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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349화 (349/407)

〈 349화 〉 #163 마녀 (4)

* * *

틀어쥔 목줄기. 억지로 입을 벌리게 만드는 손. 만약 저항했다간 이빨을 뽑아서라도 열어젖히고 말리라. 최대한 저항했지만 무식한 힘에 저항하기는 역부족.

"……!"

그렇게 입 안에 동그란 것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삼키지 않으려 애썼지만 헛구역질이라도 했다간 되려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목줄기를 틀어쥐고 억지로 복용시키려 하고 있다. 반항하려 손가락을 물어뜯었지만 피부를 씹는 감각이 아니다. 마치 돌을 씹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이가 빠질 것 같다.기어이 목젖까지 들어온 손이 붉은 구슬을 억지로 집어넣는다. 하지만

'차라리 바라던 바였어.'

그가 자신에게 접근할 거란 너무나 당연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목구멍으로 넘기게 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목줄기를 틀어진 악력이 느슨해진다. 조금이나마 또렷해진 의식으로 주문을 외웠다.

소리로는 나오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어디까지나 미리 보류해두었던 마법의 마지막 소절만을 소리 없이 읊는 것뿐이었으니까.

"."

백소율은 자신의 목을 틀어쥔 그 손목을 두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성대가 떨리자 현상이 벌어진다. 최후의 발악으로 마법을 끄집어냄과 동시에.

'아.'

억지로 밀어넣은 손가락에 두 결정 중 하나를 삼키고야 말았다. 뒤늦게 마법의 영향으로 철인의 손이 떨어진 순간 발끝에 마력을 집중해 복부를 걷어찼다.

"이건 뇌전의……?!"

여러 마법에도 굳건했던 철인이 비틀거린다. 그 무릎이 흔들리고 손끝이 떨리고 있다. 불기둥과 환영에도 견뎠지만 뇌전의 마법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전격계가 정말로 무서운 건 충격으로 전해지는 쪽이 아니다. 아무리 단련해봤자 소용없는 것. 신경계 자체에 스며들어 전신을 저릿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철인이 마비된 동안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뱉으려했지만 이미 깊숙이 들어간 뒤였다. 도저히 손을 집어넣어 꺼낼 수준이 아니었다.

"……."

고민은 짧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생각한 백소율은 손가락 끝에 마력을 코팅하곤 단숨에 복부를 찔렀다.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에 머릿속에 한 줄기 전기가 스치는 듯했지만 참고서 더욱 파고들었다.

물론 미친짓이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녀가 될 바에야 차라리 이쪽이 더……!

실수는 없어야만 한다. 다행히도 빈 속에 비어있는 위장을 꿰뚫은 백소율은 붉은 결정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큿…"

신음을 참고 끄집어낸 그것은 이미 절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즉, 남은 절반은 이미 스며들었다는 뜻. 복부를 꿰뚫은 반동에 피를 토했지만 더 큰 문제는 내장이 흔들렸다는 점. 그리고 틈을 드러냈던 철인이 태세를 정비한 뒤라는 거였다.

"과연… 놀랍군."

그 눈에는 마치 신기한 걸 봤다는 듯이 이채가 드러나있다.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린 백소율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아까 꿰뚫었던 복부. 그 상처가 아물고 있었으니까. 자신에게 재생 스킬이 있나를 떠올렸지만 그럴 리 없다. 설령 이제 막 얻었더라도 마찬가지. 고작 미약한 재생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즉, 이건 스킬의 영향이 아니라는 것.

'마력이야.'

그 증거로 마력이 흘러넘치려 하고 있었다. 삼킨 건 둘 중 하나. 그것도 절반에 불과한데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시킬 정도로. 온몸을 감싸는 힘에 전율감이 느껴진다.

문제는

'환영.'

마치 자신에게 환영이 펼쳐진 것 같다. 그 정체는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10개월 전에 보았던 그 커다란 악의와 한없이 흡사했으니까. 그것에 삼켜질 것 같아 토악질이 솟아오른다.

몸 곳곳에서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려 한다. 꺼내달라고 풀어놓으라고 소리친다.직감적으로 또 본능적으로 이 목소리에 수긍하는 순간이.

"마녀가 되겠지."

"……!"

속내를 꿰뚫어 본 것처럼 철인의 목소리가 상념을 깼다. 당장 마녀가 되는 것만은 억누를 수 있었지만, 결국 저 사람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도 운이 좋아.'

뜻하지 않은 호재가 몇 개나 겹쳐 오히려 처음의 상황보다도 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으리라.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속삭임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기는 해도 아직 견딜만한 정도였다.

반대로 자신과 달리 그는 제법 지쳐있다. 전격계 마법이 통한다는 걸 확인했으니 앞으론 그쪽으로…

'그래.'

속전속결로 끝내면 된다. 손을 들어올린 백소율은 중얼거리며 주문을 읊었지만 그것보다 철인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이미 인간의 속도가 아니다. 고속 열차보다도 빠르게 달린 발이 단숨에 목줄기를 틀어쥐려 하는 순간, 백소율은 기이한 경험을 했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오로지 사고만이 가속해 주변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마법을 완성하는 것보다 그가 자신에게 닿는 게 빠르다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쳤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리 넘쳐흐르는 무진장한 마력을 두른다고 한들 철인과 정면에서 맞설 순 없다. 힘이 동등하다고 해도 기술에서 짓눌리고 말리라.

하지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왔다.

'마법을 완성시킬 수 없다면.'

완성하지 못한 채로라도 상관없다. 주문의 형식을 빌리지 못한 마력이 그대로 내쏘아진다. 이은하처럼 구현하는 것조차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형태. 그저 뭉뚱한 마력의 덩어리를 방출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상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있다.

여태 꿈쩍도 하지 않았던 철인이 자신에게 달려들던 속도보다 몇 배는 빠르게 벽에 처박혔으니까.

쿠르르­

부서진 돌 부스러기가 머리 위로 흘러내린다. 지금의 충격으로 건물이 흔들린 거였다. 몇 겹이나 되는 결계와 마법진이 충격을 흡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구나.'

그 한 번의 감각에 백소율은 깨달았다. 악몽 속에서 기껏해야 1, 2절의 마법이나 사용했을 그 시절의 자신이 마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사실, 무한한 마력이 있다면 마법같은 건 필요없다는 것을.

그런 것보다도 매번 마력을 쏘아내는 쪽이 훨씬 낫다.

"……큭."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낸 철인이 눈을 부라려온다. 여기에 와서 백소율은 생각했다.

도무지 질 것 같지가 않다고.

'그래도 시간은 없어.'

여유롭지는 않다. 안쪽에서부터 근본이 흔들리는 듯한 속삭임과 유혹에 언제까지 저항할 순 없으리라. 그러기 전에 철인을 쓰러뜨리고 결정을 없애버려야만 한다.

다시 한 번 짓쳐들어오는 철인을 향해 백소율은 두 눈을 빛냈다.

***

떠오르는 비행기 안. 이륙하기 직전 홍유리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알려야하나?'

알파에게 알린다면 분명 모든 일은 원만하게 끝나리라. 그 어떤 이변도 없이 완벽하게 일을 끝마치겠지.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홍유리는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고민해야 했다.

'머리 아픈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심문해 알 수 있었던 내용은 사람을 죽인 건 마력으로 만들기 위해서였고 그걸 뉴욕의 어딘가에 있는 본거지로 보내고 있단 말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 거기까지 가고 있는 중이었지만…

'대체 여기서 백소율이 왜 나오는데?'

여태 꼬리를 잡지 못한 마랑회의 수뇌부. 그 중 선구자라는 이름으로 백소율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혹시라도 이 사실에 알파가 충격이라도 받지 않을까. 본인의 이름을 팔아서 개짓거리를 하는 조직의 수뇌부가 백소율이라는 사실에.

좀 더 솔직해지자면 반대로도 고민이 된다.

이 사실에 혹시라도 알파가 백소율에게 정나미가 떨어지는 건 아닐까하고. 통쾌하게 느껴질 일일수도 있지만 어쩐지 꺼림칙함을 버릴 수 없다.

'아니아니. 그게 내 알바는 아니지.'

홍유리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민했다.

사실,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만약 망설이다가 백소율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알파가 슬퍼할 테니까. 설령 알파가 되살릴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알리는 게 옳다. 보내는 게 맞다는 쪽에 서서히 저울추가 기울어간다.

'……그래. 보내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홍유리는 덜컥거리는 감각에 크게 눈을 떴다. 어느새 활주로를 질주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었으니까.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자동으로 비행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짐은…]

안내방송이 다시 흘러나오자 홍유리는 급하게 핸드폰을 두드렸다. 화면 상단에 비행기 아이콘이 떠오른 순간, 재빨리 문자를 완성해 전송 버튼을 눌렀지만.

"아 씨… 제대로 갔겠지?"

혹여 비행기 안이라 뭐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걱정이 들었다.

***

페리와 놀아주고 있던 알파는 드물게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자 고개를 갸웃거렸다.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기껏해야 손에 꼽는 정도. 일과 관련해선 강태준과 강태호. 그 밖엔 홍유리와 백소율을 제한다면 이은하 정도였다.

누구에게 오더라도 무시할 내용은 아니리라. 촉수로 핸드폰을 끌어당긴 늑대는 전원 버튼을 눌렀고.

[늉ㅛㄱ 빠리]

"……?"

홍유리에게서 도착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의 나열에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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