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9화
“무슨 일이야, 소네트? 이 꽃은 뭐고 네 차림은 왜 이래?”
레일라가 당황하자 책으로 그녀 쪽을 막던 레이니어가 책을 탁 닫고선 둘의 근처로 걸어갔다.
“내가 네게 청혼서를 보낸 건 알고 있지?”
“응, 어제 식사 때 들었으니까.”
“레일라, 나는…….”
“나가시죠.”
레이니어는 소네트가 가져온 꽃다발을 흘끔 보다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소네트를 내려다보았다.
“뭐 하는 겁니까?”
“저희 아가씨께선 지금 위독하셔서요. 소후작께선 아가씨의 상태를 확인하셨다면 이만 가십시오.”
“레인?”
“아가씨는 방금까지도 몇 번이나 쓰러지셨답니다, 그렇죠?”
“아, 그…… 예.”
레이니어와 눈이 마주치자 레일라는 저도 모르게 긍정해 버렸다. 아니라고 말하기엔 그가 제 꾀병을 도와주기도 했고 어제의 일도 있었기에.
“그래도 잠시만 시간을 내어줘.”
“뭔데 그래?”
“뭐든 간에 나가시죠.”
레이니어는 소네트가 레일라에게 건넨 꽃다발을 대신 받으려 했다.
“이건 레일라에게 주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소네트가 레이니어의 무지막지한 힘에 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소후작께선 다리 힘이 약하시군요.”
“……당신…….”
“꽃은 고마워, 소네트. 그…… 다음에 보자. 나 정말 힘든데 네가 걱정돼서 만난 거야.”
이대로 두면 레이니어가 소네트에게 시비를 걸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그렇게 말했다.
“알겠어.”
소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일라를 보았다. 그녀의 물기를 머금은 분홍 머리카락이 네글리제를 적시는 걸 알아채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제 일은 내가 미안해. 나는…….”
“괜찮아, 소네트. 소네트는 나를 잘 모르잖아.”
레일라는 그도 그렇고 레이니어도 그렇고 이상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소네트가 와 줘서 너무 기뻐.”
“레일라.”
소네트가 그 순간 레일라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웃는 레일라를 보자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그렇게 있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말했다.
“내가 간호해 주면 안 될까?”
“안 됩니다. 가시죠.”
“아……. 음, 그렇대.”
소네트를 향해 입만 웃으며 노려보는 레이니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소네트가 휴고를 도와주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지만, 그 적절한 때가 지금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편지 할게.”
“응.”
소네트가 그렇게 질척이다가 한참 후에 돌아갔다.
그가 방에서 나가자 레이니어가 한숨을 쉬었는데, 레일라의 한숨과는 다른 의미의 한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