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8화
레일라는 오늘처럼 자신의 몸이 건강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말을 타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걷다니. 그런 데다가 지금은 기분이 좋아서 웃고 있었다.
정말 레이니어와 있으면 건강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분 좋아지셨나요?”
“네.”
그녀가 대답하자 그가 그녀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그리고 확인하듯 레일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레일라는 레이니어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야 휴고의 전 애인이니 그가 밉다치더라도 레이니어가 왜 휴고를 싫어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
아, 어쩌면.
휴고가 싫어서 제게 접근한 건가?
“이제 레일라 아가씨께서 소네트 브루스 소후작만 막으면 되겠군요.”
“네.”
레일라는 휴고가 운영하는 에클레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걸 떠올리며 또 피식 웃었다.
사업은 소문이 무척 중요하다. 가뜩이나 무역을 통해 물건을 들여오는 곳이라면 배가 난파됐다는 소문은 치명적일 것이다.
비록 영지가 있으니 파산하더라도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수도에서는 떠나야 할 수도 있었다.
바라던 바였다. 레일라는 이번 생에선 휴고를 그만 보고 싶었다.
“웃으시네요.”
“기분 좋으니까요.”
레이니어가 똑같이 웃으며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순간 레일라는 그의 붉은 눈이 오싹하게 느껴졌지만 그 오싹한 기분을 잊으려 했다.
“혹시 휴고한테 원한 있어요?”
“네.”
“아, 그렇군요.”
레이니어는 단번에 대답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레일라는 그를 향한 의심이 사라졌다.
휴고에게 원한이 있다면 제게 이러는 게 이해가 되긴 했다. 전 애인인 자신이 레이니어와 어울리기만 해도 휴고 입장에선 껄끄러울 것이다.
“이제 돌아가죠, 레인.”
“좀 더 둘러보고 가는 건 어떠십니까?”
“그러기엔 너무 지쳤어요.”
레일라는 정말로 마을을 더 둘러보고 싶긴 했다. 하지만 지금 체력이 남아돈다고 해서 앞으로도 체력이 있을지는 몰랐다.
오히려 건강할 때 더 조심해야 했다. 이러다가 언제 제멋대로 기절할 도 모르는 일이었고.
레이니어는 돌팔이였으니까.
“업어 드릴까요?”
“혼자 걸을 수 있어요.”
그렇게 그들은 탔던 말을 타고 다시 몰래 저택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