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8화
“내 말이 틀려? 너 이러는 거 정말 지겹다. 또 시베르한테 나 때문에 힘들다 어쩐다 그런 소리 지껄인 거겠지!”
“하.”
언니는 그런 말로 휴고를 거절했나 보다. 치졸하네.
시베르 언니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부터 널 받아주지 않아야 했지 않겠니.
“난 너한테 미련 같은 거 없어.”
“헛소리하고 있네. 네가 나한테 미련이 없으면 소네트한테 이렇게 굴 리가 없잖아?”
“내가 소네트한테 뭘 어쨌는데?”
소네트는 당황한 듯 나를 제 뒤에 숨기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그 순간 휴고가 내 팔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도와달라는 듯 뒤에 선 기사들을 보았지만, 그들은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휴고는 시베르의 연인이었다. 휴고와 내가 언쟁이 있다면 저택의 실세인 새어머니의 딸이자 나와는 다르게 백작 영애로 대우받는 언니의 손님인 그가 더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기가 막히게도.
“아윽……!”
“소네트한테 관심 있는 척하면서 나를 자극하려는 거잖아!”
문제는 소네트도 힘을 주며 나를 끌었다는 것과 휴고도 비슷한 힘으로 나를 끌다가 놔버렸다는 데 있었다.
“아……!”
몸이 휘청이다가 넘어졌다. 그러면서 손바닥을 깔고선 엉덩이를 찧었는데 손이 너무 아팠다.
“레일라!”
소네트가 기겁하면서 소리치는 것에 휴고가 당황한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마, 말하는데! 다신 나와 시베르 사이에 끼지 마! 너 같은 시체랑 결혼해 줄 거 같아?”
손이 이상했다. 깔고 앉은 왼손은 오른손을 잡은 사람이 몸을 일으켜 준 뒤에야 겨우 볼 수 있었다.
돌부리를 깔고 앉아서인지 손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가씨.”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레이니어가 심각한 표정으로 소네트를 밀어내고선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이 사람 분명 아까는 못 봤는데? 근처에 있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다.
“레인.”
“넌 뭐야!”
휴고가 소리치는 모습에 경멸감이 올라왔다.
“넌 그렇게 무식하게 소리치는 것밖에 모르니?”
손의 상처는 꽤 심각한 듯 보였다. 아무래도 살이 찢어졌는지 피가 줄줄 흘러나왔는데, 손이 불타는 것처럼 욱신거리며 아팠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험하게 대하면 안 될 사람이었다.
“너 정말……. 너무 싫……. 으욱…….”
울컥 타고 올라오는 것이 피라는 걸 알았을 때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너랑 있으면 시체랑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끔찍했어. 미안, 레일라. 나도 산 사람이랑 살고 싶어. 너 같은 병자가 아니라.’
“아가씨!”
레이니어가 놀란 듯 부르며 나를 안아 들었다.
바닥에서 갑자기 공중으로 뜨자 멀미가 났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잠깐.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
“저는 아비에르 백작가의 주치의입니다. 아가씨께선 이만 가 보셔야겠네요.”
“그게 무슨……. 기다리십시오!”
“안 됩니다.”
레이니어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데리고 빠르게 저택으로 이동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에 구름이 바뀌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어딘지 이상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참. 아니, 왜 아래서 올려다보는데도 흠잡을 곳이 없는 걸까.
그렇게 나는 그의 완벽한 미모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