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3화
“소네트 이거 혹시…….”
“미안, 다음엔 제대로 청혼할게. 오늘은 마음이 급했어.”
소네트가 레일라의 손을 꽉 잡고선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놓을 수 없도록 아주 세게 잡은 상태였다.
마치 그녀가 놓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 의사가 너무 잘생겨서.”
“아, 레인이……?”
“응.”
레일라도 레인이 잘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렇게 고백할 리는 없었다.
“손, 깨끗이 닦았어.”
그 말이 떠오른 레일라는 소네트가 레인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손에 병균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아가씨는 감기만 걸려도 며칠을 앓아누우실 텐데, 남의 손에 묻은 병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시네요.’
원작에서도 둘은 그리 사이가 좋지 못했다. 아주 뒤늦게야 정신을 차린 소네트는 시베르가 레이니어와 결혼할 즈음 돌아왔으니까.
시베르가 결혼한 뒤에 소네트는 사사건건 레이니어를 방해했다. 심지어는 무훈을 쌓아서 공작까지 올라가기도 했고.
“레인은 의사잖아. 주의하길 바라서 강하게 말한 것 같아. 따르면 좋긴 하겠지만 다 듣긴 어려울 거고.”
뭣보다 레인은 진짜 의사도 아니었다.
레이니어가 아닌 진짜 의사라고 해도 레일라는 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저를 죽이기 위해 붙여 둔 사람일 테니까.
“소네트.”
“응.”
“생각할 시간을 주면 좋겠어.”
“미안. 내가 너무 바보 같았네.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어.”
그의 목소리나 얼굴을 확인하지만 않았어도 이 말이 진심은 아닐까 고민조차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일 게 뻔하니까.
다만 붉어진 눈시울과 터질 것 같은 귀와 달아오른 얼굴은 마치 진심처럼 보였다.
“그럴게.”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를 이용해서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