홍유리는 꼴깍 침을 삼켰다.

"……."

"……."

서로가 침묵하는 가운데, 시선만이 교차했다. 어느새 커다랗게 돌아온 알파의 모습에 홍유리는 부르르 떨고 말았다. 늑대의 커다란 몸이 자신을 완전히 가려버려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성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칼을 빗듯 쓸어넘겨주는 것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냥, 침만 삼켰다.

그러다 갈망하는 듯 붉게 물든 눈을 보았을 때, 문득 두려워졌다.

지, 진짜 해버리는구나…….

할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해도 되나……?

갈망하는 시선과는 달리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다시 목울대를 넘겼다.

모, 몰라. 일단 지르고 생각… 그, 근데 여기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되지?

혼란으로 머리가 굳은 와중에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부터는……"

그 말에 무언가가 쿵쿵 뛰었다. 아까까지 고민하고 있던 게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깨진 잔 대신 병을 들어 단번에 들이켰다. 그렇게 쓰게 느껴지던 게 달고 달아서,

머리가 핑핑 도는 와중에 술기운으로 지껄여버리고 말았다.

"왜? 쫄았어? ……등신아."

***

그 말을 들었을 때, 늑대는 잠깐 곱씹었다.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저런 말을 듣고도 물러날 만큼 얼간이는 아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저 붉은 눈동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물들여버리고 싶다는 그런 오기가.

잠깐 누군가의 얼굴이 맴돌았지만 애써 눌러놓았다. 지금 다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가학심을 자극하듯 도발해왔지만, 마치 작은 동물처럼 떨고 있는 걸 보고 실소했다.

처음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다루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자 늑대의 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앞발이 서서히 털을 벗어간다. 다리는 팔로 변하고 뒷다리의 관절이 우두둑 변해가기 시작했다. 멀뚱거리는 붉은 눈이 경악으로 물든 채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늑대, 알파는 어색함을 느꼈다.

검은 털이 사라진 손을 쥐었다 펴봤지만… 이젠 오히려 이쪽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너, 너……?!"

깜빡이는 두 눈에 늑대는 깨진 잔의 유리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마치 거울처럼 비췄을 때, 검은 머리칼을 가진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 됐다.

밑에서 끔뻑이는 눈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크게 떠졌을 때, 알파는 어색하게나마 두 팔로 그녀를 들어 안았다.

멍하니 올려다보기만 하더니 침대에 올라가고 나서야 정신 차린 모양.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알파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너 어떻게…"

입으로는 의문을 뱉지만, 그 눈동자가 기대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다.

이제 말은 필요 없다. 조심스레 그녀의 뒷머리를 받쳐 들어 올렸다. 붉은 머리칼이 사이사이로 흘러 부드럽게 휘감겨왔다.

"……자, 잠깐!"

무어라 말하려는 입과 가리려는 손을 무시한 채, 입술이 맞닿았다. 맞닿은 그대로 더없이 크게 떠진 눈. 놀람은 잠시. 그녀의 손이 축 늘어졌다.

그 손가락이 경련하듯 부르르 떨리고 있다. 목울대로 침이 쉴 새 없이 넘어간다. 그 사이를 비집고 탐하듯 들어오는 혀가 자신을 이끌자, 홍유리는 더듬거리며 알파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숨, 숨을 못 쉬겠어…!

알파의 손이 조여들듯 끌어당기자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시야가 좁아져 서로의 눈동자밖에 보지 못하게 됐을 때, 망막에 비친 자신을 보고 나서야 인지할 수 있었다.

나, 나 지금 키스하고……?!

끌어안은 그대로 타액이 섞이고 말았다. 노크하며 두드리는 혀끝에 홀린 듯 입을 벌렸고 기다렸다는 듯 들어온 알파의 혀가 자신에게 휘감겼다.

부르르, 몸이 떨려왔다.

밀려오는 쾌감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숨 막혀서 질식할 것 같은데……!

그러다가 알파의 숨이 밀려들어와 삼키고 말았다. 심장이 멎은 것처럼 그 순간만큼은 전부 잊어버렸다.

잊고 잊어서, 열중해 타액이 섞이고 서로 밀고 당겼다. 그 순간이 영원처럼 이어질 것만 같은데 어느 순간 떨어지고 말았다.

"아……"

아쉬움에 소리가 새어 나왔다가 아쉬움을 느꼈다는 것에 놀라야 했다.

내, 내가 미쳤지……!

"나, 나…"

평소와는 달리 더듬거리는 자신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터질 것만 같았다. 아까 했던 키스가 꿈결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그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 홍유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떠오른 홍조. 심지어 눈은 풀려있었다. 또 입꼬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데… 도무지 저게 자기 얼굴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게 붙잡혔다. 저항하려 해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선이 계속 마주하며 가까워져오자 퍼뜩 정신 차린 홍유리는 아까 하지 못했던 말을 재빠르게 쏟아냈다.

"나, 나 안 씻었는데…?"

"……."

"또, 계속 술 마시고 있었……"

변명처럼 내뱉은 말들은 전혀 가로막지 못했다. 점점 가까워지더니 결국 말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홍유리는 질끈 눈을 감았다.

엉망진창으로 물들어간다…… 여태 경험해본 적 없던 것들로.

***

흐리멍덩한 눈과 풀린 듯 멍한 표정. 홍유리가 정신 차리지 못하는 사이, 알파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기세 좋던 그녀는 여기 없다. 아까까지 도발하던 건 다 어디 갔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

품 속에 너무나 쉽게 들어오는 자그마한 몸.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제대로 들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끄덕이는 모습에 손을 가져다 댔다.

부드럽고, 여리다.

흰 살갗에 손이 닿았을 때 걱정이 앞섰다. 혹시 부서지는 게 아닌가 해서. 목뒤에서부터 쓰다듬는 손길에 미약한 신음이 새어 나온다. 화들짝 놀라 입을 가리는데, 이미 들어버렸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쇄골에 닿았을 때,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그녀의 심장이 당장 터질 것처럼 쿵쿵 뛰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그 고동을 느끼기 위해 손을 내렸을 때, 홍유리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새빨갛게 물든 얼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물쭈물거리고 있다.

……두근두근. 가슴이 요동쳤다.

그녀만이 아니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두근거림에 뛰고 있는 건 그녀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마침내 그 첨단에 손이 닿았을 때, 작은 몸이 움찔거렸다. 저항은 없다.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옷을 벗겨갔다.

"아…"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잠옷 같은 원피스를 벗겼을 때, 홍유리의 나신이 드러났다.

…아니, 아직이다. 아직 그 아래 속옷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외견과는 달리 굴곡 있는 몸과 조그맣게 봉긋 솟은 가슴… 그녀의 나신을 홀린 듯 보고 있었다.

"뭐, 뭐!"

그걸 불만이라고 느낀 걸까? 투덜거리며 말하는 홍유리의 고개가 홱 돌아가 있었다.

"씨발, 작아서 미안하네! 어차피 난…!"

지껄이는 입을 입으로 막고 가리려는 손을 손으로 감쌌다. 우악스럽게조차 느껴지는 행동은 그녀의 눈이 다시 풀릴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꼬리가 뻣뻣이 서더니, 이내 축 늘어지고 만다.

그렇게 부르르 떠는 작은 몸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침을 삼키는 것을 보며 늑대는 조용히 말했다.

"할 거다."

"……!"

"싫어도 이젠 늦었어."

알파는 그녀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하얀 속옷이 허벅지를 따라 끌려내려온다. 마지막 저항인지 발끝으로 밀어내려 꼼지락댔지만, 그런 소극적인 저항에 밀려날 리 없다.

결국 꽉 다물린 그것이 드러났을 때, 알파는 자신의 것이 부풀어 오름을 느꼈다.

그녀의 다물린 틈새 사이로 조금씩 흘러내리는 액체가 마치 준비됐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천천히 가져다 댄 순간, 살갗이 맞닿았을 때, 홍유리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떨었다. 평소의 기세는 정말 찾아볼 수도 없는 모습에 그녀를 끌어안은 채 속삭였다.

"아플 수도 있다."

"……."

"그럼 참지 마라."

"……해."

"……."

"씨발. 그냥 하라고!"

소리친 순간, 끄덕인 알파는 자신의 것을 꽉 다물린 그녀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홍유리는 몸을 뒤틀며 침대 시트를 꽉 붙들어 잡았다.

"……!"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물감. 정말 들어왔단 것에 놀라 하던 홍유리는 이내 안심하며 코웃음쳤다.

"하, 별거 없네. 고작 이거야?"

가소롭다는 듯, 일그러진 미소를 띠는 모습에 늑대는 붉은 머리칼을 안쓰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어쩐지 이다음이 상상되는 것만 같아서.

"……뭐 해? 왜 안 움직…… 아, 아?"

목울대가 넘어가며 마른침을 삼킨다.

그 붉은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더니 어떻게든 자신을 밀어내려 애쓰기 시작했다. 들어간 건 정말 끝부분. 귀두 끝만이 꽉 다물린 틈새를 간신히 비집고 있었을 뿐이니까. 주먹을 쥐고 때리고 치고 하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이미 늦었다.

꾸우욱-

맞물린 틈새로 자신의 것을 비집어 넣어간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며 물들어 있음에도 작은 몸에 어울리듯 비좁은 틈새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천천히 들어오는 그것. 홍유리는 입을 뻐끔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발끝과 꼬리 끝을 뻣뻣이 세웠다.

용종이 되며 한층 더 예민해진 감각이 그 전부를 느껴버리고 만다.

대체, 대체 어디까지 밀고 들어올 셈이야……?!

경악하는 와중에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알파의 것이 자신의 안에 있던 무언가를 밀어내며 늘어뜨리자 홍유리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침대 시트를 찢어질 것처럼 강하게 쥐었다. 어지간한 아픔은 참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이건 결이 달랐다. 평생이 지나도 잊지 못할 아픔. 그래서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오는 걸 참지 못했다.

"씨, 이 개새…!"

그런데 그 입마저 틀어막히고 말았다.

어느새 숨결이 거칠어져 달뜬 숨을 뱉고 있는데 입을 입으로 막는 몇 번째인지 모를 키스. 그 때문에 내뱉은 날숨이 되돌아왔다. 쾌락에 물들어 서서히 아픔이 사라져간다. 그러는 와중 자신의 안이 서서히 넓혀지는 말로는 표현 못 할…… 아무튼, 그런 감각.

고개를 들어 밑을 본 홍유리는 새삼 자신과 알파가 겹쳐있단 걸 실감했다.

정말, 진짜…… 진짜로 해버렸어……?

보고도 믿기 힘든데 사라져가는 아픔이 그게 현실이라 말해주고 있다. 이어져있는 서로. 입술이 떨어지자 상냥한 손길이 자신을 쓰다듬는 걸 느꼈다.

정말, 정말 신경 써 준다고 마음 깊이 느끼고 만다. 이어진 그대로 서로의 체온을 교환하며 아픔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알파의 눈은 이다음을 갈구하고 있지만, 솔직히 두려웠다. 여기서 이렇게 아팠는데 움직이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흔들리는 눈으로 이어진 결합부를 바라보던 홍유리는 자신을 만지는 손길을 눈치챘다.

가, 가슴……

배려하듯 천천히 쓰다듬는 손길. 아프지 않게 신경써주는데도 신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첨단에 닿을 때마다 입을 가리고 소리내는 걸 참아야만 했다.

다른 한 손이 등줄기를 쓸어내리자 잔뜩 힘이 들어간 발끝과 발목이 이리저리 꼼지락거렸다.

"하, 하지 마."

하지 말라는데도 불구하고 들리지 않는다는 듯 갈구해온다. 그 첨단에 엄지와 검지가 닿았을 때, 홍유리는 찾아올 쾌감에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런데 오질 않는다. 의문에 눈을 떴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이 첨단을 비틀었다.

"개새, 읏…!"

욕설을 신음이 억누른다. 한층 격렬해진 손놀림에 휘둘리던 홍유리는 쾌감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졌지만 이대로 지고만 있을 순 없다고. 휘둘리기 싫다는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무지한 그녀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가능한 거라고는 입술 박치기. 입과 입을 맞대고 혀를 내밀었다.

어설프디 어설픈 혀놀림에 가볍게 호응하듯 움직인다. 다시 한번 타액이 잔뜩 뒤섞이고 그걸 삼켰을 때, 홍유리는 자신의 몸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소리치는 본능에 이끌려 갈구하듯 매달렸다. 어느새 등줄기를 쓰다듬던 손은 잘록한 허리에 감겨 끌어안고 있었다.

꼬집고 비트는 손에 유두를 희롱당한다. 가슴 끝이 이렇게 민감한 줄 몰랐는데 손이 닿는 곳마다 이상해질 것 같은 간지러움을 느꼈다.

간지러움은 달아오른 몸과 더해져 뜨거워졌다. 결국 억누르던 신음이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그 순간, 머릿속 무언가가 끊어지듯, 혹은 어긋난 것처럼 파도가 밀려왔다.

쾌감의 파도에 소리치며 처음으로 맛보는 열락 속에서 홍유리는 어느새 아픔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교차하는데 다시 아래를 보았을 땐, 어느새 그것이 자신의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가득 들어와 꿈틀거리는 그것…… 꿀꺽 침을 삼켰다.

이제, 이제 시작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말아서.

***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홍유리의 비좁은 안에서 빠져나오려 시도했다. 높은 체온에 녹아버릴 듯한 기분을 느끼며 쾌락을 참아야했다.

이젠 멈추라고 해도 그럴 수 없게 됐다.

비좁은 틈새가 꽉 다물려 자신의 것을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천천히 움직이는데도 쥐어짜내려는 듯 강한 압박이 느껴졌다.

자신의 것이 그녀의 안에서 애액으로 물들어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는데도 뜨겁고, 안 그래도 비좁은 틈이 조여와서 움직이기 힘들다.

가슴에서 손을 떼고 그녀의 얇은 허리에 팔을 둘렀다. 뭘 하려는지 눈치챈 듯 놀라는 홍유리를 단번에 들어 올리고,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누워있던 몸이 들리고 틈새 사이로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기다랗게 천천히 늘어지는 그것을 보자 이성의 끈이 가늘어져갔다.

어느샌가 선 채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의외로 살집 있는 허벅지와 자신의 골반이 마구 부딪친다.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음란한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달뜬 열기와 흐느끼는 신음 소리가 쾌락만을 갈구하고 탐하고 있었다.

오가는 말은 없다. 입을 사용할 곳은 따로 있었으니까.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아 무서웠는지 고개를 내리자마자 갈구하듯 입술을 맞춰온다. 혀가 섞이고 살이 부딪치는 와중에 허리를 끌어안았던 손이 내려가 둔부에 닿았다.

그 짜릿한 감촉에 흥분해 콧김이 새어 나왔다. 피스톤질에 서로 맞부딪칠 때마다 흔들리는 둔부를 받치듯 붙잡고 주물렀다.

"읏…!"

끝까지 신음을 참으려는 게 괘씸하게 느껴졌다. 부족한 손 대신 촉수를 뻗어 그녀의 유두 끝을 희롱했다. 전신에 닿는 손길에 들려있는 그대로 꼬리를 휘두르더니, 곧 끝이 뻣뻣해졌다.

하늘 높이 치솟은 꼬리와 크게 떠진 눈. 맞추고 있는 입술을 떼었을 때, 선홍색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왜, 왜 그러냐는 듯이.

혀를 섞기를 갈망하는 눈동자는 곧 그럴 겨를도 없이 허덕이기 시작했다. 이성이 조금씩 사라지며, 아픔이 있었던 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쾌감만이 가득해진다.

들썩이는 몸. 밀려오는 쾌감.

생에 처음 느끼는 부도덕한 쾌락을 참지 못한 홍유리는 결국 신음을 질렀다.

"――――――!"

부들부들 떠는 몸이 절정에 달했음을 알려준다. 아까와는 격이 다른 파도가 밀려오자 홍유리의 눈동자가 그렁그렁 물들었다.

앙앙거리며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눈동자가 혼란에 물들어있다. 이 너머로 가는 게 불안하다는 듯이. 달래줘야 하겠지만… 아까부터 차오른 가학심이 피스톤질을 멈추게 두질 않는다.

"아, 앗, 앗, 아읏…!'

쾌락은 더 큰 쾌락에 덧씌워져 금세 사라져간다. 마치 강아지처럼 타는 듯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하지 말라고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그게, 평소와는 다른 그 모습이 오히려 더한 불을 지폈다.

계속해서 가슴을 희롱하는 촉수와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길이 거세졌다. 메만지는 손길 하나하나가 처음의 쾌락을 선사한다. 첫 경험과는 거리가 먼 격렬한……

다리를 두어야 할 곳을 모르던 홍유리는 들린 그대로 손을 목뒤로 휘감고, 다리로 허리를 감쌌다.

안정된 자세가 불러온 것은 더한 쾌락.

이제 더는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또, 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걸 넘어선 쾌감이, 쾌락이 찾아왔다.

이제 벌써 몇 번, 몇 번째더라…?

멍한 머리로 기억을 더듬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이후부터는 세지 못했으니까.

"읏, 응, 응……!"

야릇한 냄새가 코 끝을 간질였다. 나는 또 갈 것 같은데, 또 가버릴 것 같은데……!

왜 너는, 너는 왜 안 가는데……?!

"같이, 읏, 같이, 같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애원한 순간, 홍유리는 알파의 고개가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여태까지 없었을 정도로 격렬해진 피스톤질. 살과 살이 부딪치며 철퍽이는 음란한 소리와 야릇한 신음. 방 안에 어느새 가득해진 애액의 야한 냄새.

그 속에서 머리가 새하얘진 순간, 자신의 안에서 알파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아, 앗, 앗, 앙…!"

온다, 온다, 온다, 온다, 온다…!

본능적으로 허리를 조인 순간, 비좁아진 틈새가 자신을 찢어버릴 것처럼 부풀어 오른 그것을 쥐어짜냈고 마침내.

"――――――!"

홍유리는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목청껏 지르고 말았다. 안에서 터져 나오는 그것이 가득 찬 애액을 밀어내고 들어가면 안 되는 곳까지 억지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 너머에 있는 곳을 콩콩 두드린 순간, 뿌리 끝까지 파고든 그것이 열려선 안 되는 곳을 비집고 씨를 뿌렸다.

위에는 위가 있다는 듯,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쾌락 속에서 홍유리의 의식이 잠깐 끊어졌으나 그녀 본인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듯한 착각. 안에서부터 차오른 그것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해도 그걸 비웃듯 몇 번이나 더. 바닥에 작은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진하고 하얀 그것이 자신의 안을 가득 채웠다.

허리를 감고 있던 다리는 힘 풀려 떨어졌고 키스를 갈구하던 입술은 고개 숙인 채 달뜬 신음과 숨결을 토해냈다.

오직 알파의 그것과 연결되어 둔부를 쥔 손에 들려있었다.

박히고 박혀서, 오늘 여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잔뜩 알아버렸다. 지금 분명히 하나가 됐다고… 투명한 액체와 진하고 하얀 것이 마구 섞여 코 끝을 찔렀다.

"하… 하, 아……"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홍유리는 알파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진짜로 했다. 변명할 여지없이 해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걱정이 찾아왔다.

혹시, 혹시 생겨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새하얗게 변한 머리가 엉켜오는 와중에 전부 귀찮아진 홍유리는 그냥, 생각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그야……

"너, 생기면 책임져."

약속했으니까. 계속 곁에 있어준다고. 그럼, 그럼 그런 거잖아? 얼른 대답하라는 듯한 집착 섞인 갈망에 알파는 웃으며 입술을 맞댔다.

말로 하는 대신, 혀끝으로 그녀의 입안을 탐했다.

"……!"

천천히 허리를 들썩이자 또 놀라는 눈빛에 입을 뗐다.

"너, 너 왜, 왜 또……!"

"한 번에 끝날 리가 있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에 잠깐 멍한 눈으로 결합부를 보던 홍유리가 당황한 듯 소리쳤다.

"나, 난 다섯…"

"책임져 줄 테니… 너도 책임져라."

대체 뭘 책임지냐고 묻는 듯한 눈에 알파는 그녀의 전신을 희롱했다. 그 사이에서 낮은 목소리가 진중하게, 각오하라는 듯 말해온다.

"불은 네가 지폈으니까."

"지, 지랄하지―――――!"

욕설보다 빠르게 찾아온 쾌락에 신음이 터져 나와 말을 잊은 그녀의 팔이 침대를 잡게 하고서, 그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두 시 밖에 안 됐어."

그날, 홍유리는 처음으로 맛본 쾌락의 파도에 정신을 잃고 실신할 때까지 신음에 허덕여야 했다.

알겠다고.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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