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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화 (10/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화

-쾅쾅쾅쾅!

‘야! 문 열어!’

레일라는 문을 세게 두드리는 휴고 때문에 조금 두려워졌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난폭하게 굴 때마다 정말 싫었다.

예전이라면 그가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저가 다 잘못해서 그가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저 제 뜻대로 안 되면 패악을 부리는 나쁜 놈일 뿐이었다.

‘너, 감히 날 두고 다른 놈이랑 한 방에 있겠다는 거야?’

-쾅쾅! 쾅! 쾅쾅쾅!

문을 발로 차고 때려서인지 덜컹거리는 문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뭐 하는 거야, 휴고?’

레일라는 그 목소리가 시베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 오후에 티파티가 있을 거라고 했건만 그녀는 아직 집에 있었다.

아마 곧 나갈 시간이겠구나.

레일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저를 빤히 응시하는 레이니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제게 바라는 게 있다. 그렇기에 잘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자신이 제대로 만난 것은 이번 생에서 저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백작가의 주치의로 들어온 구체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바보처럼 휘둘렸던 지난 생과 다르게 몇 개의 행동을 다르게 해서 나비효과처럼 무언가가 바뀐 게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레이니어는 이유 없는 호의를 베풀 사람이 아니었다. 원작에서도 그는 제 여자 한정으로만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원작에서는 시베르만을 위해 주었고 실제로 저번 생에서 보았을 때는 시베르에게 꽤 잘해 주곤 했었다.

‘어디 가는 건데?’

‘알려주면 안 따라올 거야?’

‘어.’

‘티파티 갈 거야. 베릴 영애가 주최하는 거.’

‘같이 가. 나도 초대받았으니까.’

‘안 따라온다며! 그리고 나는 다른 파트너랑 갈 거야.’

‘뭐? 누구?’

‘이아나스코비치.’

레일라는 그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바람 빠지듯 웃었다.

그녀의 애인이었던 사내의 이름이었으니까.

‘그 새끼랑은 헤어진 거 아니었어?’

‘너랑도 헤어졌는걸, 휴고.’

‘야! 기다려!’

둘의 걸음이 빠르게 멀어지자 레일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지럼증이 심하게 들어서인지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아가씨.”

“윽…….”

레이니어가 뒤로 넘어가는 그녀를 꽉 안아서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

“앗!”

다만 그는 그녀를 안은 것에 저도 모르게 놀란 듯이 침대 위로 레일라를 거칠게 올려두었다.

“미안합니다.”

“아, 괜찮아요…….”

“누굴 안은 건 처음이라.”

레이니어가 등을 돌리린 채 말했다. 레일라는 힘이 없어서인지 대꾸하는 대신 그대로 침대로 마저 올라갔다.

“이제 휴고는 갔으니까 알아서 가세요. 저는 피곤해서 자야겠네요.”

“아직 완전히 간 건지는 알 수 없죠.”

“그럼 완전히 간 거 같으면 나가 줘요. 문도 안에서 잠글 수 있게. 그거 버튼 보이죠? 그거 눌러 놓고 닫으면 잠기니까요.”

“예.”

레일라는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캐노피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아까는 휴고 때문에 화가 나서 열이 나는 줄 알았건만 몸이 으슬으슬한 걸 보니 진짜 열이 나는 모양이었다.

“아가씨.”

“네.”

“아프시군요.”

“저는 거의 매일 아파요.”

아픈 상태의 레일라는 비몽사몽 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의자 끌리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침대 근처로 옮긴 의자에 앉는 레이니어가 보였다.

“뭐 해요?”

“의사잖아요. 낫게 해 주려고요.”

“그래요.”

레일라는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힘을 풀었다.

“뭐 해요?”

“낫게 해 드린다니까요.”

레일라는 그가 제 손을 잡으며 꽉 쥐고 있는 것에 눈을 뜨려다가 말았다.

“아가씨.”

“네.”

“로날드 영식과 정말 끝난 듯 보이네요.”

“끝났다니까요.”

그가 숨소리로 웃는 것 같았지만 너무 지쳐 당장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도 자신에게 목적이 있어 온 걸 테니까. 어쩌면 그 목적이 휴고와 관련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피를 얻을 만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고민은 길게 하진 못했다. 힘이 없어서인지 그녀는 눈을 감자마자 기절하듯 멍해지다가 잠에 빠졌다.

레일라는 모처럼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녀는 건강해져 있었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아주 사랑하는 듯 보였다.

다만 그녀는 그 꿈에 나온 사내들이 지금껏 교제했던 사내들은 아니라는 점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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