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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55)화 (55/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55화

“계획대로 됐나요?”

레일라는 늦은 밤, 잠들기 전에 손가락을 찔러 레이니어를 불렀다. 그러자 레이니어가 말끔한 복장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레일라는 여전히 신기했다. 손을 찌르고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면 눈을 감았다 뜬 자리에 그가 나타나는 게.

“예, 뭐.”

레이니어는 계획했던 대로 일이 풀리는 건에 대해서는 그리 감흥이 크지 않은 듯 보였다.

그래서 레일라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안 기뻐요?”

“기쁩니다. 다만 제게는 다른 게 더 기뻐서요.”

레이니어가 그녀의 침대 근처로 와서 앉았다. 레일라는 그가 정황을 말하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으로 부른 것이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부른 건 아니었다.

뭣보다 그가 이렇게 근처에 앉으면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고.

“어떤 게요?”

“저는 아가씨랑 사업하는 게 정말 기쁘거든요.”

그의 말에 레일라는 저도 모르게 목 뒤를 긁적였다.

사실 그녀도 그와 사업하는 게 재밌었다. 그가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 투자해 준 것도 고마웠고, 아나시스 황태자와 바이마르 공녀 덕에 이틀 만에 천문학적인 돈을 번 것도 재밌었다.

그녀는 매번 예상만 하고 잘될지 안될지만 가늠하던 일들이, 예상보다 훨씬 잘되어 기쁘기도 했다.

지난 생에선 방 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었다. 몸이 아픈데 머리까지 나쁘면 사람들이 더 경멸할까 봐.

그때 공부해 둔 이론이나 예측들이 거의 다 맞는 걸 보면서, 그녀는 너무 기뻤다.

헛된 노력인 줄 알았던 게, 실상은 때를 기다리던 수고였다는 것만 같아서.

“이 밤에 그 정황이 궁금해서 부른 건 아니실 테고.”

맞는데.

레일라는 그가 또 분위기를 잡으며 턱을 잡자 어딘지 모르게 거부할 수가 없었다.

턱에서 올라오는 시큰한 감촉은 어느새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새빨간 눈동자가 마치 모든 감각을 끌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모든 게 색이 바랜 듯 보이는 한가운데에서 그의 눈만이 붉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거기에 이끌린 듯 그의 루비처럼 붉은 눈을 계속 보았다.

“읍…….”

그 순간 그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레일라는 그의 입술에 닿은 순간 고개를 틀었다. 그러자 그가 그녀를 따라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묘한 장난기가 생겨서인지 이번엔 반대편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가 픽 웃더니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

레일라는 그가 아까보다 집요하게 입안을 훑자 반응하지 않기 위해 그의 어깨를 꽉 쥐고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그가 그녀를 괴롭히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레일라는 반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그가 어찌나 그녀를 움직이게 하던지. 결국 그녀도 그에게 화답하듯 움직이게 만들었다.

숨을 나누고 입술이 끈적하게 붙었다 떨어지자 레이니어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좋은 꿈 꾸십시오, 아가씨.”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레일라의 입술을 손으로 다정하게 닦아 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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