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화 〉 #98 휴식
홍유리는 드물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요 며칠 밤낮없이 굴렀지만, 그것도 이제 끝. 아직 어색한 푹신한 새 소파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 새 소파. 집이 불탄 관계로 본의 아니게 다시 여명에서 지내게 됐으니까.
수원의 빈 빌딩을 통째로 산 만큼 쓸데없이 넓고 아직 인테리어도 다 끝나지 않았지만 제법 마음에 든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또 열 받네? 씨발 그게 어떤 집인데……!
질끈 눈을 감고 화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차가운 커피를 들이켜니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다.
서울이 무너진 여파는 컸다.
일단 환계가 사라진 여파로 나타난 몬스터. 서울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났으니까.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그나마 땅이 좁아 편하다면 편했고. 이젠 도무지 숨길 수 없는 환수들이 돕기도 했다.
환수, 영물, 요정… 생각하니까 또 골치 아프네.
그래도 이단의 탕아들. 그 간부라는 잡것들은 거의 다 처리했다. 몇몇은 놓쳤지만 대부분 죽이거나 생포해 충분한 수확을 거뒀다. 환영의 나비님이 추궁하고 있으니 금세 입을 열지 않을까.
물론 잔당도 있겠지만, 이젠 정말 한 줌에 불과하리라. 정말 위협이 될 만한 건 기껏해야 도망쳤다던 강훈 정도일 테고. 자색의 흑호를 비롯해 역병과 질병마저 쓰러뜨렸으니 인류의 남은 위협은 기껏해야 바다의 재앙. 멸망의 위기는 사실상 벗어났다고 보는 게 맞다.
홍유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시 복구나 재산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할 일이다. 헌터인 자신은 몬스터 처리에 집중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요컨대 며칠 만에 찾아온 휴식을 만끽하자는 것.
"……근데."
눈살을 좁힌 홍유리는 뻔뻔하게 자리한 백소율을 째려보았다.
"넌 왜 여깄는데?"
어이없다는 투에 백소율은 방긋 웃어 보였다.
"옆방이잖아요?"
"꺼지라고."
"아 참, 블루마운틴도 있어요."
자신을 무시하곤 무릎 위에 앉힌 알파에게 원두가 담긴 통을 보여주는 것에 홍유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게 아니고서야 말을 씹을 생각을 하겠어? 다시 경고했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생각을 않는다.
스멀스멀 붉은 마력이 일어나자 고개를 흔든 늑대는 얼른 무릎 위에서 내려왔다. 손가락을 튕기자 콩알탄같은 작은 마력이 빠르게 날아가다가 자색 마력에 싸여 사라졌다. 홍유리의 이마에 혈관이 돋았다.
"놀진 않았나 봐?"
"열심히 했으니까요. 누구랑은 다르게."
눈짓으로 설마 자신이냐 묻자 백소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람이 있어요. 자신 있다고 큰소리 빵빵 쳐놓고 사사건건 끼어드는… 방해꾼?"
홍유리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는 사이 백소율은 커피를 달여오겠다며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갔다.
"……."
백소율의 뒷모습을 보며 홍유리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공기가 무거워졌지만 늑대는 당황하지 않고 아직 덜 마신 커피를 홀짝였다.
이젠 익숙해진 마찰. 요 며칠간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인 데다가 설마 홍유리가 진심으로 백소율을 때리진 않을 테니까. ……물론 나름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요인이긴 하지만, 일단 머리 한구석으로 미뤄두고 달래주기로 했다.
"괜찮나?"
홍유리는 팔짱 낀 채로 돌아보지도 않았다. 불편한 심기를 느끼곤 풀어줄 셈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더니 쳐냈다.
하지만 그게 오래가진 않았다. 처음에는 쳐냈지만, 두 번째는 째려봤고 세 번째는…
"……뭐."
움찔거리면서 은근히 다가오자 늑대는 가까스로 웃음을 참았다. 참았지만, 티가 났는지 눈을 부라려오자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어버렸다.
박박 이를 가는 홍유리가 일어나려 하자 늑대는 얼른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게 진짜! 안 놔? 놔! 놓으라 했다? 나 경고했다?"
몸부림치는 홍유리를 끌어안고 얼마나 지났을까. 머잖아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목에 둘러진 앞다리에 손을 올린 홍유리는 긴 한숨을 뱉었다.
자신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 끼어드는 방해꾼…… 그 말에 열 받은 건 건방져서가 아니라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졸업식 날을 떠올린 홍유리는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머릿속으로는 여유를 가지자고 그렇게나 다짐했는데… 눈앞에서 꽁냥거리는 꼴을 보자니 눈꼴시려워 참을 수가 없다.
아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어진다. 알파는 내 건데… 그땐 진짜 미쳤지. 무슨 생각으로 그따위로 말했지? 다시 돌아간다면… 돌아간다면……
"……."
…돌아가면 난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대체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알 수가 없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딴 고민이나 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알파 때문이잖아?
괜히 미워져서 검은 앞발을 꼬집었다. 아파하는 시늉도 안 하는 게 괘씸했지만.
"블루 마운틴이에요."
어느새 커피를 끓여온 백소율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보고 있었다. 붙어있는 게 거슬리는 걸까? 되레 달라붙은 홍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야. 내 거는?"
"죄송해요. 조금 부족해서."
홍유리의 눈가가 경련했다. 그 많은 원두가 부족했다고? 지랄하고 있네. 기 싸움도 사람 봐 가면서 해야지 이게 진짜…!
쥐어 박아버릴까 아니면 때려 패버릴까 고민하던 홍유리는 코끝에 진한 향이 느껴지자 시선을 내렸다. 이미 들이켰는지 조금 줄어있는 커피잔이 어느샌가 턱 아래 닿아 있었다.
"……."
사실 진짜로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알파 것만 들고 온 뻔뻔한 꼴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참아보려 했지만,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부르르 떨린다.
알파가 주는 대로 받아 마시자 알게 모르게 굳은 백소율의 표정을 보곤 가슴 깊숙이 얄팍하고 통쾌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커피는 썼는데, 입안엔 달콤함이 감돈다. 홍유리는 결국 한쪽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오는 걸 막지 못했다.
어떠냐는 듯이 보자 백소율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굳은 표정을 버리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왜? 애써 여유로운 척하는 걸까? 순간, 백소율의 입술이 달싹였다.
'…고작 그거예요?'
그러고는 보란 듯 다가오더니, 알파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묻었어요."
그 손가락이 자연스레 입속에 들어가자 홍유리는 멍하게 그걸 쳐다보다가,
"이, 이, 이게 진짜…!"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른 얼굴로 백소율이 도망갈 때까지 길길이 날뛰었다.
***
"이상입니다."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딱딱한 얼굴로 혹은 넋 나간 이들이 차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그가 알린 소식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다만, 그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본업에 충실하려는 이들이 있었기에. 의자가 끌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살을 찌푸린 강태준의 걸음이 빨라졌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플래시와 이어지는 질문 공세를 무시하고 꿋꿋이 인파를 뚫고 지나간다. 몰린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다가도 그의 안광이 번뜩이면 움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헌터에게 경호원 같은 게 필요할 리가 없다. 그렇게 회견장 밖으로 나온 강태준은 차량에 올라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걸로 조금은 나아지겠지."
자색의 흑호. 놈의 죽음을 강태준은 언론을 통해 공언했다. 거기에 알파의 존재까지도.
후자는 시간이 더 걸릴 거라 여겼는데 운이 좋았다. 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억지로 우길 수 있게 됐으니까.
물론, 지난 사실들을 빌어 대전이나 강화도에 나타난 몬스터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강태준은 그래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증명할 수 없다면 의혹 따위야 덮어버리면 된다.
여명에 고원과 스퀘어 그리고 전쟁의 신전이 협력하는데 뭐가 어렵겠는가.
참고로, 영물과 환수 대부분은 버려진 섬이나 산중에 거주하고 있다. 몬스터가 자연 발생해도 어지간하면 직접 처리할 수 있으니 쓰지 않는 땅이라면 그 편이 더 안전하다.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걸 추진하도록 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소식에 힘입어 좀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면 좋으리라.
"그랬으면 좋겠네요. 따가웠으니까요."
하연의 말에 강태준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최근 헌터를 향한 시선이 알게 모르게 변해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져 있었다.
서울의 침공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과 여명과 고원이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는 사실로. 심지어는 내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수면 위로 떠오를 정도였으니.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건 실책이 맞으니까. 대규모 침공은 상상도 못한 일. 그나마 전쟁의 신전의 도움으로 빠르게 복귀하지 못했더라면 무슨 소리를 들었을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입맛이 썼다. 그런 실책을 저지르고도 클랜이 해체되지 않은 건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감사에 더해 여러 귀찮은 절차와 제약이 걸리는 선에서 마무리되리라. 그조차 오래가진 않을 테고.
"그런데, 확인할 수 있을까요?"
자색의 흑호의 죽음을 말함이리라. 강태준은 끄덕였다.
곧 조사단이 파견되면 사실임이 드러나게 될 터. 아니, 그전에 의심하면서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이들이 찾아갈 것이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그들이 증명해 줄 테고.
요컨대, 필요한 건 시간이라는 뜻이다. 뒷좌석에 앉은 강태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분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누구보다 알파가 신경 쓰고 있을 테니까요. 모난 분이 아니신 데다가 적응도 빠르시니까요."
그 말에 강태준은 실소했다.
하기야, 알파가 있는데 굳이 자신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으리라.
"신이라……"
정작 그녀 자신은 부정하지만 다른 이들은 신이라 칭하는 존재. 강태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계단을 올라 가장 높은 층의 방. 원래는 클랜장실로 썼어야 했을 곳이지만, 지금은 여왕이 쓰게 된 방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도 괜찮다는 답이 돌아오자 여왕을 둘러싸 재잘거리던 요정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늑대야~!"
"늑대다! 늑대!"
세 번째 겨울의 아이와 전령 요정, 먼저 와 있던 페리를 포함해 십수 마리가 다닥다닥 들러붙자 늑대는 촉수를 만들어 놀아주었다.
"원래도 그러니?"
늑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호기심 많은 요정들은 무시해도 재잘거리고 등줄기를 타고 노니까. 적당히 놀아주는 게 오히려 편하다.
"보기 좋은 걸. 귀엽구나."
웃음 지은 그녀가 손을 뻗어 자신을 들어 올렸다. 머리 위까지 높게 드는 게 숫제 강아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취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역시 그녀에게 반발심은 들지 않는다.
몰락했지만 여신이었던 이는 다르다는 걸까.
재잘거리는 요정들을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부분은 시답잖은 이야기들이었다.
현계에서 그녀가 경험해본 것들. 식사나 문명이나 오락 같은 것들. 사실 그리 재밌지도 않을 텐데.
초월자에서 일개 생명으로 몰락했다지만, 그 통찰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인류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어 보는 것만으로 전부 이해해 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젓가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하는지. 새로운 옷을 입는 방법이나 게임을 하는 방법까지도.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란 건 즐거운 걸까. 별을 담은 호수 같은 눈이 마주 해오자 늑대는 담담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래서…"
그녀가 지쳐 잠들 때까지 가만히, 계속.
***
"늦어."
턱을 괸 채로 하는 말에 늑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늦기는 했지. 여왕을 찾아뵙는 건 요 며칠간의 일과가 돼 버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아예 잠들 수 없는 자신과는 달리 잠들 법도 한데.
"먼저 들어가지 그랬나."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 잔. 아마 혼자 홀짝이고 있었으리라. 백소율이 속을 긁어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만 마시라고 말하는 대신 늑대는 가만히 그녀의 옆에 앉았다.
"미안하다."
그 말에 홍유리는 조금 풀린 눈으로 돌아보았다.
"뭐가."
"기껏 쉬는 날이었는데 다른 데 있었으니까."
여왕의 방에 있었다. 그 말에 홍유리는 푹 한숨을 쉬곤 잔을 들이켰다.
"그건 상관없는데."
"……."
"어차피…… 오래 안 남으셨다며."
늑대는 가만히 끄덕였다. 잠깐의 침묵이 자리하고 늑대에게 업혀 새근새근 잠든 페리를 보곤 홍유리가 물었다.
"안 서운해? 페리도 요즘 맨날 거기 있잖아."
"이해하니까."
"……."
아예 서운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늘 현계에 있던 페리로서는 여왕과 요정이 있는 방에선 친구라도 만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느라 휘둘렸으니 이렇게라도 즐겨줬으면 한다.
그런가 생각하던 홍유리는 잔에 따르려다가 이미 차 있는 걸 보곤 실소했다. 언제 따라줬담.
약주로 마시기에는 적당한 양. 테이블에 몸을 엎드린 홍유리는 세상모르고 잠든 페리의 뺨을 쿡 찔렀고 고로롱 콧방울이 맺히다 터졌다.
몸을 뒤척이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깨기 전에 재우고 오겠다."
깰 것 같았나? 홍유리는 고개를 주억였고 늑대는 페리를 방 안에 들여놓으러 들어갔다.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할 일들을.
아마 하루 이틀 더 쉬다가 다시 구르든지 할 테고… 어쩌면 외국에서 파견 요청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십중팔구 그러하리라. 땅덩이 넓은 외국은 아직 몬스터를 다 처리하진 못했을 테니까.
……아니, 뭐 그건 좋다. 좋은데…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다치거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알파 때문에.
그분이 여기 있는 이상 지금은 알파를 데려갈 수가 없으니까. 즉, 파견으로 자리를 비우면 알파가 혼자 남게 된단 뜻이다.
불안한 건 알파가 아니라 알파를 노리는 백소율…… 홍유리는 푹 한숨을 쉬었다. 물론 알파는 의리를 지킬 테고 무슨 짓을 하건 넘어갈 리 없겠지만… 그걸로 괜찮은 걸까?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건 고맙다. 둘이 어땠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단호히 끊어주기도 했지만 다시 불을 지핀 건 자신이다. 그런 주제에 이대로 모른 척 지내도 되는 걸까. 백소율이 매달리건 말건 신경 쓰지 말고……?
홍유리는 땅이 꺼지라 한숨 쉬었다.
그럴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게 쉬울 리가 없다. 근데도 막상 눈앞에서 꼬리치는 걸 보면 열불이 치솟아서 참는 게 힘들다. 사람 맘이란 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단 건 알지만… 답도 없네.
뭉게뭉게 구름 낀 듯 머리가 복잡하다.
설마 백소율이 포기할 리는 없고 아무리 그래도 철면피 깔고 때려눕힐 수도 없으니까. 누가 속 시원하게 답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쓸데없이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홍유리는 답답한 심정으로 마지막 남은 잔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