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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몬스터가 되었다-355화 (355/407)

〈 355화 〉 #168 실패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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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충격이었다. 척추가 내려앉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끔찍한 힘. 되날려지면서도 몇 번이나 바람의 마법을 쿠션으로 사용해 충격을 줄였지만 그럼에도 줄여지지 않는다.

마치 거인의 주먹에 전신을 강타당한 것 같다. 전면에서 맞은 충격에 흉골과 쇄골뿐만 아니라 뼈라는 뼈는 전부 으스러진 듯하다.마력을 두르고 있었음에도 이 꼴. 만약 그러지 않았으면 즉사. 애당초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다. 화산각룡정도 되는 게 아니라면 모두 다 마찬가지였으리라.

허공에 피를 토하고 흩뿌리며 벽에 처박히기 전에 등을 받치는 감각과 함께 밀려나는 속도가 줄어들어간다.단순히 받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교. 받아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히 일류의 실력이었다.

덕분에 벽에 부딪치기 직전 완전히 멈춰설 수 있었다.하지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살아는 있냐."

묻는 말에 홍유리는 미미하게 끄덕였다. 성대가 결절된 건지 도무지 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대신 보란듯이 턱을 까닥였을 때 강태호는 휘둥그레 두 눈을 떴다.

"이야 너."

비록 송장이 된 홍유리와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마녀 또한 정상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으니까.심지어 어렴풋이 저편의 경치가 보일 정도로 지독한 상처. 혼자서 이뤘다기엔 믿기 어려운 쾌거였다.

"저거 뭐어떻게 한거냐?"

희미한 미소가 의문에 답없이 답한다. 대답할 기력도 없는 모양. 하기야 전신이 멍으로 검게 물든 데다가 바닥에 그녀를 내려놓은 강태호는 검의 손잡이를 고쳐잡았다.

지금 이러는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있다. 잘 아물진 않지만 상처가 회복되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이건 둘도 없는 기회. 지금이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여긴 강태호는 달리고 있던 중에 속도를 늦췄다. 무수한 화살 세례가 마치 유성군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으니까.

하나하나에 담긴 마력도 심상치 않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정확도. 서로 다른 궤적과 궤도임에도 결국에는 한 곳을 향해 집중되는 화살군이 결국에 마녀를 정확히 노렸고, 허망하게 스러져갔다.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상대는 다름 아닌 마녀였으니까.화살에 깃든 마력은 날아오는 도중 지배력에 짓눌려 모조리 흡수돼 사라지고 남은 건 그저 단순한 화살에 불과해졌다.

그리고 단순한 화살이 폭주하는 마녀에게 닿을 리 없다. 모두 바닥에 짓눌리고 말았지만 강태호는 그걸로 족하다 여겼다.덕분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이리저리 널려있지 않은가.

검을 휘두르며 뻗어오는 마력을 베고 가르고 자르면서 어느정도 거리를 좁힌 강태호는 그 자리에서 대검을 던졌다.

흉흉한 파공음은 공기를 가른다기보단 오히려 억지로 찢어발긴단 느낌이었다.설령 지배력에 의해 마력이 사라졌더라도 화살과는 달리 인류 최강의 힘으로 투척한 대검은 결코 멈추지 않고 마녀의 지척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이르러 실체가 없는 마력이 실체를 가지고 방패로 화했다. 처음으로 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한, 몸을 지키기 위해 사용된 마력이었다.

그 말인즉,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뜻.

동시에 강태호의 예상 밖이기도 했다. 터져나오는 마력이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었으니까.

'폭주보다도 더?!'

한계가 아니었단 말인가?강태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폭주할 때 뿜어내던 마력은 분명 마녀가 발하는 마력의 최대치에 달해있었다.

즉, 지금의 방출량은 비정상적인 것. 한계를 무시하고 억지로 끄집어낸 마력이었다. 또한,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타오르는 듯하다. 홍유리의 일격에 구멍 난마녀의 복부에서 내장이 흐르다못해 터져나오고 피가 솟구쳐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옷이 불타며 피부가 견디지 못해 살갗 아래의 근육이 생생하게 보일 정도로 드러났다.

증발하는 피는 그대로 허공에 녹아들었으나 냄새만은 남아 지독하게 퍼져나간다.눈은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었으며 더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형상으로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마력을 있는대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만한 댓가를 짊어지고서라도 막아내려한 것. 결국 격렬한 충돌 끝에 대검은 마녀를 꿰뚫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마력의 해방, 폭풍. 그러나 실제론 폭풍정도가 아니라 수천 톤의 화약을 일거에 터뜨린 것만 같은 흉악한 위력. 기어이 상태가 안 좋던, 그나마 버티고 있었던 인근 건물들이 모조리 무너지기 시작했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폭음과 함께 강태호는 아공간을 펼쳤다.

아공간의 사이로 바람과 마력이 제멋대로 흘러들어간다. 공간 그 자체를 쳐부술듯한 기세로 1초도 견디지 못하고 사그라지고 말았지만 강태호에게 필요한 것은 그 짧은 시간이었다.조금이나마 줄어든 기세에 떨어져 나가지 않고 견딜 수 있었으니까.

또한, 폭풍이 가신 자리에는 산들바람도 남지 않는다.

자세를 무너뜨리는 힘에 갸우뚱거린 강태호는 오히려 몸을 숙여 바닥을 짚었다. 두 손으로 땅을 강하게 내려쳐 그 반발력으로 다시금 달려서 마녀의 지척에서 팔을 뻗어 찔러넣었다.

대검이 아닌 화살을.

***

궁수의 역할은 팀을 선두에서 이끄는 것. 그리고 후방에서 보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법사에 비하자면 화력과 위력. 그리고 화살에 의존해야하는 명백한 한계로 인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평가받는 그들이지만 결코 쓸모없는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팀을 꾸릴 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게 뛰어난 궁수의 존재였으니까.

가장 먼저 범용성. 모든 방면에서 팀을 보조하는 그들은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공부해왔다.기초적인 의학과 약초학. 물리학. 탄도학. 함정 해체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그리고 그 중에선 부족한 화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또한 있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 다소 전통적인 방식인 독.

당연 마녀를 찌른 화살 끝에도 맹독이 발라져있다.

여러 종류의 독과 몬스터의 피를 섞고 섞어서 만들어낸 맹독 중의 맹독. 가장 강한 독이라 알려져있는 피마자 씨앗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리신은 분자 하나로 세포 하나를 파괴할 수 있다지만 이 독은 어떤 의미론 그보다 더한 것이었다.

고작 0.000001g. 조건에 따라선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볼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코끼리를 죽일 수 있다 알려진 극독. 설령 독 내성 스킬이 있어도 쉽게 저항할 수 없는 이 독의 이름은 마력산(?力?) 혹은 괴혈독(?血?).

같은 무게의 금보다 1000배 이상 값어치가 있다는 이 독이 활약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불가결이었다.

'그리고 그 조건은.'

마력을 흩어버린다는 그 이름처럼 마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 또한, 가진 마력이 크면 클수록 더한 위력을 발한다는 상식을 거스른 힘이었다.

이 독으로 A급 몬스터마저 쓰러지는 걸 몇 번인가 목격했던 강태호는 마녀에게도 마찬가지로 통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녀의 어깨에 단단히 박힌 화살촉에 묻은 마력산이 어떤 위력을 발할지 상상만해도……?

"망할."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마녀가 뻗은 두 번째 마력에 안면이 함몰되고 압력의 반발로 눈알이 튀어나와 빛을 가져가고 어둠을 불러왔다.

사실, 강태호는 몰랐지만 고작 반개의 결정이 재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백소율을 재생 스킬 못지 않을만큼 빠르게 회복시켰을 정도로 대단한 힘을 선사했다.

헌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설령 나머지가 가루가 돼 온전하지 않다고는 해도 결정 두 개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 리 없다.

체내의 마력은 독 무효 스킬에 가까운 내성을 마녀에게 선사했고 마력산은 아무런 효용도 없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끝끝내 꿰뚫은 상처로부터 검은 액체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마치 마녀의 육신에 있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그 액체가 마력산과 약간의 피가 섞인 것이라는 걸 알리도 없이 빛을 잃은 강태호는 소리만으로 거리를 벌려야했다.

장애물을 보지도 않고 넘어지고 뒹굴면서도 멀어지는 모습은 일견 우스꽝스럽게도 보인다. 그리고그런 움직임을 마녀가 따라잡지 못할 리 없다. 이미 등 뒤의 지척까지 손이 닿으려하고 있었다.

'실……!'

실패. 머릿속에 절로 떠오른 말이었다.

저 손이 닿는 순간, 그 목숨은 덧없이 사라지리라. 이견조차 없이 죽음이 꽃피우리라. 달리는 이기준과 쓰러진 채로 고개만 들고 있는 홍유리는 그 손이 닿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지만 덧없는 염원이었다. 결국엔다음 혹은 그 다음 차례가 돼 한줌 마력으로 화해지고 말리라.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처음부터 쓸데없는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실패했으니까.

RRRRR.

정말이지 뜬금없는 알람소리가 폐허에 널리 울려퍼졌다. 주머니 안에서 진동하는 그것. 어떻게 기능하는 건지 의문일 정도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엉망이 된 핸드폰은 마지막 단말마를 뱉은 것처럼 그 기능을 정지했다.완전히 망가진 핸드폰이 암울한 상황을 상기시키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소리가?'

끊어진 게 아니다. 늘어졌을 뿐. 그와 함께눈앞이 검게 칠해져간다. 지각만이 빨라져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마녀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기우뚱 쓰러지던 강태호마저 허공에 멈춰섰다.

길어지고 길어지던 지각과 의식은 결국 너무나 길게 늘어진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고 가라앉았다.찰나를 영원으로 늘리는 힘. 그 시간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하나뿐.

영원을 불러일으킨 늑대는 땅에 발을 딛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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