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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40)화 (40/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40화

“그렇게 빨리? 우리 아직 황실에 서류도 못 올렸잖아.”

레일라가 당황해서 말했다.

수도에 사는 모든 귀족은 약혼을 정하면 황실로 서류를 보낸다. 그리고 결혼하게 되면, 그때 처음으로 황제를 알현할 수 있다.

수도에 사는 귀족의 특권은 그것이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황제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래 봤자 중앙 귀족이 아니면 결혼을 말하러 갈 때가 거의 전부였고.

“그건 약혼식 다음에 올려도 된대. 어제 변호사를 알아 봤어.”

“어제 되게 많은 걸 했네.”

어제 그는 검사도 받고, 진단서도 떼고, 황실에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변호사도 만나고, 시베르도 만났다는 뜻이었으니까.

레일라는 그가 굉장히 부지런한 나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저를 보는 눈빛을 보면 정말 그런 목적일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레일라.”

그녀와 마주 보던 소네트가 레일라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정부는 안 돼.”

“어?”

“정부는 절대 안 돼. 그리고 애인도…… 싫어.”

“하지만…….”

레일라는 그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다.

대부분의 귀족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정부를 따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귀족의 의무를 다했으니 자유롭게 살았고.

다만 그것은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였지, 결혼도 안 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염문을 뿌리는 건 거의 금기시 되어 있었다.

“나도 아무도 안 만날게. 결혼 서약서에도 넣을게. 너 이외에 누구도 손대지 않고, 만지지도 않겠다고.”

“하지만 소네트. 사람 마음은 변할 수 있어.”

“변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줘.”

레일라는 그 말이 연기임에도 꽤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시, 그런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소네트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다.

다만 이렇게까지 확고하게 제게 말할 정도라면, 시베르와는 바람을 피워도 안 들키려고 노력할 것 같다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레일라는 이전까지 보아 온, 시베르에게 홀리면 저를 막 대하며 바람을 숨기지 않았던 사내들이 떠올랐다. 그들과 소네트는 차원이 다른 강적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 생각이 들자, 억지로 웃었다.

“레일라.”

그가 재촉하듯 말하자, 레일라가 그를 보며 수줍은 척 웃었다.

“응, 그럴게.”

그러자 그가 활짝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댔다. 그리고 끌어안아도 되는지 확인하듯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레일라가 거부하지 않자 소네트는 이내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

레일라는 그가 저를 점점 세게 안아서 숨통이 조여드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똑같이 기쁜 척하며 그를 세게 안으려 했다.

물론 그녀의 힘으로는 그를 절대 숨 막히게 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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