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5화
역시 원작에서도 쓰레기였던 사람이 내게만 쓰레기가 아닐 리는 없었다.
소네트는 저래 보여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귀족이 아닌 걸 경멸하고, 품위가 없는 걸 싫어했다.
결벽증도 조금 있었는데 심하진 않았다. 다만 그 결벽증 때문에 원작에서 시베르가 평민 출신이란 걸 알았을 때 격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긴 했었다.
‘당신 평민 출신이었습니까?’
‘그게 뭐가 중요해요? 저는 이제 백작 영애인데.’
‘하.’
처음에 둘은 꽤 순조로웠다.
그리고 소네트가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이야기를 모르고 있을 거라고는 시베르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영애들은 시베르 언니를 싫어했다. 그녀가 평민 출신인 것도 한몫했지만, 그 평민 출신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벌인 일이 많았고 성격은 그리 좋지 못했으니까.
물론 시베르 언니가 그런 고난을 겪으며 승승장구할 때마다 남주들은 전부 언니에게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뒤늦게 돌아온 소네트마저.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시베르.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언니는 그 말과 함께 사이다를 날리고 레이니어와 결혼한다.
-달각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소네트 브루스가 들어온 건지 발걸음이 작게 들렸다. 보폭이 큰 건지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들이 밀어져 있었다.
“깨어나셨군요.”
어떻게 알았지?
“아, 네…….”
“다행입니다.”
무안함에 눈을 살며시 떴더니 그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방금의 대화는 없었던 것처럼.
조금 더 빨리 눈을 뜨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가 휴고와 나눴을 기분 나쁠 대화를 전부 듣지 못했으니까.
“물수건을 갈아도 되겠습니까?”
“네.”
그는 그렇게 물어보고는 내 이마를 덮고 있던 수건을 걷어내더니 다시 물을 적셔서 이마에 얹어 주었다. 물을 간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시원했다.
“레일라 영애는 지병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네.”
“혹시 제가 종종 이렇게 저택으로 뵈러 와도 될까요?”
그는 대체 왜 나와 약혼하고 싶어 하는 걸까? 이미 소후작이면 후작위도 보장이 된 셈인데.
원작에서도 나와 약혼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그저 언니와 그의 서사를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었고.
그 이유를 알면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좋아요.”
그렇게 말한 뒤 나는 간호를 조금 받다가 다시 기절했다.
몸에 힘이 없긴 했는데 그렇게 금방 기절할 줄은 예상 못 했다. 좀 더 물어봤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