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46화
레일라가 생각하기에 키스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많았으니까.
목숨이 첫째로 중요했고, 그 다음엔 제 인생이었다.
그와 별개로 그녀는 레이니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가장 잘생겼다는 걸 종종 상기하곤 했다.
그가 이렇게 옆에서 머리카락을 말려 주기만 해도 잊을 수 없는 사실처럼 그녀에게 각인되곤 했다.
눈을 감고 그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는 지금도 눈꺼풀 아래에 그의 눈동자의 잔상이 남은 것처럼 새빨간 빛이 요요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가넷처럼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가.
“레인?”
한참을 기다려도 그의 입술이 닿지 않자 레일라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운 상태로 멈춰 있는 레이니어가 보였다. 그는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콧대가 닿을 정도로 가까웠으나 입술은 닿지 않았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레일라는 제 뺨에 있는 솜털이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더 다가오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었다.
“저는…….”
레이니어가 또 피하려는 기색이었다. 그러자 레일라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입을 맞추었다가 떨어졌다.
“이번엔 했어요. 그렇죠?”
“……이게 무슨 키스입니까? 저번부터 제게 자꾸 사기를 치려 하시네요.”
레이니어가 인상을 찌푸리자 레일라가 그의 목을 다시 안으며 말했다.
“그럼 제대로 해요.”
“…….”
“하라고 할 땐 안 하면서 왜 사기라고 해요?”
레일라의 말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마치 부끄러운 듯 젖어드는 그의 눈가를 보며, 그녀도 당황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이런 식은 싫어서요.”
“되게 까다로우신가 봐요.”
“제가 좀 까다롭습니다.”
“그럼 어떤 식이 좋은데요?”
레일라는 기왕 하는 거라면 정식으로 약혼하기 전에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아직 둘은 정식으로 약혼하지 않은 상태였다. 약혼식을 올리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소네트가 아무리 시베르와 안고 있었더라도, 그와 약혼할지 모른다는 게 마음에 걸렸긴 했기에.
“시간을 주시죠.”
“얼마나요?”
“조금요.”
“조금, 얼마나요?”
“적당히 조금요.”
그녀는 그가 당황해서 이런다는 걸 알자, 좀 더 몰아붙일까 하다가 말았다.
“그래요, 그럼.”
오히려 그녀가 팔을 풀어 주자 그의 눈꼬리가 아래로 처졌다.
“제가 정식으로 약혼식 하기 전에 해요.”
“일주일도 안 남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그 안에 해요.”
레일라가 마치 숙제를 해치우자는 듯 말하자, 레이니어는 더 침울해졌다.
“그러죠, 그럼.”
그러고는 이내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혹시라도 그 전에.”
레일라는 제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가씨께서 제게 하고 싶어지신다면 언제라도 하시죠.”
“조신한 남자라면서요.”
“조신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금.”
레일라가 픽 웃자,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웃었다.
그녀는 어쩐지 그가 제게 이러는 게 그리 싫진 않았다. 그가 제게 바라는 게 키스만이 아니라 어쩌면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이상한 기대감을 품는 것 같기도 해서.
“조신하게 기다리죠.”
그의 말에 그녀는 연기하는 것도 잊고선 웃어 버렸다.
그녀는 그를 정말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희망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가 정말로 휴고와 소네트에게 복수한 뒤로도 자신을 동등한 사람으로 봐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