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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24)화 (24/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24화

“소네트?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레일라는 소네트에게 오늘 와 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가 거절했던 게 떠올랐다. 거절당했을 때는 그가 정말로 바빴나 보다 싶었다.

그녀는 소네트가 아비에르 백작저를 제집처럼 드나들었기에 당연히 함께 올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

시베르가 벌써 작업에 착수해서 소네트를 유혹하고 있었을 줄이야.

“레일라는 여기 무슨 일이야?”

소네트가 당황해서 입술을 달싹이자 이내 시베르가 먼저 말했다.

“나도 황궁 무도회에 초대 받아서…….”

“어머, 정말? 아파서 못 가는 거 아니었어?”

“응. 이번엔 가려고.”

“아, 어떻게 하지!”

시베르가 당황한 듯 손을 모았다. 그러다가 슬퍼 보이는 얼굴로 변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사실 이번에도 레일라가 못 가는 줄 알고 내 파트너를 소네트에게 부탁했거든.”

“아……. 그래?”

레일라도 당황한 척하며 소네트를 바라보았다. 소네트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베르와 레일라를 번갈아 가며 보다가 말했다.

“취소하죠.”

“응?”

“레일라는 제 약혼녀입니다. 약혼녀가 갈 수 있다면 약혼녀와 가는 게 맞으니까요.”

“하지만 나랑 먼저 약속했잖아.”

시베르가 침울해진 표정으로 소네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딘지 이상하게도 소네트의 표정은 사무적이었다.

“레일라, 네가 양보해 주면 안 될까?”

“아? 음……. 그렇지만.”

“약혼녀가 있는데 다른 여인과 무도회를 가면 사람들이 시베르 영애가 이상하다고 할 겁니다.”

레일라는 문득 소네트가 시베르에게 존대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시베르는 그에게 말을 놓고 있었건만.

이러면 혼자만의 친분일 텐데.

“그래도 언니와 먼저 약속했으니 언니와 가.”

“싫어.”

소네트가 단호하게 말하자 레일라가 당황했다.

“레일라 아가씨는 이미 파트너가 있습니다.”

이 대화에 끼어든 것은 캐서린이었다. 레일라는 자신에게 파트너가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기에 놀란 눈으로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아까 뒷면은 안 읽으셔서요.”

캐서린은 레일라에게 아까 보았던 초대장을 다시 건넸다. 레일라는 뒷면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재빠르게 몸을 돌려 초대장을 뒤집어 보았다.

추신. 무도회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영애를 초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 사죄의 의미를 겸해 영애의 파트너로 제 아들을 보낼게요.

부디 제 아들과 함께 무도회에서 뵐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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